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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3-27 18: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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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의사협회장 선거의 프레임은 “최대집이냐 아니냐”이지, “누굴 뽑느냐”가 아니었다
-‘의사들 최후의 숨통’까지 틀어막겠다는 문재인이 감옥까지 각오한 사람의 당선 만들어
-한국의 의료는 병/의원과 개원의의 중노동과 낮은 이윤율로 돌아가는 박리다매 시스템


▲ 이번 의사협회장 선거의 이슈는 “최대집이냐 아니냐”였다.


의사협회장에 최대집 후보가 당선됐다.


사실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었던 게, 이미 6명이 출마한 선거에서 최대집 당선자의 이름이 선거기간 가장 많이 언급됐었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 선거의 프레임은 “최대집이냐 아니냐”이지, “누굴 뽑느냐”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을 지난주 한 의사분과 나눈 적이 있다.


뭐 심지어는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서, 밀린 협회비를 내면서까지 투표권을 회복하는 분들도 많았으니.


아니나 다를까, 최대집 당선자의 정치 행보나 언사가 현 정권 지지자들에 의해 급속도로 공유되며 의사 집단 자체를 무슨 상종못할 수구집단으로 매장하려는 시도가 시작됐는데!

기실 최대집 당선의 최대 공헌자는 다름 아닌 문재인이다.


공급과 가격을 국가가 통제하는 사회주의적 의료시스템에 이미 쌓여있는 불만을, 그나마 그 속에서도 비급여항목으로 틔어져 있던 작은 숨통까지 틀어막겠다는 문재인 케어에 대해, 지금까지처럼 살라미 전술로 하나하나 내줘온 전임자들과는 다르게, 감옥까지 갈 각오로 투쟁하겠다는 사람을 안 찍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이미 모두가 단일 국영의료보험에 당연 지정이 돼 있고, 병.의원은 의사 개개인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나 원가와 관계 없이 국가가 통제하는 낮은 수가에 진료를 할 수밖에 없으며 소신에 따른 전문적 판단으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시행한 처치는 심평원에 의해 과잉진료라며 삭감되어 돌아오고, 결국 낮은 이윤은 박리다매로, 적자는 비급여 진료로 어떻게든 때워가며 수지를 맞춰오던 중이었다.


덕분에 한국인들은 세계 최고 가성비로, 낮은 가격에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누려 왔다.

예약 없이 당일 방문해도 전문의의 수준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한국에서, 의사를 몇달씩 기다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문케어가 지향한다는 영연방 NHS식 국가완전보장 공공의료는 의사를 관료화, 공무원화해 웬만큼 기다리지 않고는 일반의를 만나기도 어렵고, 감기 같은 병은 진료를 기다리는 사이에 다 나을 정도다.


오늘 볼 환자 다 보면 칼퇴근하고, 환자 한번 보면 시간 죽 끌고, 그러니 몇달을 기다려서 만나는 일이 벌어지는데, 죽을 상병의 중환자는 어떻게든 살려놓지만, 웬만한 고통은 몇달을 참으면서 차례 되기를 견디란 거다.


써야 할 약도 국가의 비용 통제로 못 쓰고, 처치도 못해서 미국과 한국의 민간 병원에서라면 진작 처치하고 완쾌됐을 환자가 진료를 기다리다가 죽는 일까지 발생한다.


사실 한국의 다른 부분이 망가지더라도, 그래도 노년까지 한국에 살만한 유일한 이유가 있다면 바로 병•의원과 개원의들의 중노동과 낮은 이윤율로 돌아가는 한국식 박리다매 의료시스템이다.


의사들의 평균소득이 1억5천만 원이라며 무슨 적폐집단인양 선동을 하는데, 그럼 당신이 10년간 예과, 본과, 인턴, 레지던트 거치며 매 학기마다 인문사회계 대학생이 4년간 공부하는 분량을 암기하고, 최저시급이니 주 52시간이니 하는 소리는 사치인 중노동을 견뎌봐라.


아 물론 그 전에 의과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성적이 되는지는 차치하고. 그 정도 숙련과정을 투입하고, 6년의 기회소득을 날려가며 얻은 의사라는 타이틀이 겨우 대기업 직원 평균의 2배도 안되는 소득이라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게다가 개원의는 사실상의 자영업자다.

빚 내서 의료기기 들이고 병원 임차하고 사람들 고용해서 의원을 열었다가 도산하면 신용불량자가 되는 리스크까지 온몸으로 감당한다.


큰 병원이라고 다를 것 같나?

삼성의료원, 아산병원 같은 경우는 그냥 대기업이 적자 봐가면서 하는 사회 기여 사업이다.


그나마 비급여항목과 장례식장 같은 것으로 적자 메꿔가며 어찌어찌 돌리고 있는 거다.

한국인들은 그걸 고마운 줄도 모르고 대기업이 돈 벌려고 병원 한다며 선동이다.


아니 차라리 그 자리에 호텔을 운영하든지, 막말로 그냥 그 건물을 빌려주는 임대업 하는 게 더 이익이라니까.


의사들의 결론은 이거다.

지금까지처럼 문 열어주고, 한쪽 발 밀어넣고, 작은 거부터 하나하나 빼앗겨오다 보니 이제 아예 자기 집을 내줄 지경에 이른 식으로는 안되겠다는 거다.


그래서 강경 투쟁노선을 이야기하는 최대집을 뽑은 거고.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호의는 사치란 거다.

왜 의사가 돈이 되면 안되고, 위험은 자기가 짊어지고 모두를 위해 희생해야 하나?

당신이라면 그러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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