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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위기로 치닫는 터키 경제, 과도한 정치개입이 빚은 참사! - WSJ, "터키 경제, 국가 금융시스템 마비로 갈 수도 있다" 경고 - “에르도안의 막무가내식 통치가 터키 경제난의 주범” - "정치인들이 자기 논리로 경제 좌지우지하면 국민 삶 망가진다"
  • 기사등록 2021-12-24 12: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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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로 치닫는 터키 경제]


우리 대한민국의 형제 나라라 일컫는 터키가 헤어날 수 없는 위기로 치닫고 있다. 원인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경제 현실이나 이론에 전혀 맞지 않는 ‘막무가내’ 경제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리라화 가치가 올 들어 60%나 폭락하면서 터키 경제가 위기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터키 경제의 위기를 경고한 월스트리트저널의 22일자)현지시간) 기사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최악 경제난으로 터키 민심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고 보도한 데 이어 22일(현지시간)에는 “리라화 폭락을 막기 위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애를 쓰고 있지만 부질없는 짓”이라면서 “자칫 국가 운영 시스템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율 폭락의 폭도 너무나 크다. 연초 7.43리라이던 터키 리라·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14.75리라로 추락하더니 20일에는 18.36리라까지 추락했다. 이런 상황에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최악 경제난으로 터키 민심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자 에르도안 대통령이 ‘리라화 가치를 보호하겠다’며 강력한 개입에 나서자 리라화 환율이 11.80리라까지 하락하면서 그 가치가 상당 부분 반등했지만, 극심한 ‘널뛰기’ 탓에 시장 불안감은 더 커졌다.


사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로 터키 중앙은행이 시장에 다섯 차례에 걸쳐 적극 개입했지만 외환보유액만 바닥을 드러냈을 뿐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연초 300bp이던 CDS 프리미엄(부도에 대비해 지급하는 보험 수수료)은 600bp를 훌쩍 넘어섰다. 이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평가하는 국가 디폴트 위험이 올 들어 두 배 이상 높아졌다는 의미로 그만큼 지금 터키 경제가 심각한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터키 경제,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그렇다면 터키 경제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것일까?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대통령을 잘못 뽑은 탓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포퓰리즘 정책이 지금의 사태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터키 경제가 이 지경이 된 출발점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밀어붙인 금리인하 정책이다. 그는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한다’고 생각해서 중앙은행에 금리를 무조건 내리라고 지시했다. 금리를 내려야 경제가 더 잘 돌아가고 그래야 수출도 늘어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자 개념을 인정하지 않는 이슬람 교리도 그러한 판단을 하는데 한몫했다.


문제는 터키를 포함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시장은 인플레이션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금리인상으로 풀린 돈을 회수하고 있다. 그런데 에르도안은 시장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도 않고 자신의 ‘거꾸로 경제학’을 밀어붙인 셈이다.


에르도안은 이렇게 너무나도 황당한 정책을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였다. 지난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이 결과 19%였던 기준금리는 14%까지 떨어졌다. 심지어 에르도안은 자신의 금리정책에 반대한 중앙은행장을 2년 새 3명이나 갈아치웠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우선 6개월 연속 20% 안팎의 물가상승률로 이어졌다. 또한 외환보유액은 급감했고 터키 리라화 가치는 폭락했다. 수입물가는 더욱 올라 오히려 물가를 더 자극했다. 리라화 가치가 떨어지니까 수입품의 가격은 더욱 비싸지게 되었고 이는 또다시 물가 인상으로 이어졌다.


또한 금리를 내리니 외국 자본이 빠져나갔다. 리라화의 추락이 가져온 결과다. 그러다보니 10억달러 규모 터키 달러표시채권 금리는 연초보다 두 배 이상 높은 7.3%를 기록했다. 달러 빚을 못 갚아 나라가 파산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그러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환율보호라는 대증요법을 꺼내들면서 환율 안정화를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환율보호란 특별 계좌를 만들어 예금을 하면 일정 기간 후 환율의 격차분 만큼을 나라에서 보전해준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막대한 보전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냥 돈을 찍어내거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그러니 국민들이 전혀 이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


여기에 터키 경제에 더욱 불을 지른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그것도 무려 50%나 일시에 인상했다. 물가가 오르니 서민들의 삶이 피폐해졌고 그래서 그러한 실질소득 감소를 최저임금 인상으로 면피해 보겠다는 얍삽한 발상을 한 것이다.


다시말해 물가와 환율을 감안하면 근로자들의 실질소득은 마이너스인데도 에르도안은 그 와중에도 “노동자들이 물가 상승에 짓눌리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라며 생색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한 최저임금의 인상은 터키 경제를 더욱 수렁으로 내몰았다. 최저임금이 오르니 그렇게 오른만큼 물가도 덩달아 또 올랐다. 기업의 손실 역시 막대했다.


이렇게 엎친데 덮친 격으로 물가는 계속 상승했고 에르도안은 더 이상 어찌 손을 써 볼 수 없는 지경으로 점점 다다르고 있는 것이다. 그 이후가 어찌될지는 베네수엘라를 보면 된다. 아마도 에르도안은 생필품 가격 통제에 나설 것이고, 급기야 빵값 통제에 나설 것이다. 아니 빵값 통제는 이미 시작됐다.


실제로 지금 터키 국민들은 주식인 빵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상황이라고 한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금리는 내리고 환율은 폭등하니 빵값을 비롯한 생활 물가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자 이번에는 터키 정부가 개입해 기업들에게 원가 이하로 빵을 팔라고 생산업자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의 지시를 듣지 아니하면 벌금을 때리겠다고 위협도 한다고 한다. 당연히 빵 생산은 더욱 줄게 되고 국민은 더 긴 줄을 서야 할 판이다. 벌써 터키의 베네수엘라화가 상당히 진전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에르도안은 왜 이렇게 말도 안되는 정책을 펼친 것일까? 이유는 에르도안의 장기집권 욕심 탓이다. 에르도안은 탄탄한 장기집권 기반 조성을 위해 경기 부양을 하고자 했다. 그런데 그러한 경기부양을 금리 인하로 하려했다는 것이 문제다. 아주 단편적인 경제 지식만 가지고 권력의 힘으로 밀어붙인 것이 지금의 위기를 불러 온 것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에르도안의 얼치기식, 그리고 땜질식 처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에르도안은 지난 18일에도 조만간 물가를 잡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터키 최대 경제단체인 터키경제산업협회(TUSIAD)는 18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저금리 정책을 포기하고 '경제과학의 원칙'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제 자문관 아이한 오간은 '경제과학 원칙은 서구를 위한 것'이라며 이를 거절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런 터키를 바라보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환율보전 등의 정책을 쓰고 있지만 자칫 이러한 무모한 도전이 터키 국가 금융시스템 전체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경고힌 것이다.


WSJ은 이어 “이미 터키의 은행들은 해외 채권자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면서 “터키 중앙은행의 지불준비금으로 채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어서 위기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확산될지 알 수 없다”고 전망했다.


[터키의 극심한 경제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지만...]


터키의 극심한 경제난은 민심 이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지 컨설팅 업체 ‘MAK’ 조사에 따르면, 여당인 정의개발당(AKP) 지지율은 지난주 처음으로 30%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2018년 6월 총선 때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이 42%를 득표했고, 같은 해 8월 대선에서 에르도안은 52%를 득표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되었었는데 지금의 최악 경제상황은 지지율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WSJ는 “에르도안의 고향이자 정의개발당(AKP)의 텃밭인 북동부 흑해 연안 도시 리제마저도 현 정권에 등을 돌린 상황”이라면서 “가로등과 육교 등 곳곳에 에르도안 사진이 붙어있었던 리제의 주민들은 이제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면 누구든 뽑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에르도안은 이러한 경제추락을 눈으로 보면서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유는 이미 ‘1인 철권통치 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2003년 총리로 시작해 11년간 총리직을 수행했던 에르도안은 2014년 대통령에 당선됐고, 2018년 연임에 성공했다. 그후 에르도안은 2017년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을 하면서 이론적으로는 2033년까지 집권할 기반을 만들었다. 여기에다 대통령이 의회 해산권을 가지고 있고, 고위 법관 임면권도 갖도록 해 입법·행정·사법권을 모두 장악했다. 그렇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끄떡도 안하는 것이다.


[터키 경제의 위기가 주는 교훈]


에르도안 대통령의 무지한 경제관으로 촉발된 터키 경제의 위기는 정치 지도자의 말도 되지 않은 엉뚱한 믿음이 한 나라를 어떻게 파괴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더불어 국가 재정은 고려하지도 않고 무작정 포퓰리즘 정책을 썼을 때 그 나라가 어떻게 몰락할 수 있는지 역시 지금 에르도안이 명확하게 보여준다.


남미의 칠레에서 35세 좌파 대통령 당선 후 페소화가 추락 중인 것도 재정 지출 확대라는 포퓰리즘 우려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경제는 과학이어야 하고, 정치는 이를 도와주는 최소한의 역할만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정치가 과도하게 경제에 개입하는 순간 경제는 망가지기 시작한다.


에르도안은 말도 되지 않는 경제논리로 국내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도 중앙은행을 압박해 금리를 계속 낮췄다. 그러나 이러한 얼치기 경제논리는 화폐 유통량이 늘고 물가가 오르면 자국 화폐 가치는 폭락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경제원리조차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WSJ는 터키 경제학자와 전직 관료를 인용해 “에르도안의 막무가내식 통치가 경제난의 주범”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하나 더. 에르도안의 철저한 신념 중 하나는 경제는 정치가 주도해야 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정치란 곧 에르도안 자신을 말한다. 그동안 정설처럼 굳어있는 ‘경제는 과학’이라는 개념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터키 경제가 초위기 상황에 몰려 있음에도 경제학자들의 진언을 듣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정치 논리로 해결하려 한다. 이번에 환율관리정책을 펼친 것도 에르도안식 임기응변의 진수를 보여준다. 너무나 코너에 몰린 에르도안이 꾀를 써서 낸 정책이 바로 환율관리인데 이로인해 시장은 즉각 반응을 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를 바라보는 해외의 시각은 냉혹하기만 하다. WSJ은 “환율관리에 소요되는 자금을 어떻게 채울지 대책도 전혀 없으면서 일시적 미봉책으로 그러한 아이디어를 꺼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스탄불 카디르해스 대학의 알프 에린 엘덴 경제학 교수의 말을 인용해 "임기응변의 끝판왕"이라고 힐난했다.


특히 환율관리 조치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주장해 왔던 저금리를 통한 수출 강화라는 방침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더더욱 문제는 이번 조치가 리라화의 추락을 단기적으로 막을 수 있겠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리라화 약세의 추세를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MUFG의 리 하드만 애널리스트는 "그렇다고 리라화의 장기적 하락 추세는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우려는 이렇게 터키 경제가 추락하면서 민심이 악화되자 임기응변식의 대응을 했지만 2023년에 실시될 선거를 앞두고 또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지금 상황은 에르도안이 손을 대면 댈수록 터키 경제는 속으로 곪아가는 식이어서 이렇게 가다간 터키가 진짜 베네수엘라행 열차를 타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는 것이다.


결국 에르도안에 의한 터키 경제의 추락은 정치인들이 자기 논리로 경제를 좌지우지하면 국민 삶은 망가진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추가로 하나 더. 한국은행은 터키 중앙은행과 20억달러 규모 통화스와프 협약을 맺었다. 그런데 지난 11월 기준 터키의 외환보유액은 1239억달러에 달한다고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주요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액을 제외한 순외환보유액은 마이너스 468억달러라고 봤다.


한국은행이 터키 중앙은행과 협약을 맺은 시점은 지난 8월 12일이다. 계약금액은 2조3000억원·175억리라 규모로 계약기간은 3년이다. 통화스와프는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미리 약정한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릴 수 있는 협정이다.


사실 터키가 우리 한국은행에 통화스와프를 요청한 것은 금융불안을 겪자 외환안전판을 쌓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에 통화스와프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협약 체결 당시에도 터키의 금융불안이 끊이지 않고 통화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런데 그 우려는 불과 넉달도 지나지 않아 현실화가 되었다. 통화 스와프 체결 당시 2조3000억원어치였던 175억리라의 가치는 현재는 1조5000억원 이하로 폭락했다.


이렇게 되면 최악의 경우 한국은행이 스와프 계약액인 2조3000억원을 회수하지 못한 채 휴지조각이 되어 버린 리라화만 움켜쥐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 손실은 또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의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국민들이 코로나와 싸우면서 피와 땀이 서려있는 세금이 저렇게 허무하게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 한쪽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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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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