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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신장위구르 놓고 美와 힘겨루기, 中 의도는? - 신장위구르 수장 전격 교체한 中, 美압박 굴복인가, 꼼수인가? - 중국 산업 기반 뒤흔들 정도의 강력제재 시행한 미국 - 대응할 뾰쪽한 수단없는 중국, 천취안궈 희생양 삼은 듯
  • 기사등록 2021-12-27 23:04:11
  • 수정 2021-12-28 07: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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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위구르 자치구 총책임자 교체한 중국]


미국의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외교 보이콧'의 주된 명분이 될 정도로 사실상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신장(新疆) 위구르 문제를 놓고 미국이 강경한 자세를 취하며 다양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 정부가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총책임자인 천취안궈(陳全國) 공산당위원회 서기를 전격적으로 교체해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중국의 관영 신화 통신은 25일 천취안궈(陳全國) 신장 당 위원회 서기가 서기직과 당 위원직을 더 이상 맡지 않으며, 그의 후임자로 마싱루이(馬興瑞) 광둥(廣東)성 성장이 임명됐다고 전했다.


2011~2016년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당 서기를 거쳐 2016년부터 신장위구르를 맡아 두 지역을 강압 통치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천취안궈는 그의 임기 때에 서방이 ‘강제 수용소’라고 비판하는 신장의 직업 캠프를 도입하기도 해 서방 세계의 집중적인 표적이 되어 왔다.


그래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7월 인권 탄압을 이유로 신장위구르 고위 인사들과 함께 제재 명단에 올랐다.


중국 입장에서는 천취안궈가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중요한 소수 민족 자치구 수장을 잇달아 맡아왔다는 점에서 시진핑 주석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아 왔으며, 이에 따라 2017년 제19차 당 대회때 당 지도부인 중앙정치국(총 25명) 위원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 사실상 교체됐다는 점에서 중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신임 마싱루이 신장 당 서기는 국제우주항공과학원 원사(최고 과학자)의 타이틀이 말해주듯 항공우주 분야 전문성을 가진 테크노크라트(기술 관료)다. 공업정보화부 부부장(차관) 등을 거쳐 2017년부터 광둥성장으로 일해왔다.


이와 관련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인 광둥성을 관리한 그의 경험이 경제 발전이 낙후된 신장위구르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산업 기반 뒤흔들 정도의 강력제재 시행한 미국]


그런데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인권 문제를 이유로 고강도 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와중에 중국이 신장위구르의 수장을 교체했다는 점이다. 이 배경을 분석하려면 지금 미국이 중국에게 어떠한 제재조치를 내렸는지부터 이해해야만 한다.


미국은 신장 위구르의 소수민족 인권탄압에 반발하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강행한데다가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군사적 목적과 인권 탄압을 위해 생명공학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중국의 위협에 조치를 취한다"며 중국을 포함해 말레이시아와 터키 등 모두 37개 기관 및 기업에 대한 수출 제재 방침을 밝혀 중국에 대한 제재의 강도를 대폭 높였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생명공학과 의학은 생명을 구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지만, 중국은 이를 종교·인종적 소수자들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며 "미국의 기술이 이 같은 국가 안보에 반하는 행위에 이용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 재무부도 이날 홈페이지에 세계 최대 상업용 드론 제조사인 DJI를 비롯해 중국 기업 8곳을 투자 블랙리스트에 추가한다고 고시했다.


여기에 미국 국토안보부는 신장 등에서 위구르족을 탄압하는데 중국 정부와 협력하는 단체들의 명단을 만들고, 그들의 물건이 미국에 들어오는 것도 금지시켰다.


이러한 정부 제재 외에도 하원에 이어 상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강제 노동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중국 신장지역에서 만들어진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그런데 이 법의 제재 내용이 중국 입장에서는 너무나 뼈아플 정도로 강도가 높다.


이 법은 신장에서 제조되는 상품을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전제하는 일응추정(rebuttable presumption·반박해 증명하지 않으면 사실이라고 전제하는 원칙)의 원칙을 담고 있는 강력한 규제법안으로 이에 따라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이 예외를 두지 않는 한 신장에서 들어오는 물건은 모두 수입이 금지된다.


이렇게 상원을 통과한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서명했다. 그런데 이 법이 시행된다면 당장 중국 경제는 물론이고 이 법이 실질적으로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만큼 파급효과가 크다는 의미다. 이 법은 준비 기간을 거쳐 6개월 뒤 발효된다.


이 법이 더욱 주목을 끄는 것은 그동안 미국의 대 중국 제재들이 특정 기관이나 개인을 대상으로 해 왔었는데 이번 제재법은 신장에서 제조되는 상품을 강제노동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지 않으면 아예 수입 조차가 금지된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중 압박 방식에 일대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연구소(PIIE)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 법의 핵심은 기업이 미국에 수입되는 어떤 (신장) 제품도 강제 노동과 관련이 없다는 '명백하고 납득 가능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신장 지역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제삼자의 감시와 확인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결백'을 증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PIIE는 이어 "이 법은 (중국의) 조직적인 위구르족 및 다른 소수민족 탄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건설적인 움직임"이라며 "그 영향으로 세계 면화 및 태양광 시장에 파문이 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것이 바로 세계 생산량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폴리실리콘을 만들 정도로 막강한 지배력을 가진 태양광 시장이다. 신장 지역이 이렇게 엄청난 시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지역의 풍부한 석탄을 이용해 전기를 값싸게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폴리실리콘이 1천도 이상의 열을 가한 전기로에 원료인 규소를 넣고 99.9% 이상의 실리콘으로 정련해내는 과정을 통해 생산되기 때문에 전기 요금이 전체 생산비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아주 중요한 기반이 된다.


이렇게 값싼 전기료에다 신장 위구르의 소수민족을 이용해 값싼 노동력까지 더해지면서 그동안 중국의 태양광 산업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다. 이런 연유로 세계에서 5대 폴리실리콘 공장 중 4개가 신장 지역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중국의 태양광 산업 말고도 중국산 의류산업에도 이 법이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은 이미 신장 면화 및 관련 제품 수입을 전면 금지했지만 이 법은 단순한 수입 규제 차원을 넘어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이 공급망 전반에 걸친 수입 규제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의 의류산업의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장 강제노동 금지법'이 신장에서 최종적으로 생산된 제품만 수입을 금지하는 차원을 넘어 생산 과정에서 신장의 원료, 반제품, 노동력을 '부분적으로' 활용한 제품도 수입 금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 법은 단순하게 미국으로의 수입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무역을 하는 전 세계의 기업들 역시 자사 공급망에서 신장 지역과 관련된 모든 요인을 능동적으로 배제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칫 해당 제품의 미국 수출 자체가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법은 미국이 그간 추진해온 '신장 보이콧'을 전 세계로 확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더더욱 이 법으로 인해 중국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각 산업 공급망의 복잡한 구조상 실제 적용과정에서 신장에서 생산된 모든 원료부터 조그마한 부품까지 다 배제해야만 하기 때문에 사실상 중국산 제품 전체에 대한 수입 규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관련법 제정 동향을 다룬 기사에서 "새 법을 계기로 신장 면화와 토마토에 관한 앞선 미국의 수입 금지령이 태양광 패널에서 장난감, 티셔츠 이르기까지 이 지역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되는 모든 제품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딜레마, 대응할 뾰쪽한 수단이 없다]


이렇게 신장 위구르를 이유로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과 제재가 촘촘해지고 있고 더불어 두텁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미국의 중국을 향한 전방위적 제재에 중국은 마땅히 대응할 수단이 없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에 서명을 하자 중국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지난 24일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사위원회가 성명을 통해 "근거 없이 이른바 신장 '강제노동' 문제를 날조하고 인권을 기치로 난폭하게 중국 내정에 간섭했다"며 "전인대는 이에 대해 결연한 반대를 표한다. 미국이 계속 일방통행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결연한 반격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명은 "신장의 노동·취업 보장정책과 그 실천은 중국 헌법과 법률, 국제 노동 및 인권 표준에 부합하기에 강제노동 문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며 "신장 관련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이니 어느 나라도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성명은 국정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외사위원회와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도 나왔다. 단순한 외교부의 성명이 아니라 중국의 핵심 기관들이 대응에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미국의 제재가 뼈아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외교부와 상무부도 성명을 발표하긴 했지만 더 비중있는 기관들의 성명 속에 묻혀 버렸다.


이러한 중국의 대응은 사실상 미국의 다방면의 전방위적 압박에 뚜렷하게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중국 정부의 대응은 실효성이 전혀 없는 반면 미국의 제재는 실질적으로 중국 경제에 엄청난 타격이 될 뿐 아니라 중국의 이미지와 위상에도 심각한 충격파를 던져준다는 점이다.


[천취안궈 교체한 중국의 의도는?]


이번 신장위구르지역 수장인 천취안궈 당비서의 교체는 이러한 와중에 나왔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러한 시점에서 중국 당국이 왜 천취안궈를 교체했느냐는 것이다.


25일 관영 신화통신은 “천취안궈가 더 이상 서기직을 맡지 않으며 조만간 새 보직을 맡을 것”이라고만 했다. 일단 중국내에서는 천취안궈가 내년 하반기 공산당 제 20차 당대회에서 최고위직인 상무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런데 천취안궈의 상무위원 발탁은 중국이 그동안 신장위구르족 관련 조치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강조하면서 미국의 제재 조치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사로 해석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미국과 전면전을 치르겠다는 항전의 의지가 이번 인사에 담겨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단 내년 10월까지 시간을 벌어두기는 했지만 천취안궈에 대한 중국 정부당국의 후속조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중국의 의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시진핑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천취안궈의 급작스런 사임은 오히려 중국 정부 당국이 미국에 화해 제스쳐를 보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시말해 천취안궈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의미다.


미국의 중국을 향한 공세가 중국정부 당국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거세지니까 일단 한숨 돌리기 위해 신장 위구르의 책임자를 교체하면서 일정부분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에 대해 서방세계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인사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만약 시진핑 주석이 미국과 정면으로 맞설 생각이었다면 천취안궈를 내년 당대회 때까지 그대로 보직을 맡긴 후 상무위원에 발탁했을 터였다. 그러나 무려 1년여를 앞두고 갑자기 인사 조치했다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거센 소나기를 일단 피해보자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의 그러한 계략이 서방세계에는 전혀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지금 신장 위구르의 인권 문제가 책임자 한 명 교체했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천취안궈의 교체로 미국의 거센 폭풍우를 일단 잠재워 보려는 시진핑의 꼼수는 그래서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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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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