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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한 이유? - 도발 수위 아직 결정 못해 숨고르기 나선 김정은 - 자아비판 넘쳐난 최고인민회의, 김정은 보호 위한 듯 - 北최고인민회의 열린 7일, 美 북한지역 정밀정찰
  • 기사등록 2022-02-09 13:53:24
  • 수정 2022-02-09 1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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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고인민회의 6~7일 개최]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 회의를 지난 6일과 7일 이틀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이 8일 보도했다.


이 회의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불참했으며 대신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개회사와 폐회사를 맡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우선 고정범 재정상이 올해 지출을 전년 대비 1.1% 늘리고, 경제 분야 예산은 2% 증액한 예산안을 보고하면서 지난해 예산 결산과 함께 올해 예산을 편성했다.


이러한 예산안은 최근 예산과 비교해볼 때 매우 낮게 증가한 것이다. 북한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는 경제건설 부문 예산을 매년 4.9∼6.2%씩 늘려왔지만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0.6%로 소폭 인상한 데 이어 올해도 상대적으로 아주 낮은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다만 북한은 코로나 팬데믹 대응을 위한 항목을 신설하고 지난해보다 33.3% 늘렸다.


이러한 예산 편성에 대해 고정범 재정상은 "대유행 전염병을 비롯한 세계적 보건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지출 항목을 새로 내오고 지난해에 비상방역으로 지출된 자금보다 늘려 우리의 방역을 선진적이며 인민적인 방역체계로 이행하는 사업을 적극 내밀 수 있게 자금적 담보를 마련했다"고 보고했다.


한편, 국방비 예산은 총액의 15.9%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으며, 사회주의 문화 발전을 위한 사업 예산과 교육 예산은 각각 0.4%, 2.6% 증액 편성했다.


▲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 회의를 지난 6일과 7일 이틀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자아비판 넘쳐난 최고인민회의, 이유는?]


특이한 것은 이날 최고인민회의에서 지난해 경제사업의 문제점들에 대한 '반성문'을 줄줄이 쏟아내는 자아비판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맨 먼저 내각을 이끄는 김덕훈 총리부터 주인의식 부족을 자책하는 자아비판에 나섰다. 김덕훈 총리는 이날 "지난해 내각사업에서 심중한 결함들도 나타났다"며 "지난해의 투쟁 과정을 통해 우리는 당에서 아무리 정확한 경제 정책을 제시하고 믿음과 권한을 부여해줘도 경제 지도 일꾼들이 나라의 경제 사업을 책임진 주인으로서의 본분을 다하지 못한다면 경제 사업과 인민 생활에서 그 어떤 진보도 기대할 수 없다는 심각한 교훈을 찾게 된다"고 자아비판을 했다.


그러면서 김덕훈 총리는 올해는 "국가경제 전반을 통일적으로 걷어쥐고 모든 부문, 모든 단위들이 인민경제계획을 순별·월별·분기별로 무조건 수행하는 강한 규율을 세우겠다"며 "허풍을 철저히 뿌리 뽑고 불합리한 수속 절차와 승인제도를 합리적으로 바로잡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정범 재정상도 국가 예산 보고에서 "일군들이 국가예산수입계획을 무조건 수행하겠다는 각오가 부족한 데로부터 일부 단위가 예산 수입 계획을 미달했다"고 자아비판을 했다. 고정범 재정상은 이어 코로나 감염증 비상방역상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 맞춰 "경제조직 사업을 방법론 있게 진행하지 못해 국가예산 집행에 적지 않은 지장을 주는 현상들도 나타났다"며 "자기 단위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그릇된 일본새(업무태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언제 가도 나라의 경제를 장성궤도에 올려세울 수 없다"고 다그쳤다.


이어 토론에 나선 대의원(남한 국회의원 격)들도 자아비판에 동참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총 18명의 최고인민회의 소속 대의원의 보고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각 당국자들은 자신의 해당 분야에서의 결함(부족함)을 언급하면서 올해 사업에서는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특히 양승호 대의원은 "지난해 내각의 경제지도 일군들이 경제사업을 과학적으로 작전하고 지휘하지 못해 생산과 건설에 후과(나쁜 결과)를 미치게 했다"면서 자신들의 업무태도가 '피동적'이었다고 자책했다.


이 밖에도 여러 대의원들이 앞다투어 나서서 화학공업 부문에서의 무책임한 설비·기술관리, 건설건재공업 부문에서의 소극적인 사업 추진, 지방 공업공장에서의 잘못된 자재 보장대책 등을 고백하며 올해 시정을 다짐했다.


북한의 간부들이 이렇게 자아비판을 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데 이는 여전히 핵심과업의 성취를 위해 갈 길이 멀다는 현실을 보여 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최고위층부터 대의원들까지 줄줄이 자아비판을 나선 핵심적인 이유는 지난해의 극심한 경제난에 대한 책임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관료들이 스스로 책임을 시인하면서 자아비판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왜 최고인민회의에 나오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김정은은 왜 최고인민회의에 나오지 않았을까? 김정은은 그동안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아님에도 회의에 참석해 시정연설 형식으로 대외 메시지를 내놓았었다.


실제로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인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미북회담을)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는 9월 5차 최고인민회의에서 “10월 초부터 남북 통신선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올해 들어 7번의 미사일을 쏘면서 릴레이 무력시위에 나선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회의에 나와 분명한 대미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특히 최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개 모라토리엄(유예) 철회 검토 등을 시사하며 대외정책 수위를 끌어올린 바 있어서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됐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회의에 불참하면서 별도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다.


그렇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왜 회의도 불참하고 대외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을까? 우선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지금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지난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올림픽 개최를 축하하는 축전을 보내 올림픽 성공을 응원하기도 한 마당에 강경한 대외 메시지를 내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동계올림픽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제정세를 심각하게 만들 수 있는 메시지를 냈다가는 북한의 든든한 뒷배가 되고 있는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면서 앞으로의 행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오는 20일까지 동계올림픽이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김정일 생일인 16일의 광명성절 역시 내부잔치로만 치러질 가능성도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다른 이유로는 아직까지 김정은의 핵무력에 대한 모라토리움 실행 여건이 덜 성숙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시간을 더 기다리는 차원에서 이번에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니까 현재로서는 핵무력에 대한 모라토리움에 대해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미 7차례의 미사일 도발로 인해 미국이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를 논하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핵무력에 대한 모라토리움을 선언하게 되면 그때는 정말로 미국이 분노하게 되면서 전략적 인내를 걷어치우면서 군사대응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숨을 돌리는 차원에서 이번에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물론 그렇다고 핵무력에 대한 모라토리움 선언을 김정은이 포기한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앞으로 아버지 김정일의 80번째 생일(광명성절·2월 16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추대 10주년(4월 11일), 국방위 제1위원장 추대 10주년(4월 13일), 김일성의 110번째 생일(태양절·4월 15일) 등의 굵직굵직한 행사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그런 날들 중 하나를 골라 강도 높은 대미 메시지를 내 놓을 가능성도 있다.


또다른 이유로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이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인 이슬람국가(IS)의 우두머리 아부 이브라힘 알하시미 알쿠라이시를 제거한 것도 김정은의 운신 폭을 줄이는데 한몫했을 가능성도 있다.


과거의 예를 보면, 미국이 이렇게 테러조직의 수장들을 제거하고 나면 김정은은 대외 활동을 자제하면서 칩거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7일(현지시간), 지난해 8월 미군의 아프간 철군 당시 미군 13명 등 약 170명의 희생자를 낸 카불공항에 대한 테러를 지시한 'IS 호라산'(IS-K) 수장에 거액의 현상금을 걸고 본격적인 수배에 나서면서 “지구 끝까지 추적해 엄청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보복을 다짐하고 있는 것도 김정은에게는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이유가 되었건 그동안 40여일에 걸쳐 7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했던 김정은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 나타나지도 않고 특별한 대외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김정은의 본심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집착은 더욱 강해질 것이고, 지금까지의 북핵 정책 또한 변함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北최고인민회의 열린 7일, 美 북한지역 정밀정찰]


한편,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열었던 7일, 미국 해군의 애리스(EP-3E) 정찰기가 서해상으로 날아와 장시간 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 해군의 애리스 정찰기 1대가 7일 낮부터 늦은 밤까지 인천 지역과 서해상으로 날아와 비행 임무를 했으며, 오랜 시간 정찰을 지원하기 위해 미 공군의 공중급유기까지 동원되어 급유 지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연속으로 미사일 도발을 하고 또 핵실험도 할 수 있다는 정황증거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미군이 집중적으로 정찰기를 투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군은 지난 3일과 4일에도 북한 전역의 미사일 전자신호를 포착하고 무선감청이 가능한 미 공군의 리벳조인트(RC-135W) 정찰기가 서해상과 수도권 상공으로 연이어 날아와 대북감시를 벌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군의 이러한 북한 정찰비행을 군용기 추적사이트 등이 감지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는 것은 북한에게 다 보고 있으니 레드라인을 넘저 말라고 경고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미군의 대응이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과 기싸움하는 김정은의 선택은?]


이젠 북핵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기싸움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군사대응 카드도 준비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은 김정은에게도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김정은이 어느 때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 김정은의 그러한 결정으로 인해 한반도 상황이 어떻게 변화될지도 관심거리다. 이럴수록 우리 대한민국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김정은에게 저자세 외교를 하면 할수록 우리는 김정은에게 쥐어진 장기판의 ‘졸(卒)’ 밖에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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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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