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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신년사 건너뛴 김정은, 이유는? - 진퇴양난 김정은, 대미-대남 메시지 안내. 4월 이후 주목 - 올해 최대 난제인 식량난 해결위해 노력 집중할 듯 - 국경봉쇄는 당분간 지속할 듯, 추후 외국 지원받을 가능성도
  • 기사등록 2022-01-04 13:50:15
  • 수정 2022-01-04 17: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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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말 진행된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김정은 [사진=노동신문 캡쳐]


[신년사 건너 뛴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하지 않고 대신 지난해 연말에 진행된 전원회의 결과 보도문으로 대체했다. ‘하노이 노딜’(2019년 2월) 이후 3년째 신년사를 생략하고 있는 김정은은 지난해엔 전원회의 결론과 친필 서한으로 신년사를 대신했었는데 올해도 또다시 연말 전원회의 결과를 노동신문 1월 1일 자 1면에 실으면서 신년사를 대신한 것이다.


[“새해 무거운 고민 마주하게 될 것”이라 말한 김정은]


지난해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열린 ‘제8기 제4차 전원회의’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2022년은) 무겁고도 책임적인 고민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1일 북한 노동신문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김정은은 “한국,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 등을 논의했다”고 했지만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저 “결론은 다사다변한 국제정치 정세와 주변환경에 대처하여 북남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했다”고만 했을 뿐이다.


더불어 문재인 정부가 기대하는 종전선언이나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관한 언급 역시 이번 전원회의 결과 보도에 담기지 않았다. 대신 농업과 경제 부문을 집중적으로 다뤘고, 국방력을 계속 강화하면서 비상방역에 전념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조선중앙방송은 “비상방역 사업을 국가사업의 제일 순위로 놓고 사소한 해이나 빈틈 허점도 없이 강력하게 전개해 나가야 할 최중대사”라며 “날로 불안정해지고 있는 조선반도(한반도)의 군사적 환경과 국제정세의 흐름은 국가방위력 강화를 잠시도 늦춤 없이 더욱 힘있게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전원회의의 언급으로 볼 때, 새해 당분간 대외적인 행보보다 먹고사는 문제 등 내치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북한의 접경 봉쇄와 고립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지난 12월 말 진행된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사진=노동신문 캡쳐]


[식량문제 해결 강조한 북한]


북한은 이어 “농업 생산을 증대시켜 식량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 10년짜리 중장기적인 목표를 세웠다”고 1일 노동신문이 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총비서가) 우리식 사회주의 농촌의 비약적 발전을 이룩하는 위대한 새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으며,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사회주의 농촌건설’의 목표와 당면한 과업을 천명했다”고 노동신문은 보도했다.


김정은은 또한 농촌발전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식량문제’ 해결을 꼽았다. 김정은은 “농업 생산을 증대시켜 나라의 식량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을 농촌발전 전략의 기본과업으로 규정”하면서 “앞으로 10년 동안에 단계적으로 점령해야 할 알곡생산 목표와 축산물, 과일, 남새(채소), 공예작물, 잠업 생산 목표를 밝혔다”라고 신문은 전했다.


김정은은 농업 생산 증대를 위한 방안으로 트랙터 등 농기계 생산을 위한 공장과 연구 부문에 투자를 집중해 농기계 공업을 일신시키는 ‘특별중대조치’를 취하고, 특히 대표적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에 힘을 집중하기로 했다.


결국 이번 전원회의를 주재한 김정은은 대외 문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경제부문에만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즉 “극난한 환경에서 경제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법, 자력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하나하나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실행”하는 것이었다.


[김정은의 메시지가 주는 의미]


신년사를 대체한 김정은의 전원회의 메시지는 여러 의미를 던져 준다. 특히 하노이회담 실패 이후 김정은이 신년사를 하지 않고 전원회의 결과 보도문으로 일관되게 대체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 통치체제의 변화를 말해 준다.


통일연구원은 지난 1일 북한의 전원회의 보도결과를 토대로 “북한의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분석”이라는 자료를 내놓았는데 여기서 지난 3년간의 전원회의 보도문을 비교하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번 전원회의가 대미문제와 대남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으면서 경제정책에만 집중되었다는 점”이라면서 “이는 미북간 대결이 장기화될 것을 예상하면서 자력갱생 및 국가의 경제장악 강화에 기초하여 경제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체제의 방향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다시말해 “2022년의 북한은 당의 통제 관리하에 국경봉쇄는 지속하되 자급자족에 초점을 맞추면서 체제 내구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김정은의 통치방향은 이미 군 주도가 아닌 당 주도로 완전히 탈바꿈했다는 점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당 전원회의 결과 보도로 최고 지도자의 신년사를 대체했다는 것이 바로 당 주도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두 번째, 전원회의 결과 보도문을 살펴보면, “위대한 우리 국가의 부강발전과 우리 인민의 복리를 위하여 더욱 힘차게 싸워나가자”를 2022년 투쟁 방향으로 제시하였다.


김정은도 “2022년의 투쟁은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 발전을 위하여, 위대한 우리 인민, 사랑하는 후대들을 위하여 조금도 지체함이 없이 과감하게 전개하고 반드시 성공해야 할 일대 결사전”이라고 하였다.


이는 올해도 김정은 체제 정당성 강화를 계속 추진할 것임을 보여준다. 이런 관점에서 올해 1월 1일 0시에 김일성광장에서 평양시민이 대규모로 참여한 2022년 국기게양식을 개최하며, “사랑하는 조국을 떠받드는 인민의 고결한 충성심과 강렬한 애국열의”를 강조했던 것이다.


세 번째, 올해도 북한은 코로나19 비상방역사업을 국가의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22년에도 북한의 국경봉쇄 기조가 지속될 것임을 예측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방역을 선진적이며 인민적인 방역에로 이행시키는데 필요한 수단과 력량을 보강, 완비하는 사업을 적극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북한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과 관련해 국제사회와의 기술협력을 다방면으로 모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현재로서는 북한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석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국제사회와의 교류는 시간이 필요한데 베이징 올림픽은 바로 다음 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네 번째, 국방부문의 핵심과업과 관련한 김정은의 메시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전원회의 결론에서 김정은은 “날로 불안정해지고 있는 조선반도의 군사적 환경과 국제정세의 흐름은 국가방위력 강화를 잠시도 늦춤없이 더욱 힘있게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대외협상력 고도화를 위한 첨단전략무기 개발 과업 지속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예비군사력 고도화를 위해 주민들이 일상적 전투 대비력을 향상시키는 ‘민방위무력 강화’라는 단어를 꺼내들었다.


이는 김정은의 북한이 올해 전 인민들에게 미국을 비롯한 세력들에 의한 위기감을 조성하면서 끊임없이 인민들을 전시체제 속에 가두어 놓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러한 긴장감 조성이 피폐된 경제난 속에 통치를 쉽게 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 왜 대미-대남 메시지를 내지 않았을까?]


분명한 것은 이번 북한 전원회의에서 대남 및 대미 문제들이 논의되기는 했지만 그와 관련된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논의되기는 했지만 아직 결론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 시점이 공개하기에 부적절하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았을 가능성 또한 있다.


이는 김정은이 지금 펼쳐지는 대내외 환경 자체를 아주 불확실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분간 상황을 주시하면서 대책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김정은이 그동안의 대외 노선을 완전히 수정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일단 김정은이 ‘국가방위력강화’나 ‘현대전에 상응한 위력한 전투기술기재개발생산’, ‘국가방위력의 질적변화’ 등을 언급했다는 것은 현재 북한의 핵무력을 더욱 강화하면서 이를 대외에 과시하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내비친 것이며 이러한 국방력을 토대로 미국 등과의 협상력을 제고(提高)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면서도 김정은의 메시지 가운데 아예 대남 및 대미 메시지가 없다는 점을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김정은이 북한의 핵무력을 더욱 강화하면서 김장을 유지하되 미국의 태도를 주시하며 또 남쪽의 대통령선거 결과 역시 주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기야 현재로서는 김정은이 미국을 향해 특별하게 낼 메시지 자체가 없을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를 푸는 방법은 핵무력 포기가 유일한데 오히려 핵무력 강화를 대내외적으로 강조하는 처지에 그러한 방향으로 갈 수가 없을 것이다.


대남 메시지 또한 아무리 남쪽 정부와 협의를 한다해도 미국의 동의없는 대북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남측 정부에 대해 의미없는 메시지를 보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김정은은 사실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현재로서 김정은이 노릴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이렇게 시간을 끌면서 내부적으로 핵무력 완성을 하는 것이고, 핵무기를 더욱 증산함으로써 나중에 판 크게 미국과 승부를 보려 할 것이다.


당연히 지금으로서는 김정은이 내놓을 카드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에서 이번에 대미-대남 관련한 메시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당분간 대남 도발 역시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대남 도발 역시 김정은의 중요한 메시지이기 때문에 만약 도발을 하더라도 새로운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는 3월 중순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할 것이다.


[북한 지도체제 일부 개편 의미는?]


김정은은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주요 엘리트들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의미있는 것은 올해 북한의 경제와 사회 관리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민군 상장인 박정근을 내각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정치국 위원으로 임명했으며, 육군 제5군단장이었던 리태섭을 사회안전상(우리의 경찰청장)으로 임명하면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임했다는 점이다. 사회 치안 전반을 담당하는 사회안전상은 지난해 9월 장정남이 임명됐다가 불과 4개월도 안 돼 전격 교체됐다.


다만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국무위원 겸 당 부부장의 이름은 거론되지 않아 정치국 재입성은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 체제에서 백두혈통의 정치국 진입 문제는 별 의미가 없다. 그런 점에서 김여정의 정치국 진입 문제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필요없다 할 것이다.


[다가오는 4월을 주목하라!]


통일연구원은 “2022년 북한의 정치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4월”이라 봤다. 그 이유는 김정은 당 제1비서 취임10년(4.11), 김일성 생일 110년(4.15), 조선인민군 창건 90년(4.25) 등의 행사가 4월에 몰려 있으며 또 이들 행사들이 모두 정주년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김정은 집권 10년 제1의 업적으로 국방력 강화를 선전하였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3월 한국의 대선 결과와 한미연합훈련 진행 상황, 4월 대내 정치 필요 및 군사기술 발전 수준 등을 고려하여 정치군사적 행보를 보이며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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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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