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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처절하게 무너진 시진핑의 ‘반도체 중국몽’ - 미국 따라잡을 기술도, 인력도 없는 중국의 한계 - 결국 반도체 굴기 포기한 중국, 현실적 돈벌기로 방향전환 - 반도체 굴기 포기는 미중패권 경쟁 좌절로 이어져
  • 기사등록 2022-01-06 12:50:04
  • 수정 2022-01-06 15: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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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반 전체가 무너진 중국의 반도체 야망]


지난해 12월 말 우리나라의 언론들은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반도체 굴기(崛起·우뚝 섬)를 본격화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3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상 숙련 공정에 사용되는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를 사들이며 반도체 양산을 위한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DUV 장비는 빛을 이용해 웨이퍼에 전자회로를 새기는 장비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공격적으로 들여오고 있는 EUV 장비의 구형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주도하는 회사가 바로 상하이에 본사를 둔 세계 5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SMIC이다. “SMIC는 미국의 대 중국 수출 규제 때문에 극자외선(EUV) 장비를 수입할 수는 없지만, 그 외의 장비는 모두 수입하고 있다”는 것이 중국 경제일보의 지난해 12월 24일 보도이기도 하다.


사실 SMIC는 지난해부터 수십억 달러가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이미 78억 달러가 투입되는 베이징 생산라인 건설이 시작됐고, 남부지역의 선전시에 23억6000만달러를 들여 12인치 웨이퍼 생산 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상하이에도 88억7000만달러가 소요되는 12인치 웨이퍼 공장을 건설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대충 따져봐도 투자총액이 200억 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거액을 쏟아 붓고 있다. 그러니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볼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반도체 굴기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금 중국이 반도체 산업의 명맥을 이어가려고 얼마나 발버둥을 치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중국은 안다. 반도체 산업이 중국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반도체 산업은 중국 국방의 미래도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다. 반도체 기술 증진 없이는 미국과의 군사적 우위에 선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반도체산업에서 미국을 능가하지 않고서는 중국의 미래산업 역시 불투명하고 미중 대결에서 절대적 열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데 현실은 미국의 대 중국 제재 때문에 결코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산업을 따라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중국이 자체적으로 반도체 기술을 개발해 나아가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중국은 잘 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도 최선을 다해 시도해 보자는 것이 지금의 중국 반도체 산업의 현실이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중국이 EUV장비를 도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미국이 제재하지 않는 DUV 장비를 적극 도입하고 있지만 문제는 DUV 장비의 해상도는 30㎚인 반면 EUV 장비는 10㎚ 이하 공정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중국이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최첨단은 아니지만 한물간 기술이기는 해도 카메라 이미지 센서, 자동차용 반도체 같은 세계 반도체 수요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14㎚ 이상 반도체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그래서 SMIC가 발표한 세 공장 모두 28㎚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들인 것이다. 그런데 28㎚ 반도체는 삼성전자가 10년 전에 이미 개발해 상용화한 기술일 정도로 구세대 생산라인이다. 5나노 이하의 미세 공정을 놓고 경쟁 중인 삼성전자나 대만 TSMC에서는 폐기 대상 라인이라는 점에서 중국 반도체의 현재가 어떠한지 여실히 말해 준다.


[칭화유니그룹이 말해주는 중국 반도체의 현실]


중국 반도체의 현실을 말해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바로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이었다가 지난해 파산신청을 한 칭화유니그룹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졸업한 칭화대가 대주주였던 칭화유니는 한때 중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설계·제조사였다. 심지어 2018년 4월에는 시진핑 주석이 우한에 있는 칭화유니그룹 산하 메모리 공장을 방문해 “반도체는 제조업의 심장으로, 심장이 약하면 아무리 덩치가 커도 강하다 할 수 없다”면서 “반도체 분야에서 중대 돌파를 이뤄내 세계 메모리 반도체 기술의 최고봉에 올라서라”고 주문할 정도로 깊은 관심을 표명했던 회사이기도 했다.


이 회사 자오웨이궈(趙偉國) 회장은 총규모가 490억 달러(약 47조원)에 이르는 국가반도체대기금의 지원을 바탕으로 국내외 반도체 기업 20여 곳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면서 덩치를 불렸다.


칭화유니그룹이 이렇게 큰 소리를 쳤던 것은 국가적 지원하에 국내외 기술 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을 하게 되면 중국의 부족한 기술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지어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를 인수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칭화유니의 허장성세는 거기서 끝이었다. 일단 미국과의 디커플링이 시작되면서 칭화유니의 첨단기술 기업 인수는 곳곳에서 발목이 잡혔고, 결국 원천기술이 없는 칭화유니는 세계 일류와는 거리가 먼 중국안에서만 큰소리치는 회사로 추락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의 인수합병과정에서 쌓인 과도한 부채로 지난해 7월 파산 절차에 들어갔고, 다른 국유 기업 컨소시엄에 소유권이 넘어갔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지난 12월 30일, “전날 열린 칭화유니그룹 채권단 회의에서 90% 이상의 지지로 파산 구조 조정안이 가결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투자한 기관인 베이징즈루(北京智路)자산관리·베이징젠광(北京建廣)자산관리가 주축인 컨소시엄이 600억위안(약 11조2000억원)을 투자해 칭화유니그룹을 인수하게 된다. 칭화유니그룹이 사실상 국유화되는 셈이다.


그동안 알리바바 등 민간 부분에서 칭화유니를 인수할 것이라는 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로이터통신은 “미국 금융 당국이 미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에 대해 정보 공개 요구를 강화하면서 알리바바 인수 방안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어쩔 수 없이 국가가 운전대를 직접 잡게 되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칭화유니그룹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칭화유니의 창업자이자 주요 주주였던 자오웨이궈는 국가가 주도하는 사모펀드의 경영능력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공개고발장을 내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자오웨이궈의 격렬한 반응으로 칭화유니그룹의 구제 방안이 방해받을 위기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칭화유니그룹의 몰락과 관련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진핑 주석의 강력한 정치적 의지와 대규모 정부 자금 지원, 국내 기업가들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반도체 기술 자립의 길에서 점점 멀어지는 냉엄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0년 11월엔 중국 반도체 산업의 희망으로 포장됐던 중국 우한훙신(HSMC)이 자금난에 빠져 완전 국유화됐다. 그런데 HSMC가 완전히 정부를 속인 사기집단이나 다름없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다. 구형 장비를 최첨단 반도체 장비로 속이고 기술을 부풀려 정부와 민간 투자금을 유치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국 반도체의 현실을 그대로 노출시킨 또 하나의 사건이 있다. 지난해 11월 11일, 중국의 6중전회가 끝난 날 중국과 홍콩 증시를 요동치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업체인 SMIC(중국명 中芯國際)의 대만계 이사 3명이 집단으로 사임한다는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대만계 미국인 장루징(張汝京)이 창업했지만 지금은 중국 정부 측 지분이 50% 이상인 사실상의 국유기업이 된 SMIC는 지난해 매출이 40억 달러의 세계 제5위의 파운드리 업체로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중국이 유일하게 희망을 거는 회사라고 할 정도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대만계 이사 3명이 줄사임을 하면서 요동을 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 3명이 사실상 SMIC가 이 정도 기술력을 갖게 된 원동력이 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SMIC의 핵심 기술인력들이 동시에 물러났으니 중국내에 난리가 난 것이다. 이들이 물러나면 함께 이 회사로 왔던 기술 인력들도 한꺼번에 사임한다는 의미이니 SMIC로서는 그야말로 미래의 기술 인력들까지 줄줄이 빠져 나갔다는 것을 뜻한다.


이들이 SMIC를 그만 둔 이유가 바로 미국의 제재 때문이었다. 이들이 SMIC의 기술을 진보시키려면 당연히 7나노 제품 개발과 생산에 필수적인 네덜란드 ASML사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도입은 필수적이고, 또다른 기술들의 해외 유입이 필요한데 이러한 모든 것들이 미국의 제재로 인해 막혀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회사 재직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반도체산업이 삼성전자나 TSMC 등 첨단 기업을 추격할 수 있는 희망 자체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반도체 굴기’ 꿈 포기한 중국]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그럼에도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는 이유는 첨단 기술을 따라잡기는 틀렸으니 현실적으로 생산이 가능한 반도체를 집중적으로 생산해 돈이나 벌자는 생각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 내 수요가 풍부해 시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반도체대기금 지원을 받는 SMIC가 구세대 기술인 28나노급 생산 라인 구축에 주력하는 것 자체가 첨단 반도체 기술 경쟁을 포기하고 현실적인 쪽으로 노선 전환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대만 과기부 산하 과학기술산업정보실(iKnow)은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반도체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인재와 자금은 물론 장기간에 걸친 기술 축적이 필요하다”면서 “중국이 독자적으로 반도체 제조 기술을 확보하려고 한다면 10년을 매달려도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도 중국 언론 인터뷰에서 “반도체 분야는 돈만 쏟아부으면 되는 업종이 아니다”라면서 “돈이 아니라 수학자, 물리학자, 화학자 등 창의적 인재를 쏟아부어야 한다”고 했다.


분명한 것은 반도체 굴기를 꿈꿨던 시진핑의 꿈은 이미 사라졌다는 점이다. 사실 중국 고유 기술도 없으면서 남의 기술을 훔치거나 사들여 뭔가를 이뤄보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였다.


심지어 지금도 중국의 반도체 전문 인력은 태부족이다. 그래서 반도체 분야의 고급인력들을 대부분 대만에서 수혈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한 본질은 생각하지도 않고 미국의 첨단 기술을 이기려고 꿈을 꿨다는 것 자체가 ‘중국의 허장성세’에서 나온 ‘일장춘몽’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것은 중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에의 도전을 포기한다는 것은 중국의 기본적인 ‘미국과의 패권 경쟁 전략’ 자체가 모두 허물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반도체 자급률을 2020년 40%, 2025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담은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 자체가 이미 휴지조각이 되어 버렸다. 실제로 미국 시장조사 업체 IC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5.9%에 그쳤다. 그것도 중국에 생산 기지가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이 만든 물량을 포함해서 그렇다. 그들 외국계 회사를 제외한 순수 중국 업체 비율은 5.8%에 불과하다. IC인사이트는 2025년에도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19.4%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의 현실이다.


미중간 패권 경쟁? 싸움의 결론은 이미 이렇게 끝이 나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허장성세를 부린다면 이는 객기이고 오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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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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