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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 대미 외교 급방향 전환 시사, 도대체 무슨 일이? - 직전 주미中대사, "준비안된 싸움 말아야" - 홍콩언론의 분석, “중국은 이미 방향전환을 했다” - 중국, 최근들어 갑자기 개혁개방 강조, 달리진 기조 보여
  • 기사등록 2021-12-26 23:09:20
  • 수정 2021-12-27 08: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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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베이징(北京)에서 중국국제문제연구원(CIIS)과 중국국제문제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2021년 국제정세와 중국외교 토론회`[사진=CIIS]


[직전 주미中대사, "준비안된 싸움 말아야"]


미국과 중국의 충돌 양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대 미국 외교의 방향전환을 시사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지난 20일 베이징(北京)에서 중국국제문제연구원(CIIS)과 중국국제문제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2021년 국제정세와 중국외교 토론회'에서 2013년 5월부터 지난 6월까지 8년여 간 주미대사로 재임하며 미국의 3개 정권(오바마·트럼프·바이든)을 경험한 바 있는 추이톈카이(崔天凱) 전 주미 중국대사가 “원칙적으로 준비 안 된 싸움, 자신 없는 싸움, 오기로 하는 싸움과 소모전은 해서는 안 된다”면서 중국이 당장 미국과 ‘강 대 강’으로 맞설 것이 아니라 이길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추이톈카이의 이러한 발언은 한마디로 "新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춘 채 때를 기다림) 밑그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는 지금 시진핑 공산당 정권이 취하고 있는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로 통칭되는 중국의 현 대외 정책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주장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세미나가 사실상 중국 외교부가 매년 12월에 다음 해의 중국 외교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모임인데다 왕이 외교부장이 직접 참석해 발제하고 토론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중국국제문제연구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미중간 관계를 상당히 온화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추이톈카이 전 주미대사는 "중미관계가 현재 처한 역사적 단계는 상당히 긴 시간 지속될 수 있다"면서 “미국은 사회제도와 이데올로기, 문화적 전통에 더해 인종까지 다른 대국의 부상을 기꺼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라 솔직하게 말하면서 “미국의 대 중국 정책에는 인종주의 요소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마지노선도 없이 전력을 다해 중국을 탄압하고 억제하고 분열시키고 포위하려 한다"며 "이에 대해 우리는 명석한 두뇌와 충분한 준비로 중미관계에 앞으로 있을 굴곡과 롤러코스터 같은 장면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이톈카이 전 대사는 이어 "기왕에 투쟁의 목적이 인민의 이익과 전략적인 전체 국면을 수호하는 것이라면 투쟁 과정에서 이익과 전체 국면에 결부된 대가와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며 "원칙적으로 준비 안 된 싸움, 자신 없는 싸움, 오기로 하는 싸움과 소모전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추이톈카이 전 대사는 또한 "우리의 상대 중에는 극도로 이기적이고 양심이 없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는 이상과 신념, 과학적 이론, 넓은 마음, 고상한 정서를 가진 공산당 사람이기 때문에 실제 투쟁에서 그들을 이길 뿐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그들에게 승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중국의 외교는 이미 방향전환을 했다고 보도한 홍콩 명보 25일자


[홍콩언론의 분석, “중국은 이미 방향전환을 했다”]


추이톈카이 전 대사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홍콩 명보(明報)는 25일자 사설에서 "추이 전 대사 발언뿐 아니라 왕이 외교부장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미국의 대 중국 정책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이미 새로운 인식을 하고 있으며, 바이든 임기와 그 후 중미관계의 발전에 대해 환상을 버렸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명보 사설은 “추이 전 대사는 준비안된 싸움, 자신없는 싸움, 오기로 하는 싸움과 소모전을 하지 말라고 강조했는데, 신형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전략적 밑그림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명보는 이어 “외교부의 홈페이지에 왕이 부장의 발언 뿐 아니라 추이텐카이 전 대사의 발언까지 전문으로 게재되어 있다는 것은 이 두 사람의 발언이 중국의 공식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하면서 추이텐카이 발언에 상당한 의미를 두었다.


이는 결국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미국과 최대한 충돌을 자제하면서 대외 관계를 안정화하겠다는 방향으로 중국의 외교 책략이 변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왕이 외교부장도 "(미국이 중국에) 대항하려 한다면 두렵지 않으며, 끝까지 갈 것"이라면서도 “2022년의 미중 양국은 지난 50년전의 수교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미 관계의 온건한 발전을 추진키 위해 진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달라지는 미중관계 변화 조짐들]


이러한 중국 외교의 변화는 신장자치구 위구르족 인권 문제를 이유로 모든 신장 관련 상품의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에 서명한 미국의 조치에 대해 중국의 대응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우선 미국의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신장산 제품 보이콧을 선언했다가 중국 여론이 크게 반발하자 급기야 인텔측이 사과문을 발표한 것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조용히 넘어갈 것이라고 홍콩 명보는 전했다. 지금 상황에서 미국에 대해 격렬하게 반발하는 것 자체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분명한 변화다.


여기에 전랑외교의 대명사인 친강 주미대사를 보필하기 위한 새로운 대사관 직원을 미 대사관으로 파견했는데 그가 바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전 보좌관인 징취안이다.


징취안은 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 방문 연구원을 지내는 등 경력 대부분을 미국 문제에 몰두할 정도로 미국통이다. 징취안의 미국 대사관 파견은 비록 미 대사관 3인자이기는 하지만 중국 정부가 미국과 관계가 악화하자 양국 관계를 정상궤도로 돌리기를 희망한다는 신호라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16일 분석보도했다.


특히 지난 7월 주미 대사로 부임한 친강 대사가 지나치게 미국에 대해 공격적이라는 점에서 징취안은 기존 라인업에 변화를 주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황징 베이징언어문화대 국제지역문제연구소장은 "양국 관계 악화로 인해, 미국 문제를 다루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친 대사에게는 시간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SCMP에 설명했다.


황 소장은 이어 “징 전 보좌관은 미국 문제를 다루는 데 경험이 있다”면서 “공격적인 스타일의 전랑 동료들과 대조적으로 부드러운 실용주의자라는 평판 속에 징 전 보좌관의 임명은 미국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하나의 변화 조짐도 있다. 최근들어 중국이 지도부 인사의 연설, 관영 매체 논평 등을 통해 '개혁·개방'을 부쩍 강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3일자부터 '개방의 대문은 열면 열수록 커진다'는 제목의 연작 논평을 시작했다. 인민일보는 이 논평을 통해 "제18차 당대회 이래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지도 아래 중국은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단행해 세계 각국과 호혜 상생할 수 있는 공간을 개척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민일보는 2013년 이래 21곳의 자유무역 시험지구 설치, 작년 세계은행 발표 비즈니스 환경 순위 31위,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추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 가입 신청 등을 '개방'의 실적으로 소개했다.


인민일보는 이어 "개방은 발전과 진보를 위해 반드시 가야하는 길"이라며 "더욱 더 개방하는 중국과 세계 각국이 협력해서 개방 속에서 기회를 만들고 협력 속에서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특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21일 샤먼(廈門) 경제특구 건설 40주년 축전에서 "전면적으로 개혁·개방을 심화하고, 높은 수준의 발전을 추동하라"고 당부했다고 강조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 또한 지난 6일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국제노동기구(IL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금융안정위원회(FSB) 등의 수장과 영상으로 진행한 제6차 '1+6' 라운드 테이블에서 "중국의 개혁·개방은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내년 경제기조를 정하는 연례 중앙경제공작회의(8∼10일) 결과 보도문에도 "높은 수준의 개방으로 심층적인 개혁을 촉진하고 질 높은 발전을 추진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렇다면 중국이 이렇게 부쩍 개혁개방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한마디로 시진핑의 3연임을 앞두고 공동부유를 강조하면서 중국식 사회주의 강화로 인한 국제사회의 부정적 평가를 만회해 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다시말해 시진핑의 강력한 마오쩌둥 시대로의 회귀 속에 국진민퇴'(國進民退·국영 부문이 확대되고 민영 부문이 축소되는 상황) 조짐이 나타나자 미국 등의 서방세계가 부쩍 경계를 하면서 디커플링 강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개혁·개방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함으로써 중국내 외자 기업들과 대 중국 잠재 투자자인 해외 자본을 안심시키려는 중국 지도부의 의중이 최근 연설과 인민일보 논평 등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은 시 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될 내년 제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안정을 우선으로 하되 안정 속에 성장을 추구한다'는 방침을 내년 경제 운용의 기조로 제시한 바 있다.


결국 지난 한 해 동안 시진핑 주석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중국식 사회주의’ 강화가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역풍을 맞았고, 이로 인해 중국을 향한 디커플링 가속화가 일어나자 중국이 서둘러 안정속 개혁이라는 방향으로 키를 잡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중국 최고 지도부 내부에서 그동안 강경했던 시진핑 주석 중심의 노선에 대한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나면서 상당한 부정적 평가들이 있었다는 것이고 이로 인해 대외 강경투쟁 방식의 외교 노선에 상당한 변화를 주기로 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또다른 도광양회가 시작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중국의 외교노선 변화가 다른 정책에는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 두고볼 일이다.


아마도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는 교훈을 이제야 깨달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대 중국 디커플링 외교 정책이 부드러워질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 갈지도 주목거리다.


근본적으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추구하는 3연임, 그리고 중국식 사회주의 강화라는 기본적인 기조를 버리지 않는다면 서구사회와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본질은 그대로 두고 연지 곤지 찍고 진하게 화장한다고 해서 향기롭지 못한 냄새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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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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