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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 인민일보의 반란 - 인민일보, 공산당 이론 제시 글에서 시진핑 이름만 빠져 - 홍콩명보, "당내 노선투쟁 또는 암투를 보여주는 증거" - RFA, “이상하다, 매우 이례적인 일" 논평
  • 기사등록 2021-12-18 14:34:09
  • 수정 2021-12-18 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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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인민일보 기고문, 왜?]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报)가 당의 나아갈 바를 제시하는 ‘이론’ 기고글에서 공산당핵심이자 3연임을 앞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이름을 전혀 거론하지 않으면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인민일보의 반란’이라 부르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인민일보는 지난 9일자 9면 이론면에 취칭산(曲靑山) ‘중앙당사(史) 및 문헌연구원’ 원장이 기고한 ‘개혁개방은 당의 위대한 각성(改革开放是党的一次伟大觉醒)’이란 4000자에 달하는 논평을 실었다.


이 기고문은 당의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 전회) 심화학습' 릴레이 기고의 하나로, 이번에는 중앙당사 및 문헌연구원장인 취칭산이 개혁개방 착수 당시의 사회적 배경, 이론적 설명, 성과 등이 담겨 있다.


중앙당사 및 문헌연구원은 중국공산당의 중요한 이론연구 진지로 중국 공산당의 많은 정책과 이론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이 글에서 취칭산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체제 구축은 현대 중국의 모든 발전과 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정치적 전제와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덩샤오핑이 문화대혁명이 끝난 뒤 ‘역사의 중요한 시기’에 잘못을 바로잡고 덩샤오핑 이론을 세워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개척했으며, 장쩌민의 ‘3개 대표론’은 개혁 목표와 기본 틀을 확립했고, 후진타오는 실천, 이론, 제도 혁신을 추진해 ‘과학발전관’을 형성했다”고 썼다.


취칭산은 이어 “계속해서 사상을 해방하고, 단호하게 밀고 나갈 것”이라면서 “20년의 경험, 특히 ‘문화대혁명’의 교훈은 우리에게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되고, 새로운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정책을 제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고 정리했다.


그런데 문제는 취칭산의 이 기고 글에서 덩샤오핑(鄧小平)이 9차례 등장하고, 그의 후임인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도 언급되지만 시 주석은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 홍콩 일간 명보(明報)는 16일자 기사에서 “당의 이론을 제시하는 글에서 시진핑의 이름이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왜 시진핑 이름이 빠졌을까?]


이와 관련해 홍콩 일간 명보(明報)는 16일자 기사에서 “당의 이론을 제시하는 글에서 시진핑의 이름이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다”면서 “시 주석 이름이 나오지 않은 것이 당내 노선투쟁 또는 암투를 보여주는 증거 중 하나가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명보는 “시 주석의 '당 핵심' 지위를 대대적으로 강조하는 흐름에 반대하는 당내 '반(反) 시진핑' 세력의 목소리가 반영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명보는 이와 함께 “기고문의 주된 취지가 지난달 11일 6중전회에서 채택된 제3차 역사결의(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공 중앙의 결의) 내용 중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시기 관련 대목을 소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시 주석 이름이 빠진 것에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제시했다.


다시 말해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시기를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새 시기'로 한데 묶고, 시 주석 집권 이후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 새 시대'라는 별도의 시대로 구별하고 있는 역사결의의 시대 구분법에 비춰 볼 때 이상할 것이 없다”는 뜻이다.


명보는 이러한 근거로 “10일자 9면의 6중 전회 심화학습 릴레이 기고에서 ‘새로운 발전 구도 건설을 가속화하라(加快构建新发展格局)’는 글이 시 주석의 집권 무대인 2012년 제18차 당 대회 이후의 상황과 시 주석의 정책 기조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명보는 결론적으로 이번 논란에 대해 “9일자 인민일보 기고문이 시 주석에 대한 당내 이견을 투영한 것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시 주석 집권기를 덩샤오핑이 이끈 개혁개방 시기와 구별되는 '새 시대'로 규정하는 당의 시각이 투영해 시 주석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것인가에 대한 것으로 압축된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명보는 “취칭산 당사 및 문헌연구원장은 중국공산당의 태사령(太史令·나라의 역사를 기록하는 관직)으로 역사결의 초안 작성의 주요 인물이기 때문에 64세로 퇴직할 때가 임박한 그가 이 문장 때문에 책망을 받을 지는 내년 그가 평안하게 퇴임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다시 말해 취칭산의 이번 글에 대해 당내에서의 논란이 어떻게 확산되며 더불어 취칭산이 내년에 퇴임할 때 어떤 대접을 받는가를 보면 이번 인민일보 기고글의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명보는 이와함께 “지난 8∼10일 개최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경제건설 중심'이 새롭게 제기된 것을 두고도 시 주석 노선의 편향성을 바로잡는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존재한다”는 의미있는 글을 남겼다.


물론 명보는 “'경제건설 중심'이라는 단어가 시 주석의 2017년 제19차 당 대회 보고와 2018년 개혁개방 40주년 기념 대회 연설에서도 언급됐던 사항이기 때문에 확대해석을 할 필요는 없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전반적으로 보면 명보는 아무래도 중국의 집중적 감시를 받는 홍콩에서 발행되는 언론이고 그동안 親중국적 논조를 보여왔던 신문이라는 점에서 애써 취칭산 글 논란에 대해 반론적 측면을 많이 강조했지만 사실 취칭산의 기고 글 핵심은 최근의 중국 공산당 역사결의와는 결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취칭산의 글이 덩샤오핑의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비판적 시각이 아닌 극찬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잡고 있고, 장쩌민의 ‘3개 대표론’까지 합쳐 ‘사상을 해방하고, 단호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보면 홍콩 명보의 첫 주장, 다시 말해 중국의 개혁개방에 대해 시진핑 주석이 힘을 보탠 것은 없다는 측면에서 의도적으로 시진핑 이름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에 힘이 실린다.


이러한 개념은 취칭산의 글 중에서 “문화대혁명’의 교훈은 우리에게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되고, 새로운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정책을 제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는 부분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명예회복을 시도한 ‘문화대혁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 RFA는 13일자 “인민일보가 게재한 개혁개방에 대한 기사”라는 제목의 글에서 “9면 ‘이론’ 지면은 1면보다 더 중요하다”면서 “중국 공산당 내부의 ‘지도사상’을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한 논쟁에 대해 자유아시아방송(RFA) 중문판도 거들고 나섰다. RFA는 13일자 “인민일보가 게재한 개혁개방에 대한 기사”라는 제목의 글에서 “9면 ‘이론’ 지면은 1면보다 더 중요하다”면서 “중국 공산당 내부의 ‘지도사상’을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RFA는 “이 글이 시진핑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확실히 심상치 않다”면서 그 이유로 “(시진핑은) 그동안 경제·외교·정치 정책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그를 지지했던 당내 많은 사람도 견딜 수 없게 만들었는데, 그들도 자신들의 이익뿐 아니라 (당내 업무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매일 이렇게 못살게 굴면 아무도 견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RFA는 린허리(林和立) 홍콩 중문대 중국연구센터 객원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이상하다”며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논평했다.


린허리 교수는 이어 “잘 살펴보면 지금 당 지도부가 과거와는 달리 3차 역사결의를 대대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는 중국 공산당 내 정계의 전통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린허리 교수는 “취칭산이 글 서두에 제3차 역사결의를 인용하긴 했지만 시진핑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은 이유로 우선 하나는 개혁·개방의 역사만 집중적으로 토론하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통해 시진핑이 개혁·개방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지적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린허리 교수는 또한 “취칭산은 분명히 당내 일부 사람들을 대표하고 있다”면서 “시진핑을 반대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시진핑이 최근 몇 년간 마오쩌둥 노선으로 복귀하고 덩샤오핑과 배치되는 보수적인 경제·정치 조치를 취한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내 침묵으로 반발하는 세력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도 시진핑 주석의 극단적 좌회전 정책에 대해 불만들이 팽배하다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중국 경제 성장을 견인해 왔던 ‘세계속의 중국’ 정책, 다시말해 WTO 체제 속에서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중국 역할 자체가 지금의 중국을 만들었는데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경제력만 믿고 세계 패권 장악을 시도하면서 미국과의 대충돌이 일어나게 되고, 이러한 반 세계적 정책들이 중국의 미래조차 어둡게 만들고 있다고 보는 세력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은 지난 11월 11일 막을 내린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 ‘당 100년 분투의 중대한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결의’를 채택됐다.


역사결의가 중국 공산당 체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시진핑은 이 역사결의를 통해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을 통한 선부론(先富論)을 부정하고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시대로 회귀하는 공부론(共富論)을 주창했다.


문제는 중국의 이러한 정책 방향이 결국은 ‘세계 속의 중국’이 아닌 ‘시진핑을 위한 중국’ 체제로 변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시진핑 주석은 지금 국가대전환을 노리고 있는데 ‘시진핑의, 시진핑에 의한, 시진핑을 위한 중국’으로 국가의 틀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진핑 정부는 미래 국가발전 타임 라인을 제1단계(2020~2034)와 2단계(2035~2050)로 구별하고 있는데, 이 중 시진핑 자신이 직접 통치하려는 시기로 의심받는 1단계 때에 ‘소강사회’를 이룬 기초 위에서 15년을 더 분투해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 중심에 쌍순환 경제가 있다. 이는 ‘세계속에서 고립된 중국’으로서 ‘제2의 죽(竹)의 장막’ 시기로 되돌아간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쉽게 표현하자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와 담을 쌓고 자력갱생하는 중국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한 중국에 과연 미래가 있을까?


이런 관점에서 중국내 지식인들은 좌절하고 있다. 그렇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할 수도 없다. 우선 시진핑의 노선은 학습대상이지 토론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에서는 당의 지침이 내려지면 그것은 하늘의 명으로 알고 무조건 순종해야지 여기에 토를 달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즉각 숙청 대상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 함석헌은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지점이 셋 있는데, 부(富)가 그 하나요, 권(權)이 또 하나요, 마지막은 지성(知性)”이라고 했다.


부(富)나 권(權)만 있는 나라는 한마디로 미래가 없다. 활발한 토론이 보장이 되는 지성(知性)이 있어야만 그 나라는 건강하게 제 갈길로 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백화제방(百花齊放), 곧 자유로운 지성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세상이어야 매력적인 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중국은 부(富)를 바탕으로 한 ‘시진핑의 권(權)’만 존재한다. 그러니 그 중국이 바른 길로 갈 수가 없다. 아마도 취칭산이 쓴 인민일보의 글도 대놓고 시진핑에 대들지 못하는 한 지성인의 ‘소리없는 아우성’인 듯 보인다.


아직도 마오쩌둥의 역사에서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하고 절대권력만 추구하는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은 결국 중국 현대사의 비극이었던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을 되풀이하는 것은 아닐지 중국의 지성인들은 숨죽이며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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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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