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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한국기업에 4조 투자한다는 중국의 꼼수 - 미국 주도 디커플링 피하기 위해 한국 인질 삼으려 해 - 美-日, 강력한 대 중국 수출규제 체제 준비중 - 계속 중국에 끌려다니면 한미안보동맹이 무너질 수도
  • 기사등록 2022-01-11 22:59:47
  • 수정 2022-01-12 07: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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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CICC "4조원 펀드 조성해 한국기업 투자할 것"]


한한령 등의 조치로 한국의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혀 왔던 중국이 뜬금없이 한국기업들을 대상으로 4조원 정도의 펀드를 만들어 투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9일 정부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유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가 한국 신(新)성장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펀드 조성을 통해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고 더불어 그 기업들에게 투자도 함께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눈독을 들이는 한국 기업들은 40여개에 달하는데, 주로 반도체, 바이오, 신소재 등 유망 신산업 분야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국제금융공사(CICC) 산하의 CICC어센트는 이들 기업들 중에서 중국 진출 시 시너지가 큰 10여 개 기업을 선정해 곧바로 투자 및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 중국 진출에 담긴 꼼수는?]


그런데 이번에 중국이 구상하는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 지원 프로젝트는 당장 중국의 꼼수가 숨겨져 있어 이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지원한다는 펀드 조성 과정과 지원 계획을 보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말이 생각나게 만든다.


중국의 CICC는 중국 진출 기업에 소액의 종잣돈만 대고 나머지 대부분의 자금을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대기업들로부터 펀딩받아 반도체, 바이오, 신소재 등 첨단분야 40여 개 중견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결국 한국의 중견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미끼로 하여 중국에 이미 진출해 있는 한국의 대기업들의 돈을 갹출받아 한국의 중견기업들을 중국으로 끌어들이고 성장하도록 돕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은 사실상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만 한다는 뜻이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한국의 중견기업들이 중국으로 온다면 중국 첨단산업 소재 공급망에 참여시켜 줄 예정인데 이에 필요한 소요 자금을 한국 대기업들이 대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렇게 된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결코 이룰 수 없는 첨단기술이나 전략적 산업 분야의 기술을 중국으로 들여올 수 있고, 이를 중국 산업 진흥에 직접적 지원세력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왜 이런 구상을 했을까?]


그렇다면 중국은 왜 뜬금없이 이런 구상을 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왜 하필 지금인지 생각해 보면 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들은 지금 철저한 중국 디커플링을 시도하고 있다. 첨단기술의 중국 유입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압박과 함께 조직적이고도 철저한 제도 구상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 미국과 일본이 대 중국 새출 규제 강화를 위한 새로운 기구를 만들려 하고 있다고 보도한 일본의 요미우리신문 10일자 기사
▲ 미국과 일본이 대 중국 새출 규제 강화를 위한 새로운 기구를 만들려 하고 있다고 보도한 일본의 요미우리신문 10일자 기사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10일, “미국과 일본이 민간 분야의 첨단 기술의 수출을 규제하여 중국이 군사력 증강에 전용(轉用)할 수 없도록 하는 새로운 다국적 체제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수출 규제 대상 품목은 조율 중이지만, 반도체 제조 장비와 양자 암호 통신, 인공지능(AI) 등과 관련한 첨단 기술이 포함될 것”이라는 것이 요미우리신문의 보도 내용이다.


“미국과 일본 당국이 이러한 제재 조치를 준비하는 것은 한마디로 중국이 민간 기업의 제품과 기술, 소프트웨어 등을 수입한 뒤 이를 자국의 경제력·군사력 강화에 활용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4월 미국 대중 강경파 의원들이 반도체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의 중국 수출을 규제해달라고 상무부에 요청한 사례가 있다”면서 “일본과 네덜란드 반도체 제조 장비도 중국 반도체 생산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은 유럽 국가들과 함께 특정 제품이나 기술이 신형 무기 개발 등에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몇 개 주요국이 빠르게 수출 규제 품목으로 정해 대 중국 수출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상의 달성은 미국 혼자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다자간 규제 체제 구축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정부도 이 같은 새로운 규제 체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자국 기업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고 관리하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그러면서 “새 수출 규제 제도가 과거 냉전 시대에 서방국가들이 구소련 등에 대항해 결성한 ‘대공산권 수출통제위원회(코콤·COCOM)’처럼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압박은 이로 그치지 않는다. 그런데 현대판 코콤까지 만들겠다는 것은 중국을 아예 완전히 경제적으로 고립시켜 버리겠다는 웅대한 구상이 담겨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렇게 상황이 중국에 불리하게 돌아가니까 중국 입장에서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있어 가장 약한 고리라 판단하는 한국의 기업들을 상대로 한국이 보유한 첨단기술을 중국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을 한 것이다. 그것도 사실상 중국은 종잣돈만 대면서 중국의 산업 체계에 발을 들이도록 하고 결국 그러한 한국의 기술들을 중국화하겠다는 구상을 하게 된 것이다.


만약 중국의 구상대로 한국의 첨단 기술을 보유한 중견기업들이 중국으로 진출한다면 미국이 구상하는 대 중국 디커플링으로 인한 피해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고, 무엇보다 한국의 기업들을 인질로 삼아 한국이 미국과 더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이러한 꼼수는 이미 드러나고 있다. 중국은 벌써부터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에게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것도 최우선 대상은 미국에 수출하지 않으면서도 기술력을 갖춘 한국의 회사들에 대해 최우선 투자 대상으로 삼아 중국 진출을 설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미국 주도의 대 중국 디커플링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중국은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한국 첨단 기술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미국 주도의 대 중국 디커플링이 본격화하기 전에 마무리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이렇게 한국기업의 중국진출을 유도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중국 자본의 한국 진출도 꾀하고 있다. 한국기업들과 계속 관계를 엮으면서 중국과 디커플링을 할 수 없도록 미리 막자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1위 코발트 정련업체인 화유코발트는 지난해 12월 LG화학과 경북 구미에 연 6만t을 생산하는 양극재 공장을 짓기로 합의했다. 또한 쌍용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도 중국의 투자를 받아 전기차 생산을 하기로 했다.


이러한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는 중국 당국의 결정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점에서 한국 산업계와 연결고리를 만들고자 하는 중국 정부 당국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기업의 리스크는?]


중국은 이미 한국의 중견기업들에게 사업설명회를 했고 그 반응도 좋았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의 중견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이루어진다면 그 리스크는 상상 이상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제기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의 중견기업이 중국으로 진출하기는 하지만 이로 인한 리스크는 고스란히 한국이 다 져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자금 지원만 해도 그렇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중국의 CICC는 종잣돈만 대고 나머지 진짜 필요한 금액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대야 한다. 그 과정에서 1차 자금 지원을 한다 하더라도 한 번 코꿰인 한국의 대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이들 기업이 중국화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야만 할 것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연결 고리는 결국 한국의 기업들에게 엄청난 리스크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진짜 리스크는 첨단기술의 중국 유입을 억제하려는 미국 중심의 대 중국 규제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게 되면서 심각한 갈등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러한 규제조치는 중국에 진출하게 될 중견기업뿐 아니라 그 기업들을 지원하는 대기업들까지 여파가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한 리스크를 과연 우리의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또 하나의 리스크가 있다. 이미 우리는 중국의 수출 규제를 통한 리스크를 경험한 바 있다. 요소수 파동도 그 중 하나였다. 그로인해 우리가 얻은 중요한 교훈은 대 중국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다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우리의 대 중국 무역의존도는 202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26%다. 이것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대중 의존도가 80%가 넘는 품목이 1850개에 이르고, 반도체는 대중 수출비중이 전체의 60%가 넘는다는 점이다.


그리안해도 중국 당국의 서슬퍼런 조치에 시달리고 있는데, 갈수록 대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중국에 목줄잡힌 형국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나 더.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미래가 어떠할지 미리 판단해 봐야 한다. 중국 경제의 특성은 외국기업들마저도 중국화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방침대로 따르지 아니하면 언제든지 중국에서 사업할 생각을 접어야 한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기업들은 대만 독립을 지지해서도 안되고, 신장 위구르 등의 인권문제에 엮여서도 안된다. 또한 중국 공산당의 지침을 어겨서도 상당한 핍박을 받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난해 중국 주재 미국상공회의소 ‘암참 차이나’가 “중국 정부는 반독점을 핑계로 미국기업 인수병합을 보이콧하고, 중공의 지방 정부는 외국 기업을 더욱 배척하고 있다” 고 비난했던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는 지난 사드배치 사건때 중국에 진출한 롯데가 얼마나 피해를 당했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인질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중국에 진출하겠다는 것은 사실 도박이나 다름없지 않겠는가?


[한미안보동맹이 무너져서는 안된다]


분명한 것은 한국 무역의 중국 종속화는 결국 한미안보동맹의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가 그동안 친중(親中) 행보를 보인 것도 결국 중국에 대한 경제 예속화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안미경중론은 미국과 중국이 사이좋게 무역을 할 때의 이야기다. 지금과 같이 미국과 중국이 사활을 걸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간 줄타기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미 경제는 안보의 일부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금 외교·국방 전략에 과학기술 정책을 접목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그래서 미 국무부는 최근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 양자컴퓨팅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과학기술 외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사이버·디지털 정책 부서를 새로 만들었다. 또한 미국 국방부도 캐슬린 힉스 차관 주도로 펜타곤이 장기 육성해야 할 과학기술 분야를 정하고 펀드를 조성해 첨단 기술기업들의 실험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중국 경제의 예속화를 자청한다면 이는 당연히 미국과의 안보동맹도 끝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약육강식의 질서에서 한국이 생존하려면 미국과의 안보동맹을 강화해야만 하는 것이고, 당연히 이를 위해 경제의 탈중국화, 그리고 이를 위한 한미간의 첨단기술 협력도 강화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중국을 이기려면 한국만 가질 수 있는 핵심기술을 강화해 ‘전략적 불가결성’을 키워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존재감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국의 미래는 없다.


이 시점에서 대선을 앞둔 후보들이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은 왜 미국이 1년 가까이 주한대사를 임명하지 않고 있고, 통화스와프 연장 거부 등으로 불이익을 주고 있는가하는 점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험난한 국제질서 속에서 강단있게 버텨왔고 지금의 경제대국을 일궈냈다. 앞으로의 대한민국은 이보다 더 세계속에 존재감 있는 나라로 더욱 성장해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이 ‘제대로 된 정치’이다. 정치가 경제를 망하게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제발 잘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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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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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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