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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둘로 쪼개진 미국, 팽팽히 맞선 전현직 대통령 - 연방의회의사당 난입 사건 그후 1년…"분열은 네 탓" - 민주주의 위기 맞은 미국, 극단적 여론 분열 이어져 - 기세 등등한 트럼프 전 대통령, 여론 분열 적극 활용
  • 기사등록 2022-01-10 14:24:55
  • 수정 2022-01-10 14: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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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의회의사당 난입 사건 그후 1년…"분열은 네 탓"]


지난해 1월 6일(현지시간) 미국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던 연방의회의사당 난입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지금의 미국은 그 당시의 분열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고 후유증은 아직도 여전하며 오히려 양 진영의 대결은 더욱 극대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1년전의 연방의회의사당 난입 사건에 대해 “미국과 민주주의의 목에 칼을 들이댄 사건”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조준해 비난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금 미국을 분열시키고 있는 것은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이라며 맞받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6일 오전, 1년 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이 난입했던 장소인 워싱턴의 의사당 스테튜어리 홀을 찾은 뒤 단호한 어조로 “선거에 진 대통령이 폭도를 의회에 난입시켜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막으려 한 미국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비록 '트럼프'라는 이름 자체를 거론하지는 않고 '패배한 전직 대통령' 같은 표현을 썼지만 의회난입의 책임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웬만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날만큼은 확실히 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내내 작심한 듯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전직 대통령', '패배한 대통령' 등의 표현을 쓰면서 공격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놓고 직격해야 한다는 민주당 내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폭동 당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식당에 앉아 모든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고 있었다”며 "경찰이 폭행을 당하고 생명의 위협을 받고 국가 수도가 점령당하는 몇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대선 결과를 놓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기해 온 음모론에 대해서도 “전직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의구심을 표하고, 수 개월간 거짓말을 해 왔다”며 “그는 단지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패배한 전직 대통령이며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 의해 700만 표 차로 진 패배한 대통령”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러한 바이든 대통령의 공격에 대해 대선 조작을 주장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의 연설 직후 성명을 통해 “민주당이 공포를 부추기고 미국을 분열시키려 한다”면서 “(바이든) 자신이 실패했다는 사실로부터 시선을 돌리기 위한 정치극이며, 1월 6일을 맞아 진행되는 모든 행사가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쇼”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제정신이 아닌 정책으로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며 노골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원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이 머물고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계획했었지만 1.6 의회 폭동을 둘러싼 공개 행보가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주변의 만류로 취소를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의사당 난입사태를 조사하기 위해 구성된 하원 특별위원회를 겨냥해 “철저히 당파적인 무리”라며 “사기였던 2020년 대선은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거대한 거짓말은 선거 그 자체”라며 선거부정론 주장을 이어갔다.


미국의 국론 분열과 양극화에 대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공포를 조장해 미국을 분열시키려고 1월 6일을 이용하고 있지만, 미국 국민은 이런 거짓말과 양극화를 간파하고 있다”면서 그 책임을 민주당에게 돌렸다.


[민주주의 위기 맞은 미국]


미국의 여론이 극단적으로 분열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의사당 난입사태에 대해 민주당은 “트럼프의 대선 불복이 의회 난입과 폭력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초래했다”며 ‘트럼프 책임론’을 강하게 부각하고 있지만 지난 대선에 대한 선거 부정 주장에 동조하는 세력이 적지 않은 공화당측은 반대로 ‘바이든 탄핵론’을 꺼내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원로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각) NYT에 기고한 “나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두렵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선거가 도둑맞았다는 거짓말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한 정당을 장악하면서 우리 선거 제도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카터 전 대통령은 “나는 우리가 세계적으로 그토록 열심히 싸워온 것, 즉 힘센 정치인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할 권리가 위험할 정도로 취약해졌다는 것이 두렵다”고도 했다.


반면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해 하원 과반을 차지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바이든 탄핵론에 불을 붙였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민주당이 하원 과반을 차지했을 때, 탄핵을 정치적 무기로 사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박했던 것을 지적하면서 그와 유사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다.


크루즈 의원은 이날 “탄핵을 검토할 여러 근거가 있다”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친이민 정책 및 허술한 국경 관리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렇게 극과 극의 대립이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화당내에서 이렇게 바이든 탄핵론을 꺼내들면서 거세게 바이든 정부를 몰아붙이는 것은 그만큼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고, 그 배경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세등등하게 버티고 있어서다.


[기세 등등한 트럼프 전 대통령]


그렇다면 바이든 대통령이 ‘패배한 대통령’이라 지칭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왜 이렇게 기세등등할까?


한마디로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해 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71%가 바이든 대통령 당선에 대해 아직도 의문을 제기하며 지난 대선을 부정선거로 생각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공화당 지지자의 80%는 의회난입을 폭동이 아닌 항의로 규정했다.


지난 4일 발표한 AP통신의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가 의회 난입사건에 전반적으로/조금이라도 책임이 있다’는 문항에 대해 공화당 지지자의 22%만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무당파(無黨派)의 51%, 민주당 성향 응답자의 87%가 ‘그렇다’고 답한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여론 조사 결과는 미국이 지난 대선 이후 얼마나 분열되어 있으며 또한 공화당 지지자들의 바이든 정부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너무나도 심각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바이든 대통령이 6일 발언에서 "정치적 폭력을 표준으로 삼는 나라가 될 것인가", "당파적 선거 당국자들이 국민의 법적인 의사를 뒤집는 나라가 될 것인가"라면서 “미국이 이를 거부하고 진실을 향해 나아가고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반문하고 나선 것도 미국내에 아직도 강력하게 남아있는 지난 대선의 부정선거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러한 공화당 지지자들의 견해에 적극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의식 구조를 더욱 강화하면서 이를 지지자 결속으로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 의사당 난입사태와 관련된 미국의 뉴욕타임스(NYT)의 1월 6일자 보도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1년 전 공화당내 친(親)트럼프 상‧하원의원들은 트럼프에게 ‘의사당 난입사건의 책임이 있다’며 분명하게 선(線)을 그으면서 그의 정치적 생명이 끝나간다고 예견했지만 작년 한 해 상황은 정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NYT는 이어 “오늘날 미 공화당은 트럼프의 당”이라며 “공화당 경선에서 그의 지지를 받으려면 ‘2020년 대선이 도둑질 당했다’고 인정하는 것이 하나의 시험대가 됐다”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지난 12월 16일 “공화당 정치인들이나 보수 단체들이 마라라고에서 모금 행사를 여는 특권을 누리려고 트럼프에게 몰려 간다”며 “12월 중순까지 마라라고에서 개최된 공화당 행사 건수만 30건으로, 어느 해보다도 많았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 2일 로이터‧입소스가 공화당원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미 대선에서의 공화당 후보’ 여론조사에서 54%가 트럼프를 지목했다. 그리고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한참 떨어진 11%, 마이크 펜스 전(前)부통령은 8%,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4%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트럼프가 기세 등등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NYT의 분석대로 트럼프와 거리를 뒀던 공화당 연방의원들이 속속 다시 트럼프 품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1년전 의사당 난입사건 이후 “대선 결과 인증을 지연하는 것은 매우 나쁜 생각”이라며 선거 부정 주장과는 거리를 두었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다시 트럼프 품으로 돌아가, 작년 내내 트럼프의 골프 친구가 됐다.


심지어 지난해 1월13일 의사당 난입사태의 트럼프 책임론을 주장했던 케빈 매카시 당시 하원 공화당 대표도 이젠 공공연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오늘날 인기는 사상 최고이며, 그의 지지는 어느 누구의 지지보다도 강력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공화당 의원들이 너도나도 ‘친(親)트럼프’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공화당 당원들의 강력한 트럼프지지 여론과 무관치 않다.


▲ 애틀랜틱 먼슬리(Atlantic Monthly)의 트럼프 열풍 관련 2일자 보도 내용


이러한 현상에 대해 애틀랜틱 먼슬리(Atlantic Monthly)는 2일 “미 중간선거는 사실상 트럼프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referendum)가 됐다”고 평했다.


이러다보니 공화당내 경선 자체가 사실상 트럼프에 대한 신임 여부를 묻는 이벤트로 흘러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40여명이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반면 트럼프가 반드시 손보기로 작정한 공화당 정치인들은 좌불안석이다. 트럼프 탄핵의 선두에 섰던 리즈 체니 하원의원(와이오밍)을 비롯해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알라스카), 트럼프의 ‘부정선거’ 주장에도 대선 결과를 승인한 조지아 주지사 브라이언 켐프 등 3인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구에서는 트럼프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이들과 당내 경선에서 맞서야만 한다.


물론 공화당에서의 트럼프 지지가 공화당 경선에선 강력하지만, 경합주(州)의 본선에선 “축복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지지자 및 무당파의 반(反)트럼프 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애틀랜틱 먼슬리는 2일, 공화당 소속이면서 반(反)트럼프 인사인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의 말을 인용해 “공화당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가장 트럼프스러운(Trumpy)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가장 낮을 수 있다”고 전했다.


[2024년 대선, 바이든 대 트럼프 대결 구도 성사될까?]


그렇다면 과연 다가오는 2024년 대선은 어떻게 펼쳐질까? 일단 공화당내 대선후보는 트럼프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트럼프 측은 이번 중간선거를 2024년의 대선 승리를 위한 확실한 징검다리로 삼으려 한다. 그래서 중간선거를 위한 당내 경선에 트럼프 지지 후보들을 대거 내세우려 하고 있다. 또 이들이 본선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트럼프 측은 대대적 지원도 하려 한다.


이런 차원에서 애틀랜틱은 “‘트럼프 키즈’들이 경선과 본선에서 이긴다면, 트럼프는 현직 대통령인 조 바이든보다도 더 강한 입지를 갖고 2024년 대선에 거침없이 나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재출마하면 승리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지난해 11월에 실시한 트럼프 대(對) 바이든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공화당 성향 응답자군(群)에선 73%대 10%로 압도했지만, 무당파에선 31%대 34%, 민주당 성향에선 7%대 78%로 바이든에 밀렸다. 또 같은 조사에서 무당파의 73%가, 공화당에서도 40%가 그의 재출마를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이른바 ‘트럼프 피로증’이 확연하게 드러난 것이다.


결론적으로 과연 2024년에 바이든 대 트럼프의 전현직 대통령간 대결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는 ‘아직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민주당측에서는 바이든 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격하게 맞아지면 다른 후보를 물색할 수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중도층의 지지율이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따라 트럼프의 재도전 여부도 판가름 날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에서는 공화당의 부정선거론에 쐐기를 박는 재판이나 결과들을 계속 내놓으면서 여론 다잡기를 시도한다. 의사당 난입사건에 대한 조사특위 역시 트럼프 책임론을 강력하게 들고 나오면서 트럼프 부활을 막으려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2024년의 대선 구도를 점친다는 것은 아직 섣부르다. 또한 트럼프의 부활 파고가 앞으로 더 거세질지, 아니면 잠잠해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어찌되었던 올해의 중간선거는 2024년의 대선을 앞둔 전초전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공화당의 도전은 거세질 것이고, 민주당 우위를 지속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파격적 정책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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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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