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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의 복심’ 후시진 사임, 외교 기조도 바뀌나? - 시진핑 대변하던 ‘중국의 거친 입’ 환구시보 후시진 편집인 사임 - 시진핑이 "이 언론을 본받으라"했던 환구시보, 중국 적극 활용 - 중국내 여론 주도는 물론 외국의 반응 떠볼 때 주로 활용
  • 기사등록 2021-12-20 12:41:16
  • 수정 2021-12-20 14: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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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거친 입’ 환구시보 후시진 편집인 사임]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에서 가장 시끄러운 민족주의자가 물러났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胡錫進) 편집장이 사임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 중국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인 상림을 보도한 뉴욕타임스 16일자


NYT는 이어 “후시진이 지휘하는 환구시보는 10년 이상 중국의 전랑외교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거친 입이었다”면서 “중국 공산당의 충성스런 관리로 진실을 왜곡하고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속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NYT는 “그는 철저한 중국의 민족주의에 서 있었다”면서 “중국에서는 후시진의 발언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NYT는 이어 “후시진의 사임은 한 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있다”면서 글을 맺었다.


후시진 총편집인은 16일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을 통해 "라오후(老胡·후시진을 가리키는 애칭)는 돌아오는 새해가 되면 62세가 된다. 이제 은퇴할 시기가 다가왔다"면서 "이미 퇴직 수속을 밟고 있고, 앞으로는 환구시보의 총편집인 직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중국에서 유일하게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사람”이라며 그를 집중 조명했다.


[후시진은 누구인가?]


그렇다면 중국 관영언론의 편집인일 뿐인 후시진의 사임을 이렇게 NYT가 지면을 할애하여 평가하는 기사를 실은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은 한마디로 '중국공산당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며 중국과 관련한 민감한 국제 이슈에서 중국 정부를 대변해 왔다.


1989년 베이징 외국어대 졸업 후 인민일보 국제부에 입사했던 후시진은 2005년 환구시보 총편집인이 된 후 지금까지 중국 최장수 신문 편집인 중 한 명이자, 영향력 있고 논란이 많은 오피니언 리더로 악명을 떨쳤다.


그는 본토에서 사용이 금지된 트위터와 유튜브 등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중국 공산당의 비공식 대변인’으로도 불린다. 언론의 자유가 제약된 중국에서 정부나 기관보다 앞서 해당 사실을 파악하고 단독 기사를 내보내기도 하는 등 정보력도 상당하다.


성도일보는 "최근 몇 년간 전통 미디어가 뉴미디어의 도전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후시진과 환구시보는 중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신문 중 하나로 알려졌다"며 "중국공산당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린 후시진은 웨이보와 트위터에서 각각 2422만 명, 45만 명에 달하는 팔로어를 거느린 인터넷 유명인사"라고 전했다.


그의 한계가 없는 독설이 중국 안팎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일부 전문가는 후시진이 “중국의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관’ 이상의 영향력을 가졌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전랑외교는 중국이 늑대 전사처럼 공격적인 압박 외교를 구사하는 것을 지칭한다.


중국 관영 언론의 편집일 뿐인 후시진이 이렇게 중국내에서 대단한 평가를 받는 것은 환구시보와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의 사설과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강력한 민족주의적 '늑대전사 발언'을 쏟아내며 중국 국수주의자들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가디언도 "싱거운 공산당의 공식 성명 속에서 후시진의 끊임없는 독설과 모욕은 돋보인다"고 평했고, 샹랑신(相蓝欣) 스위스 제네바 대학원 국제정치학 교수도 “환구시보가 매일 들이미는 국수주의 감정은 통제하기가 어렵다”며 “오랫동안 중국 대중을 이끌어 온 점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시말해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로 하루 200만부 가까이 팔리는 상업지이며 타블로이드판인 환구시보가 중국의 전랑외교를 대변하는 거친 논평과 공격적이고 강경한 논조를 이어가 중국내에서 환호를 받았으며, 심지어 중국 최고위층들의 속내를 시원하게 일갈하는 사이다 발언들을 환구시보와 후시진의 SNS를 통해 쏟아내면서 전 세계인들의 분노와 함께 관심을 집중시켜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호주와의 무역전쟁을 벌일 때 "호주는 항상 소란을 피우며, 중국의 신발 밑에 붙은 씹던 껌처럼 느껴진다. 가끔 돌을 찾아서 문질러줘야 한다"고 말해 호주인들의 분노를 유발시켰으며, "중국은 단기간에 핵탄두 수를 1천개로 늘려야 한다", "미군이 감히 우리 섬을 공격하면 강하게 반격해야 한다" 등의 거친 말들은 중국내, 그리고 해외의 언론들이 인용 보도하면서 엄청나게 파장이 커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이 같은 후시진의 폭탄 선언에 외신들이 중국 정부의 입장을 묻자, 화춘잉(華春瑩) 당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에도 언론의 자유가 있다”며 그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대답을 했다.


최근에도 “만약 어떤 국가가 올림픽을 보이콧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맹렬히 보복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고, 지난 11월 19일에는 베이징 겨울올림픽 전면 보이콧을 주장한 미 상원의원을 향해선 “정치적 쓰레기”라고 비난한 바 있다.


후시진은 한국과 관련해서도 그야말로 거북한 발언이나 갈등에 불을 지르는 일들을 자주 저질렀다. 지난해 10월 방탄소년단(BTS)이 '밴플리트 상'을 받는 자리에서 리더 RM이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이다. 양국이 공유하는 고통의 역사와 수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언제나 기억할 것"이라고 한 소감에 “중국을 무시했다”고 호도했다가 전 세계에서 비난을 받았다.


또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때인 2017년 9월에는 한국을 향해 “한국 보수주의자들은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진 것이냐”면서 “앞으로 한국인은 수많은 사찰과 교회에서 평안을 위해 기도나 하라”면서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후시진의 입을 적극 활용했던 중국]


일각에서는 환구시보가 인민일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황색언론매체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중국 고위층에게 환구시보 보도 문제에 대해 시비를 걸면 “환구시보는 중국 공산당 고위층들이 보지도 않는 신문”이라면서 “그 신문에 관심도 두지말고 보지도 말라”고 말한다. 그만큼 환구시보의 공격적 보도가 마음이 들지 않는 중국내 고위층들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시 주석 등 지도부가 환구시보의 홍보 방식을 대단히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정부의 ‘늑대외교’를 충실히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홍콩 명보는 소식통의 말을 빌어 “시 주석이 후시진을 칭찬하고 인정했다”면서 “당국도 각 기관에 ‘환구시보 선전 방식을 본받으라’고 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시진핑 주석이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베이징 본부를 방문했을 때 수많은 인민일보 계열사 신문 중 환구시보를 콕 짚은 뒤 “내 사무실에 이 신문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019년에도 후시진이 있던 사무실을 직접 찾아 “선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신기술을 수용하고, 당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할 새로운 플랫폼을 점유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도 “지분 구조에 관계없이 관영 매체로 보는 것이 맞다”면서 “주요국 정부들은 환구시보에 오보가 실리면 (신문사가 아닌) 중국 정부에 항의한다. 매체의 논조를 당국이 결정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사실 중국 당국은 중국 공산당 매파의 의중을 국제사회에 ‘질러 본’ 뒤 돌아오는 여론을 가늠하는 역할을 환구시보에게 맡겼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일종의 ‘간 보기’를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이 도맡아 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후시진은 환구시보 기자들이 개인 브랜드를 키우도록 장려하고, SNS를 적극 활용하면서 중국 공산당 노선을 안팎으로 전파하는 데 앞장섰다"고 했다.


결국 후시진 편집인이 시도 때도 없이 이렇게 거친 말들을 쏟아낸데는 결국 중국 지도부가 그를 옹호하고 오히려 그의 그러한 비외교적 발언에 박수를 보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 당국은 후 총편집인의 공격적이고 강경한 행태를 '방관'하면서 때로는 타국을 공격할 때 적절히 활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심기가 뒤틀리는 일이 발생했을 때, 이를 중국당국이 직접 입장을 밝히거나 공식적이면서 핵심 관영언론들인 인민일보나 중국중앙(CC)TV 등을 통해서는 말할 수 없는 내용들을 후시진의 환구시보나 그의 SNS를 통해 있는 그대로 노출시키는데 충분한 이용가치가 있었고 이를 적극 활용했다는 의미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후시진이 먼저 거칠게 발언하게 하고, 이를 중국내 언론과 SNS들을 통해 재포장해 확대 재생산하면서 사실상 중국의 여론을 주도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당에서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발언들을 후시진이 감당하면서 중국 당국의 발표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중국 언론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수행해 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 소식통은 "환구시보는 민감한 주제에 관해 중국 매체들이 침묵할 때 격정적인 어조로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며 주목을 받았고, 그 중심에는 후시진 편집인이 있었다"면서 "그가 대외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든 중국인에게 사랑을 받은 언론인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성도일보도 “인민일보나 신화통신 입장에서는 후시진이 중국공산당 비공식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게 불편할 수도 있지만,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후시진의 거칠고 공격적인 발언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봤다.


[후시진은 왜 퇴장하게 되었나?]


사실상 시진핑 주석의 후광을 배경으로 승승장구하던 후시진 편집장의 위세가 꺾이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 환구시보 내부 고발로 촉발된 '혼외자' 논란 때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환구시보 부편집인인 돤징타오(段靜濤)은 “후시진 편집인이 두 명의 회사 동료와 장기간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져 각각 한 명씩 사생아를 두고 있다”면서 그를 당 중앙 기율검사위원회에 고발한 것인데, 후 총편집인은 즉각 반박에 나섰지만, 그의 명성만큼 논란은 한동안 이어졌다.


또한 언론인으로서 모으기 힘든 거액의 자산을 축적했다는 폭로도 이어졌고, 아들의 캐나다 이민 의혹도 터져 나왔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결국 그를 은퇴하도록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은퇴 선언은 환구시보에 사장직이 신설되고, 이 자리에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논설부 부주임 판정웨이(范正偉·41)가 임명될 것이라는 홍콩 매체들의 보도가 있은 뒤 하루 만에 나왔다. 홍콩 매체들은 판정웨이가 부임하면 후 총편집인이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홍콩의 중국전문가들은 “후시진 편집인이 사생활 문제가 많았음에도 ‘은퇴’라는 이름으로 명예롭게 떠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것은 그의 공산당에 대한 충성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금 중국 상황에서 후시진 같은 늑대전사의 필요성이 갈수록 입지를 잃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마디로 ‘차이나 퍼스트’를 내걸었던 후시진이 이젠 ‘차이나 퍼스트’에 공격을 받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중국 사회에서 민족주의가 강해질수록 후시진의 영역은 쪼그라드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후시진 없는 환구시보는 상상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시진도 지난 16일 웨이보를 통해 환구시보의 '특약 칼럼니스트'로 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식 직함은 내려놓지만, 막후에서 계속하여 중국의 거친 입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환구시보 해직 기자 원타오는 “그는 환구시보의 영혼”이라며 “후시진을 벗어난 글로벌타임스(환구시보의 영자신문) 역시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의 거친 입’으로 중국 전랑외교의 흐름을 주도해 왔던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인의 퇴장. 이를 계기로 과연 중국의 늑대전사 외교의 흐름도 바뀔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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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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