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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기축통화 논란, 中위안화도 이루지 못한 꿈 - 한국, 기축통화국 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 전경론 제기한 SDR 편입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 - 국가채무 더 늘려도 된다는 것은 아주 위태로운 발상
  • 기사등록 2022-02-24 13:50:46
  • 수정 2022-02-24 15: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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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통화’란?]


지난 21일 열린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나온 ‘기축통화국’ 발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축통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기축통화’(基軸通貨, Key Currency)란 ‘국제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를 뜻한다. 한국은행도 기축통화를 '여러 국가의 암묵적 동의하에 국제거래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는 통화'로 정의했다.


한국은행은 그러면서 기축통화를 충족하려면 ①국제무역결제에 사용되는 통화 ②환율 평가 시의 지표가 되는 통화 ③대외준비자산으로 보유되는 통화라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정리했다.


이런 관점에서 전 세계 외환거래 및 외환보유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인정한다. 또한 국제거래에서 비교적 자주 사용하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화 등은 흔히 교환성통화라고 평가한다.


▲ 논란의 단초가 된 전경련의 기축통화 관련 보도자료


[논란의 단초가 된 전경련의 기축통화론]


우리 정치권에서 기축통화 논란을 유발시킨 것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지난 13일 내놓은 ‘원화의 기축통화 편입 추진 검토 필요’란 제목의 보도자료다. 그런데 문제는 이 보도자료의 제목과 내용은 상당히 달랐다. 제목에는 분명히 ‘기축통화’라는 단어가 표기되어 있지만 바로 이어지는 부제목에서는 “원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고 했다.


여기서 SDR이란 기축통화에 대한 교환권을 뜻한다. 다시말해 필요할 때 회원국 간 협약에 따라 SDR 바스켓의 5개 통화와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SDR 바스켓은 달러·유로·위안·엔·파운드로 구성돼 있다. 현재 편입 비중은 달러화 41.7%, 유로화 30.9%, 위안화 10.9%, 엔화 8.3%, 파운드화 8.1%다.


전경련은 우리 대한민국이 바로 SDR바스켓에 포함되기를 희망한다고 한 것이다. 그렇게 우리나라가 SDR바스켓에 포함된다면 당연히 우리 원화가 국제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통화로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SDR에 포함된 위안화는 기축통화인가?]


SDR은 IMF가 가맹국의 준비자산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1969년 창설한 국제준비자산이다. IMF 회원국은 외환위기 등에 처했을 때 SDR을 필요한 실제 통화로 교환할 수 있다.


그렇다고 SDR편입이 되었다고 곧 기축통화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쉽게 설명하자면 바로 중국의 위안화를 현실적으로 분석해 보면 된다. 위안화는 현재 SDR에 포함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기축통화라고 말하지도 않고 그럴만한 자격도 되지 않는다. 이유는 국제시장에서 지급결제 수단으로 미흡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분명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또 그런 단계에 올라서기 위해 다양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은 이미 세계 제2위 경제대국이다. 심지어 미국의 GDP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도 기축통화로 가려면 갈 길이 너무나 멀다.


우선 알아야 할 것은 기축통화가 되려면 기축통화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에서 많이 사용되어야 하고 또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3국들 사이에 그 나라의 화폐가 무역상으로도 통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말같이 쉽지가 않다. 그래서 나온 말이 ‘트리핀 딜레마’이다.


미국이 기축통화국이 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다른 나라들이 달러를 엄청나게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왜 이렇게 많은 달러를 보유하고 있을까? 바로 미국이 엄청난 무역적자를 보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 세계와 거래를 하면서 달러를 지불한다. 그런데 그 나라들과의 무역거래 대부분이 적자다. 그러니 당연히 미국과 무역거래를 하는 나라들에게 달러가 남게 되고 또 달러가 축적되게 된다. 바로 그 달러로 해당국은 미국이 아닌 제3국과의 거래에서도 달러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미국이 무역흑자를 노리게 된다면 달러들이 당연히 미국으로 흡수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 이외의 국가들에서 달러가 품귀하게 된다. 당연히 거래에서 사용할 달러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축통화로서 역할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기축통화가 되려면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수년간 무역적자를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외국과의 거래에서 돈을 벌 생각을 하지 말고 돈을 많이 잃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기축통화국이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트리핀 딜레마이다.


중국의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결코 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트리핀 딜레마 때문이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14억명이라는 거대한 인구 때문에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아직도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국민 소득도 이제 겨우 1만달러를 넘겼다. 더불어 먹여 살려야 할 인구도 너무 많다. 그렇기에 당연히 무역을 통해 흑자를 봐야만 한다. 이렇게 무역흑자를 누려야만 생존할 수 있는 나라는 절대 기축통화국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중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라 러시아가 손을 잡고 사회주의 세력간에 통화 교환 형식으로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는 세상을 꿈꾸고 있지만 이 역시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왜냐하면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금융망을 넘어선 무역거래 자체가 불가능하는데다가 미국의 패권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될 수 있을까? 그 답은 한마디로 ‘NO’이다. 그 이유는 이미 앞에 다 나와 있다. 한국은 자원빈국이다. 당연히 무역을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봐야만 생존할 수 있는 국가이다. 그렇다면 기축통화국이 될 생각은 하지도 말아야 한다.


더더욱 그런 꿈을 꾸기조차 힘든 것은 한국의 원화가 국제결제통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미미하기 때문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올해 1월 국제결제통화 비중을 보면 달러가 39.92%로 독보적 1위다. 그 뒤를 유로(36.56%), 파운드(6.3%), 위안(3.2%), 엔(2.79%), 캐나다달러(1.6%), 호주달러(1.25%), 홍콩달러(1.13%) 등이 잇는다. 한국 원화의 비중은 20위권 밖으로 0.1% 수준에 불과하다. 심지어 한국 원화는 태국 바트(0.75%), 말레이시아 링깃(0.36%),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0.28%), 멕시코 페소(0.20%) 등에도 밀린다.


국제결제은행(BIS)이 매 3년마다 발표하는 '전세계 외환상품조사 결과'도 미국 달러화가 88.3%로 1위였고 유로화 32.3%, 엔화 16.8% 등의 순이었는데, 여기서 원화의 거래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외환보유액 지위 측면에서도 원화는 극히 미미하다. 한마디로 소수통화라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전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59.2%, 유로 20.5%, 엔(5.8%), 파운드(4.8%) 캐나다달러(2.2%) 스위스프랑(0.2%), 기타(2.9%) 등인데 이에 반해 한국 원화는 0.2% 미만으로 추정된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화폐가 기축통화국이 되려면 전 세계에 우리 원화가 차고 넘칠 정도로 유동성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러한 말 자체를 꺼내기가 민망할 정도라고 보면 될 것이다.


[한국은 SDR에 편입될 수 있을까?]


한국이 기축통화국이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면 SDR에는 편입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역시 어렵다는 것이 외환전문가들의 판단이다. IMF가 지난해 8월 공개한 SDR 팩트시트(Fact sheet·설명서)에 따르면, 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되려면 ①수출 규모 세계 5위인 IMF 회원국의 통화 ②자유롭게 이용 가능한(Freely usable) 통화라는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이 조건에 비추어 보자면 한국은 IMF 회원국이면서 전 세계 수출 5위 국가이므로, 첫번째 조건에는 부합한다. 그러나 두번째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통화’라는 조건은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원화의 국제결제 비중도 지극히 낮고 역외 거래 시장도 없으며, 폐쇄적인 외환 규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 뉴욕 증권시장이 열리는 오후 11시 등 해외 영업 시간에 우리 외환 시장은 문을 닫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SDR 편입 역시 꿈같은 소리다.


특히 원화가 대외 무역 거래에 사용하는 빈도가 워낙 낮기 때문에 SDR에 편입된다는 것이 말같이 쉽지 않다.


[왜 기축통화국 논란이 벌어졌을까?]


그렇다면 왜 대선판에서 갑자기 기축통화국 논란이 벌어졌을까? 이유는 국가채무 문제 때문이다. 그런데 이 국가채무 비율이 더 올라도 되느냐, 오르면 안되느냐의 논쟁 가운데 바로 기축통화국 논란이 끼어든 것이다.


다시말해 만약 우리 원화가 기축통화가 된다면 그러한 국가채무 비율 따위는 무시해도 된다는 개념에서 그런 논란이 시작된 것이다. 그 말 그대로 우리가 기축통화국이 될 수 있다면 사실 국채를 더 찍고, 국가 채무 비율이 더 올라가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은행에서 통화를 더 발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축통화국이 될 수 없다면 당연히 국가 채무 비율에 신경써야만 한다. 이미 비기축통화국의 적정 국가채무 비율인 40%를 훨씬 넘어섰기 때문이다.


2021년 말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은 51.3%(IMF기준 55.1%)로 뜀박질했다. 이마저도 위기 시 정부가 상환해야 할 공기업 부채는 빠져 있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공공부문이 공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를 추가할 경우 한국의 국가부채 비율은 20%포인트가량 높아진다.


다시 강조하지만 기축통화국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들의 국가채무 비율과 우리 한국을 곧바로 비교해서는 절대 안된다. 국가부채가 28조달러에 이르는 미국이 끄떡없는 것도 바로 미국이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부채 비율이 252.3%에 이르는 일본을 비롯해 미국(130.7%) 프랑스(113.5%) 영국(107.1%) 등 대부분 선진국이 국가부채 비율 100%를 훌쩍 넘기고 있다. 그렇다고 국가부채를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할 여력이 있는 그들 나라와 우리의 상황을 단순 비교해 우리나라도 국가부채 비율을 더 높여도 된다고 주장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한국과 같은 비기축통화국은 국가부채가 증가하게 되면 당연히 국가신용도가 하락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환율도 상승하며 금융시장도 불안해지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더 이상 기축통화국 논란이나 국가채무 관련 논쟁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현실성이 전혀 없는 기축통화국 논란은 결국 포퓰리즘으로 돈을 더 뿌려도 된다는 것이고 이는 곧 국가채무 논란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재정만능주의는 우리의 미래세대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는 죄악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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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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