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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이스라엘 총리, 건국후 처음 이슬람국 UAE 방문, 도대체 왜? - 이스라엘과 UA, 공동의 적인 이란 대응해 군사행동 논의 - 급격하게 변하는 중동정세, UAE 등 친미국가 대 이란 구도 - UAE, 이스라엘과 손잡고 포스트 석유시대 대비
  • 기사등록 2021-12-15 12:33:34
  • 수정 2021-12-15 16: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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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총리, 건국 후 UAE 첫 방문]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 건국 후 처음으로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관계를 정상화한 아랍국가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12일 밤(현지 시각) UAE의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한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마중 나온 압둘라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외무장관과 한참 손잡고 활짝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총리가 UAE를 포함해 걸프지역 아랍국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의 UAE 방문은 출발부터가 극적이었다. UAE 방문 사실 자체를 현지 언론들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극비에 붙여 오다가 지난 12일(현지 시각) 오전 각료회의에서 “오늘 UAE 방문을 위해 출발한다. 이스라엘 총리로는 처음”이라며 기습적으로 깜짝 발표한 후 반나절만에 UAE로 떠났기 때문이다. 그는 공항 환영식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썼다.


베네트 총리는 방문 이틀째인 13일 UAE의 실권자인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나흐얀 왕세제는 “이번 총리 방문이 양국 관계를 더욱 진전시켜줄 것으로 기대하며 중동 지역의 평화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아미르 하예크 UAE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회담에서 이란 문제뿐 아니라 여러 현안이 논의됐다”고 이스라엘 방송에서 밝혔다.


[이스라엘 총리는 왜 UAE를 방문했을까?]


그렇다면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왜 이스라엘 총리가 건국후 처음으로, 그것도 기습적으로 UAE를 방문했을까 하는 점이다.


일단 주요 외신들은 이스라엘 총리가 UAE를 방문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이란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곧 지금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 중인 이란과 주요 6국(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독일)의 핵 합의(JCPOA) 복원 협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란 핵 합의(JCPOA)는 원래 이란이 핵 개발을 중단하면 국제사회가 제재를 풀어준다는 내용으로, 2015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이 주도해 타결됐다. 그러나 3년 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이 협상은 깨졌다.


그러자 이란도 원래의 핵합의에서 약속한 한도를 넘어 우라늄 농축량을 늘려갔고 핵무기도 만들 수도 있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이스라엘과 충돌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동의 평화를 말하며 이란핵합의 복원 협상을 진행하자고 했고 지난 4월부터 협상을 시작했지만 이란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합의도 하지 않고 대신 우라늄 농축에 박차를 가하면서 이스라엘의 집중적인 감시 가운데 놓여 있다.


특히 이란이 핵합의를 완전히 무시하고 핵무기를 만들 가능성이 엿보이자 이스라엘은 이를 응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동안 이란 당국이 공공연하게 핵무기를 만들어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없애버리겠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이다.


원래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핵합의 자체를 반대해 왔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풀리게 되면 그 자금으로 또다시 핵무기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이란의 자금력이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이란의 영향력도 커지면서 이스라엘과 국경을 접한 레바논에 거점을 둔 친(親)이란계 무장 조직 헤즈볼라의 활동도 증대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이스라엘 총리가 찾은 UAE 역시 이슬람국이기는 하지만 시아파의 맹주 이란과 이슬람 종파 싸움으로 대립하고 있다. 이슬람 종파는 크게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뉜다. 수니파와 시아파는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계승자를 누구로 볼 것이냐에 따라 나뉜다. 수니파는 이슬람 공동체 내에서 능력 있는 자를 칼리프(무함마드 계승자)로 지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아파는 무함마드 혈통 중에서 칼리프를 내야하며, 그중에서도 무함마드의 사촌이자 사위인 알리를 계승자로 여긴다. 알리는 쿠데타세력에게 암살당했고, 그의 두 아들도 사망해 무함마드 혈통은 단절됐다. 그러나 시아파는 알리가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수니파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슬람 교도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주류 수니파의 종주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이고 UAE도 여기에 속한다. 친미(親美) 계열인 수니파는 이란의 핵합의 복원 진행 자체를 강력하게 반대한다.


이란은 200여개가 넘는 이슬람 종파 중 유일하게 수니파에 대적할 수 있는 시아파(20% 미만)의 맹주다.


이런 관점에서 수니파 국가인 UAE에게 있어서 이란은 사실상 적대국가라 해도 좋을 정도로 기피 대상국가이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왕정 국가들 입장에서는 혁명으로 왕정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이란을 곱게 볼 리가 만무하다. 그래서 이란이 이슬람국가들 가운데 힘을 얻지 못하도록 집중적으로 견제를 해 왔던 것이다.


이러한 역학 구도 때문에 지난 트럼프 정부 당시 이슬람 아랍국가인 바레인, UAE와 이스라엘이 손을 잡도록 했고 결국 ‘아브라함 협정’을 맺도록 했다.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가 공통의 조상으로 여기는 ‘아브라함’의 이름에서 따와 그렇게 반 이란 연대를 구성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외교관계의 대전환을 이루게 만들었다. 1948년 건국후 팔레스타인 분쟁 등을 이유로 걸프지역 아랍국가와 대립관계였지만 아브라함협정으로 인해 이스라엘의 수교국은 기존 이집트(1979년)와 요르단(1994년)을 포함해 4개국으로 늘어나게 되었고 이후 모로코와 수단도 이스라엘과 관계정상화를 이루게 된 것이다.


결국 이스라엘 총리의 UAE방문은 이러한 ‘反 이란연대’를 돈독하게 만들면서 이란의 핵무장 가능성에 정면대응하려는 시도로 보여진다.


이와 관련해 UAE의 현지 언론은 “이스라엘 총리의 역사적인 첫 UAE 방문의 주요 의제가 이란의 위협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도 “베네트 총리의 UAE 방문 성사는 걸프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문제보다 이란의 핵 위협을 당면 과제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또한 영국의 더타임스도 “베네트 총리는 이번 방문에서 나흐얀 왕세제를 설득해 이란을 상대로 이스라엘이 군사 행동에 나설 경우 지지해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이란 핵 합의 복원이 불발되면 이란의 핵 시설을 직접 공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이에 대해 미국도 이란 핵 시설 공격을 염두에 두고 이스라엘과의 합동 군사훈련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스라엘 일간 하욤은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베네트 총리와 무함마드 왕세제의 면담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과 이란이 제공하는 드론 관련 정보가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무력 대치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시리아 민병대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최근 이란이 이들 무장세력에게 제공하는 드론이 지역 안보의 최대 위협요인 가운데 하나로 부상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핵합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이란이 위성을 발사하려는 징후가 포착되면서 이스라엘을 더욱 더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AP통신이 12일(현지시간) 플래닛 랩스가 11일 촬영한 위성 사진을 판독한 결과를 인용해 “이란의 이맘 호메이니 우주기지 내 로켓 거치대 주변에서 차량의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핵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 위성 발사를 준비하는 것 자체가 이란이 사실상 핵합의 협상에 별로 의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스라엘과 서방측은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우주 발사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란 핵 문제 전문가인 미들베리국제문제연구소 내 '제임스 마틴 비확산 연구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연구원은 "그들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며 "내 생각에는 라이시 정부가 딴마음을 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란의 행동이 이스라엘로 하여금 군사행동으로 갈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급격하게 변화되는 중동 정세]


이스라엘 총리의 UAE방문은 중동정세를 완전히 뒤바꿔 놓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스라엘의 총리가 아랍국 UAE로부터 환대받았다는 그 장면 자체가 중동 정세가 급변하고 있음을 한 눈에 보여준다.


이는 그동안 종교·민족적으로 동질감이 있는 팔레스타인 편을 일방적으로 들었던 아랍국이 ‘아브라함 협정’을 계기로 돌아서기 시작했으며, 이번 이스라엘 총리의 UAE 방문으로 아랍국의 분열이 완전 가시권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UAE와 이스라엘은 이미 국교를 수립했고, 상주 대사관도 개설했다. 양국 고위급들의 교류도 활발하다. 그만큼 국교 수립 1년만에 관계가 깊숙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관계 증진과 관련해 NYT는 “올해 1~7월 이스라엘과 UAE의 교역액은 6억달러(약 7089억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2배 증가했고, UAE는 이스라엘에 100억달러(약 11조8150억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했다”며 “(아브라함 협정 체결 후) 두 나라의 교역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양측의 관계 증진은 심지어 군사분야에서도 밀접해지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홍해에서 이스라엘·UAE 두 나라에 미국··바레인까지 힘을 합쳐 처음으로 합동 해상 훈련을 가졌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적대관계였던 두 나라가 함께 미 해군 상륙함 포틀랜드함에 함께 올라 수색·점거 훈련을 함께하는 사이로 변화된 것이다.


이러한 양국간 밀착은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혹 같은 존재였던 팔레스타인의 존재 자체를 완전히 희미하게 만들었다. 대신 이란이라는 공동의 적에 대해 힘을 합치게 된 것이다.


지난 11월 모로코와 안보협력 협정을 체결한 이스라엘은 내친 김에 다른 아랍국들과 추가 수교국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종교보다 국익 우선하는 UAE]


사실 UAE는 이슬람 아랍국가들 가운데 ‘퍼스트 펭귄’에 해당된다. 아랍권은 49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 국가 승인을 거부해왔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193개 유엔회원국 중에서 163개국이 이스라엘을 승인했으며 30개국이 미승인국이다. 아랍연맹(AL)과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원국 중 26개국과 중남미 반미 국가인 쿠바·베네수엘라와 아시아의 북한·부탄이다.


그런데 이러한 구도를 가장 먼저 깨뜨린 나라가 바로 UAE다. 한마디로 퍼스트 펭귄을 자처했다는 의미다. 그렇게 UAE가 대담한 결정을 한데는 바로 국익 또는 국가전략 때문이다.


석유·가스에 경제의 상당 부분을 의존해온 산유국 UAE는 앞으로 포스트 석유시대에 대비한 ‘NEXT UAE’ 구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UAE는 선진국과 손잡고 자국에 다양한 산업을 일으키며 세계 각국의 첨단 업종에 투자해 동반성장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 전략에서 중동의 선진국인 이스라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 UAE의 판단이다.


이러한 경제적 이유 말고도 바로 이란이라는 공동의 적에 힘을 합쳐 대응하자는 의미도 강하게 있다. UAE는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에 협조해 수니·시아 대리전 성격의 예멘 내전에 참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UAE는 이스라엘과 손잡고 반이란 연합을 강화할 전략적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은 이미 해외정보기관인 모사드가 수집한 이란·예멘 반군 관련 정보를 미국을 통해 사우디·UAE와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UAE가 이렇게 이란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은 이란의 영향력이 확대되면 과거 이란 왕정을 무너뜨렸던 세력이 자국의 일부세력을 부추겨 이슬람혁명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스라엘이 이슬람 국가들과 손을 맞잡으며 중동 정세를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이 악의 축으로 특정한 두 개의 국가, 곧 이란과 북한이라는 점에서 이스라엘과 UAE의 급격한 밀착이 한반도에도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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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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