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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흔들리는 러시아 민심에 불안한 푸틴 - 러시아인 눈과 귀 틀어막는 푸틴, 강력한 언론 탄압 돌입 - 푸틴, "우크라 군사작전. 전쟁아니며 민간인 희생자 없다" - 푸틴의 초강경 언론 탄압 결국 실패할 것
  • 기사등록 2022-03-08 14:01:47
  • 수정 2022-03-08 14: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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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인, 눈과 귀 틀어막는 푸틴]


러시아가 국민들의 눈과 귀를 틀어막기 위해 강력한 언론 탄압에 돌입했다. 심지어 외신들에게마저 협박을 일삼으면서 급기야 CNN이나 BBC 등도 러시아내에서 취재 활동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 영국의 BBC가 6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의 방송과 취재보도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서방 언론의 보도를 ‘허위 정보’라고 주장하며 강력한 처벌을 예고해 파문이 일고 있다. 러시아는 일단 해외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정보가 유입되는 창구인 페이스북, 트위터 등 서구 소셜미디어의 접속을 강제 차단했다. 또한 CNN과 BBC 외에도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유럽방송(RFE),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 등 서구 주요 언론의 자국 내 접속을 차단했다. 오직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뉴스나 정보만 러시아 국민들에게 알리겠다는 뜻이다.


러시아 의회는 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수 군사작전’이 아닌 ‘전쟁’으로 규정하거나 러시아군의 작전 차질 및 이로 인한 민간인 죽음을 보도하는 언론인에게 최소 3년,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외국인도 적용 대상”이라고 분명히 못 박았다.


그간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특별 군사 작전이며, 민간인 피해자는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정부 발표와는 다른 내용을 보도하면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법 시행까지 푸틴 대통령의 서명 절차만 남겨둔 상태다.


러시아 의회의 조치는 자유진영의 모든 뉴스들을 사실상 가짜뉴스 또는 허위정보 유포로 규정하면서 러시아내에서의 보도활동 금지에 외신들의 뉴스 유입도 철저하게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여파로 서구 주요 언론 또한 줄줄이 러시아를 떠나기로 했다. 미 CNN은 4일(현지 시각) “러시아에서 방송하는 것을 중단한다”며 “상황을 전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과 ABC, 영국 BBC, 캐나다 공영방송 CBC도 러시아 내에서 취재와 보도 활동 자체를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존 미클스웨이트 블룸버그 통신 편집장은 “기자를 범죄자로 바꿔놓는 형법 개정안 때문”이라며 “더는 형식적으로라도 저널리즘을 지속할 수 없다”고 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자사 기자를 보호하기 위해 “모스크바 본부에서 작성한 일부 기사는 특파원 이름과 날짜를 뺄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1970년 모스크바에 상설 사무소를 개소한 이후 52년간 취재 보도를 해 왔던 스페인 뉴스통신사 EFE마저 5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러시아에서의 언론 보도 활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가브리엘라 카냐스 EFE 회장은 "크렘린궁이 대중에게 진실을 숨기려 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공격하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스페인 공영방송 RTVE도 같은 법을 이유로 러시아에서 보도 활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집권 후 내내 탄압을 받으면서도 그나마 숨을 쉬어 왔던 러시아내 독립 언론도 결국 문을 닫게 됐다. 러시아 당국은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사태를 ‘침공’ ‘전쟁’ 등으로 표현한 독립 방송 ‘도즈디TV’, ‘에코 모스크바(에호 모스크비, 모스크바의 메아리)’ 등의 송출을 금지시켰다.


특히 러시아의 대표 라디오 방송국이자 자국에서 마지막 자유주의 미디어로 남아있던 ‘에코 모스크바’의 방송 중단은 러시아인들에게 그나마 남아 있던 희망의 씨앗마저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렇게 독립언론들을 강제 폐쇄시킨 것은 1991년 소련 연방 당시 KGB 주도 쿠데타 이후 처음이다.


이들 독립 언론 가운데 러시아의 독립 TV 채널 웹사이트 도즈디TV의 편집장과 가족은 신변 위협을 우려해 아예 러시아를 떠났다. 이미 푸틴 정권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한 수많은 언론인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푸틴이 러시아인들의 눈과 귀를 막는 이유?]


그렇다면 푸틴 대통령은 왜 이렇게 외국의 언론이나 독립언론들을 탄압하고 위협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푸틴에게 비판적인 뉴스들이 러시아인들의 눈과 귀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푸틴은 이미 전 세계의 공적으로 등극했다. 그래서 히틀러에 비유하여 ‘푸틀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까지 한다. 그는 이미 전범이 되었고 또 실제 국제사법재판소는 푸틴에 대한 전쟁범죄 조사에 들어갔다.

또한 푸틴으로 인해 벌어지는 우크라이나의 참극을 전 세계인들이 실시간으로 주목하고 있다. 영국의 BBC는 "러시아군은 병원과 유치원으로 쓰이던 집, 학교, 일반 주택 등에 포격을 가했다"면서 "이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각지에선 민간인 피해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6일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25㎞ 떨어진 소도시 이르핀에선 피란하던 주민 행렬에 러시아군이 발사한 박격포탄이 떨어져 어머니와 어린 자녀 두 명이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졌다.


5일에는 러시아가 마리우폴, 볼노바하 2개 도시에서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열기 위해 일시적으로 휴전하기로 3일 우크라이나와 약속했지만 그럼에도 이 약속을 어기고 5일 오전 일방적으로 두 곳에 대한 포격을 재개하면서 수천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푸틴은 이러한 진실이 러시아 국내에 전파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러시아 당국은 이번 전쟁 자체를 그저 ‘특수 군사작전’이라 말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희생자는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내에서 일어나는 비참한 현실이 러시아인들에게 전파된다면 아마도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정당성을 러시아인들에게서조차 얻어낼 수 없을 것이기에 그러한 불안 때문에 이렇게 모든 언론들을 틀어막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난해 ‘국경 없는 기자회’가 선정한 각국 언론 자유 순위에서 세계 180개국 중 150번째에 이를 정도로 원래부터 열악했지만 푸틴이 지난해보다 더 포악한 방법으로 언론을 탄압한다는 것은 그만큼 러시아 내부가 불안하다는 것이고,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진실이 러시아 내부에 퍼지기라도 한다면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이렇게 초강경 조치를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지금 푸틴 정권이 막다른 길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전 세계적인 비난에 처한 러시아가 정보전쟁 차원의 반격을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푸틴의 초강경 언론 탄압, 성공할 수 있을까?]


푸틴의 러시아는 이미 옛 소련 시절에 맞먹는 공포의 ‘감시사회’로 되돌아갔다. ‘전쟁 반대’를 외치는 시민들을 ‘反푸틴 세력’으로 간주해 강경하게 탄압을 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7669명의 반전 시위대가 체포됐다. 모스크바에 있는 우크라이나 대사관 앞에서 ‘전쟁 반대’ 시위를 하던 7살 아동도 러시아 경찰에 체포됐다.


문제는 러시아 당국의 강력한 탄압조치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내에서 반전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하순만 하더라도 수도 모스크바와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이어졌고, 이로 인해 2천500명 넘는 시위 참가자가 체포됐다는 보도들이 나왔었다. 반전시위는 이들 두 도시 외에도 34개 도시에서 벌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전 시위가 계속되자 러시아 일부 의원들이 4일 반전 시위에 참여해 구금된 러시아인들을 강제징집해 전쟁터에 내보내겠다는 내용의 법안까지 제출했다.


이런 상황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각계의 성명이나 공개서한들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26일에는 6천명 넘는 의료계 종사자들이 서한에 이름을 올렸으며 건축가와 엔지니어 3천400명, 교사 500명도 각각 서한에 서명했다. 또한 언론인과 지방의회 의원, 문화계 인사와 다른 직능 단체도 이러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더더욱 푸틴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러시아의 소위 셀럽이라 부르는 유명인사들마저 반전 사위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일(현지 시각)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보좌하는 발렌틴 유마셰프의 딸 마리아 유마셰바(19)는 자신의 SNS 계정에 우크라이나 국기(國旗) 사진을 올리며 '전쟁은 없다'고 썼다. 그의 엄마는 푸틴 대통령을 발탁한 보리스 옐친의 딸이다. 모녀(母女)는 이번 전쟁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또한 푸틴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우며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첼시(Chelsea)의 구단주(球團主)이기도 한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딸 소피아 아브라모비치(27)도 "푸틴 대통령은 대부분의 러시아인이 자신을 지지한다는 거짓말을 했다"면서 푸틴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아버지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지난 2일 "믿기 힘든 결정을 내렸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를 위한 자선 재단을 세워 구단 매각(賣却)으로 얻은 이익을 모두 기부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또한 2012년부터 푸틴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하는 러시아 연방 공보 수석(首席)으로 크렘린궁의 대변인(代辯人)인 드미트리 페스코프의 딸 옐리자베타 페스코바(24)도 SNS 게시글에 '전쟁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렇게 러시아내에서 분출하는 반전 여론과 반푸틴 세력의 입을 푸틴이 과연 완전히 봉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러시아내에 반전 움직임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전제가 아니더라도 이미 과거 소련 시절에 이보다 더한 언론 통제와 탄압이 있었지만 그때도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대니얼 호프먼 전 미 중앙정보국(CIA) 모스크바 지부장은 폭스뉴스에 “소련 당국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처럼 사람들의 눈과 귀를 통제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번 통제에도 러시아인들이 제대로 된 뉴스를 접할 방법을 찾아낼 것”으로 기대했다.


그렇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과거와는 달리 각기 가지고 있는 휴대폰 하나가 개인 방송국이고 또한 전 세계를 잇는 매개체인데 아무리 언론을 틀어막는다고 가짜 뉴스가 아닌 진짜 정보에 눈과 귀를 기울이는 그 힘을 이 세상의 어떤 정부가 막을 수 있겠는가?


푸틴이 이렇게 강력한 언론 통제와 강경책을 내놓았다는 것은 그만큼 푸틴에게 있어 밤이 깊었다는 의미다. 그러니 곧 새벽이 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하듯 푸틴 치하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러시아의 선량한 국민들을 위해서도 간절히 기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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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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