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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알파벳 ‘Z’, 섬뜩한 푸틴의 간계 - 소름끼치는 푸틴의 ‘Z표식’, 국민선동 도구로 사용 - 히틀러의 나치집단과 유사한 방식으로 국민 현혹 - 전쟁반대론자들에 대한 위협 표식으로도 사용
  • 기사등록 2022-03-10 13:16:48
  • 수정 2022-03-10 15: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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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곳곳 번지는 'Z' 마크]


영어 알파벳 대문자 'Z' 표식이 러시아 사회 곳곳에 퍼지며 새로운 러시아 민족주의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 'Z' 표식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의미로 활용되면서 푸틴의 프로파간다 도구로 쓰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 'Z' 표식이 처음 발견된 곳은 지난 2월 19일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배치된 러시아 탱크, 군용 차량 등으로 이들 차량들은 'Z’ 표식을 달고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향했고, 소셜미디어들은 이 장면을 퍼나르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미 싱크탱크 벨링캣의 한 연구원은 “8년 전 러시아의 크롬반도 침공 때는 없었던, 새로 나타난 표지”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Z’가 갖는 의미에 대해 3가지로 추정한다.


① 러시아어로 ‘승리를 위하여(자 파비에데; Za Pobedy)’의 첫 글자


② 러시아 ‘서쪽(자파드·Zapad)’에 있는 우크라이나로 진격하는 방향


③ 크렘린궁의 표적 1순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의미


하지만 공식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 한 러시아 특수부대원은 “원 안의 Z, 별이 달린 Z, 아무 장식이 없는 Z 등이 각기 다른 부대를 의미한다”고 러시아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SNS에 '승리할 것(러시아어 Запобеду·영어 Za pobedu, 자 파비에데)'이라는 의미라고 했지만 그보다는 자국 군대를 식별하는 수단을 뜻하는 표시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러시아 국영 채널1은 "러시아 군대 장비에 쓰는 일반적인 표시"라고 전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내 전투에 투입된 군부대가 다른 부대와의 식별을 위해 ‘Z’ 표식을 그렸다는 의견도 나왔다.


어떤 의미가 되었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부터 이 ‘Z’ 표식은 러시아 내에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지지하는 의미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이는 러시아내부에서 ‘Z’ 표식이 널리 퍼지고 있으며, 또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 정치권이 앞장서고 있다는 점도 눈에 뛴다. 특히 Z는 키릴 문자가 아니라서 러시아인에겐 익숙하지 않음에도 의도적으로 이를 확산시키려 애를 쓴다는 것은 그만큼 ‘Z’ 표식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드미트리 로고진 전 부총리는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 이름을 소문자 z를 대문자로 바꿔 Z가 잘 보이도록 'RogoZin'으로 변경했다. 러시아의 케메로보주 책임자도 한 도시 이름에 들어간 소문자 z를 대문자로 바꿔 눈에 잘 보이도록 'KuZbass'로 바꿨다.


[소름끼치는 푸틴의 ‘Z표식’]


사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대외적 명분이 그야말로 약하다. 러시아인들에게 조차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당연히 러시아 군부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분명한 것은 이번 우크라이나를 향한 전쟁은 러시아의 국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롯이 푸틴 개인의 욕망 달성을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크라이나를 점령해서 얻을 것보다는 잃을 것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단지 푸틴이 취할 수 있는 명분은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얻었다”고 내세울 치적 한 줄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푸틴은 대대적인 여론 선동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푸틴이 하는 것은 모두가 옳은 것’이라는 의식을 러시아 국민들에게 심어줄 필요를 느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Z’ 표식이다.


이 ‘Z’ 표식은 과거 독일 히틀러의 나치 표식인 갈고리 십자가 문양 스와스티카(卐)와 흡사한 의미를 갖는다. 히틀러는 이 스와스티카(卐) 표식과 자신을 동일시했으며 이를 상징으로 독일 국민들을 결집시켰다.


푸틴 역시 바로 히틀러가 썼던 그 방식으로 러시아 국민들을 결집시키려 하고 있다. 그래서 러시아 곳곳에 바로 이 ‘Z’ 표식을 퍼뜨리고 있으며 추종자들로 하여금 이 ‘Z’ 표식이 사회 곳곳에서 노출되도록 조작하고 있는 것이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인들은 차에 ‘Z’를 그리고, ‘Z’ 글자가 새겨진 검은 후드 티를 입거나 옷깃에 브로치를 달았다. 최근 들어서는 “러시아 곳곳의 자동차, 전광판, 버스 정류장, 건물 벽면,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대도시 광고판 등에서 흔히 ‘Z’를 볼 수 있으며, ‘Z’가 그려진 옷들도 팔리고 있고 소셜미디어에도 이 글자가 넘쳐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 보도했다.


또한 정치인들도 ‘Z’ 표식 사용에 앞장서고 있다. 미국 정계에 침투해 스파이 활동을 했던 마리아 부티나 하원의원은 연단 위에 올라 검은색 티셔츠 위에 흰색 ‘Z’를 그리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러시아 국영방송인 로시야24의 우크라이나 특파원도 ‘Z’표식이 그려진 자켓을 착용했고. 국영 방송 러시아투데이(RT)의 토크쇼 진행자 또한 ‘Z’가 크게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TV에 등장했다.


▲ 러시아 남서부 도시인 카잔의 한 호스피스 병원에서는 말기암에 걸린 아이들에게 눈밭 밖에서 ‘Z’ 대형으로 줄을 서게 했다. [사진=트위터]


심지어 “러시아 남서부 도시인 카잔의 한 호스피스 병원에서는 말기암에 걸린 아이들에게 눈밭 밖에서 ‘Z’ 대형으로 줄을 서게 했다”고 CNN은 전했다.


호스피스를 운영하는 자선단체 회장 블라디미르 바빌로프는 성명을 통해 “환자와 직원들 총 60명이 참여해 ‘Z’ 형태로 줄을 섰다”면서 “왼손엔 루한스크 인민공화국,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러시아 국기가 그려진 종이를 들고 오른손은 주먹을 쥐었다”고 했다.


여기서 루한스크 인민공화국과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은 우크라이나 내 친러 분리주의 공화국으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두 나라를 독립국으로 인정했다. 친러 세력인 이들은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반군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두 곳의 독립을 승인하는 것으로 이번 전쟁의 막을 올렸다.


▲ 7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 FIG 기계 체조 월드컵 시상식에서는 러시아 남자 체조선수 이반 쿨리아크가 ‘Z’ 표식이 달린 유니폼을 입고 나와 논란이 됐다. [사진=트위터]


또한 7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 FIG 기계 체조 월드컵 시상식에서는 러시아 남자 체조선수 이반 쿨리아크가 ‘Z’ 표식이 달린 유니폼을 입고 나와 논란이 됐다. 금지된 러시아 국기 대신에 바로 ‘Z’표식을 붙인 것이다. 국제체조연맹(FIG)은 "이반 쿨리아크가 충격적인 행동을 했다"며 경악했다. 영국 가디언은 7일 “FIG가 쿨리아크의 월드컵 동메달 취소와 장기간 국제대회 출전 금지 징계도 내릴 수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민족주의 활동가인 안톤 데미도프는 “Z가 정확히 어떤 뜻인지, 어디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Z를 사용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군대가 어려운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르한겔스크 북부 지역 공무원 이반 체르나코프는 현지 국영언론 인터뷰에서 "Z는 우리 군대에 대한 지지, 대통령의 결정에 대한 지지를 상징한다"며 "어려운 상황 속 국민을 단결시키기 위해 고안됐다"고 말했다.


카밀 갈레예프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은 “최근에 만들어진 ‘Z’ 표식은 새로운 러시아의 이념과 국가 정체성의 상징이 됐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친러시아 집회에서도 일부 참가자들이 ‘Z’가 새겨진 옷을 입거나 팻말을 들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는 과거에도 정부에 대한 지지를 모으기 위해 특정 표식이나 상징을 홍보했다”면서 “크롬 반도 합병 당시에는 제정 러시아 황실 군대의 상징인 주황색·검은색 줄무늬 리본이 러시아 정부와 군대에 대한 지지의 상징으로 널리 퍼지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Z표식 확산의 배후는 러시아 정부]


지금 러시아에 대대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Z표식은 푸틴 러시아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푸틴 지지 웹사이트 차르그라드는 “러시아인의 자발적 운동”이라고 하지만, 외신은 “러시아 정부가 의도적으로 선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운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 국방부가 최근 인스타그램에 ‘Z’를 올렸다는 점에서도 알 수가 있다.


이뿐 아니다. 전국 지자체 유리창에도 일제히 캄캄한 밤에도 Z 불빛이 빛나고 있다. 이 모두가 푸틴 정부가 Z표식의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Z표식의 확산에 대해 NYT와 WSJ은 “전쟁 초기 러시아 군을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됐던 Z는 이제 러시아내 전쟁찬성론자를 결집하는 상징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전장에서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기 위해 표식을 다는 건 흔한 일이다. 미군도 걸프전 때 아군 차량에 흰색 쉐브론을 표식으로 그렸다.


그러나 이런 표식을 전장이 아닌 민간인 사이에 퍼진다는 것은 분명 또다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NYT는 그래서 “전쟁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크렘린(러 대통령실)의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또한 러시아계 미국인 미디어 분석가 바실리 가스토프는 “이는 분명히 국가가 만든 밈(Meme, 한국의 '짤')”이라면서 “이런 종류의 운동을 하는 (러시아) 선전 부대가 있다”고 NYT에 전했다.


이런 의도를 가지고 러시아의 정치인들이 양복 재킷 옷깃에 흰색 Z를 그린 모습으로 등장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나아간 러시아군을 응원하고 승리를 기원하는 영상을 올리는 것이고, 또한 국영방송들이 앞장서 청년들이 Z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춤추는 영상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대중에게 마치 '유행처럼' Z를 퍼트리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CNN방송도 “러시아 청년들이 'Z' 문양 상의를 입은 채 국기를 들고 있는 정치선전 동영상이 러시아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고 있다”고 8일 보도하면서 “이 동영상에서 청년들은 ‘러시아를 위해! 대통령을 위해! 러시아를 위해! 푸틴을 위해!’라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러시아 전국에 Z 표지가 퍼지는 데는 2주가 채 걸리지 않았다.


[전쟁반대론자들에 대한 위협 표식으로도 사용]


또한 정부가 고안하고 친(親)푸틴 단체 등을 중심으로 수용해 퍼지기 시작한 Z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협박 문자로 사용되기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일 러시아의 한 인권단체에 대해 보안 요원들이 건물을 수색한 후 건물에 Z라는 글자를 그렸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WSJ은 “푸틴 대통령을 반대하는 여성 펑크록 그룹 푸시 라이엇 멤버의 아파트 현관문에 Z가 그려지기도 했다”고도 했다. 실제로 푸시 라이엇의 한 활동가는 자신의 아파트 현관에 누군가가 그려놓은 Z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러면서 WSJ은 “러시아의 유명 비평가 안톤 돌린은 "우리 집 문에서 Z 문자를 발견했다”면서 “내가 전쟁에 반대한다는 것을 알고 협박한 것”이라고 했다. 돌린은 "메시지는 분명했다"며 "Z를 그려놓은 사람들은 내가 전쟁에 반대하는 것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어디에 살고 내 가족은 어디 있는지 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건 협박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분석가들은 ‘Z’ 표식이 극우 민족주의 상징이자 친푸틴의 선전도구로 쓰이고 있다면서 “소름끼치는 민족주의 운동의 전개”라고 평했다.


▲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7일 SNS에 올린 사진. [사진= 레즈니코프 트위터]


[의문의 Z, 강력 비판하는 우크라이나]


이러한 Z표식을 러시아가 대대적으로 퍼뜨리는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강력하게 비판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유대인 학살을 자행했던 나치 독일의 스와스티카를 거론하면서 의문의 Z자에 담긴 메시지를 분석했다.


그는 트위터에 Z를 스와스티카와 유사한 형태로 겹친 그림을 올리고 "1943년, 독일 작센하우젠에 '스테이션Z'가 있었다. (유대인 등) 대량학살이 자행된 곳이다. 그 뒤에 총을 쏘는 장치와 가스실이 있었다. 이것이 러시아의 세계다"라고 주장했다.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러시아가 내세우는 전쟁의 명분을 반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푸틴은 '신나치' 세력이 우크라이나 정부를 점령했다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의 '비나치화'를 이번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운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대인이다.


이렇게 우리는 독일의 히틀러와 같이 변해가는 푸틴의 모습을 목도하고 있다. 푸틴은 반 러시아 정치가 주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나치세력’이라고 지칭했지만 정작 자신이 ‘나치’ 그 자체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푸틴이 바로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으로 삼았던 ‘나치세력 척결’이 부메랑이 되어 푸틴 자신에게로 돌아갈 수도 있는 처지로 변해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미 자신이 나치 그 자체임이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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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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