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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일촉즉발 우크라이나, 러시아 푸틴의 적반하장 - 옛소련 해체 트라우마 가진 푸틴, 나토 동진 적극 반대 -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극력 반대하는 푸틴, 미와 협상 용의 - 내년 1월초 미와 협상, 러시아측 요구 수용하기는 힘들 듯
  • 기사등록 2021-12-24 13:45:54
  • 수정 2021-12-25 1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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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러시아 대통령궁]


[푸틴 기자회견, “나토 동진 용납 못해”]


우크라이나 문제로 미국, 유럽 등 서방국과 극한 갈등을 겪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 연례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한번 우크라이나에 대한 집착을 강하게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내·외신 기자 507명이 모인 가운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東進)을 용납할 수 없다”며 “서방은 러시아의 안보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푸틴 대통령이 ‘나토의 동진’이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말해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게 되면 나토의 세력이 사실상 러시아 턱밑까지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고 러시아는 그러한 나토의 조치를 강력 반대한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과 크림반도는 과거 러시아의 땅이었던 곳이 구소련 체제에서 우크라이나의 땅이 된 것뿐”이라며 “이 지역 주민들은 자신을 러시아인으로 여겨왔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강제 합한 바 있는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머지 영토 또한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뜻으로 러시아는 당연히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할 명분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우크라이나가 동부에서 군사작전을 준비한다는 것 같다. 공은 서방에 있는 상황”이라는 적반하장의 말도 했다. 러시아가 최소 10만명 이상의 군대를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하자 우크라이나 군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병력을 배치하는 것인데 러시아 측의 군사적 행동은 전혀 언급하지 않으면서 마치 우크라이나 군이 도발을 하려는 것처럼 발언한 것이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우리의 문 앞에 로켓을 설치하고 있다”며 “우리가 캐나다나 멕시코에 로켓을 설치한다면 미국이 어떻게 반응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역시 본말이 전도된 발언이다. 이미 크림반도를 합병한 바 있는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을 포함해 또다시 우크라이나 합병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위협을 느낀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지원을 요청한 것이고, 이에 미국이 군사적 지원을 하는 것인데 원인 제공자인 러시아의 책임은 쏙 빼버리고 지금 상황만 가지고 미국 턱 밑에 미사일 배치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푸틴은 그러면서도 “우리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며 “내년에 협상을 시작하는데, 상황이 나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푸틴의 이 발언은 지금의 군사적 위협 상황을 이용해 러시아가 원하는 것, 다시 말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만큼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막겠다는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지금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을 하지 못하게 되면 언젠가는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수 있다는 속셈인 것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민감한 이유?]


푸틴 대통령이 이렇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한마디로 옛 소련 해체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우선 서방세계는 옛 소련 붕괴 이후에도 러시아가 너무 크다고 보기 때문에 러시아에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푸틴의 이러한 우려는 1918년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의 한 보좌관이 "만일 지금의 거대한 러시아 땅에서 시베리아 지역에 한 국가가 세워지고, 유럽 쪽(러시아)에 다른 4개의 국가가 세워지면 전 세계가 더 평안해질 것"이라고 한 말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서방 세계가 러시아의 약화를 노리고 러시아를 내부에서 분열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옛 소련국 일원이었던 국가들을 나토에 편입시키고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나토는 1999년에는 헝가리·폴란드·체코를, 2004년에는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과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옛 소련권 7개국을 나토 진영으로 끌어들이며 옛 소련권으로 확장해 왔다.


이런 관점에서 푸틴 대통령은 “나토가 더는 동진을 하지 않겠다는 1990년대의 구두 약속을 어기고 다섯 차례나 확장을 계속했다”고 비난한 것이다.


여기서 푸틴 대통령이 말한 ‘1990년대의 구두 약속’이란 당시 나토의 입장을 대변한 제임스 베이커 당시 미 국무장관이 통일 독일에 나토군 주둔을 허용할지를 고민하던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에게 "나토 관할지는 동쪽을 향해 1인치도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나토가 이 약속을 저버리고 동진을 계속해왔다는 것이 러시아가 배신감을 토로하는 이유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민스크 협정'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지만, 우크라이나 정부가 협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서 푸틴이 말한 민스크협정이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돈바스지역을 강제로 침탈한 후 맺었던 정전협정인데 러시아는 사실상 돈바스 지역을 독립국가로 인정하라는 것이고, 우크라이나측은 돈바스 지역을 원상복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푸틴 대통령은 오히려 우크라이나가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무기로 돈바스 문제를 무력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는 자신의 안보를 확보하는 방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적반하장의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토측은 러시아의 옛 영토였던 국가들이 나토에 가입하게 된 것은 그 국가들이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것임을 내세운다.


곧 나토는 ‘1990년대의 구두 약속’을 굳건하게 지켜 왔으나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무력 합병하면서 동유럽 지역 안보에 대한 서방과의 합의를 먼저 깨트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명백한 주권국가인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무력으로 병합한 것 자체가 국제법 위반이며, 이로인해 동유럽 안보에 심각한 위기가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옛소련에 속했던 국가들이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나토에 가입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나토는 더불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친러 분리주의 반군을 무력 지원하며 나토와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는 우크라이나를 부당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러시아가 주권국인 우크라이나의 외교 노선에 개입할 권리가 없으며, 우크라가 나토에 가입할지 여부는 오로지 양측의 선택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서방세계는 강조한다.


또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2016년엔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 등 발트 3국과 폴란드·루마니아·불가리아 등에 나토군을 배치하게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9일 우크라이나 사태로 안보 위협을 느끼는 폴란드, 리투아니아, 헝가리 등 중유럽 9개국에 대한 군사력 증강을 약속했던 것이다.


실제로 옛 소련에 속했던 발트 3국과 러시아에 오랜 역사적 구원(舊怨)을 가진 폴란드는 러시아의 군사 침공 가능성을 특히 민감하게 느끼고 있다.


[러시아 가스관에 대한 푸틴의 안하무인]


푸틴 대통령은 또한 최근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끊었다는 의혹에 대해 “우리는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상승과 관련이 없다”며 “유럽은 최근 단기 계약을 해왔다. 안정적인 공급을 받고 싶다면 장기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의 이러한 발언은 많은 EU 국가들이 러시아와 장기 계약을 맺고 가스를 공급받던 관례에서 스폿(현물) 시장에서 가스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한 것이 가스 가격 폭등의 원인이 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푸틴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Gazprom)이 사흘 연속 '야말-유럽 가스관'을 이용한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 물량을 예매하지 않았다고 비난하지만, 이는 이 가스관으로 운송되는 가스를 구매하는 독일과 프랑스 등이 구매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런데 이 역시 진실을 완전히 왜곡한 발언이다. 우선 푸틴은 가스를 구매하는 독일과 프랑스 등이 구매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실상은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야말-유럽 가스관’ 수송물량 경매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사흘째 러시아에서 벨라루스·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가는 가스 흐름이 중단됐다.


국영기업 가스프롬이 운영하는 이 가스관은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 가스의 20%를 차지한다. 유럽연합(EU)은 천연가스 수입량의 4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이로인해 유럽은 지난 21일부터 야말∼유럽 가스관이 막히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던 것이다. 이달 초의 두 배, 연초 대비 10배 이상 폭등했다. 이대로 가면 천연가스로 생산하는 전력이 줄어 유럽 전역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2006년과 2009년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가는 가스관을 막는 바람에 프랑스와 이탈리아까지 큰 피해를 입었다. 이런 이유로 유럽국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묶어 에너지 무기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푸틴의 러시아가 에너지 무기화를 시도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기왕 꺼내든 ‘나토의 동진 정책을 비난하는 러시아의 주장에 유럽사회도 동참하라’는 압박이다. 곧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막는데 유럽사회도 동참하라는 압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난 9월 완공된 노르트스트림2(Nord Stream-2)의 최종 사용 승인을 독일의 올라프 숄츠 신임 정부에 요구하기 위함이다. 숄츠 정부는 노르트스트림2의 사용 승인 자체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독일은 현재 ‘공급사와 운송사의 분리’를 명시한 EU 에너지 규정을 들어 내년 상반기까지 승인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독일 녹색당이 차지한 독일 외교부가 러시아와의 새로운 가스관 개통 자체가 EU가 추구하는 기후변화 목표와 모순된다며 가스관 승인에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과 협상하기를 원하는 러시아]


결국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제기한 문제들은 다음 달 초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될 미국과의 협상에서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도 “곧 있을 미국과의 협상에서 신속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은 “공은 그들(미국)의 코트에 있다. 우리한테 어떤 답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주 나토가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권 국가들을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약속하는 것을 뼈대로 한 협상 초안을 미국에 전달한 상태다. 러시아는 또한 라트비아 등 옛 소련에 속했던 나토 회원국들에 이미 배치된 다른 나토 동맹국 병력과 장비도 철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나토 무기 배치가 레드라인(금지선)이라고 선언한 바 있기 때문에 미국이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가 주목거리다.


미국은 푸틴의 회견 이후 직접 대응을 피하면서 나토 등 동맹국들과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23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발언 하나하나 따질 의도는 없다”면서 "치고받기(tit for tat)가 생산적이라고 보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나토 동맹국 국경에서의 도발적인 러시아의 병력, 공격 체계 배치에 관해 매우 쉽게 장황한 설명을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아울러 미국의 우크라이나 상대 군사 원조 등을 거론, "방어적 성격"이라고 강조했다.


행정부 당국자는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서 러시아의 우려스러운 병력 배치 움직임을 계속 살피는 중"이라며 "러시아가 일을 계속 진행한다면 극심한 비용을 부과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나토는 그동안 추가 동진 금지를 확실히 보장하라는 러시아의 주장에 대한 나토의 기존 입장은 군사동맹 가입은 개별 국가의 자유의사를 존중해야 하며, 러시아에 나토 회원국을 추가하지 않겠다고 확약해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그동안의 입장을 전면적으로 바꿔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1월에 있게 될 미국과 러시아의 전면적 협상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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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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