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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혼돈에 빠진 러시아 - 러 라브로프 외무장관, 중국 가려다 긴급회항 - 푸틴, 고위 장군 전격 구금, FSB의 국장과 부국장도 체포 - 푸틴 고립, 고위층간 분열 현실화
  • 기사등록 2022-03-19 22:49:33
  • 수정 2022-03-20 08: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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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수상한 비행]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러시아가 완전한 수세로 몰리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내부에서 그야말로 수상한 움직임들이 포착되면서 상당한 균열이 발생한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 독일 언론사인 BILD는 민간탐사보도 단체 벨링켓의 크리스토 그로제프의 트위터를 인용해 “빅토르비치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17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으로 가는 도중에 돌연 우회하여 모스크바로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독일 언론사인 빌트(BILD)는 민간탐사보도 단체 벨링켓(Bellingcat)의 저널리스트이자 탐사 보도 전문가인 크리스토 그로제프(Christo Grozev)의 트위터를 인용해 “빅토르비치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17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으로 가는 도중에 돌연 우회하여 모스크바로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현재 라브로프가 베이징으로 가다가 돌아온 이유를 알 수는 없으나 아마도 푸틴의 지시를 받고 회항한 것이 아닌가 보인다”고 추정했다. 그로제프의 트위터에 의하면 “라브로프가 탄 러시아정부 항공기는 모스크바를 출발한 후 노보시바르스크 상공을 선회한 후 모스크바로 되돌아 왔다”면서 “비행시간은 모두 8시간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을 미국의 폭스뉴스(FOX News)도 보도하면서 “17일 중국 외교부에 이같은 사실을 문의했지만 자오리젠 대변인은 답변을 거부했다”면서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아랍에미레이트의 외무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했었고 그 이후 중국행 비행기를 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날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18일(현지시간) 전화회담을 하기로 발표한 날이기도 하다. 미중 양국 정상간 통화의 주목적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피폐해진 러시아가 중국에 지원을 요청한 것에 대해 그러한 지원을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미국의 경고에 대해 협의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아스토리아호텔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양제츠(楊潔篪)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을 만나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 장비 및 경제 원조를 요청한 것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날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이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자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시진핑 주석에게 중국이 러시아에 대해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할 경우, 러시아와 같은 가혹한 경제제재를 받을 수도 있음을 경고하기 전화회담을 제안한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의 라브로프 장관이 16일 베이징으로 날아가려 했다는 것은 러시아의 이러한 지원에 대해 중국이 묵시적으로 합의를 했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위해 베이징으로 비밀리에 날아가려 했으나 이를 눈치챈 미국이 중국에게 재차 경고를 했고, 더불어 바이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시진핑 주석과 전화통화를 하려 하자 중국이 일단 러시아에게 라브로프 장관의 베이징행을 보류시키면서 다시 모스크바로 되돌아간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이러한 추정이 사실이라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가 아주 중대한 국면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이 사실상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포기할 것으로 보이는데다가 그렇게되면 러시아의 행보 역시 급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과 관련하여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직접 나섰다는 것도 의미 심장하다. 그만큼 격이 높은 대화를 시도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지금 러시아가 처해있는 상황을 역으로 반증해 주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은 14일(현지시간)의 미중간 고위급회담에도 불구하고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상호 존중, 평등, 상호 이익의 원칙에 따라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 정상적인 경제무역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대해 정상적인 무역거래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러시아의 라브로프 장관이 베이징을 직접 방문해 중대한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논의하려 했다는 추정을 낳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베이징을 향해 날아오던 라브로프의 특별기가 돌연 모스크바로 회항했다는 것은 지금 매우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푸틴, 고위 장군 전격 구금]


또한 군 고위 지휘관을 푸틴이 체포 구금하는 일이 발생했다. 폭스뉴스는 17일(현지시간), 역시 민간탐사보도 단체 벨링캣의 크리스토 그로제프의 트위터를 인용해 “러시아 국가경비대 부사령관인 로만 가브릴로프(Roman Gavrilov) 장군이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 크리스토 그로제프는트위터를 통해 “러시아 국가경비대 부사령관인 로만 가브릴로프(Roman Gavrilov) 장군이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그로제프는 이에 대해 “체포이유는 불분명하지만 군사 정보를 유출해 인명 손실을 부른 혐의나 연료를 낭비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로제프는 “푸틴이 이번 작전(우크라이나 침공)이 큰 어려움에 봉착한 상태라는 점을 인정한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면서 “전쟁 중에 장수를 갈아치우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나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가브릴로프 장군이 과거 대통령의 경호를 맡은 FSO의 사령관을 지냈다”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 국가경비대는 우크라이나에서 교전을 해왔으며 많은 사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영언론도 17일 “가브릴로프 장군이 해고됐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우크라이나 침공 전 첩보 작전을 담당했던 FSB의 국장과 부국장도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FSB 제5국의 책임자인 세르게이 베세다 대령과 부책임자 아나톨리 볼류크가 부패와 정보 실패 혐의로 체포됐다”고 안드레이 솔다토프와 이리나 보로간 등 러시아의 두 언론인이 밝혔다. 이들은 미 싱크탱크 유럽정책분석센터(CEPA)에 기고한 글에서 “마침내 푸틴이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듯 보인다”며 “그 부서는 푸틴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말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쓴 바 있는데 이 내용에 대해 괘씸죄를 적용해 체포한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손실이 커지는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푸틴이 가브릴로프 장군을 포함해 고위 군사·정보 지휘관에 대해 숙청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갈수록 커지는 반전 시위에 푸틴 직접 협박]


이렇게 모든 것이 푸틴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데다가 서방의 제재로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가중되는 상황에서 러시아내에서 반전 움직임까지 확산되자 푸틴 대통령은 16일 TV 연설을 통해 전쟁에 반대하는 자국민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푸틴은 이날 “러시아인들은 진정한 애국자와 쓰레기, 배신자를 구별할 수 있고, 그들을 우연히 입안에 들어온 날파리처럼 뱉어낼 것”이라며 “이처럼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사회의 자체 정화는 우리나라를 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이 이렇게 직접 TV에 나서서 반전여론을 진압하려는 것은 그만큼 반전 여론으로 인한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일 러시아 국영 TV ’러시아1’에서 ‘크렘린의 입’으로 불리는 솔로비예프가 진행하는 황금시간대 토크쇼에서 초대 손님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옛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빗대며 우려를 나타냈다“고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의 사회를 맡은 솔로비예프는 최근 유럽연합(EU)이 지정한 제재 대상에 오를 정도로 친 푸틴 인사인데 그가 맡은 프로그램에서 뜻밖에 반전 메시지가 터져 나온 것이다.


여기에 지난 14일에는 러시아 국영 채널 1TV 뉴스 방송 도중 이 방송사의 직원이 진행자 뒤로 나타나 “전쟁을 중단하라. 프로파간다(정치 선전)를 믿지 말라. 여기서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는 반전 메시지가 적힌 문구를 들어 올리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BBC는 16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방송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하는 언론인들의 사임이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중 러시아 국영 방송 러시아투데이(RT)의 편집장을 지낸 마리아 바로노바도 최근 회사를 떠났는데, 그는 영국 BBC 인터뷰에서 "푸틴이 이미 러시아의 평판을 무너뜨렸으며 러시아 경제는 죽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내에서 민중들의 시위도 날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특히 맥도날드를 비롯해 서방세계의 주요 브랜드들이 속속 문을 닫으면서 젊은이들에게도 반전 여론은 엄청나게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 내 반정부 단체 ‘팀나발니’가 모스크바 시민을 대상으로 우크라이나 침공 이튿날(지난 2월 25일)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러시아는 침략자’라고 응답한 시민이 29%로, ‘해방군’(31%)이나 ‘평화 유지군’(25%)이라는 시민과 비슷했다. 하지만 1주일 뒤(3월 3일) 조사에선 러시아를 침략자라고 응답한 비율이 절반을 넘는 53%로 치솟았다.


[푸틴 고립, 고위층간 분열 현실화]


러시아 내부에서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서방 군사당국과 군사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고립된 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영국 국방부 제임스 히피 정무차관은 “(푸틴의 TV연설을 보면) 표현이 '광적'이고 '엄청나게 위험한' 수준”이라면서 “실제로 러시아 최고사령부에 불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히피 차관은 이어 “푸틴의 절박감으로 볼 때 정말로 위험하다고 볼 만한 행동을 할 우려가 있다”며 “그의 심리 상태가 어떤지, 얼마나 절박해질지 깊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CNN도 “우크라이나에서 좌절을 겪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국내에서 복수심에 불타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게 탄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면서 “국내에서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자국민을 위협하는 전략에 의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푸틴이 잠재적인 반역자를 처리하라는 구체적인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법집행기관과 보안당국에 푸틴의 의사에 반대의견을 가진 인물을 거칠게 다뤄도 좋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 분석했다. 다시말해 푸틴은 러시아인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고 위협하려 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정치 전문가인 폴리티크의 타탸나 스타노바야도 자신의 텔레그램에 “제가 보기에 푸틴과 함께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 같다”며 “그의 연설은 절망, 격한 감정, 무력감이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은 종말의 시작”이라면서 “그들은 모든 사람의 팔을 비틀고 가두고 감옥에 가둘 것이지만, 이미 미래는 없다. 모든 게 부서지고 미끄러질 것이다”라고 썼다.


CNN도 미 기업연구소(AEI)의 엘리자베스 브로 선임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푸틴의 연설을 보면) 지금 푸틴이 얼마나 고립돼 있었는지를 보여준다”면서 “푸틴은 서방의 제재에 대해 놀라움과 분노를 느꼈을 것이고 이제 곧 다가올 러시아 국민들의 반발을 걱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 NYT는 17일(현지시간) “수많은 러시아인들이 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보고 러시아를 떠나고 있다”면서 “이러한 경향은 과거 소련 붕괴 때도 없었던 일”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NYT는 “이러한 러시아 엑소도스가 수만 또는 수십만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WSJ도 이날 “러시아 인재들이 고국을 떠나면서 ‘두뇌 유출’ 우려도 러시아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떠나는 이들 중 상당수가 전문직 종사자이거나 언론인, 시민활동가, 문화계 인사”라고 전했다.


이렇게 러시아는 지금 혼돈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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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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