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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잠자는 사자’ 독일을 깨운 러시아 푸틴 - 푸틴, 우크라 영토 욕심에 독일도 잃고 군사강국으로 만들어 - 독일의 정책 대전환, 이젠 러시아와의 정면대결로 간다 - 유럽연합에서 친러시아 중추국 잃은 푸틴, 갈길 험난
  • 기사등록 2022-03-02 16:20:54
  • 수정 2022-03-03 1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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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잠자는 독일 깨웠다]


독일이 달라졌다. 독일의 외교 정책은 2차 대전 이후 신중함과 점진성을 중시하며, 러시아와 서방 간 대화와 균형을 강조해 왔다. 그래서 지난 1월 하순만 하더라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이 검토하던 러시아 제재에 독일이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파열음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미국 등 서방국들이 ‘독일은 누구 편인가?’라고 물을 정도로 불안해했었다.


또한 지난 2월 7일(현지시간)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간의 미·독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해저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 2' 제재 안에 대해 숄츠 독일 총리는 '노르트 스트림 2 플러그를 뽑겠다'는 확실한 답변 대신 “동맹국과 함께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함께 할 것”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지난 2월 26일에도 리투아니아 대통령과 함께 숄츠 독일 총리를 만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독일의 양심을 흔들어 깨우러 왔다”고 트위터에 썼다. 러시아가 침공을 하자, 독일의 우방국들은 독일 정부가 독일과 유럽을 지키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비난할 정도였다.


그렇게 러시아와의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았던 독일의 태도가 확실히 변한 것이다. 이렇게 완전히 달라진 계기는 바로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기 때문이다.


▲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푸틴은 독일을 잃었다(Putin Loses Germany)”난 제목의 사설을 통해 “온갖 외교적 협상 노력을 무시한 푸틴의 무모한 우크라이나 침공이 독일을 깨웠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푸틴은 독일을 잃었다(Putin Loses Germany)”난 제목의 사설을 통해 “온갖 외교적 협상 노력을 무시한 푸틴의 무모한 우크라이나 침공이 독일을 깨웠다”고 지적했다.


▲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스(FP; Foreign Policy)도 2월 27일(현지시간) “푸틴의 실수로 독일에서 정책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스(FP; Foreign Policy)도 같은 날, “푸틴의 실수로 독일에서 정책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독일이 확실히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독일은 불과 최근 1주일여 동안 기존 군사‧안보 정책을 완전히 뒤집으며 급격하게 정책의 대 전환을 하고 있다. 이는 ‘나치 독일’이라는 역사적 부담에 눌려 군사강국으로서의 발전을 스스로 억제해 왔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독일이 러시아와의 대결 구도로 코스를 변경하면서 군사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방향으로 대전환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존스홉킨스대 현대독일연구소의 제프 랫키(Rathke) 소장은 포린 폴리시에 “가장 큰 이유는 푸틴의 뻔뻔한 우크라이나 침공과 잔인성”이라고 꼽았다.


숄츠 총리가 지난 2월 15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막바지 외교적 노력을 했지만, 푸틴은 외교적 해법 대신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했던 1‧2차 민스크협정도 무시하고, 아예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親)러 반군 장악 두 곳을 ‘국가’로 일방적으로 승인해 버린 것에 대해 엄청나게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푸틴의 침략이 독일 정부에겐 당혹스러운 일이었고, 이로인해 독일은 러시아를 버리고 나토에서 완전히 신뢰할만한 파트너가 되는 방향으로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독일의 국방정책 전환의 내용은?]


독일의 정책 변화 선포는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사민당(SPD) 소속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연방의회 특별회의에서 독일 국방정책의 혁신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숄츠 총리는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인) 2022년 2월 24일은 유럽 대륙의 역사에서 역사적 전환점이 됐다”며 “지금의 사안은 무력이 법을 짓밟게 할 것이냐, 푸틴이 시침(時針)을 19세기 강대국 정치 시절로 되돌리게 할 것이냐, 아니면 우리가 푸틴과 같은 전쟁광에 제한을 가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독일의 국방정책 대전환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그러면서 숄츠총리는 우선 “독일 국방비를 올해부터 전체 GDP의 2%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올해 특별방위기금으로 1000억 유로(약 125조원)를 한 차례 증액하고, 그 결과 올해부터 해마다 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독일은 단박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 결의한 "GDP 2%" 목표를 2년 앞당겨 달성하게 됐다.


나토는 이미 지난 2012년부터 회원국이 GDP의 2%를 국방비로 쓰기로 결의했고, 이를 10년안에 이행하기로 했지만 독일은 유럽 최대 경제·인구 대국이면서도 국방 예산은 GDP 대비 1.5% 선에 못 미치면서 서방진영의 불만을 사왔었다.


특히 미국은 독일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에 국방비 증액과 GDP 2% 결의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해왔다. 미국은 GDP의 3.5%를 국방비에 지출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럽이 자국의 안보를 등한시하는데 미국이 세금으로 유럽 안보를 지켜주는 것은 불공정하다”면서 나토 탈퇴를 위협하기도 했었다.


그만큼 국방비 증액에 소극적이었던 독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전환을 이루게 된 것이다. 심지어 숄츠 총리는 이 문제를 헌법에 명시해 다음 정부들도 이를 따르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차후에 정권이 바뀌더라도 번복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국방비 증액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다.


숄츠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독일) 안보에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게 분명해졌다"면서 "푸틴의 러시아가 어느 정도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또 그 위협에 맞서려면 우리는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하는지를 스스로 답할 때가 됐다"고 말해 국방정책의 대전환이 러시아 때문임을 숨기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WSJ은 "80년 가까이 방해받지 않았던 유럽 대륙의 평화가 푸틴의 러시아 침공으로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또한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의 정치‧안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독일에게 국가적 노력을 요구하는 전환점”이라며 “더 이상 발사 안되는 총, 날지 못하는 전투기, 항해하지 못하는 전함으로 독일군을 무장하지 않겠다” “이는 우리 자신의 안보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독일은 당장 올해 조성되는 1000억 유로의 기금으로 애초 구입 예정이었던 F/A-18 호닛 전투기 대신에 F-35 스텔스 전투기와 이스라엘제 드론을 구입하기로 했다.


또한 분쟁 지역으로 독일 소유 및 독일산 무기를 보내는 것을 금지하던 옛 원칙을 버리고 대전차 무기 1000정과 군용기 격추를 위한 휴대용 적외선 유도 지대공(對空) 미사일 '스팅어' 500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독일 정부는 네덜란드 정부가 독일군의 휴대용 대전차 유탄발사기(RPG) 400정을 보내는 것도 허용했다.


이러한 독일 정부의 태도는 지난 1월 27일 우크라이나가 독일에 러시아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전함과 대공방위 시스템 등 무기 공급을 요구한 것에 대해 군용 헬멧 5000개와 야전병원 시설을 보내겠다고 했던 것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당시 독일 정부는 우방국들로부터 “농담하느냐”는 조롱을 받았다. 이 헬멧도 무려 한달이 지난 2월 26일에야 트럭 2대에 실려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독일의 국방정책 대전환이 주는 의미]


우리가 다 알다시피 독일은 세계 제2차대전의 전범국이다. 특히 유태인 학살로 전쟁에 관해서는 하염없이 낮은 자세를 취해왔다. 그래서 군사력 재건 및 확장은 꿈도 꾸지 않았다. 국내외적 저항이 워낙 완강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독일의 역대정권은 전임 앙겔라 메르켈 내각까지 대대적인 군축에 초점을 맞췄다. 독일의 이러한 정책은 사실 동서독 통일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병력과 장비 등 군 예산을 지속적으로 삭감해야 할 필요성도 있어서 미국 등의 압박에도 그렇게 낮은 수준의 국방비 지출, 어찌보면 최소한의 국방비 지출이라는 명분을 유지해 왔던 것이다. 이런 영향으로 급증하는 복지 지출과 예산 흑자를 모두 달성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그런데 숄츠총리의 국방정책 대전환 선언은 한마디로 독일을 다시 유럽의 군사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고, 그러한 군사강국의 목표가 러시아를 향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아주 의미가 크다.


숄츠 총리는 이날 “냉전 종식 이후 전임자들 중 누구도 관리하지 못했고 독일이 나토에 약속했던 목표를 달성하겠다”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면 국가 안보에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숄츠 총리는 “새롭게 구매하는 전투기들이 나토의 대러시아 핵 억지력을 강화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했다.


결국 푸틴의 러시아가 그동안 잠자고 있던 독일의 공격 본성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 말해 과거 러시아제국의 천적이었던 독일을 다시 군사강국으로의 도약 계기를 푸틴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숄츠 총리의 장담대로 독일이 군사강국으로 우뚝선다면 바로 그 독일로 인해 러시아의 유럽진출 계획이 무산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푸틴이 제발등을 찍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오픈소사이터재단의 유럽‧유라시아 부문 책임자인 다니엘라 슈와처는 NYT에 “27일 숄츠 총리의 의회 연설은 독일이 더 이상 느긋하게 물러앉아서, 다른 나라들이 제공하는 안보(미국)와 천연가스(러시아)를 즐기고만 있지는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며 “전략적으로 자리매김을 새로 한 것”이라고 평했다.


[독일의 정책 대전환, 이젠 러시아와의 정면대결로 간다]


독일은 국방정책만 대전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포함한 전반적인 국정운영 방향을 대 러시아 견제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우선 전임 메르켈 총리가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였던 노르트스트림 2의 운영부터 전반적인 재검토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독일이 그동안 러시아에 의존해 왔던 에너지 정책도 대전환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독일은 에너지 분야에서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전략 비축 천연가스’를 조성하고 ▲북부 해안에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터미널 2곳을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이날 “유럽연합(EU) 회원국에는 LNG 터미널이 다수 있지만, 독일에는 한 곳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독일의 에너지를 더 이상 러시아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방식으로 운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숄츠 총리는 이날 "책임 있고, 진보적인 에너지 정책은 우리의 경제와 기후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독일의 안보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독일의 국방정책이나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은 미국이 주도하는 ‘탈(脫) 러시아’ 정책에 함께 가기로 했다는 점에서 유럽사회는 더욱 굳건하게 뭉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러시아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독일 또한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작년 두 나라간 무역액은 전년보다 34%가 증가해 600억 유로에 달했다. 또한 러시아는 독일에게 EU 밖 무역거래국으로 톱5위에 드는 국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이렇게 대전환을 한다는 것은 독일 사민당 정부가 러시아 경제 제재로 인해 독일 경제가 타격을 받게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를 고립시키고 유럽 최대의 국방예산국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유럽사회의 대 러시아 정책은 물론이고 대 중국 정책에까지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욕심에 절대적 우방 독일을 잃은 푸틴]


독일이 이렇게 대대적인 정책전환을 하면서 유럽사회 내에서의 독일의 입지도 훨씬 더 강화될 것이고, 더불어 유럽연합(EU)의 대 러시아 및 대 중국 정책도 앞으로는 일사분란하면서도 강경한 정책으로 나아갈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독일의 대 러시아 정책이 강경해 질 것이라는 점은 독일 국민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예상해 볼 수 있다. 지난 2월 27일 베를린 시민 50만 명은 베를린에서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독일 국민들이 이렇게 초대규모의 집회를 연 것은 이번 우크라이나 대량 난민 사태가 과거 2차 대전 당시 러시아의 붉은 군대를 피해 고향을 등져야 했던 독일의 과거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국민적 공감대 때문에 전후 유럽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위험성’을 강조해 ‘협상’을 중요시해 왔던 사민당의 정책마저 완전히 뒤집어엎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이렇게 푸틴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욕심을 냄으로써 독일이라는 엄청난 우방까지도 완전히 잃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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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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