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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제발 우크라이나를 조롱하지 말라! - 처절한 저항 펼치는 우크라이나 시민들 - 결사항전 선언한 우크라 대통령, 맨 앞에서 진두지휘 - 푸틴 대신 우크라이나 조롱하는 언론과 정치인들, 제정신인가?
  • 기사등록 2022-02-27 23:57:58
  • 수정 2022-02-28 06: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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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저항 펼치는 우크라이나 시민들]


우크라이나가 목숨을 걸고 처절하게 러시아의 침공에 저항하고 있다. 트위터 등에 올라온 동영상들을 보면 눈물겹다.


▲ 지금 우크라이나 상황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한 장의 사진이 있다. 바로 머리는 붕대로 감겨 있고 얼굴 여기저기는 피범벅이 된 한 여성의 사진이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우크라이나의 영화감독이자 안무가이며 교사인 ‘올레나 쿠릴로’ 씨이다. [사진=WOLFGANG SCHWANANADOLU]


지금 우크라이나 상황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한 장의 사진이 있다. 바로 머리는 붕대로 감겨 있고 얼굴 여기저기는 피범벅이 된 한 여성의 사진이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우크라이나의 영화감독이자 안무가이며 교사인 ‘올레나 쿠릴로’ 씨이다.


“쿠릴로 씨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으로 살던 집이 무너지면서 유리창 파편에 얼굴을 다쳤다”고 했다. 그러나 “이 여인은 다른 우크라이나 국민들처럼 러시아 침공에 대한 결연한 저항 의지를 밝혔다”고 영국의 ‘더타임스’는 전했다.


얼굴이 피범벅이 된 쿠릴로 씨는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를 위해 내 힘이 닿는 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며 "나는 내 조국을 위해 존재할 뿐이며 푸틴에게 결단코 항복하지 않겠다. 죽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이것이 지금의 우크라이나의 현실이다.


부상을 당한 사람은 쿠릴로 씨만이 아니다. 지금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는 시민들의 목숨을 건 항전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가 전면적으로 공격해 올 경우 우크라이나의 키예프는 수 시간만에 곧바로 함락당할 것으로 봤다. 고작 소총을 든 민간인이 중화기로 무장한 채 밀려 들어오는 러시아 병력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언론의 예측이나 푸틴의 계산은 그대로 들어맞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예상외로 강력하게 저항하면서 러시아군의 키예프 함락이 계속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오후 현재까지 키예프는 아직 살아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그의 뜻에 따를 것이라는 푸틴의 예상은 완전히 틀렸다”라며 “러시아군은 (침공) 첫날 주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가디언지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키예프 외곽의 작은 마을 알렉산더에 생긴 검문소는 전문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방어를 하고 있다. 이들은 무기조차 변변치가 않다. 오직 조국을 지키겠다는 의지만으로 자원하여 전쟁터에 던져져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강제 징집이 아니라 자원하여 죽음의 전쟁터로 나가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가디언지는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주요 징집소는 전 연령층의 시민들로 넘쳐났다고 전했다.


NYT가 키예프 징집소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여성은 "폭발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준비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나는 건강한 성인 여성이다. 나라를 지키는 것은 내 의무"라고 말했다. 또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헌혈하며 군인들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평범한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러시아로부터 조국을 지키기 위해 집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한 신혼부부는 지난 24일 결혼식을 올린 뒤 곧바로 자원자들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국토방위군에 입대했다. 남편인 아리에바 시의원은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을 보호해야 한다”며 “우리에게 갑옷을 준다면 우린 가서 싸울 것이고, 다른 임무를 준다면 그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직접 소총을 들고 수도 키예프 거리에서 외신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미쳤다”며 “그는 결코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병사 한 명이 스스로 몸을 내던져 러시아 기갑부대의 진군을 늦추는 일도 있었다. 우크라이나 군은 25일(현지 시각) 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통해 해병대 공병(工兵) 비탈리 샤쿤 볼로디미로비치가 크림 반도에서 우크라이나 중심 내륙으로 이어지는 요충지인 남부 헤르손주(州) 헤니체스크 다리를 폭파하는 작전에 자원하여 투입되었는데, 그는 지뢰를 모두 설치한 뒤 자폭을 선택하겠다고 본대에 연락하고 숨졌다. 그의 희생으로 러시아군의 진격이 지연됐다. 그 사이 우크라이나 군은 방어선을 재구축할 시간을 벌었다.


WSJ은 26일(현지시간) 오전 “러시아군과 민간인 옷을 입은 위장 군인들이 키예프 진입을 시도했지만, 우크라이나군과 수천명의 자원병이 키예프 거리를 다시 장악했다”고 전했다.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우크라 국민들의 눈물겨운 사연들]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참화 속에 빠지면서 눈물겨운 사연들도 계속 전해지고 있다. 남자들은 러시아군을 막기 위해 군대로 향하는 가운데 여자들과 아이들은 국경을 넘어 폴란드 등으로 대피하고 있다. 이 와중에 아이들을 피난 보내기 위해 국경에서 처음 만난 낯선 여성에게 두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었던 우크라이나 아빠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26일(현지시각) 가디언지에 따르면 나탈리야 아브레예바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처음 만난 한 남성이 안고 있던 어린 딸과 아들을 데리고 국경을 넘어 헝가리로 향했다. 당시 아이들 엄마는 아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헝가리 쪽 국경으로 오는 길이었다. 절망에 빠진 아빠는 국경에서 처음 만난 낯선 여성에게 두 아이를 맡기기로 결심했다.


아브레예바는 “아이 아빠가 나를 믿고 두 아이를 내게 맡겼다”며 “아이들이 국경을 넘을 수 있도록 아이들의 여권을 내게 줬다”고 말했다. 가디언지에 의하면 “국경을 넘은 아브레예바는 헝가리 쪽 국경 초소에 마련된 난민 텐트 근처에서 아이들 엄마를 기다렸다.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렸지만 다행히 아이들 엄마가 곧 초소에 도착했고, 무사히 아이들은 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뿐 아니다. 국경으로 향하지 못하는 시민들은 지하철 방공대피소에서 긴 밤을 지새우고 있다. 여기서 한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나는 살고 싶어요. 무서워요”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푸틴의 욕심이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눈물과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다 주고 있다는 것이다.


[결사항전 선언한 우크라 대통령, 맨 앞에서 진두지휘]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의 위기 가운데 강력한 리더십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국 군이 수도 키예프를 점령하려던 러시아 군의 계획을 좌절시켰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 수도 키예프를 사수하고 있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젤렌스키 대통령 SNS]


러시아 당국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도 키예프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대피했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SNS를 통해 “나는 여기(키예프)에 있다. 우리는 무기를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진실이 무기다. 이곳이 우리의 땅이고, 우리의 나라이며, 우리의 아이들이라는 것이 진실이다”라며 “우리는 그것을 지켜낼 것이다”라고 했다. 이 영상은 게시된 지 두 시간 만에 수백만회 이상 조회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밤에도 키예프 한 거리에서 데니스 슈미할 총리, 미하일 포돌야크 대통령실 고문,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실 비서실장, 다비드 아라하미아 여당 대표 등과 함께 찍은 영상을 공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준비한 피신방안을 거절했다. 25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최근까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그를 최우선 제거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경고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위협에도 불구하고 조국을 위해 키예프에 남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가진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는 나를 1번 표적으로, 내 가족을 2번 표적으로 하고 있다”며 “그들은 국가 수장을 제거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우크라이나를 파괴하려 한다. 우리는 여기에서 독립과 국가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조롱하는 정치인들과 언론들]


이렇게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국민들을 향해 조롱하는 정치인들과 언론들을 보면서 그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도대체 정치가 무엇이고 이념이 무엇이길래 남의 나라 전쟁마저 이렇게 희화화하고 피로 얼룩진 전쟁의 참화를 악용하려 하는가?


나는 미국의 전 대통령인 도날드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푸틴을 치켜세우는 것을 보면서 트럼프에 대한 미련을 지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각)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 상당 지역에 독립을 선포한 것이다. 멋진 결정”이라며 “푸틴 대통령은 그 지역에 진입할 것이고 평화유지 세력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한 평가는 트럼프 정부 때 국가안보회의(NSC) 유럽·러시아 담당 보좌관이었던 피오나 힐이 CNN에 한 말로 대신하고자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경시하고 푸틴 대통령 등 독재·권위주의 국가 정상에 호감을 나타내면서 러시아가 이같이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러한 트럼프 전 대통령 같이 전쟁을 일으킨 푸틴에게는 별 말이 없으면서 공격을 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이 한국에도 제법 있다. 정말 어이가 없는 것은 한국의 대표적인 방송이나 유력 일간지들에게서 그런 시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어느 일간지는 대놓고 “정치초보자 대통령의 비극적 결말”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하했고, 또 다른 일간지는 “정치 문외한인 코미디언이 대통령이 된 탓”이라고 했다.


▲ MBC는 “대통령이 된 코미디언,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었다”는 영상을 올렸다.


MBC도 “대통령이 된 코미디언,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었다”는 영상을 올렸다. MBC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치 경험이 없는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원인이 그의 정치 역량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아마추어 같은 그의 정치 행보도 비판받고 있다”고 적었다.


어디 언론뿐인가? 유력한 정치인들도 같은 논조의 글들을 SNS에 올렸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24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언론 보도를 링크하면서 “러 침공 못하고 위기 키운 ‘아마추어 대통령’이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도 같은 날 ”지도력이 부족한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나토 가입을 공언하며 감당하지 못할 위기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대통령 후보 한 사람도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두고 “무능하고 아마추어 같다” “러시아를 자극했다”고 했다.


나는 그러한 주장을 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원에 대해 뭘 알기나 하고 그런 말을 하는가 하고 말이다. 우크라이나가 왜 그렇게 나토에 가입하려고 했는가? 러시아가 저렇게 위협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의 생존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었기에 그들은 나토를 붙들 수밖에 없었다.


우크라이나를 진짜 위태롭게 만든 사람은 코미디언 출신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아니라 푸틴의 사주를 받고 나토 가입 직전에 신청서를 철회했던 노회한 정치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 때문이었다. 푸틴을 등에 업고 부패한 일상을 살았던 바로 그 정치인 때문에 지금 우크라이나가 이러한 위기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코미디언 출신이라며 비아냥거리는 이들에게 코미디언인 이상민 씨는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코미디언은 웃기는 사람이지 우스운 사람이 아니다. 정치권에 계신 분들, 출신성분을 가지고 욕하지 말자.”


제발 부끄러운 줄 알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집권 여당이 앞장서서 우크라이나를 조롱하고 있을 때 전 세계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여성들까지 러시아군과 싸우겠다고 총을 들고 어린아이까지 전쟁반대 피켓을 들면서 호소하는 그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위해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도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크라이나를 불법 침공하여 평화로운 국제질서를 파괴하고 수백명의 고귀한 인명을 희생시킨 푸틴은 전쟁범죄자”라는 사실이다. 그러한 푸틴을 칭찬하면서 되레 우크라이나를 모욕하고 조롱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 또한 푸틴과 똑같은 자들이다. 다시 말한다. 제발 부끄러운 줄 알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처절한 투쟁을 보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자. 제발 살아 있으라고... 그리고 반드시 평화를 되찾으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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