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우크라사태, 결국 출구전략 모색하는 러시아 - 푸틴 의도했던 계획 모두 수포로 돌아가자 좌절 - 우크라 수도 키이우 점령 못하자 결국 출구전략 모색 - 러시아, 휴전협상에서 크롬과 돈바스 영유권 인정 주장
  • 기사등록 2022-03-11 21:03:32
  • 수정 2022-03-12 07:11:51
기사수정



[러시아의 미묘한 변화, 출구전략 모색]


우크라이나를 단기간에 점령하고 친 러시아정권을 수립하려 했던 러시아 푸틴의 계획이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사실상 좌초위기에 처하자 러시아가 결국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최근 러시아 정부가 발신하는 메시지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외교적 해결 가능성에 대한 희망도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최근 러시아 정부가 발신하는 메시지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외교적 해결 가능성에 대한 희망도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2주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그 명분으로 우크라이나의 탈(脫)나치화를 주장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를 ‘마약중독자와 네오나치의 갱단’이라 불렀다”면서 “지금의 우크라이나 정권을 무너뜨리고 중립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었지만 최근들어 푸틴 대통령이 더 이상 젤린스키 정권의 전복을 추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이어 “물론 푸틴의 이러한 미묘한 변화가 가짜일 수도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협상에 나서는 러시아 대표단의 태도는 더 이상 유혈사태가 지속되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변화는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정부를 ‘마약중독자들과 네오 나치 집단’이라 비판하는 가운데 젤렌스키 정부를 전복하겠다는 애초의 계획을 포기하면서 종전의 명분을 우크라이나가 제공해 주기를 바라는 태도로 판단된다.


여기서 러시아가 쓴 ‘나치’라는 단어는 물론 실제 독일의 나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러시아 정부가 적대시하는 세력에 대해 사용하는 상투적 표현으로,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적대감이 담긴 용어라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러시아의 외교협상단의 발언에서 ‘나치’라는 단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터키 안탈리아에서 우크라이나 측과 회담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젤렌스키 정권의 교체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NYT는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회담은 종전으로 가기에는 아직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그동안 주장해 왔던 공식 입장들이 많이 누그러뜨려졌다”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과 러시아 점령지역에 대한 지위를 확보하려는 쪽으로 요구사항을 좁히기 시작했고, 9일에는 결국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할 생각이 없다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러시아의 변화조짐에 따라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나토 가입에 대한 헌법적 염원을 수정하고, 현재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지위를 놓고 타협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에 대해 이반 티모페예프(Ivan Timofeev) 러시아 국제문제위원회(RIAC) 프로그램 국장은 "확연하게 달라진 분위기"라며 "러시아가 좀 더 현실적인 자세를 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태도가 급변하고 있는 이유?]


누가 뭐라해도 끝장을 볼 것 같아 보였던 러시아 푸틴의 마음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아무래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끄는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워낙 거셌고, 더불어 쉽게 함락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았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함락이 사실상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시간) 영국의 더타임스(The Times)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부정확한 정보로 전쟁이 어려움에 직면하자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의 정보 실패에 분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20년 이상 러시아 정보기관 활동을 추적해온 웹사이트 아젠투라의 알드레이 솔다토프 편집자가 침공 전 FSB가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작성한 최종 보고서는 말 그대로 틀렸는데, 그것이 현재 상황이 러시아에 이렇게 나빠진 이유의 일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면서 “FSB는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서부의 극우단체를 통해 불안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했으며, 이를 토대로 침공에 대한 우크라이나인들의 지지와 저항 정도를 파악했지만 결국 '지독한 오판'을 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푸틴이 FSB의 정보 보고만 믿고 우크라이나 점령의 환상을 꿈꿨으며 그대로 실행했던 것이 지금의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푸틴이 당황할 수밖에 없고, 자신의 이미지가 완전히 망가진 것에 대해 FSB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푸틴의 가장 큰 오판은 우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마음을 전혀 다르게 읽었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진입하면 해방군이 왔기 때문에 당연히 대대적인 환영을 할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러한 친 러시아계 주민들이 우크라이나 정권의 전복을 적극 지지해 줄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마약정권’이니, ‘나치정권’이니 하면서 블레임을 해왔지만 정작 전쟁에 돌입하자 그러한 모든 정보들이 다 가짜였음이 드러난 것이고, 그러한 결과는 고스란히 푸틴의 전략 실패로 되돌아온 것이다.


또한 러시아군이 강력한 저항에 발이 묶인 사이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원과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국내 지지가 강화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권 교체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가 됐다.


더불어 이러한 상황이 장기전으로 간다면 손해보는 것은 결국 러시아이고, 급기야 푸틴 자신마저도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러시아가 출구전략을 찾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러시아의 출구전략은?]


일단 러시아의 출구전략은 ①이미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크롬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영유권 인정 ②러시아가 독립국으로 선언한 돈바스 분쟁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영토 인정 등 두 가지 조건을 우크라이나 정부가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대신 우크라이나 정부의 정권전복을 시도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정권도 일단 러시아의 태도 변화를 주목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을 더 이상 시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신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중립국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외교정책 고위 보좌관인 이호르 조프크바 대통령실 부실장은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교적 해결을 위한 준비가 돼 있다”며 “협상을 위한 우리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즉각적인 휴전과 러시아군의 철수”라고 강조했다.


조브크바는 이어 “이를 위한 조건으로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주변국과 동맹국들로부터 안전 보장을 받아야 한다”며 “러시아의 안전 보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열망했고, 앞으로도 그러길 바란다”며 “나토 가입을 계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희망 유지 발언은 일단 러시아와의 협상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푸틴 대통령이 '레드라인'으로 생각하는 점이며 나토 역시 우크라이나 가입에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일단 러시아가 실질 점유를 하고 있는 크롬반도와 돈바스 일부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영토 인정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는 단 한 점(1인치)이라도 우리의 영토를 놓고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강경한 방침을 천명하고 있지만 협상이 불가능한 부분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명분 찾기 나선 푸틴]


러시아는 지금 일단 지금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협상전략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동시에 푸틴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명분 찾기를 시도하고 있다.


푸틴이 내세운 중요한 명분이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친 러시아정권 수립과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인데 실질적으로 우크라이나 내에 친 러시아 정권 수립이 불가능할 경우, 러시아 내부에서 후폭풍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중립국화라는 제한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쟁까지 치러야 했느냐는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식으로 불거질 수 있는 문제점들을 고려해 우크라이나의 군사시설들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군사시설 무력화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를 이뤄냈다라고 명분을 쌓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또한 최근들어 러시아군이 병원을 폭격하는 등 민간시설과 군사시설을 가리지 않고 공격을 강화한 것도 더 이상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질질 끌지 말고 빠른 시간내에 러시아의 요구조건을 수용하라는 압박작전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의 그러한 작전은 전세계인들의 분노를 불러오면서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있다. 또한 러시아 내부에서도 전쟁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들이 형성되면서 자칫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러다보니 전쟁 종식의 문제를 오히려 러시아가 판단해야 될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티모페예프 국장은 "러시아는 타협을 통해 친(親)서방인 젤렌스키 정권을 그대로 둘지, 자신들에게도 피해가 큰 전쟁을 계속할지 두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지속되고 더불어 푸틴이 의도한 계획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푸틴 자신과 러시아 국민들이 입게 될 피해를 줄이기 위해 결단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스라엘의 나프탈리 베넷(Naftali Bennett) 총리는 유대인 안식일임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을 만나 휴전을 권고하기 위해 지난 5일(현지시간) 모스크바로 날아갔고, 터키 외무장관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을 열고 종전을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푸틴 자신도 모르는 푸틴의 마음]


사실 미국은 이미 여러 차례 러시아측에게 출구전략을 제시했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9일 “우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가능한 오프램프들을 제공하려 노력했지만 그는 오히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속페달을 밟았고, 지금과 같은 끔찍한 길을 계속 걸어왔다”면서 푸틴이 미국이 제안한 출구전략을 무시하고 오히려 군사작전을 더욱 강화했다고 비난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 “만약 푸틴 대통령이 괴뢰정권 수립을 강행한다면 이는 길고 피비린내 나는 난장판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도 9일자(현지시간) 칼럼에서 “푸틴 대통령의 출구가 마땅치 않다는 사실이 나를 정말 두렵게 한다”면서 “현재 푸틴 대통령에게 최선의 선택은 즉시 군대를 철수하고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들을 성공적으로 보호했다는 등의 ‘체면을 구기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지만 이는 푸틴 대통령에게는 굴욕”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지금의 절망적인 상황을 푸틴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출구전략을 모색할 정도로 가능한 한 빨리 전쟁을 끝내는 것이 푸틴이나 러시아국민들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렇게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전쟁을 끝내는 것에 대한 푸틴의 자존심이 과연 어디로 튈지가 관심거리다.


어쩌면 푸틴은 전쟁 중단과 지속 사이에서 갈팡질팡 할지도 모른다. 휴전 한다고 해 놓고 또다시 미련이 남아 공격을 재개할 수도 있다. 그것이 푸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푸틴이 개입된 전쟁은 끝날 때까지 끝났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렇게 변덕이 심할수록 푸틴의 정치생명도 마지막을 향해 간다는 사실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098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