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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폐쇄국가 지향하는 中, 도대체 뭘 노리는 것일까? - 영어 표기 없애면서 노골적 폐쇄국가 지향 - 도 넘는 중화사상과 탈 세계화 정책이 고립 자초 - 오만과 고립의 청나라때 닮아가는 중국
  • 기사등록 2022-02-11 14:03:22
  • 수정 2022-02-11 15: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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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표기 없애면서 노골적 폐쇄국가 지향하는 중국]


도대체 중국이 왜 이럴까?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 “중국이 세계와 소통하기 위한 창문을 아예 걸어 잠그고 있다”면서 “탈(脫)세계화를 하려고 작정한 것 같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고 있다.


▲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 “중국이 세계와 소통하기 위한 창문을 아예 걸어 잠그고 있다”면서 “탈(脫)세계화를 하려고 작정한 것 같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고 있다.


SCMP가 이렇게 보도한 것은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두달 간 베이징과 인근 톈진의 지하철 각 역에서 기존 영어 이름 표기를 중국어로 읽을 때 나는 소리인 병음(拼音·알파벳을 이용한 중국어 발음 표기) 표기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톈진 빈하이 국제공항의 표기는 기존 'Tianjin Binhai International Airport'에서 중국어 ‘빈하이 궈지지창(滨海国际机场)의 발음 그대로인 'Binhai Guo Ji Ji Chang'으로 바뀌었고, 베이징 철도역은 'Beijing Railway Station'에서 'Beijing Zhan(北京站)'으로, 올림픽 공원(奥林匹克公園)은 'Olympic Park'에서 'Oaolinpike Gongyuan'으로 각각 교체됐다고 SCMP는 전했다.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 제2터미널(二號航站樓)도 ‘2 Hao Hangzhanlou(Terminal 2)’로 표시하고 있다.


▲ 바뀐 톈진 빈하이 국제공항의 표기 [사진=SCMP 갈무리]


그러면서 SCMP는 "중국의 문해율(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97%이나 한어병음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전체 14억 인구의 약 70% 정도"라며 "누구를 위한 한어병음 표기인지 질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SCMP는 이어 "많은 외국인이 불편을 토로했고, 중국인들도 영문을 모르겠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영어를 중국한자에 붙여 설명하는 것은 외국인의 편리를 위한 것인데 공항이나 전철역 등의 중요 행선지 표기를 영어가 아닌 중국어 병음만 달아놓으면 중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베이징 당국은 2017년 12월 제정된 '공공 서비스 지역에서 영어 사용에 관한 지침'을 따른 것이라고 밝혔으나, 지금 시점에 표기를 교체한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고 SCMP는 지적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그렇다면 중국은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영어로의 병음 표기는 중국인들에게는 전혀 필요없는 것이고, 오직 중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만 유효한 표식인데 이를 아예 중국어로 바꿔버리는 그 속셈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중국 정부는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국제화에 주력하면서 택시 운전사들에게 영어 교육을 했다. 영어가 통하는, 세계화된 중국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젠 이러한 영어 중용 방침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SCMP는 이에 대해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이후 10여 년간 중국과 다른 선진국들의 관계가 악화됐으며, 중국의 문화적 개방성이 뒤집혔다”면서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지위가 높아지고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커지면서 개방성이 줄어들고 국제화에서 멀어지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SCMP는 베이징의 택시 운전사 왕하오(48)의 말을 빌어 지금 중국의 생각이 어떠한지 설명했다.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우리는 외국 손님들을 맞이하는 것에 열광했다"며 "회사에서는 영어를 의무적으로 익히게 했고 손님에게 영어로 이야기하며 환대를 표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택시 운전사 왕하오는 “최근 몇년간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솔직히 말해서 나는 외국인 승객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중국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코로나19 사례는 해외에서 유입됐고, 많은 서방 국가는 중국에 우호적이지 않다”면서 “나는 따돌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SCMP는 “이러한 왕하오의 발언은 중국의 공식 입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며 코로나 팬데믹에 대해 중국 공산당이 펼쳐온 홍보캠페인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CMP는 “중국 지도부는 공개적으로 '신 냉전 사고'를 반대하고 세계화를 지지한다고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이후 3년간 중국의 '늑대 전사 외교'와 서양에 대한 적대감은 확대돼 왔다”고 꼬집었다.


SCMP는 또한 "중국 주재 외국 외교관들은 갈수록 관영 기관의 학자들과 접촉하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한다"며 "지난 1년간 중국 주재 외국 공관이 현지 관영 기구에 보낸 초대장은 대부분 거절됐다"고 전했다. 그만큼 중국이 외국인들에 대한 비우호적 태도가 확산되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 외교관은 SCMP에 “많은 초대가 코로나19 통제를 이유로 거절됐다”며 “자신과 동료들이 최소 1년 넘게 중국에서 지내고 있고 백신 접종을 마쳤음에도 어떻게 그런 핑계를 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중국은 교육 분야에서도 영어 교육을 장려하지 않으며 오히려 영어교육을 퇴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중국 고위층 자녀 상당수가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으면서도 중국 정부는 되려 청소년에 대한 영어 교육이 과도한 사교육을 부추긴다며 영어 교육을 사실상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중국의 문화적 디커플링이 강력한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교육 당국은 이미 초·중·고교에서 영어로 된 외국 교과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상하이 등에서는 지난해 초등학생에 대해 영어 시험을 금지했다. 또한 외국인에 의한 영어 교육 역시 전면 중지시켰으며 국제 커리큘럼이 있는 학교에 대한 감시도 강화했다.


중국 교육계 인사들에 따르면, 중국 대학 강의에서 쓰이는 예문도 영어 등 외국어로 된 글은 사용이 엄격히 제한되고 시진핑 주석의 연설 등 중국 당국의 입장을 담은 예문을 쓰도록 장려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옥스퍼드대학의 조지 매그너스 연구원은 “시진핑 시대의 정치적 풍향계가 개방보다는 폐쇄를 지향하고 있으며 문화적 탈 세계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당국의 이러한 외국인 배척 태도는 중국 체재 외국인 수의 감소로도 나타나고 있다. SCMP는 중국 인구 센서스를 인용해 “2020년 11월 상하이의 외국인은 16만3천명으로 10년 전의 20만8천명에서 20% 이상 줄었다”면서 “같은 기간 베이징의 외국인은 40%가 줄어든 6만3천명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이어진다면 외국인 이탈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고 SCMP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옌쉐퉁(閻學通)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지난달 한 컨퍼런스에서 "중국의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가 국력에 대해 과도한 자신감과 서방에 대한 강한 적대감으로 무장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의 오만과 고립, 청나라때도 그랬다!]


그런데 시진핑의 중국이 이렇게 세계적 흐름에 역주행을 하면서 폐쇄지향의 정책을 펼치는 것을 보면 마치 몰락 직전의 청(淸)나라를 보는 듯하다. 사실 그 엄청났던 청나라가 무너진 것은 한마디로 중국이 세계 최고라는 오만과 외국으로부터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면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시진핑의 중국몽과 중국 공산당이 지금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중화주의는 청나라 당시의 정국과 너무나도 유사하다. 청나라의 최전성기였던 건륭제 당시 중국은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고 가장 우월하다고 생각했고 ‘땅이 크고 물산이 풍부해 있어야 할 건 다 있다(地大物博 應有盡有)’고 생각했다. 그래서 외국과의 교역은 필요없다고 판단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청)의 은혜를 입고 싶으면 우리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래서 벌어진 것이 유명한 ‘삼궤구고두(三跪九叩頭)’ 사건이다. 삼궤구고두란 청나라 황제에 대해 세 번 무릎 꿇고 아홉 번 절하는 인사법을 말한다. 그런데 영국의 사절단에게 바로 이 삼궤구고두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는데, 이러한 청나라의 고압적 자세와 폐쇄성은 후일 청나라의 몰락을 재촉하는 단서가 된다.


또한 청나라의 외교적 고립은 심각했다. 사실 명(明)조 때만 해도 외교가 상당히 개방적이었다. 그래서 환관 정화(鄭和)가 대함대를 이끌고 인도·아프리카를 원정할 정도로 진취적이기도 했지만 이러한 풍조가 청나라 접어들면서, 그것도 청나라의 최절정기에 이르면서 완전히 폐쇄적으로 바뀌었다. 역시 중국이 세계 최고라는 자아도취적 중화사상이 청나라의 외교를 그렇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러한 청나라가 결국 어떻게 역사에 기록되고 있는가? 19세기 후반 제국주의 열강의 힘에 의해 결국 개방을 강요당하고 국토를 분할당하는 수모를 겪으면서 무너져 내린 것 아닌가? 외부 자극에 적대감을 보이면서 더욱 더 폐쇄적으로 국가를 운영했던 청나라의 그 모습이 지금 시진핑의 중국에서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의 고립과 폐쇄국가화는 중국 공산당의 핵심 정책으로 이미 수립되었고 또 그렇게 나아갈 것이라는 데 더욱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 2020년 10월말 열린 중국 공산당 19기 5중전회의 공식문건은 서방세계에 대한 경멸과 적대감을 그대로 표출하면서 10월 29일 채택된 ‘공보(公報)’에 ‘고립’의 메시지를 담았다. 다시말해 중국의 고립화와 폐쇄국가화가 갑자기 튀어 나온 것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이 정책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방향이라는 것이다.


물론 중국의 경제 자체가 그동안 ‘세계의 공장’이면서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했기에 유지되어 왔었지만 미국과의 디커플링이 본격화하기 시작하면서 본질적 지향점이 변해가고 있다는 것은 사실 큰 충격이다. 아무리 대외적으로 개혁개방과 자유무역을 강조한다 해도 중국 공산당이 ‘내적(內的) 지향성’을 보이면서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근다는 것은 중국의 미래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


중국의 이러한 내적지향성을 보여주는 우선적 단서가 바로 시진핑 주석이 제기했던 ‘쌍순환(雙循環)’이다. 쌍순환 정책은 시진핑 주석이 지난 2020년 5월에 제시한 것으로 내수시장 활성화를 통한 국내 순환의 기초 위에서 대외무역의 공급사슬을 조화시켜 코로나19의 충격을 극복하겠다는 정책이다.


이러한 쌍순환 정책은 사실상 수출과 흑자를 중시하던 중국의 경제정책을 내수시장의 확대를 통해 균형을 잡겠다는 것이라 정리할 수 있다. 말로는 내수와 무역의 조화를 거론하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국가 경제의 ‘내적 순환’이 커지고 대외의존도가 축소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점을 알아야만 한다.


또 5중전회 공보를 보면 과학기술 분야에서 ‘자립과 자강’을 강조했다. 공보에서 이렇게 자립을 강조한 것은 미국과의 디커플링이 심화되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경제를 내수시장에 의존하고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자립으로 간다면 그러한 중국의 미래는 과거 청나라가 밟았던 그 길로 가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스스로 최고라는 착각과 환상 속에서 우쭐대던 바로 그 청나라 말기의 모습과 정확하게 오버랩된다는 뜻이다.


2022년의 중국. 외교적 오만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또 일방적인 ‘왕따’를 자초하고 있으며 내적 지향성의 생존전략은 국가보다 시진핑이라는 최고권력자의 안위를 지켜줄 수는 있겠지만 결국 중국의 몰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임이 뻔해 보인다. 지금 그 냄새가 짙게 풍겨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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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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