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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 CFR, ”오직 시진핑만을 위한 베이징 동계 올림픽“ - 베이징 동계올림픽, 시진핑에게는 독(毒)이 될 수도 - 베이징올림픽, 반중 이미지 강화 계기 될 것
  • 기사등록 2022-02-07 14:08:29
  • 수정 2022-02-07 15: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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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R, ”오직 시진핑만을 위한 베이징 동계 올림픽“]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미 외교협회(CFR; Council on Foreign Relations)가 지난 1일(현지시간),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경기: 동계 올림픽이 중국의 골칫거리가 된 이유”라는 흥미로운 글을 실었다.


▲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미 외교협회(CFR; Council on Foreign Relations)가 지난 1일(현지시간),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경기: 동계 올림픽이 중국의 골칫거리가 된 이유”라는 흥미로운 글을 실었다.


이 기관의 중국 전문가인 이안 존슨(Ian Johnson)이 쓴 이 글은 “지난 2015년 중국이 2022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때만 해도 승승장구하는 중국에게 또 하나의 행운처럼 보였지만 정작 올림픽이 시작된 지금은 오히려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선 중국이 2008년의 베이징 하계올림픽에 이어 그토록 동계올림픽 개최에 열을 올렸던 이유가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CFR은 봤다.


사실 중국이 지난 2008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하는 과정에서도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한 논의가 많았지만 세계는 그래도 중국이 올림픽을 열게 되면 인권 문제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에 ‘중국의 정치적 개방’이라는 논리가 지배하면서 올림픽을 열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나 2022년의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지금까지도 중국의 인권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중국의 신장위구르 소수 민족 탄압에 홍콩의 인권문제까지 불거졌다. 이런 이유로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자유세계의 외교적 보이콧 논란으로 이어졌고, 세계인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하는 스포츠 축제로 저평가 받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강력하게 동계올림픽 유치를 하게 되는 과정에는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시진핑의 장기계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2013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당시 베이징은 당초 개최지 후보로 부각되지도 않았었다. 2018년 동계 올림픽은 한국의 평창으로 이미 결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다음 동계 올림픽은 오슬로, 스톡홀름, 뮌헨, 크라쿠프와 같은 유럽의 주요 국가 중 하나에서 열릴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해당 도시들이 하나 둘 개최 의사를 철회했다.


이유는 약 510억달러(61조7000억원)을 쏟아 부었던 2014년 러시아 소치올림픽 이후 엄청난 적자가 부담이 됐고, 이 때문에 개최 희망 도시의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와 중국의 베이징만 남게 된다. 그럼에도 중국의 베이징이 최종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는 데는 문제가 있었다. 우선 베이징은 춥지만 건조하고 동계 스포츠를 하기에는 아주 부적절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눈이 별로 오지 않는 베이징의 특성상 만약 동계올림픽을 열려면 대부분 인공눈 위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막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반면 알마티는 천연 눈으로 뒤덮여 있어서 당연히 동계올림픽 개최지로는 베이징보다 훨씬 여건이 좋았다.


실제로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지금 선수들은 100% 인공눈 위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다. 5일 CNN 방송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자료를 인용해 “이번 동계올림픽에 쓰일 인공눈을 만드는 데 4천900만갤런(1억8천549만L)의 물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1억명에 달하는 인구가 하루 동안 마실 수 있는 규모로, 지구온난화 탓에 전 세계적으로 담수량이 줄어드는 추세를 고려하면 상당한 양”이라고 CNN은 꼬집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알마티가 선정되어야 했다. 그러나 투표 결과는 44대 40으로 베이징으로 결정되었다.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돈’이 카자흐스탄을 눌렀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돈에 눈이 먼’ IOC의 근본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 스포츠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특히 당시 시진핑은 주석으로 취임한 지 1년여가 지난 상황이었고 자신의 업적을 남기는데 뭔가 성과가 필요했다. 또한 그때부터 이미 내부의 정적들을 제거하기 시작하면서 장기독재의 구상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자신의 연임 임기가 2022년에 끝난다고 봤을 때 임기 제한을 넘어서기 위해 국내적으로도 그렇고 대외적으로도 인상을 남길만한 거대한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동계 올림픽 유치에 열을 올렸던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재력이 부족한 카자흐스탄보다 돈을 쏟아붓겠다고 자신하는 중국을 IOC는 선택했던 것이다.


CFR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유치 확정 2년 후 시진핑은 스스로 임기제한을 폐지했다”면서 “이러한 일련의 스케줄을 그저 우연으로 보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CFR은 “전 세계의 지도자들이 몰려오는 바로 그해(2022년) 초에 동계올림픽을 시진핑 주도하에 연다는 것은 자신의 대관식을 준비하는 출발점으로 계획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올림픽 개최를 통해 자신과 중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 메이킹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다면 자신의 장기집권 가도를 탄탄하게 열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베이징 동계 올림픽은 그야말로 세계인의 축제라기보다 ‘시진핑의, 시진핑에 의한, 시진핑을 위한 축제’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시진핑에게는 독(毒)이 될 수도]


문제는 자신의 대관식을 위한 오프닝 팡파르로 계획했던 동계올림픽이 오히려 고스란히 자신을 옥죄는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CFR은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정작 시작되면서 베이징의 원래 구상과는 많이 다르게 흘러가면서 오히려 베이징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봤다.


이렇게 흘러가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코로나 팬데믹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코로나 무관용 정책은 이미 동계올림픽 자체를 세계인의 축제가 아닌 무관심의 대상으로 변질시켜 버렸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베이징 당국이 코로나 팬데믹에 대해 무관용정책(제로 코로나)을 펼치는 것은 코로나19에 더 효과적인 백신을 수입하기보다 예방접종 효과가 열등한 국내산 접종을 고수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코로나 팬데믹을 이겨냈다는 시그널을 보내기 위해 무리하게 전 도시를 통제하고 시민들의 이동도 완전 봉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한 “중국의 잘못된 정책이 동계올림픽 분위기를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었고 그러한 문제가 결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것이 CFR의 분석이다.


또 하나,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시진핑 주석에게 독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인권문제 때문이다. 특히 신장 위구르 관련 인권 문제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전 세계에 더욱 이슈가 됐다. 이러한 분위기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래도 지난 2008년 하계올림픽 때는 대외적으로 전 세계의 축하속에 치러졌다. 이때 참석한 전 세계의 정상급 인사는 88개국 111명이나 됐다. 미국에서는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과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부자(父子)를 비롯해, 영부인 로라 부시 여사, 미·중 수교의 산증인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이 개막식에 참석했다.


그러나 2022년의 동계올림픽에는 정상급 인사는 겨우 20명으로 2008년에 비교가 안될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나마 눈에 띄는 인물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정도다.


CNN도 4일(현지시간), “미국 등 서방의 '외교적 보이콧' 속에 치러지는 베이징(北京) 동계올림픽 개막식의 참석 정상 면면을 보면, 친(親)중국 성향의 권위주의 지도자들로 이뤄진 신흥 블록이 연상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CNN은 “영국매체 이코노미스트의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2020년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개막식에 참석하는 정상급 인사 20여명 중 약 절반이 권위주의 국가 지도자”라고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중국인들에게도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CFR은 내다봤다. 다시말해 지난 2008년의 하계올림픽 때는 중국이 세계최대의 스포츠 축제를 치르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으나 올해 동계올림픽 때는 그러한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임에도 마치 해외에서 진행되는 듯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분위기가 시진핑 주석에게는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CFR의 진단이다. 일단 3연임을 향한 분위기 조성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베이징올림픽, 반중 이미지 강화 계기 될 것]


CFR이 또 하나 지적한 것은 이번 올림픽을 진행하는 동안 중국의 강압주의나 인권 문제들이 일어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즉, 올림픽 경기를 진행하면서 선수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고 아니면 중국 당국의 실수로 그러한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울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베이징에 도착한 올림픽 선수들은 중국의 무지막지한 통제와 봉쇄를 가장 먼저 경험할 수 있었다. 대회 참가 선수나 관계자의 동선을 베이징 시민과 완전히 차단하는 방식인 ‘폐쇄형 루프(閉環)’라고 부르는 방역체계를 가동했는데, 이를 운영하는 것을 보면 중국식 사회주의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한마디로 강압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올림픽이라는 축제에 참석한 선수들을 완전히 경기 기록을 재는 인간 기계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게 만들었다.


여기에다 개막식이 열리던 4일, 네덜란드 기자가 현장을 생중계하던 도중 갑자기 팔에 붉은 완장을 찬 중국인 보안 요원이 카메라 앞에 난입해 기자를 끌어내는 장면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는 일이 발생했다. 끝내 네덜란드 현지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이를 지켜보던 앵커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중계를 중단했다.


당시 화면은 SNS에서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생중계 당시 화려한 올림픽 경기장 대신 어두컴컴한 길거리가 배경으로 나온다는 이유로 보안 요원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황당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사건은 중국이기에 가능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중국’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해당 방송사인 NOS는 즉각 트위터 계정을 통해 "우리 특파원이 카메라 앞에서 보안 요원에게 끌려나갔다"면서 "유감스럽게도 이런 일이 중국에 있는 취재진에게는 점점 일상적인 일이 되고 있다"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또 CNN 등 미국 언론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서 자국 대표 선수단에 “대회 기간 개인 휴대전화는 (베이징에 가져가지 말고) 집에 두고 임시 휴대전화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경기 참가에 필수적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포함한 일부 앱이 개인 정보 유출 등에 악용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CNN은 “이번 경고가 중국의 첩보 활동 및 지식재산권 절도에 대한 미 안보당국의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나왔다”고 덧붙였다.


또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 행사에 한복을 등장시켜 논란을 일으켰다. 물론 중국 입장에서는 한복을 입은 여성이 54개의 중국 소수민족 의상을 입은 이들과 함께 등장하기 때문에 문화침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내에서 그러한 논쟁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사실상 중국이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미 중국이 김치나 갓, 심지어 한복까지도 중국 고유의 것이라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중국의 문화공정으로 인해 한국인들이 엄청난 불쾌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문제가 일파만파 확대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사실 중국은 그동안 우리나라 전통 문화를 중국 소수민족의 문화로 치부해 왔다. 중국이 이렇게 역사공정과 함께 문화공정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실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 때문이다. 그 고대 역사를 한국의 역사로 인정하게 되면 후일 심각한 영토분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보고 이를 철저하게 봉쇄하려 한다. 그래서 역사공정을 하는 것이고, 그러한 역사공정의 일환으로 조선족을 앞세워 한국 문화까지도 소수민족의 중국 문화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자업자득이다. 이렇게 베이징 올림픽은 축하를 받기는커녕 이웃나라 한국에서까지 분노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다시 묻는다. 올림픽은 과연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IOC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인가?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전 세계의 스포츠인들을 위한 축제의 장인가, 아니면 유례없는 3선을 넘어 장기 독재를 노리고 있는 시진핑에게 권위를 부여해 주기 위해 열리는 것인가? 도대체 올림픽의 목적은 무엇이며 누구를 위해 열리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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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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