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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부메랑 맞은 중국 외교, 당혹해 하는 중국 공산당 - 리투아니아로부터 촉발된 반중외교의 도미노현상 - 스리랑카의 항변, “중국에 빚 못 갚겠다!”, 일대일로도 위기 - 中외교노선 비판한 추이톈카이 발언, 공개과정 흥미로워
  • 기사등록 2022-01-10 20:27:42
  • 수정 2022-01-11 16: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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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의 항변, “중국에 빚 못 갚겠다!”]


안하무인의 중국외교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아예 반중(反中)을 선언하며 맞장을 뜨는 국가들이 생겨나는가 하면 ‘더이상 중국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고 선포하는 국가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중국의 외교 전략에 엄청난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으며 자칫 중국에게 부메랑이 되어 심각한 타격을 줄 가능성까지 점쳐 진다.


AP와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9일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이 자국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에게 ‘코로나19에 직면해 발생한 경제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대일로로 인한 부채를 재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중국 시진핑 주석의 세계패권 야망이 담긴 일대일로가 개발도상국들을 ‘채무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해당 국가들을 사실상 중국의 속국으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었다.


그런데 이번에 스리랑카가 노골적으로 중국에 대해 “일대일로로 인해 진 빚을 다 못갚겠으니 채무 조정을 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스리랑카가 중국에 상환해야 할 채무는 스리랑카 국유기업에 대한 대출을 제외하고도 총 33억8천만달러(약 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스리랑카가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 외환보유고가 16억달러(약 1조9천억원)에 그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상환해야 할 채무가 45억달러(약 5조4천억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러한 스리랑카의 요구에 중국은 진퇴양난이다. 이러한 문제가 단지 스리랑카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상 그동안 중국이 일대일로를 명분으로 여기저기 부채의 덫을 만들어 온 모든 나라들이 다 해당된다.


▲ 지난해 9월 28일자(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WSJ)


지난해 9월 28일자(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미국 윌리엄 앤드 메어리 대학(College of William and Mary in Williamsburg)의 에이드데이터(AidData) 연구소 보고서를 인용해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가세한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의 비공개 부채가 3850억달러(약 456조원)에 이른다”면서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불투명한 융자를 통해 급속히 영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참여국들을 이처럼 막대한 빚의 덫에 빠지게 만들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보고서는 2000년 이래 중국 정부와 국유기업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165개국에 자금을 융자한 1만3000건, 총규모 8430억 달러 사업과 관련한 지출액과 부채액을 조사했는데, 대중국 채무가 국내총생산의 10% 이상인 국가만 해도 42개국에 달하며, 숨은 대중국 부채의 GDP 대비 비율이 가장 큰 곳은 중국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온 라오스로 35%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심지어 라오스의 경우, 공식적인 정부채무와 합칠 경우 대중국 부채가 GDP의 64%나 될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난 2012년까지는 저소득국의 정부를 대상으로 하여 융자를 해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각국 국영기업과 금융기관을 상대로 하는 비율이 70% 가까이 확대될 정도로 전방위적이어서 대다수 차입처에서 정부의 공적채무로 보고하지 않는 숨은 부채가 팽창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중국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국가들이 재정 관리와 통제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면서 해당 채무국들이 진짜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스리랑카도 바로 이러한 케이스에 해당된다. 문제는 중국이 스리랑카의 부채탕감 요구를 들어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외면할 수도 없다는 데 있다. 만약 중국이 부채탕감을 해 주지 않는다면 스리랑카는 외교적으로 중국에 반발하면서 또다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그렇다고 스리랑카의 요구를 수용해 주게 되면 이미 일대일로로 인해 엄청난 부채에 허덕이는 모든 나라들이 다 중국에 스리랑카와 같이 부채탕감을 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부채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다고 중국이 강압적 외교에 나설 수도 없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일대일로에 담긴 외교적 노림수가 공공연하게 드러나면서 전 세계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로부터 촉발된 반중외교의 도미노현상]


여기에 유럽의 소국 리투아니아로부터 촉발된 반중외교는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어 중국 외교가 그야말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해 있다.


지난 4일 대만이 중국의 경제 보복성 조치로 해상에서 갈 곳을 잃고 표류 중인 리투아니아산 럼주 2만 400병을 전량 사기로 해 화제가 됐다. 리투아니아 주류 업체 MV그룹의 럼주가 당초 작년 12월 29일 중국 항구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중국 세관이 리투아니아의 반중 움직임에 무역보복을 가하면서 중국의 항구에 입항조차 못하고 표류하자 대만 정부 산하 공기업인 대만담배주류(TTL)가 즉각 구매를 결정한 것이다.


대만담배주류는 “해당 럼주 제품이 이달 상순 대만에 도착해 출시될 것”이라며 “이 술로 건배를 할 때 '리투아니아가 우리를 도우니, 우리는 리투아니아를 돕는다'는 뜻의 '리팅워, 워팅리'(立挺我,我挺立)를 외치자”고 제안했다. 중국어로 리투아니아를 '리타오완'(立陶宛)이라고 부른다.


대만은 이와 별개로 중국과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리투아니아를 위해 2억 달러(2천4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이 5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리투아니아 주재 대만대표부를 이끄는 에릭 황은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리투아니아 산업에 투자하고 양국 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2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것"이라며 "펀드는 대만국가발전기금으로 설립되고, 중앙은행의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선순위는 반도체, 레이저, 생명공학 분야가 될 것"이라면서 "대만은 리투아니아 기업을 대만 공급망에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고, 리투아니아 레이저 산업과 대만 반도체 산업을 접목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리투아니아가 이렇게 완전한 반중국가로 전환하게 된 데는 중국의 전랑외교가 빌미를 제공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중국의 외교 당국자들이 리투아니아를 향해 내뱉은 말들은 라투아니아가 아닌 제3국이 듣기에도 거북스러울 정도다.


지난해 11월 추이훙젠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유럽연구소장은 리투아니아를 가리켜 “쥐똥 하나가 요리를 다 망치게 놔두지 않겠다”고 했고, 중국 관영 매체들도 인구 280만명에 불과한 리투아니아를 코끼리에 도전하는 ‘쥐’, ‘파리’ 등에 비유하면서 격하게 공격했다.


중국이 호주와 갈등을 겪을 때 중국의 관영언론인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이 "호주는 중국의 신발 밑에 붙은 씹던 껌"이라고 표현했던 일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중국의 공격적 외교는 이를 바라보는 주변의 유럽국가들까지 분노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유럽의 중국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오직 중국이 갖고 있는 경제적 힘을 바탕으로 횡포를 부려왔지만 유럽사회가 이러한 중국의 오만함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결단을 내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유럽과 중국과의 관계는 지난 1981년 네덜란드가 잠수함을 대만에 수출하면서 중국과 외교적 냉각기를 가졌던 그 때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으로 인해 중국의 우월적 지위가 상실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중국의 위세도 예전같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당연히 중국의 오만한 외교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어서 유럽사회가 중국을 바라보는 눈이 더욱 더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리투아니아 주변의 국가들은 물론 이제 체코까지도 전이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17일 중도 우파 중심의 새로운 정부, 곧 페트르 피알라(Petr Fiala) 신임 총리가 이끄는 체코의 새정부는 친중노선을 걸어왔던 밀로시 제만(Miloš Zeman ) 대통령과는 달리 인권을 중시한 외교를 펼칠 것이라 선언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경한 외교를 펼칠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새로운 체코 정부에서 눈에 띄는 것은 대만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다. 얀 리파프스키(Jan Lipavský) 신임 외무장관은 취임 전이었던 작년 10월 말 체코를 방문한 대만 우자오셰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대만은 체코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며, 중국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어서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당시 우자오셰 장관의 체코 방문 자체가 체코 당국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으며, 밀로시 비스트르칠(Milos Vystrcil) 상원의장으로부터 대만-체코 양국관계 개선에 공로한 기여로 ‘국제귀빈’이라는 휘장을 받은 바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체코와 대만 관계가 밀월단계로 접어들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리파프스키 신임 외무장관은 리투아니아에 대해서도 대단히 우호적이다. 다시말해 리투아니아에 대해 외교적·경제적으로 압박하는 중국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며 특히 중국이 일방적으로 리투아니아에 대한 외교관계 격하에 대해서도 맹공을 가한 바 있다.


여기에 밀로시 비스트르칠 상원의장은 중국의 압박에도 2020년 8월 체코 정치인과 기업인 등 89명의 수행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한 바 있어서 새로운 정부가 대만에 대해 어떠한 정책을 펼칠지는 이미 눈에 선하다.


지금 예상으로는 체코 정부가 리투아니아의 뒤를 이어 일단 시진핑 주석이 동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만들었던 협의체인 17+1을 공식적으로 탈퇴할 가능성이 있으며, 또한 리투아니아와 같은 대만이라는 국호를 직접 넣은 무역대표부 개설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리투아니아에 이어 체코까지 본격적으로 친 대만 행보를 보이게 된다면 유럽사회의 반 중국 흐름 역시 빨라지고 그 강도도 더해질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자성론 이는 중국 외교]


전랑외교를 기본으로 한 오만하고도 무례한 중국 외교가 날이 갈수록 힘도 잃어가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자 중국의 원로 외교인들을 중심으로 자성론이 일고 있지만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이 이를 수용하게 될 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2월 20일 중국 외교부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국제문제연구원(CIIS)이 주최한 ‘2021년 국제 정세와 중국 외교’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주일·주미 대사와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을 역임한 추이톈카이(崔天凱·69)가 최근 대미 외교를 “부주의하고 게으르며 무능하다”고 신랄하게 비판해 주목을 끌었다.


그 자리 자체가 중국의 2022년 외교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이고, 왕이 외교부장까지 참석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논의가 공개적으로 거론됐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갖는다.


추이 전 대사는 이날 “원칙상 준비 안 된 전쟁은 하지 않으며, (적을) 파악하지 못한 전쟁은 싸우지 않고, 화풀이 싸움은 하지 않고, 소모전은 하지 않는다”며 “인민의 모든 이익은 어렵게 얻은 것인데 우리 자신의 부주의·게으름·무능 때문에 손해를 입어선 절대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런데 추이 전 대사의 발언이 외부로 공개되는 과정을 보면 매우 흥미롭다. 우선 추이 대사의 이번 발언 자체가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이 중국에) 대항하겠다면 두렵지 않다. 끝까지 가겠다”며 강성 기조연설에 이어 나왔다는 점, 그리고 세미나 당일 추이 전 대사의 발언이 ‘보도금지’로 묶이면서 밖으로 흘러나오자 않았다가 이후 음성 파일 형태로 음성적으로 베이징 외교가에 퍼졌다는 점, 그리고 세미나 나흘 뒤인 24일 돌연 중국국제문제연구원(CIIS)이 홈페이지에 발언 전문을 공개했다는 점, 그러면서 중국과 홍콩 매체가 일제히 대서특필하면서 대중에 알려졌다는 점들이 매우 심상치 않게 느껴진다.


이러한 과정에는 중국 당국의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과연 중국 외교의 방향이 달라질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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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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