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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反中 독일 행보에 당황하는 중국 - 獨 군함, 19년만에 남중국해 통과하며 中 견제 - 독일 변화에 긴장감 역력한 중국, 시진핑 '독일 달래기' 나서 - 숄츠의 독일, 대대적 노선 변화는 불가피
  • 기사등록 2021-12-22 14:49:39
  • 수정 2021-12-23 08: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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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중국해를 항해하는 독일 해군 바이에른함 [사진=바이에른함 트위터]


[獨 군함, 19년만에 남중국해 통과하며 中 견제]


독일이 달라졌다. 친중 성향의 메르켈 총리가 재임할 때만 해도 중국에 대해 조심스럽던 독일이 반중 성향의 숄츠 총리 내각이 들어서자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자 중국이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바로 남중국해에서 일어났다. 독일 군함이 19년 만에 처음으로 남중국해를 통과한 것이다. 독일 국방부는 15일(현지 시각) 독일 소형 구축함 바이에른(Bayern)함이 싱가포르로 가기 위해 남중국해를 항해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주목을 받는 것은 독일 군함의 남중국해 항해가 2002년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독일 국방부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항로에 따르면, 지난 8월 독일을 출발해 수에즈운하를 통과, 호주·일본·한국을 방문했던 바이에른함이 부산항을 출발해 남하, 대만 동부 해역을 거쳐 싱가포르로 향했다.


단순하게 항해만 한 것이 아니다. 남중국해로 오는 중이던 지난 8월 26일에는 아덴만에서 쿼드국가인 인도와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고, 10월 중순에는 미 해군 USS 툴사(TULSA)와 함께 합동 훈련을 했다. 그리고 12월에는 독일로 출발하기에 앞서 일본해군과 오키나와 남쪽해역에서 합동전술훈련을 실시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독일 국방부 대변인이 바이에른함이 공해상의 무역로만 항해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익명의 전직 독일 관리는 이번 항해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 독일 해군의 남중국해 진입에 대해 보도를 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21일 기사


이와 관련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카이아킴 숀바흐(Kay-Achim Schonbach) 독일 해군 제독이 싱가포르에서 바이에른(Bayern)함에 승선한 기자들에게 “승무원 200명을 태운 독일 군함의 남중국해 항해는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독일은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위해 더 많은 전력을 투입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SCMP는 “독일 고위관리들이 독일 군함의 남중국해 항해가 인도·태평양에서 동맹국들과 함께 우리와 가치와 이익을 옹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말했다”면서 “숀바르 제독도 독일의 아시아 주둔을 영구화할 것이며 2023년부터는 항공기까지 포함하는 전력을 보내게 될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숀바르 제독은 “다음 항해에는 2척의 독일 해군이 이곳으로 오게 될 것”이라면서 “독일 해군의 아시아 지역배치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 밝혔다고 SCMP는 전했다.


물론 이번 독일 해군이 중국이 아주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해협을 통과하지 않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숀바흐 제독은 “이번 항해는 가치 파트너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 망치를 휘두르려는 생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미국, 영국, 호주가 이에 맞서고 있는 가운데 독일도 미국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를 보인 셈이다.


[독일군함 남중국해 항해에 반응 자제하는 중국]


독일 군함의 남중국해 통과에 대해 중국은 반응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유럽연합(EU)에서 가장 강력한 친중우호 국가인 독일과의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6일 바이에른함의 남중국해 항해에 대해 “인도·태평양에서 독일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독일을 향해 직접적인 비난은 하지 않았다. 바이에른함이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의 섬·인공암초 가까이 항해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독일의 변화에 긴장감 역력한 중국]


숄츠 내각이 들어서면서 독일의 대 중국 정책 변화에 대한 움직임이 뚜렷해지자 중국은 긴장하고 있다. 새로 출범한 독일 연립 정부는 이미 신장위구르의 인권 침해를 공론화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어서 메르켈 정부와는 너무나 달라진 독일의 모습으로 인해 중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독일정부의 새바람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것이 인권 문제에 강경한 녹색당이 외교 정책을 총괄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당연히 중국의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독일 새 정부와 중국 간 관계가 긴장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독일도 물론 나름대로 고민이 있다. 메르켈 총리가 지난 16년간 재임하면서 독일과 중국간의 경제적 뿌리가 워낙 깊게 박혀 있기 때문에 한 순간에 강력하게 변할 수는 없겠지만 어차피 탈 중국의 형태로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귀추가 주목되는 것이다.


사실 지금 숄츠 내각이 고민하는 것 중의 하나는 이미 독일 내에 깊숙이 파고 들어온 중국 자본들의 처리문제다. 한 예로 독일차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다임러 벤츠사의 최대 주주(20%)가 중국 국유기업인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이라는 사실이 15일 확인되면서 독일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 시장까지도 중국의 입김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 상황은 새로 취임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대중국 외교 행보에도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그동안 다임러의 최대 주주로 중국 지리자동차(9.69%)로 알려져 왔었는데 그동안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이 야금야금 지분 확보에 나서다가 갑자기 지난 15일 자신들이 다임러의 최대 주주라고 밝히고 나섰다는 점이다.


독일의 언론들은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의 이러한 행보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취임 1주일을 맞은 숄츠 총리를 압박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해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이 갑자기 지분 공개에 나섰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숄츠 내각이 반 중국 노선을 걸을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의도적으로 숄츠 내각을 압박하기 위해 지분율을 공개하면서 독일의 자동차산업을 흔들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드러내 보였다는 해석이다.


이미 녹색당 소속인 아날레나 베르보크 독일 신임 외무장관은 취임 직후 독일 타게스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민주주의 연대에 맞선 경쟁국으로 지칭하면서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추구하던 길을 계속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독일의 반중적 행보에 재동을 걸기 위해 중국의 힘을 은연중에 다임러 지분 공개를 통해 드러내 보였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이 반 중국 대열로 급격한 회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중국에서 나오는 것이다.


허즈가오 중국사회과학원 유럽연구소 연구원도 17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제 막 집권한 새 독일 정부는 국정 운영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면서 "이들은 외교 정책을 조정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즈가오 연구원은 "현재 강조되는 인권 문제는 메르켈 정부 시기에도 중국과 독일 간 이견이 존재했다"면서 "새 독일 정부의 이런 태도가 중국에 대한 실용주의적 접근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봤다.


[시진핑까지 독일 달래기 나서]


사실 유럽연합(EU)에서 독일까지 반 중국 흐름으로 가 버린다면 중국은 완전히 유럽사회와 손절해야만 한다. 그만큼 중국에게 있어서 독일은 유럽과의 끈을 이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독일의 숄츠 내각이 출범하면서 중국에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자 이번에는 시진핑 주석까지 직접 나서 독일 달래기에 나섰다.


관영 신화 통신은 시진핑 주석이 21일 숄츠 독일 총리와의 전화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화 통화에서 "양국이 대화를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패권주의적 행동과 냉전적 사고방식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은 양국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며 "최근 몇 년 동안 양국 간 협력은 중국과 유럽연합(EU)을 이끌어 왔고, 이는 양국이 시대 발전의 조류에 순응하는 올바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내년은 양국 수교 50주년"이라며 "양국은 영향력 있는 대국으로서 양국 관계 발전은 양국과 양국 국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할 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숄츠 총리는 "우리가 교류했던 기억이 선하다"며 "양국 간 우호와 협력을 계승하고 추진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전했다.


이어 숄츠 총리는 "독일은 상호 존중과 상호 신뢰에 근거해 중국과 함께 전면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숄츠의 독일, 대대적 노선 변화는 불가피]


일단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 독일 달래기에 나섰지만 단순하게 양국 정상간 전화통화만 두고 독일의 대 중국 정책을 판단하지는 못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독일의 새 내각 자체가 연립정부인데다 외교를 녹색당이 책임지고 있다는 점, 더불어 이미 합의한 정강정책에 중국의 인권 문제가 분명히 담겨 있다는 점에서 독일의 대 중국 정책노선이 메르켈 총리 때와는 확연하게 다를 것임을 분명하게 말해 준다.


숄츠 내각이 신호등 연정이라는 점에서 독일의 외교 문제에 관한 한 녹색당의 베어보크 대표가 새 내각에서 숄츠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독일의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중요한 것은 독일 녹색당이 그동안 유럽의 주요 정당 중 중국에 가장 강경한 노선을 견지해왔다는 점이다. 독일 외교를 책임지는 베어보크는 그동안 메르켈 총리의 대(對)중국 외교가 법치나 민주주의 같은 서구의 가치보다 독일의 상업적 이익을 우선시한다고 비판해 왔고, 특히 신장 위구르와 홍콩에서의 인권 탄압을 강도 높게 비판해온 인물이어서 향후 독일의 대중국 외교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프란치스카 브란트너 녹색당 대변인도 최근 열린 외교정책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독일의 이익을 독일의 경제적 이익과 동일시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우리는 방향을 바꿔야 하며, 만약 바꾸지 않는다면 매우 막중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녹색당의 주장이 독일의 연정 협약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기에는 중국과 대만을 언급하면서 평화로운 방식으로 양안이 모두 동의하는 정황에서만 해협의 현상을 바꿀 수 있다면서 '하나의 중국'이라는 유럽연합(EU)의 프레임 안에서 독일은 민주국가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런 관점에서 독일 새 연정의 양안 정책은 미국과 거의 흡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컨설팅업체 로디움그룹의 중국 전문가 노아 바킨은 FT에 "중국과 관련한 가장 강력한 표현이 독일 새 연정 협약안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대만, 신장, 홍콩 등 중국의 레드라인에 대해 기꺼이 언급하려는 자세는 최근 수년간 독일 내 논쟁이 얼마나 많이 진전됐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독일내 흐름은 유럽연합(EU)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이 유럽 최대 경제국으로 EU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유럽의회내 의석도 EU 회원국 중 가장 많은 96석으로 독일의 정치지형 변화는 EU의 외교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그 중심에 녹색당이 있다는 점에서 EU의 반 중국화는 시간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이미 그런 흐름은 시작됐다. 지난 11월 초 유럽의회 의원 7명이 사상 처음으로 대만을 방문해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지형 변화와 무관치 않다.


유럽의회에서 대중국 강경노선을 이끄는 라인하르트 뷔티코퍼 의원도 독일 녹색당 출신인데, 그는 지난해 6월 서방 8개국과 EU 의회 의원들이 중국 공산당에 대응하기 위해 결성한 '대중국 의회간 연합체'(IPAC) 공동 의장도 맡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전문가 노아 바킨은 "메르켈의 퇴임과 녹색당 출신 각료의 정부 입성에 대해 중국 외교관들은 많은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며 "그들은 독일 새연정이 강경노선을 선택하면 유럽도 뒤따를 것이란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독일이 달라지고 있다. 독일 경제에 깊숙이 파고든 중국 경제를 바탕으로 독일 정치를 손아귀에 쥐고 흔들려던 중국의 의도는 반 중국을 표방한 정당들이 새 내각에 대거 입성하면서 완전히 초토화될 위기에 처했다.


독일의 이러한 변화가 앞으로의 중국 행보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지, 또 그로인한 미중패권 전쟁에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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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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