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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옛소련제국 부활 꿈꾸는 푸틴의 야망, 가능할까? - 우크라에 이어 카자흐까지...확대되는 푸틴의 군사개입 - 호시탐탐 옛소련제국 부활 노리는 푸틴, 카자흐 북부 병합 욕심 - 푸틴의 옛소련 복원 노림수, 자충수 가능성도
  • 기사등록 2022-01-09 23:05:15
  • 수정 2022-01-10 10: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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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에 이어 카자흐까지...확대되는 푸틴의 군사개입]


푸틴의 옛 소련제국 부활 야망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이로 인한 미국 등 서방세계와의 충돌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리 안해도 우크라이나 사태 문제로 미국과 유럽연합(EU)와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가 이번에는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인 카자흐스탄에도 직접 개입하면서 또다른 차원에서의 충돌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카자흐스탄의 시민 궐기로 끌여내려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의 동상 {사진=카자흐 시민 트위터]


[부패 확산에 지친 카자흐 국민들의 궐기]


자원부국인 카자흐스탄은 포브스 갑부 순위에 오를 정도의 거부가 여럿 있지만, 빈부격차가 심하기로 유명하다. 그만큼 집권세력을 비롯한 일부 계층의 부의 편중이 심하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은 그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 세력이 지난 1999년부터 장기집권해 왔다. 이로인한 국민적 원성이 커지자 지난 2019년 자신 사퇴 형식으로 물러나면서 후임으로 토카예프 대통령이 취임했으나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초대 대통령인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30년 장기집권 후 물러났지만 그 뒤로도 국가안보회의 의장직을 유지하고, '국부'(國父) 지위를 누리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집권세력에 대한 불만이 이번에 물가불안 등의 경제 문제와 맞물려 국민적 불만이 함께 폭발했던 것이다.


시위에 나선 시민들은 여전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나자르바예프를 '노인'으로 부르며 그의 완전한 정치 퇴진을 요구하면서 정치의 대변화를 요구하자 내각이 총사퇴하기는 했지만 당국은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시위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카자흐스탄 당국은 옛 소련국가들의 안보협의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평화유지군 파견을 희망했고, 이에 러시아가 주축이 되어 공수부대원 2500명을 파병해 시위 진압에 나선 것이다.


CSTO는 러시아가 2002년 결성한 군사·안보 협력체로,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탄 등 옛 소련권 6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견제하는 게 결성 이유 중 하나다.


일단 카자흐스탄에의 러시아 공수부대(스페츠나츠) 투입 후 유혈 반정부 사태가 진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시위가 본격화한 지 닷새 만이다.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각) 새벽 정부 주요 인사가 참여한 긴급회의를 마친 뒤 “지방 당국이 상황을 통제하면서 전국 모든 지역에서 헌법 질서가 회복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외신들은 이러한 카자흐 정부측 주장과 반하는 소식들도 타전하고 있다. 시민군의 궐기가 재개되었다는 내용들이다. 또한 현지에선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시위대를 피해 도주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러시아는 왜 카자흐에 최정예부대를 투입했을까?]


여기서 주목할 것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왜 카자흐스탄의 시위 진압에 러시아의 최정예 특수부대원들을 보냈을까 하는 점이다.


푸틴은 지난 2014년 8월 “소련 해체는 20세기 최대의 재앙”이라면서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 같은 곳은 한 번도 나라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은 소련 해체로 어쩌다 나라로 만들어진 것이지 원래 국가로서 존재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다시 소련의 후예인 러시아로 돌아오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카자흐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러시아 정치인들은 “아무도 안 살던 땅에 러시아인이 이주했다” “소련 해체 후에 선물로 빌려 준 땅”이라 말하지만 카자흐인들은 자신들을 ‘카자흐 칸국(1456~1487)’의 후예로 여긴다. 그래서 그를 기리며 매년 건국 기념행사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을 더욱 자극하는 것은 러시아의 국경과 접해 있는 카자흐스탄 북부지역에는 과거 소련 시절 이주한 러시아계 인구가 밀집해 있어서 이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러시아와의 합병을 요구해 왔다는 점이다. 마치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 갈등과도 아주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카자흐스탄에서의 유혈 시위가 뜻밖에 터지면서 푸틴에게는 차제에 카자흐스탄을 손아귀에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났다. 이런 관점에서 푸틴 대통령이 왜 단순한 시위진압만 하면 되는데 최정예부대를 카자흐스탄에 투입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제45여단 스페츠나츠(엘리트 특수부대)는 체첸 반군을 잔인하게 진압해 악명 높은 부대이며, 조지아 침공, 크림반도 합병 때도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바로 이런 점에서 러시아 최정예군을 카자흐스탄에 파견한 푸틴의 속내가 들여다보인다.


[호시탐탐 옛소련제국 부활 노리는 푸틴]


푸틴은 호시탐탐 옛소련제국의 품에 있었던 국가들의 러시아 복귀를 노리고 있다. 어찌보면 이는 푸틴 뿐만이 아닌 소련제국 붕괴 이후 역대 러시아 대통령들의 숙원이기도 했다.


1991년 러시아의 첫 대통령이 된 보리스 옐친도 러시아 주변 4곳을 주요 분쟁 대상으로 꼽았다. 조지아의 압하지야 자치공화국,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와 크림 반도, 카자흐 북부지역이 그 곳이다.


푸틴은 결국 2008년 조지아를 침공했고, 2014년에는 돈바스에 러시아군을 식별 안되는 무장세력으로 위장 투입해 장악했으며 동시에 크림반도도 강제 합병했다.


그런데 보리스 옐친이 지목한 네 곳중에서 마지막 남은 한 곳인 카자흐스탄에서 도움을 요청해 오자 푸틴은 그 제안을 넙죽 받아들인 것이다.


아마도 카자흐스탄에 일단 들어간 러시아의 최정예부대는 시위가 진압되더라도 당분간 카자흐스탄에서 철수하지 않고 현지에 계속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서 카자흐스탄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초점은 과연 푸틴이 이 기회에 카자흐스탄 북부지역을 병합하는 단계까지 진행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에 대해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6일 “이는 자칫하면 카자흐스탄의 민족주의를 부채질하는 등 상황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포린폴리시가 이렇게 전망한 가장 큰 이유는 카자흐스탄에서의 이번 소요사태가 과거 조지아나 우크라이나 민주화 운동 때와는 달리 현정권의 경제실정이 촉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하게 카자흐스탄 북부지역에 대한 점령을 시도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 본 것이다.


그보다는 이번 기회에 카자흐스탄에 대한 장악력을 확실하게 해서 러시아에게 철저하게 충성하는 나라로 만들어 놓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 보인다.


카네기-모스크바 센터의 드티트리 트레닌 소장도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카자흐스탄에 대한 러시아의 이번 병력 파견은 구소련 인접국의 국내적 위기 상황에 개입한 것”이라며 “러시아가 무려 7644km에 달하는 최장의 육지 국경을 맞대는 카자흐스탄에 들어가는 ‘모험’을 한 것은 이번 기회에 벨라루스의 독재자 루카셴코 대통령처럼 카자흐의 현 정권을 러시아에 보다 충실하게 조종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드티트리 트레닌은 이어 “다각적인 외교를 펴왔던 카자흐스탄의 외교‧경제 노선을 보다 친(親)러시아로 정리하는 선에서 기존 정권을 세우는 제한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나드 칼리지의 알렉산더 쿨리 교수도 NYT에 “직접적인 양보를 얻기보다는, 모스크바와 워싱턴 사이에서 균형 잡기를 해 온 토카예프 정권에 더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봤다.


결국 푸틴의 최정예부대 파견은 당장 카자흐스탄의 땅 뺏기보다 현재의 친 러시아적인 토카예프 현 정권이 무너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고, 그 다음 단계로 카자흐스탄을 지금의 벨라루스처럼 만드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는 의미다.


그러나 그동안의 관례대로라면 러시아군은 한번 들어오면, 좀처럼 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에 카자흐스탄에 들어간 러시아 정예부대는 한동안 ‘정국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카자흐스탄에 머물면서 카자흐스탄의 벨라루스화를 만드는데 지원군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번에 러시아의 최정예부대가 카자흐스탄에 투입되었지만 대외적으로 러시아군이라 말하지 않고 옛 소련국가들의 안보협의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의 이름으로 평화유지군 딱지를 붙인 것도 카자흐스탄의 민족주의 확산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서는 안된다는 경계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카자흐에 대한 러시아 파병에 미국은 즉각 반발]


러시아가 이렇게 카자흐에 사실상 군대를 파견해 시위 진압에 나서자 미국과 EU는 즉각 “러시아의 주변국에 대한 자주권 침해와 내정 간섭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6일, 이번 공수부대 파견 결정에 대해 “최근 카자흐스탄 사태는 훈련되고 조직화된 무장단체를 이용해 국가의 안보와 통합성을 무력으로 훼손하려는 외부의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의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헌법기관 장악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지켜볼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카자흐스탄 정부 측에 평화적 해결과 언론의 자유 존중을 촉구한 사실도 공개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그동안 카자흐스탄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반발할만도 하다. 카자흐스탄이 1991년 독립했을 때 제일 먼저 독립국가로 인정했고, 그 후로도 석유 및 석탄 기업들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와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옛소련 국가이기도 했고, 카자흐스탄 내 석유 관련 시설에도 대거 투자했다.


문제는 사실상 러시아 군대가 카자흐스탄에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카자흐스탄에 대한 러시아의 지배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고,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들이 옛소련 국가들에게도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푸틴의 옛소련 복원 노림수, 자충수 가능성은?]


그러나 푸틴의 소련 제국의 영화(榮華)를 되찾기 위한 적극적 개입 전략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의 전략은 치명적 약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FT는 “러시아가 주변 국가의 독재 체제를 계속 지원하다가 현지의 민주화 요구가 폭발하게 된다면 오히려 러시아의 영향력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번 카자흐스탄의 국민대궐기가 30년간 장기집권을 했던 대통령이며 또한 퇴임후에도 ‘상왕 정치’를 하는 실권자인 82살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세력을 옹호하다가는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지금의 시위가 러시아에 의해 진압된다면 러시아가 부패세력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민주화운동으로 변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친러시아 정권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카자흐스탄의 대규모 시위로 나자르바예프의 친위세력이 힘을 잃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물론 현재 대통령인 토카예프가 지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겠지만 나자르바예프를 중심으로 한 부패세력의 공백을 제대로 채워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우에 따라 카자흐스탄의 정국이 요동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런 관점에서 FT는 “카자흐스탄 사태는 구소련 주변국을 거느리고 지역 패권을 추구하려는 푸틴의 가장 큰 약점이 ‘민주화’임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평했다.


결국 카자흐스탄에서의 대규모 시위가 일단 잦아들기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러시아에게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 단정하기도 어렵다. 특히 우크라이나 문제로 미국과 EU가 러시아에 정면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자흐스탄에서도 러시아가 군사력 증강을 한다든지 아니면 시위진압의 전면에 나서서 살상을 하는 일들이 발생하게 되면 그때는 예측 불가능의 상황으로 번져갈 가능성도 있다.


또한 러시아가 이번 일을 계기로 카자흐스탄의 북부지역에 대한 점령을 강행한다면 이는 또다른 옛소련 국가들에게 경각심을 주면서 친러시아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런 관점에서 푸틴의 카자흐스탄에 대한 도박이 성공할지 두고 볼 일이다. 카자흐스탄 국민들의 궐기는 사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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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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