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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양자택일 하라!", 중국 압박한 미국 - 中왕이부장에게 대 러시아 제재 압박한 美블링컨 - 중국은 제재 받고 있는 러시아를 지원할 수 있을까? - "러시아 지원하면 중국도 동일한 경제제재 받을 것"
  • 기사등록 2022-03-07 13:47:11
  • 수정 2022-03-07 14: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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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왕이부장에게 대 러시아 제재 압박한 美블링컨]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5일(현지시간)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부당하고 계획적인 전쟁에 관해 왕 부장과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 6일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을 만난 블링컨 미 국무장관 [사진=블링컨 트위터]


블링컨 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어느 나라가 자유와 자결권, 주권의 기본적 원칙을 옹호하는지에 대해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링컨 장관은 “세계는 러시아의 침략을 거부하고 이에 대응하는 데 있어 합심해 행동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분명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국의 왕이 부장은 “나토의 연속적인 동진이 러시아 안보 환경에 조성한 영향을 중시한다”며 러시아의 입장에 대한 연대 의식을 재확인했다.


이날 블링컨과 왕이의 전화통화와 관련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중국이 계속 거부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중국을 압박했다”면서 “모스크바를 비난하기를 거부하고 있는 중국이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SCMP는 그러면서 “이번 양자 통화가 누구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멈추도록 하는데 중국이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SCMP의 보도는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외교적 지원 등을 차단하게 되면 러시아의 전쟁 중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미국의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만약 중국이 러시아를 설득해 전쟁을 멈추도록 하지 못한다면 중국 역시 심각한 결과를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도 상당히 신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제재받고 있는 러시아를 지원할 수 있을까?]


지금 미국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러시아가 경제제재로 인해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여기에 중국이 과연 러시아를 지원하는 카드를 내놓을 것인가의 문제다.


SCMP는 지난 2일 “러시아가 1400억 달러(약 169조원) 규모의 중국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주요 외국 자산이 러시아의 제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CMP는 이어 “이러한 러시아의 채권 규모는 중국의 국내채권 시장중 외국인 지분의 4분의 1에 해당된다”면서 “러시아가 디폴트 상황 억제나 또다른 지급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중국 채권을 활용하게 될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사실 러시아 입장에서 중국 채권·위안화가 서방의 제재 속에서 접근할 수 있는 주요 외국 자산·통화라는 점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 이를 활용하게 될지 주목된다.


SCMP는 이런 측면에서 “러시아의 중국 위안화 채권은 국제금융거래결제망(SWIFT)을 통하지 않고 양국간 활용되고 있는 중러간 금융거래 시스템인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을 활용할 수 있다”면서 “중국과 러시아와의 파트너십을 차단하려는 서방세계의 압박에 맞서 중국이 러시아에게 금융 생명줄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실제로 “중국중앙은행과 러시아 은행간에는 수십억 달러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으며 또한 두 나라가 기업에 유동성 자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약속되어 있다”고 SCMP는 전했다.


SCMP는 지난 1일에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진영의 강력한 제재에 대해 중국이 러시아에게 회피 수단을 제공할 가능성은 아직 낮아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중국과 러시아간에 무역은 서방진영의 제재와 관계없이 진행될 가능성은 있으며 이러한 무역과 관련된 결제가 SWIFT가 아닌 CIPS를 통해 진행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SCMP는 이에 대해 “사실 CIPS가 그동안에는 SWIFT와 연동되어 사용해 왔기 때문에 SWIFT를 거치지 않은 CIPS 운영은 시간이 약간 걸릴 수 있고 비용도 상당히 들 수도 있다”면서 “중국은 러시아와의 무역거래를 지속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CIPS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간에 현금이 아닌 금을 통한 거래를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SCMP는 분석하면서 “러시아는 지난 2012년 이란이 SWIFT에서 퇴출된 이후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기는 했지만 제3국의 금융기관을 이용해 금융결제를 할 수 있었는데 러시아도 이를 참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바로 이러한 거래에 중국의 대형 은행이 아닌 중소규모의 은행들이 사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SCMP는 “중국은 러시아의 탄화수소(hydrocarbons)와 곡물, 그리고 원유를 포함한 다양한 상품들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이러한 편법을 통한 중-러간 금융거래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의 중-러간 무역거래는 자칫 중국 경제에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또 이 점에 대해 미국 정부도 중국에 경고를 하고 있다. 그래서 SCMP는 “중-러간 무역확대를 통해 중국이 얻는 것보다는 잃을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SCMP는 그러면서 “중국이 지금 엄청난 부채 위기를 겪고 있다”면서 “중국은 지금 자국내 상황을 추스르기도 어려운데 감히 러시아를 구제할 돈을 어떻게 만들 수 있겠는가?”라면서 기사를 마쳤다.


미국이 중국을 주시하는 또 하나의 초점은 러시아 기업들이 서방의 제재를 피해 중국 시중은행들에 계좌를 개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이 3일(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국영은행의 모스크바 지점 관계자는 지난 며칠간 200∼300개의 러시아 기업이 중국과의 사업을 위한 계좌 신설을 문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모스크바에는 공상은행과 농업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 등 중국 국영은행들이 지점을 두고 있는데, 이들 은행들을 통해 러시아가 제재를 회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 역시 미국은 심각하게 들여다볼 것으로 전망된다.


[고민하는 중국, 미국 압박 벗어날 수 있을까?]


중국은 지금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러시아를 도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른체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일단 시진핑 주석이 중국을 찾은 푸틴 대통령에게 강력한 연대를 표명했고 또한 시진핑 주석이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게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래서 일단 러시아에 대한 지원 의지는 분명히 있지만 중국이 고민하는 것은 과연 러시아를 지원했을 때의 후폭풍이 얼마나 거셀 것인지에 대해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블링컨 장관이 왕이 외교부장에게 경고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중국은 대 러시아 제재에 함께 해야지 만약 러시아를 지원하게 된다면 중국 역시 러시아와 동일한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그러니 중국이 움찔할 수밖에 없다.


이미 이러한 경고는 여러 차례 미국에서 발신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압박이 고강도로 이어짐에 따라 그동안 미국에 맞서 러시아와 관계를 밀착해오던 중국도 일종의 시험대에 서게 됐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이번 사태로 인해 중러 관계의 밀착 기조가 오히려 뒤집히거나, 혹은 세계 질서를 새로 짤 양국 간 동맹 구축으로까지 나아가거나, 갈림길에 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그간 반미를 공통분모로 삼아 밀착 관계를 형성해간 러시아와 중국이 제재 완화를 위해 공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면서 “중국 금융기관이 러시아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거나 중국 기술기업이 대러제재를 우회하는지 미국이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시진핑과 푸틴이 브로맨스를 자랑하지만 이것이 자칫 푸틴에게 향하는 비난의 화살을 시진핑이 같이 맞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을 고민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국이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정쩡한 회색지대 전략을 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서방세계의 대 러시아 제재에 함께 하든지 아니면 확실하게 러시아 편에 서서 서방진영에 공동으로 맞서는 길, 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도 “둘을 모두 충족하는 건 '불가능한 균형 잡기'”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중국을 연구한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관리 존 컬버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한 리트머스 테스트가 될 것"이라면서 "중국이 제재를 위반하거나 자국도 제재에 직면하면서까지 정말 러시아를 지원하고 경제적 지원을 할지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국은 러시아의 공격을 막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미국 요청을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런 내용을 러시아와 공유하며 미국의 분열 시도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에 대한 본격적인 지원 의사 역시 밝히지 않고 있다. 이것이 중국이 지금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 특히 올 가을의 당대회를 통해 3연임으로 나아가려는 시진핑 입장에서는 러시아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가느냐에 따라 자신의 미래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은 더욱 깊어져만 가는 것이다.


중국은 일단 3일,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와 신개발은행(NDB, New Development Bank)에서 러시아에 대한 모든 지원을 보류하도록 결정했다. 이는 이 기관들이 중국만 관여된 것이 아니라 다른 여러나라들도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국의 결정이 진짜 러시아와의 거리두기를 하려고 그러는 것인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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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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