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中의 탄식, “전혀 원치 않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 中, 러시아 적극 지원도, 거리둘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 - 푸틴에게 쏟아지는 국제적 비난, 시진핑에게 옮겨질 수도 - 서방진영 대러 제재 강화될수록 中도 진퇴양난
  • 기사등록 2022-03-01 14:24:42
  • 수정 2022-03-01 14:34:04
기사수정



["우리가 원치 않은 상황"…곤혹스러운 中]


중국이 당황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상황이 중국이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내부에서는 “지금 이 모습은 우리가 전혀 원치 않은 상황”이라는 탄식까지 흘러나온다.


우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도 키예프를 비롯한 주요 도시들이 1~2일안에 손쉽게 함락되면서 곧바로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들어갈 것으로 판단했었는데 지금 상황은 중국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지금의 전세로는 과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제대로 점령할 수 있을지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어서다. 그만큼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들이 러시아에 대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초고강도 조치까지 취하자 덩달아 중국까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일 처지가 되었다. 그야말로 상상하기조차 싫은 시나리오가 현재 중국 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가장 원했던 시나리오는?]


중국 입장에서 가장 원했던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계속 위협하면서 서방세계와 긴장을 조성하고 그런 틈 사이에 중국이 조정자 역할을 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선량한 사마리아인’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 적당한 수준에서 대치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중국의 위상은 높아지고 미국 또한 러시아와 손을 잡은 중국을 만만하게 볼 수 없는 형국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시말해 러시아를 지렛대로 중국이 다양한 형태의 외교적 이득을 미국으로부터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 위해 미국은 중국에게 협조를 구했다.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화상회담 직후 워싱턴DC의 친강 대사 라인을 통해 미중간에 상당한 교감이 오고간 것이 확인됐다. NYT는 25일(현지시간), “최근 3개월간 6차례 가량 열린 중국 고위 관계자들과의 비공개 접촉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을 막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만약 중국이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막았더라면 중국의 위상은 한껏 높아졌을 것이다. 더불어 외교적 빚을 진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도 상당히 정상화시킬 수 있었으며 또 경제적 디커플링 문제도 상당히 완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이러한 요청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했고, 이로써 미국은 중국에 대해 더욱 분노를 갖게 되었다.


[우크라 사태 관련, 미국의 요청을 중국이 거부한 이유?]


그렇다면 중국은 중국의 국익에 엄청나게 유리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왜 미국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을까? 중국의 외교력을 총동원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위협은 하되 실제 공격에 나서지 못하도록 설득할 수는 없었을까?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국익 성취보다 러시아의 우호관계가 훨씬 소중해서 러시아를 설득하지 아니한 것일까?


이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중국의 외교력에 대해 깊이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미국의 실수는 미국 정부가 중국의 외교력에 대해 과신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시진핑-푸틴의 라인을 가동하면 중국이 러시아의 공격적 행동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래서 6차례에 걸쳐 온갖 자료를 제공하면서 중국을 설득했던 것이다. 아마도 미국은 이러한 미국의 제안이 수용된다면 중국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외교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제안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그러한 미국의 제의를 거부한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중국의 외교력은 푸틴을 상대로 설득할만한 능력 자체가 안되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이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을 하지 말아달라고 설득을 한다고?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어쩌면 비슷한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항상 러시아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는 시진핑 주석의 외교력으로는 푸틴의 마음을 접도록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중국은 북한의 김정은을 설득한 능력도 안된다. 역시 미국이나 한국 정부가 진짜 착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중국의 시진핑이 북한의 김정은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동안 똑똑히 보아 왔듯이 중국의 외교력은 북한의 김정은에게 거의 미치지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중국이 북한을 도와주지 아니하면 북한은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 북한이 중국의 말을 잘 들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김정은은 시진핑의 말을 듣지 않는다. 김정은은 김정은 하고 싶은대로 한다. 중국의 외교팀이 무슨 말로 겁박을 하건 김정은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한다.


올해 벌써 8번째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사실 김정은이 중국 눈치를 본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올해 시진핑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3연임 대관식도 열린다. 중국은 북한이 이렇게 미사일을 쏘면서 도발하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 그런데도 북한은 중국 눈치 보지 않고 마음대로 한다. 중국은 그렇게 김정은을 제어할 능력이 안된다.


그런 중국이기에 당연히 마초맨인 러시아의 푸틴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면 이는 중국의 능력을 과대평가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은 미국의 요구를 받고 그러한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겠지만 결국 러시아를 설득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추측키로는 아마 지난 2월 4일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우크라이나 문제를 충분히 설득했을 것이다. 그때 푸틴 대통령은 “지금 당장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생각은 없다” 정도의 코멘트를 해 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중국은 ‘당분간’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희망을 걸었던 것이다. 이런 연고로 우크라이나에 체류중인 중국인 유학생이나 화교들을 철수시킬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마도 중국은 푸틴의 희망적인 말 한마디에 중국의 운명을 걸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행히 우크라이나 공격을 가하지 않으면 중국의 설득이 유효했다면서 미국에 생색을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꼼수를 쓸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중국은 지금 상황에 대해 무척이나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러시아 편을 드는 것이 중국에게 유리할까?]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 이후 중국이 진짜 고심하는 것은 과연 중국이 계속해서 러시아 편을 들면서 러시아와의 굳건한 동맹관계를 과시하는 것이 유리할 것인지의 여부이다.


러시아의 푸틴 입장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가 단행되면 당연히 중국에 의자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서 제재의 탈출구를 마련하려 할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러시아의 요구대로 제재를 완화하는 창구로 사용된다면 그때는 중국이 서방세계 대 러시아의 신냉전 구도에 종속변수로, 그것도 러시아와 직접 연계된 종속변수로 편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에게는 엄청난 딜레마다.


사실 중국 입장에서는 러시아를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중국이 유리할만큼만 이용하면 된다. 중국도, 러시아도 서로를 결코 절대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동맹을 맺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양국의 군사동맹 체결에 대해 지난 2020년 10월 푸틴 대통령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했지만 중국의 웨이펑허 국방부장은 정작 다음해인 2021년 3월 “중국은 미국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체결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러시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알려면 중국 외교성명의 영문판에 있는 동맹국 표시를 보면 된다. 여기에는 중국과 ‘ironclad’(철통같은, 쇠처럼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바위처럼 단단한)로 표현되는 국가가 14개인데 중요한 것은 이들 14개 국가의 명단에 러시아와 북한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이 그야말로 철통같이 단단한 나라로 꼽은 곳들은 브라질, 이집트, 에티오피아, 케냐, 말리, 몰타, 나미비아, 파키스탄, 루마니아, 세르비아, 탄자니아, 예멘, 잠비아, 짐바브웨 등 14개국이다.


이들 14개국외에도 벨라루스, 캄보디아, 쿠바, 미얀마, 우크라이나 같은 5개국도 ‘ironclad’에 준하는 나라로 목록에 포함시킬 수 있다. 그렇게 따져도 중국이 가장 믿을 수 있는 19개나라 명단에도 역시 러시아와 북한은 없다.


러시아는 그렇다 치더라도 북한 입장에서는 정말 섭섭할만 하지만 어찌보면 중국이 북한을 지금 계륵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왕이웨이(王義桅) 중국인민대학교 교수는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ironclad’ 나라 사이엔 서로의 핵심이익을 존중하고 배반이 없다”고 했다.


또 러시아가 중국의 ‘ironclad’ 국가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중국을 연구하는 탁사실라연구소 마노지 퀴왈라마니(Kewalramani) 연구위원은 “러시아는 중국에게 전략적 파트너는 될 수 있을지언정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이는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완전히 가시지 않는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SCMP는 이어 “중국은 한때 중국에 속했던 잃어버린 영토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 역시 중러관계가 결코 하나로 묶여질 수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국의 유명 국제관계 전문가인 스인훙(時殷弘) 중국인민대학교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는 본래 한 침대에서 다른 꿈을 꾼다(同床異夢)”며 “지금은 미국의 압박 때문에 함께 있기를 바라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진정으로 서로 믿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사실상 미국과 서방국가들에 대해 일종의 시위 성격이고 과시용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러한 동맹관계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면 중국이 지금 왜 이렇게 곤혹스러워 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각국의 합리적이고 정당한 안보 우려 존중', '주권과 영토보전 존중' 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모두 거론하는 한편 '역사적 경위'를 강조하며 미국 등 서방의 책임을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외견상 중립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려 애를 쓴다. 중국이 러시아의 종속변수로 들어가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그렇게 내비친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나 일본, 유럽국가들과 완전히 등을 돌리면 돌릴수록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만 한다. 그래서 적당한 수준에서 거리를 유지하기는 하되 그럼에도 관계를 이어가야만 한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세계 경제 제2의 대국이라는 점에서 불편하면서도 적당한 거리는 그래도 유지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선택의 기로에 선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25일 유럽연합 대표들과의 전화 통화 이후 "현재의 정세는 우리가 보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이라 말했다. 왕이의 바로 이 발언이 지금 중국의 복잡한 속내를 그대로 말해준다.


이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상황에서 중국은 서방세계와 러시아 사이에서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선택해야만 한다. 대외적으로 보면 당연히 러시아의 푸틴 입장에 서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은 푸틴에게 쏟아지는 국제적 비난이 시진핑 주석에까지 전이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하는 책무도 중국에게는 있다.


특히 시 주석은 3연임을 앞둔 시점인데 러시아의 편에 서기로 결정한다는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디커플링을 재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러시아를 외면할 수도 없다. 러시아를 확실하게 중국편으로 만들어야 다가오는 미중간 패권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 시진핑이 푸틴의 편에 서지 아니하면 중국은 완전히 러시아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드러내놓지 않고 러시아를 지원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다. 속전속결로 끝나버리면 중국이 활로를 모색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지만 만약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거세지면서 쉽사리 이 사태를 평정하지 못하게 되면 중국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질 수도 있다.


또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진영의 경제제재가 강화된다면 이또한 중국 입장에서는 심각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중국이 받는 피해도 엄청나게 클 것이고, 자칫 중국이 세컨더리보이콧의 대상으로 부각되기라도 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중국 경제에 대사변으로 다가올 수도 있어서다.


그래서 중국은 지금 상황이 진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시나리오 가운데 던져져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087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