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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 판다로 세계인 속여 왔다!”, 분통 터뜨린 美 - 美의회, "판다 내세운 중국의 거짓 외교술에 속지 말자!" - 中, "미국 정치권의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불쾌감 - 中, 대미관계 개선 의향에도 美는 냉담 반응
  • 기사등록 2022-02-16 14:02:00
  • 수정 2022-02-16 16: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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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 외교’에도 번진 미중 갈등]


미국과 중국간 협력과 화해의 상징이었던 판다(Panda)가 미중갈등의 핫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판다가 미중간 화해의 상징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것은 지난 1972년이다. 당시 미 대통령 최초로 중국을 방문했던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에 대한 답례의 의미로 중국은 처음으로 판다를 미국에 보냈다.


미국에 건너온 판다는 현재 수도 워싱턴의 국립동물원과 조지아주 애틀랜타 동물원, 테네시주 멤피스 동물원 등 세 곳에서 지내고 있으며, 2020년 국립동물원에서 한 마리, 2016년 애틀랜타 동물원에서 두 마리 등 총 세 마리의 새끼 판다가 태어났다.


이렇게 판다는 냉전에 따른 미중간 적대관계의 청산을 상징하는 증표였는데 미중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미국내에서 중국이 판다를 앞세워 협력과 화해를 하는 듯 하면서 뒤에서는 미국의 뒤통수를 치는 나쁜 짓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이 더 이상 겉으로만 호감을 보이는 판다외교에 속지 말자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판다가 희귀 동물인데다 귀엽고 성품이 온화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다보니 덩달아 중국의 이미지도 개선시키는 효과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앤드루 나탄 컬럼비아대 정치학 교수는 “판다의 귀엽고 친근한 외모가 중국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어주고, 양국의 우호적인 관계의 상징이 됐다”고 설명했다.


▲ [사진=보발동물원 홈페이지]


[“판다 관련 미중간 약속 파기하자!”]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은 미국에서 태어난 판다를 중국에 보내지 않는다는 조항 외에도 중국의 대만 위협, 홍콩 민주운동가 및 신장위구르 소수민족 탄압 등을 규탄하는 내용이 대거 포함된 법안을 발의했다.


메이스 의원은 “중국이 ‘판다 외교’를 통해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탄압 등의 문제를 속이는 ‘쇼윈도 외교’를 펼치고 있다”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계기로 중국에 속지 말자는 뜻에서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미국에서 태어난 판다를 중국에 보내지 않는다”는 것은 중국이 타국과의 관계 발전을 위해 자국의 국보급 동물인 판다를 상대국에 보내더라도 완전한 증여가 아닌 대여 형식으로 보내면서 ‘판다외교’를 펼치고 있으며 만약 그 판다가 새끼를 낳게 되더라도 그 소유권이 중국에 있으며 중국이 요구하면 돌려 보내야 한다는 조항을 말한다.


또한 판다의 개체수가 줄어들면서 중국은 판다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 등 세계 각국의 동물원에 판다를 대여할 때 연 50만 달러~100만 달러(약 6억 원~12억 원)의 비용을 부과하고 있으며, 해외 대여 중인 판다가 현지에서 새끼를 낳을 때도 추가로 40만 달러를 지불하고 새끼 판다 또한 몇 년 안에 중국에 돌려보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은 “이제 중국 공산당에 ‘노(No)’라고 할 때”라며 “중국이 대중에 친숙한 판다를 이용해 신장위구르 지역 인권탄압 문제,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 등 미국과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있는 사안들에 대한 비판을 비껴가려 하고 있고 또 그를 통해 세계인을 속여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미 의회내에서는 “미국에서 태어난 판다를 중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중국과의 합의 규정을 거부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더 이상 판다를 미중간 외교의 상징으로 내세워서는 안된다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격렬하게 반발하는 중국]


이렇게 미국 의회내에서 판다와 관련된 법안이 추진되자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5일 자 사설에서 “중국 정부의 판다 임대는 오래된 외교적 전통”이라면서 “판다법은 편협한 미국 정치권의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러면서 글로벌타임스는 “보존해야 할 희귀 동물인 판다를 미국 정치권이 '악(惡)'으로 취급했다”며 분개했다. 또한 “판다 문제를 야기한 것은 미중 갈등을 부추겨 정치적 이익을 보려는 미국 정치권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이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행동은 이런 반중 정치인들과 미국의 반중 정책 뒤에 있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리하이둥 중국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도 "미국 정치인들이 중국의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면서 "미국 정치권이 평화의 상징인 판다를 반중국 정책의 도구로까지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아오 다밍 런민대 교수는 "낸시 메이스 의원이 다가오는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두고 당내 압력에 직면해 있는 것 같다"면서 "선거를 앞둔 미 공화당은 표를 의식해 중국 문제를 더 많이 정치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왜 판다법안까지 등장했을까?]


그렇다면 미국내에서 왜 판다라는 귀여운 동물까지 미중갈등의 희생양으로 등장하게 되었을까?


가장 우선적인 이유는 미국의 대 중국정책이 그야말로 압박 일변도로 옮겨가고 있고,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이전과는 다른 차원에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젠 중국과 완전히 인연을 끊는다는 수준으로 외교정책이 펼쳐지다보니 이런 결과들이 나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의 대 중국 전략이 강경하고 또 의회내에서 민주당, 공화당 할 것 없이 이 문제만큼은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고 보면 된다.


또한 미국인들의 반중정서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 퓨리서치가 조사한 바로는 지난해에도 꾸준히 미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나타났다는 것이고 그 비율은 75%에 육박할 정도였다.


특히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확산에 대해 패트리샤 김 USIP 선임 정책분석관은 지난해 2월 25일 주뉴욕총영사관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2013년부터 집권한 시진핑 권위주의 정부가 미국인들을 실망시켰다”며 “대중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미국 엘리트층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부정적 인식은 2018년부터 더욱 나빠지기 시작했는데 코로나19 사태 후 급격히 악화했다”면서 “코로나 사태 후 미국인 중 78%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의 책임이 중국에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1월의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내에서 민주-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중국때리기에 적극적으로 정치권이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의 민주당이 대 중국 공세를 강화하니까 야당인 공화당은 거기에 한술 더 떠 더욱 더 강력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 중국 거리두기’에 미국 사활 걸었다!]


지금 미국의 대외정책은 온통 중국 견제에 집중되고 있다. 심지어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진행 중이지만 미국은 그러한 이벤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갈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7일(현지시간) '반도체 굴기'를 위한 핵심 회사로 꼽히는 상하이마이크로일로트로닉스(SMEE·上海微電子裝備)를 포함한 중국 기업 33곳을 수출 통제 대상인 '미검증 리스트'(unverified list)에 등재했다.


미검증 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관은 대부분 전자 관련 기업이고 광학, 터빈 날개 관련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포함됐는데, 중국 최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인 우시바이오도 포함됐다. 여기서 미검증 리스트란 미 당국이 통상적인 검사를 할 수 없어 최종 소비자가 어디인지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더 엄격한 수출 통제를 하는 대상을 말한다.


그리고 같은 날, 1억 달러(약 1천200억 원) 규모의 패트리엇 미사일 프로젝트 서비스를 대만에 판매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또 8일(현지시간)에는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이 초당적으로 제품 생산에 강제 노동이 동원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해당 기업이 감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미 상원에서 발의했다.


이 법은 강제 노동이 이들 기업의 공급망에서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확실히 하기 위해 정기적인 감사를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NBC는 "이 법안은 중국이 신장 지역에서 강제 노동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에 직면한 가운데 발의된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신장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에 서명한 바 있다. 이 법안은 상원과 하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의회를 통과했다.


이어 11일(현지시간)에는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과의 공조 구상 등을 담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이 역시 중국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만한 내용들이 줄줄이 담겨 있었다.


[중국, 대미관계 개선 의향은 보이지만...]


이렇게 미국이 줄줄이 대 중국관계에 있어서 강경책들을 연이어 내어 놓고 있는 가운데 1972년 닉슨 전 대통령의 방중 50주년을 맞아 중국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열면서 조심스럽게 미국과의 화해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중국이 대외관계의 '핵심'인 미중관계 안정화를 위해 닉슨 방중을 하나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미중 관계 정상화의 마중물 역할을 했던 '핑퐁 외교' 50주년이었던 작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11월·미 휴스턴)를 계기로 급조된 미중 연합 혼합복식조를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지난 10일에는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 때 지난 1972년 2월 21일 중국을 방문한 닉슨 전 대통령을 기념해 닉슨 방중과 상하이 코뮤니케 5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중관계가 다시 그때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행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조심스러운 접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분위기는 냉담하다. 오히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일촉즉발 상황에서도 쿼드 4개국 외교장관 회의를 호주에서 열었고, 곧바로 귀국하는 길에 하와이에 들러 한미일외교장관 회의를 하면서 대중국 견제책을 내놓았다. 이는 미국 대외정책의 우선순위가 단연 중국 견제에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미국의 대 중국 정책은 오는 11월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공화 양당이 경쟁적으로 그 강도를 더해갈 것이고, 이는 올가을의 당대회를 앞두고 미중관계의 안정화를 기하려는 시진핑의 노선과 크게 엇나가면서 미중간 갈등 양상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로 이러한 미중간 충돌 양상의 전면에 미중간 우호와 협력의 상징이었던 판다가 전면으로 떠올랐다고 보면 된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더 이상 중국의 화려한 포장을 앞세운 외교정책에 속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며, 판다라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을 앞세워 이미지 세탁을 하려는 중국의 노림수에 대해 미국이 경종을 울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중국의 봄날은 서서히 저물고 있고, 더 이상 중국의 변검술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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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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