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진퇴양난의 중국 외교 - 시진핑과 푸틴 밀월의 부작용 본격화 - 우크라 사태, 중재에 나설 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 - 결국 어정쩡한 상태로 중재에 나서지 못할 것 관측
  • 기사등록 2022-03-09 13:31:16
  • 수정 2022-03-09 15:12:18
기사수정



[시진핑과 푸틴 밀월의 부작용 본격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밀접한 관계로 인해 중국의 외교가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하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중국이 그동안 일방적으로 러시아 편을 들었지만 최근들어 대화를 촉구하는 등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는 하지만 내막을 보면 중국 외교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중국이 그동안 일방적으로 러시아 편을 들었지만 최근들어 대화를 촉구하는 등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는 하지만 내막을 보면 중국 외교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NYT는 “중국 외교가 이렇게 딜레마에 빠진 계기는 지난 2월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간의 정상회담으로부터 비롯됐다”면서 “당시 시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이는 러시아측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지만 이러한 성명 발표로 중국이 국제사회에 누구의 편을 들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 마셜 펀드의 앤드루 스몰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지지가 없더라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수 있지만, 중러 정상의 공동성명은 러시아에 침공의 정당성을 제공해준 것은 분명하다"고 NYT에 말했다.


NYT는 이어 “중국 내부에서도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 주석의 입장이 분명하게 수용되고 있다”고도 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지난 2월 24일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하면서 한 연설에 열광적인 응원을 보낸 바 있다. 이에 대해 NYT는 “중국의 인터넷 공간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찬사가 넘쳐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중국 관영매체는 '우크라이나 침공은 정당하다'는 주장을 담은 푸틴 대통령 연설을 '1만 단어 풀텍스트'라는 뜻의 해시태그(#putin10000wordsspeechfulltexty)를 달아 보도했다. 이 해시태그가 달린 푸틴 대통령 연설 중국어판은 24시간 안에 11억 뷰를 달성했다.


이러한 중국 내부의 분위기는 중국 지도부가 러시아에 대해 가지고 있는 호감을 그대로 표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중국 외교부의 화춘잉(華春瑩) 대변인도 이번 사태를 '침공'으로 규정하기를 거부하고, 오히려 미국과 NATO를 비난했다. 물론 전쟁 반대 여론도 있지만 일방적인 찬성 여론에 묻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중국정부당국도 반전여론에 대해 철저하게 단속한다. 중국의 소셜미디어인 위챗에 한 중국인이 "전쟁이 일어난 것에 환호하는 사람은 모두 바보"라며 국수주의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지만, 얼마 있지 않아 '규정 위반'이라는 이유로 삭제됐다. 그러다보니 중국내부에서 푸틴에 대한 찬양 여론이 뒤덮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조지 W. 부시 및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담당 국장을 지낸 폴 핸리는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현재 중국 내부에서 러시아와 가까이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최고지도자를 비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NYT에 지적했다.


한마디로 “3연임을 앞둔 시진핑 주석이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한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이에 어긋나는 정책을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NYT의 해석이다.


그러니 당연히 “중국의 고위 당국자들이나 외교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일방적으로 러시아 편을 들 수밖에 없다”고 NYT는 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은 외교를 통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자는 미국 정부의 협조 요청도 거부했다. 오히려 시진핑 주석은 제재로 어려움에 부닥친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지원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7일 “국제 정세가 아무리 악화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 능력(定力)을 유지하고 신시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부단히 전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중·러 협력은 양국 인민에게 이익과 행복을 가져줄 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안정,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이렇게 계속 러시아 편에 서면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추구하는 이유는 초강대국인 미국의 전력 분산 때문일 것이다. 유럽과 동아시아에서 중·러를 상대로 동시에 2개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위험 부담을 안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중국 내부에서는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분위기가 미묘하게 흐르는 이유는 우크라이나가 예상보다 잘 버텨내면서 러시아가 개전 2주일이 지나도록 뚜렷한 전과를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생각대로 단시간내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정복하게 되면 중국 입장에서는 러시아와의 우호관계 강화는 물론이고 우크라이나로부터 획득할 수 있는 첨단 전투기엔진 기술을 포함해 식량 수입까지 다양한 면에서 손쉽게 중국의 이익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봤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은데다가 러시아가 국제적 왕따가 되면서 자칫 러시아와 중국이 함께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러시아를 어설프게 지원해 주다간 중국 경제의 근간도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보다 글로벌 공급망에 훨씬 더 긴밀하게 얽혀 있어서 국제결제망이 막히면 무역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P)가 4일(현지 시각) 크레이그 싱글턴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 연구원의 기고를 통해 “시 주석 최악의 악몽이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싱글턴 연구원은 이 글에서 “시 주석은 전투 경험으로 다져진 러시아군이 신속하게 우크라이나를 완패시키고 국제사회의 반응은 조용해질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나,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푸틴이 전장에서 겪은 많은 차질들은 대만을 무력으로 쉽게 뺏을 수 있다는 중국 군사 기획가들의 어떤 낙관주의도 무효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내부, 기류 변화조짐이 보이지만...]


이렇게 러시아가 중국의 생각대로 우크라이나를 확 휘어잡지 못하자 중국 내부에서는 서서히 출구 찾기에 나서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7일 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제13기 전인대 제5차 회의 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중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라고 하면서도 “중국이 평화협상의 건설적인 역할을 맡을 용의가 있다”는 발언을 했다.


왕이 부장의 이러한 언급은 전날인 6일 우크라이나 드미로 쿨레바 외무장관이 “중국이 이 전쟁을 멈추는데 관심이 있다”는 발언한 것에 대해 반응을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중국은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도구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중국의 외교부가 이미 관여되어 있고 그들의 노력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쿨레바 외무장관은 지난 2일 중국 왕이 외교부장에게 러시아 침공을 중단하도록 중재를 요청한 바 있다. 그 당시 왕이 부장은 확답을 피했었다.


지금 중국의 딜레마는 쉽사리 러시아와의 중재에 나서겠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우크라이나측의 중재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는 데 있다. 만약 이 전쟁이 장기전으로 흘러가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지 못하게 되면 그 후폭풍은 곧바로 중국에게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러시아와 대항을 했던 유럽사회로부터도 철저하게 반격을 당할 것이다. 이는 사실 중국 입장에서는 생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이다.


그렇다고 쉽사리 러시아와의 중재에 나설 수도 없다는 것이 또한 딜레마다. 우선 러시아가 내놓는 휴전안 자체가 이미 러시아가 점령한 크롬반도와 실질적으로 반군을 내세워 점령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 영토 인정, 그리고 우크라이나 내에 중립정부, 이는 말로는 중립정부지만 실상은 친러 정권을 수립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그 어느 것 하나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받아들일 수 없다. 당연히 우크라이나 여기 결단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중국이 현실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미국의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의 중국 담당 고문을 지낸 폴 해일은 “중국은 과거 북핵 6자회담에서 드러난 역량을 봤을 때 국제사회에서 외교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기엔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 세계가 러시아 푸틴의 전쟁 욕구를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시진핑 주석을 지목하는 것 자체가 중국에게는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것이다.


7일(현지시간)에도 미국 예일대 잭슨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자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스티븐 로치가 푸틴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 한 명뿐"이라면서 “그 사람은 바로 시진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CNBC '스쿼크박스 아시아'에 출연해 지금 중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평화협정을 중재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로치는 구체적으로 "푸틴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중국이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해야 한다"며 “만약 중국이 오히려 러시아와 동맹을 강화할 경우 커다란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로치 교수는 “러시아가 국가부채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이를 경우 그 여파가 중국에게도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이 러시아와 관계를 빨리 끊을수록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오는 16일이 디폴트 첫고비가 될 것이고, 30일의 유예 기간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공식 디폴트 위기는 4월15일에 찾아올 전망이 강력하게 부각되고 있다.


[결국 중국은 중재에 나서지 못할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하여 중재에 나서고 싶기는 하지만 그렇게 행동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진핑 주석이 공개적으로 너무나도 많은 약속을 러시아에게 한 상황이라 빼도 박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3연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는 것은 곧 시진핑의 위상에도 상당한 흠집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은 이도 저도 못하고 그저 러시아만 쳐다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중국 정부 고문인 스인훙 인민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노력하려고 해도 러시아는 들을 것 같지 않다"며 "그렇기에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역효과를 낳을 수 있고 중국의 이미지도 해칠 수 있다"고 전했다.


스인홍 교수는 이어 “중국의 입장이 바뀔 것 같지 않다”면서 “중국에 대한 서방의 압력이 커진다 해도 결국은 (중국의 역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왕이웨이 인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도 “중국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이 분쟁 초기 단계에 중재자로 직접 개입할 것 같지 않다”고 SCMP에 전망했다.


다닐 보흐코프 러시아 국제관계위원회 연구원도 “중국이 러시아와 거리를 둬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어 보인다”며 “지금껏 중국은 모든 공식 입장에서 극도로 조심해왔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 고조는 중국에 직접적 영향이 없다. 아마도 중국은 계속해서 그렇게 할 것 같다”고 관측했다.


이렇게 중국은 지금 러시아 때문에 시진핑 주석의 운명이 달려 있는 엄청난 딜레마에 처해 있는 것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095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