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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결국 호주에 고개 숙인 중국 - 호주 대사에 비둘기파 부임, "호주와 관계 개선 희망" - 호주 전문가, “상황은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비판 - 호주인 대다수가 반중정서, 중국과 관계개선 쉽지 않을 것
  • 기사등록 2022-01-29 22:09:43
  • 수정 2022-01-30 08: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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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화해 손길 내민 중국]


중국이 결국 호주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면서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해 이러한 중국의 조치가 양국 관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8일, “새롭게 호주 대사로 부임한 샤오첸(肖千)이 호주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했다”면서 “샤오첸 신임대사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 지난 26일(현지시간) 샤오첸 신임 주호주 중국대사(왼쪽에서 세번째)가 호주에 도착해 공관 직원들과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주호주 중국대사관]


주(駐)호주 중국대사관은 샤오첸(肖千) 신임 대사가 지난 26일 호주에 부임한 후 취임 연설에서 "건전한 중국과 호주 관계는 양국과 양국 국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면서 "양국이 역사, 문화, 사회제도, 발전 단계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장기적이고 큰 관점에서 상호 존중, 평등, 상호 이익의 원칙을 고수한다면 앞으로 양국 관계가 발전할 것"이라면서 양국 관계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샤오첸(肖千)는 이어 "양국 간 다양한 분야의 교류 협력을 진전시키고 양국 관계의 꾸준한 발전을 도모할 것을 약속한다"면서 "주 호주 중국대사관 홈페이지가 각계각층의 친구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양국 간 교류 협력을 촉진하는 가교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국매체들, 샤오대사 발언에 긍정 평가]


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샤오첸(肖千) 신임대사의 발언에 대한 중국 매체들의 평가다. 일단 중국 관영 매체와 전문가들은 “샤오 대사의 발언이 안보 갈등과 이로 인한 무역 보복 등으로 악화일로인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호의의 제스처”라고 평가했다.


특히 호주를 공격하는데 앞장섰던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도 27일 논평을 통해 "신임 대사의 메시지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양국 관계를 리셋하고 개선하기 위한 친절과 호의를 보여줬다"면서 "이는 양국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천훙 화동사범대 호주학센터 교수도 "올해는 중국과 호주가 수교를 맺은 지 50주년이 되는 해"라면서 "이는 올해가 양국의 손상된 관계를 재설정할 좋은 기회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비둘기파 샤오첸을 호주대사로 보낸 이유?]


이렇게 중국이 그동안 호주를 향해 강공자세를 펼치던 태도에서 벗어나 비둘기파라 말할 수 있는 샤오첸 대사를 호주로 새롭게 보낸 이유는 한마디로 호주와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함일 것이다.


그동안 중국과 호주가 코로나19 기원 조사와 안보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어 왔는데 중국은 더 이상 호주와의 관계 악화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호주와 적극적 화해를 추구할 대사를 이번에 보냈다고 보면 될 것이다.


호주와 중국간의 갈등은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요청에 발맞춰 호주가 안보상의 이유로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망 사업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의 참여를 배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다가 2020년 4월, 호주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이 중국에 있다며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국제 조사를 요청했고, 그러자 중국 정부가 발끈하면서 곧바로 호주산 물품의 수입 규제로 보복을 시작했다. 호주산 보리에 엄청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쇠고기, 와인같은 품목의 관세를 올리는가 하면 밀, 랍스터, 설탕, 구리, 목재 등의 수입도 틀어막은 것이다.


호주 전체 수출액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이같이 무역보복을 하면 곧바로 호주가 고개를 숙일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중국의 이같은 방식은 그동안 수차례 써먹어 왔던 방식이어서 중국의 외교 당국은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호주를 향해서도 당연히 그러한 공격적 외교를 단행한 것이다.


심지어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인은 “호주는 중국의 신발 밑에 붙은 껌”이라며 능멸할 정도였고, 캔버라 주재 중국대사관은 지난 2020년 11월 14개 반중(反中)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협박하기도 했다.


이러한 중국의 강공에 대해 호주의 스콧 모리슨 총리는 “중국의 압박 때문에 우리의 가치관을 팔지 않겠다”며 오히려 강경하게 나아갔다. 그렇게 냉정한 인내로 버티던 호주 당국은 지난해 3월부터는 ‘반격 카드’를 내놓기 시작했다. 중국 축산 농가의 필수품인 호주산 건초 수출 금지, 남부 빅토리아주가 맺은 중국과의 ‘일대일로 협약’ 취소, 미국과 연합 군사 훈련 강화, 대만과의 통상장관 회담 개최로 중국의 급소를 쳤다. 이런 정책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민의(民意)를 충실히 반영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당연히 골리앗 중국에게 유리할 것으로 여겨졌던 중국의 무역보복은 엉뚱하게 번져갔다.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하자 그 피해를 호주가 본 것이 아니라 고스란히 중국이 뒤집어썼다. 호주산 석탄 수입이 금지되자 당장 중국내에서 질좋은 석탄에 대한 품귀 현상이 벌어지면서 가격은 폭등했고 이는 고스란히 에너지 대란으로 이어졌다. 이는 또 전력난으로 연결되면서 추운 겨울 정전까지 벌어지기까지 했다.


반면 호주는 석탄의 수출처 다변화에 들어가면서 별 피해를 보지 않았고, 보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동남아시아로 갔으며, 구리는 일본과 유럽으로, 면화는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으로 수출로를 틀면서 정작 호주에게는 중국의 무역보복 자체가 별 의미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호주는 드디어 완전히 자세를 바꿔 본격적인 대 중국 전선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바로 오커스(AUKUS)동맹 결성과 미국-인도-일본-호주의 쿼드 강화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무역보복이 엄청난 후과(後果)를 가져오면서 오히려 중국에 대한 미국의 포위망 퍼즐이 완성되도록 만든 것이다.


이렇게 중국의 호주에 대한 무역보복과 강경한 외교자세가 오히려 중국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자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앞서 일차적으로 호주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호주와 관계가 더 악화되면 될수록 중국에게는 엄청난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중국이 호주를 뿔나게 한다면 자칫 중국으로서는 대체 불가능한 철광석의 수입마저 막힐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그동안 통관을 보류하면서 중국의 외항에 묶였던 석탄의 수입을 전면 허용했다. 그리고 호주산 석탄의 수입도 재개했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지난해 6월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당시 중국 외교부의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은 “양국 갈등의 원인을 호주가 제공했다”면서 "호주 정부가 중국을 파트너로 볼 것인지 아니면 위협으로 볼 것인지 진지하게 고려하고, 상호 신뢰와 협력에 도움이 되는 일을 더 많이 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화해하고 싶으면 호주가 먼저 발벗고 나서라고 충고했던 것이다.


그랬던 중국이 지난해 10월을 지나면서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중국에게는 이득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단 그동안 늑대전사 외교의 대표로 호주 공격의 선봉에 섰던 청징예(成竞业) 대사를 교체하기로 했다. 중국과 호주와의 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호주를 떠나기로 한 것이다.


당시 마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도 중국대사의 교체가 확정된 지난해 10월 28일, “캔버라 주재 중국 대사가 양국 관계 악화에 따라 지난 21일 사임했다”고 밝혀 주 호주대사의 경질이 양국간 관계 악화가 원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과연 호주-중국간 관계가 개선될까?]


그렇다면 중국이 새로운 비둘기파 대사를 호주에 보내는 목적이 달성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SCMP는 “샤오첸 대사의 부임이 비록 미묘하기는 하지만 중국의 늑대전사 외교를 벗어난 전술적 변화를 중국이 시도하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호주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존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주 로위연구소의 리처드 맥그리거(Richard McGregor) 동아시아 선임연구원도 “샤오첸 대사가 부임해 유화정책을 펼친다 해도 호주에 대한 중국의 무역제재는 여전히 유효하며 호주는 다양한 전선에서 중국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면서 “상황은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SCMP에 전했다.


제임스 로렌슨(James Laurenceson) 호주-중국관계연구소 소장도 SCMP에 “이미 호주의 피터 더튼 국방장관이 인도-태평양지역에 대한 중국의 호전적인 접근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천명했다”면서 “호주는 특히 5월의 연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호주인들의 대부분이 반중정서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유화책을 펼칠 수도 없을 것”이라 말했다.


분명한 것은 호주가 이미 중국의 본심을 다 읽어버렸다는 점이다. 호주를 너무 만만하게 봤던 중국의 책략이 일거에 다 드러나면서 호주가 중국과 다시 친선관계를 형성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문제점들이 불거져 버렸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호주는 이미 2017년말부터 호주내에 중국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을 우려해 ‘외국 간섭 금지법’을 입법했다. 그런데 그 우려는 2018년 접어들면서 그대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중국의 호주에 대한 지배 야욕을 호주가 눈치챘고 그 중국의 속내까지 다 읽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호주 정부 당국의 태도가 결국 미국과 동맹 강화로 나타났고, 아세안과 힘을 합쳐 중국의 공격적 외교에 대응하기로 결단하게 된 것이다.


물론 호주의 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서방국 중에서 호주를 제일 약한 고리로 여기고 한동안 다각도로 공을 들였다. 그러나 최근 호주의 반중국 외교 행보는 중국의 눈에는 가시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었고, 호주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국제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면서 호주의 대중국 수출 총액은 오히려 더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호주 석탄에 대한 중요도는 수입 중단 이후로 더욱 더 커졌다. 무역에 있어서 오히려 중국이 아닌 호주가 ‘갑(甲)’의 위치로 변화된 것이다. 그러니 호주는 여유를 가지고 중국과의 정치적·외교적·경제적 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호주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그것도 중국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중국의 어설픈 무역보복이 호주로 하여금 정신무장도 강화하게 만들었고, 중국의 호주 침투에 대한 경계심도 갖게 만들었으며 호주의 자강(自强)을 이끌도록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호주 중국대사의 전격 교체와 비둘기파 대사의 부임은 중국식 전랑외교의 종말을 보는 듯하다. 더불어 중국이 전 세계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러한 중국식 막무가내 외교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분명히 보여 주었다.


결국 호주는 자유세계 진영에 중국이라는 종이호랑이를 다루는 방법을 상세하게 가르쳐준 교과서가 되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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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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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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