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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 WTO 가입 20년, 中 성장기반 흔드는 美 - WTO체제, 이미 美에 의해 사실상 기능 정지 상태 - 美, 동맹국과 공조하며 中 무역 제재 직접 나서 - 대 중국 공급망 재편 본격화한 미국, 中 반발 무력화
  • 기사등록 2021-12-13 13:50:52
  • 수정 2021-12-13 16: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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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손잡아 이끈 중국의 WTO체제 가입]


중국이 11일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20주년을 맞았다. 미국이 중국의 손을 잡아 이끌고 가 중국을 글로벌 무대에 진입시키고 또 성장하도록 도와준 지 어언 20년이 흘렀다는 의미다.


미국은 애당초 중국이 개혁개방된다면 사회주의는 점차 쇠락해지고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자리잡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중국을 대대적으로 개방시키는 것이 전 세계의 평화유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국의 바람은 중국의 WTO 가입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가 2001년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발언에 그대로 묻어난다.


그는 당시 "중국은 위대한 나라다. 미국은 중국과 건설적인 관계를 구축하기를 원한다. 우리는 중국이 전 세계 공동사회의 완전한 일원으로 이웃과 평화관계를 맺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중국은 개혁개방 초기에 미국이 의도하는 대로 흘러갔다. 덩샤오핑의 결단 이래 중국은 그야말로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경제성장도 박차를 가해 결국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들어서면서부터 중국은 미국과 서방세계의 생각과 엇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시선이 극적으로 변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한 2012년 이후 중국은 개혁개방 이래 견지해온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감춘 채 조용히 실력을 키움)의 기조를 포기하고, '중국몽(中國夢)'이 대표하는 '대국굴기' 기조로 전환했다. 또한 사회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민간에 대한 국가 주도의 경제 기조를 점점 강화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이어 세계 패권 장악에 대한 욕구를 드러내면서 핵 무력을 포함한 군사력을 빠르게 강화하는 한편, 경제력을 앞세운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로 이른바 '핵심이익'과 '중요 관심사'를 관철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급격하게 변화된 중국의 모습에 놀란 미국 주도의 서방은 '사회주의 중국'을 포용했던 20년 전의 결단에서 180도 전환해 중국을 밀어내기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대 중국 정책을 '탈동조화(Decoupling)'로 전환했고, 그 기조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더 심화하는 양상이다.


[중국의 WTO가입 20년, 중국은 어떻게 변화되었나?]


중국의 WTO체제 가입 20년. 중국은 그동안의 성취를 자랑하며 중국의 위상을 자랑하는 반면 미국 등의 서방세계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열어 반중국 블록을 만들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중국 관영 환구신보의 영자지인 글로벌타임스는 11일 WTO 가입 이후 20년의 성과에 대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816.4% 증가하고, 1인당 GDP는 8천717 위안(약 162만원)에서 7만2천 위안(약 1천335만원)으로 늘어나며 세계 최대의 중간 소득(middle income) 인구를 갖게 됐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중국은 관세를 WTO 가입 당시의 15.3%에서 9.8%로 낮췄다"며 전반적인 수입품 관련 과세 수준이 WTO 내 개발도상국 평균보다 낮고,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은 차디 차다. 단적으로 서방세계가 내년의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할 정도로 중국은 밉상이 박혔고 급기야 탈중국 동조화, 곧 反중국 블록을 형상하기 위한 민주주의 정상회의까지 열리게 된 것이다.


급기야 WTO체제에 중국을 이끌었던 미국이 이젠 WTO체제가 아닌 반 중국 블록을 통해 WTO체제를 무력화시키면서 중국을 제외한 공급망 구축을 시도하기 시작했고 반면 중국은 오히려 WTO를 중심으로 한 '진정한 다자주의'를 앞장서 주장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우리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결국 중국은 WTO체제를 호랑이 등으로 삼아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우뚝섰지만 이젠 글로벌 시장은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통한 WTO 체제 허물기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라 봐야 옳을 것이다.


[이미 허물어지기 시작한 WTO]


미국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중국을 지금의 경제대국으로 만든 기반이 된 WTO는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기능 정지 상태라는 것이다.


우선 WTO의 분쟁 해결 절차에서 대법원 역할을 하는 ‘상소 기구(Appellate Body·AB)’가 기능 정지상태다. 규정상 판사 격인 상소 위원 3명이 분쟁 1건을 심리하는데, WTO에 불만을 품은 미국의 보이콧으로 후임 인선이 막히면서 위원 정족수 부족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전쟁' 상대국인 중국이 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활용해 여러 혜택을 받았다면서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명해왔다.


WTO는 이같은 문제를 이번 12월 각료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팬데믹 등의 이유로 회의를 또 연기했다.


미국은 WTO 대신 EU(유럽연합) 등과 직접 교섭을 통해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을 문제 삼으며 철강·알루미늄 산업 분야에서 중국 견제에 협력하고 있다.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직접 나서고 있는 것이다.


[대 중국 공동제재에 나선 미국]


이와 동시에 미국은 동맹과 우방국들을 결집해 중국을 표적으로 공동제재에 나서고 있다. 한국과 일본 방문을 앞둔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차관은 12일 자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이 문제 삼는 신장위구르 자치구 등지의 중국 인권침해 문제에 국제 사회가 대응하는 것과 관련, "다국간 협력(공동) 제재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런데 이러한 발언은 중국 견제 정책에 총력을 쏟고 있는 미국 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수출관리·인권 이니셔티브'와 연관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9~10일(현지시간) 주재한 이른바 '민주주의 정상회의' 폐막에 맞춰 “권위주의 국가가 민주 활동가들을 감시하거나 인권탄압에 악용할 우려가 있는 첨단기술 수출을 관리(규제)하는 시스템으로 '수출관리·인권 이니셔티브'를 호주, 덴마크, 노르웨이와 함께 출범시킨다”고 발표했다. 이 제재안에 대해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도 이미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일본은 자국 법체계에 인권침해 방지만을 목적으로 한 수출관리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동참하지 않고 지지 입장도 밝히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 일각에선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해 관련 규정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이에 대한 동참은 시간 문제라 할 것이다.


[대 중국 공급망 재편 본격화한 미국]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차관은 이 문제와 관련해 12~15일 일본을 먼저 방문한 뒤 2박 3일간의 한국도 방문해 참여를 독려할 예정이다.


또한 미국은 내년 초 아시아 국가들과 강력한 경제 협정을 추진한다. 공급망, 수출 규제, 인공지능(AI) 기준에 관한 협력에 주력하기 위해서인데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는 경제적 틀을 새로 출범시키는 것으로 사실상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섰던 러몬도 장관은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목적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전통적인 무역 협상을 계획하고 있지 않은 만큼 이와 관련한 아시아의 의지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면서 "미국의 등장과 재참여에 대한 (아시아의) 수요는 기대 이상이었으며, 내년 1분기 중 새로운 경제를 위한 경제 틀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새 경제 협정의 참여국으로는 "일본,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과 같은 개발 도상국도 원한다"고 했다. 러몬도 장관은 "1년 후 성과를 내서 보여주고 싶다"며 "아시아와의 새 협정은 기존과 달리 미국 의회의 승인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무역 협정은 아니지만 매우 강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새 경제 협정 참여국에 한국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마도 한국은 3월 9일의 대통령선거 이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 눈여겨 볼 점은 미국이 특히 반도체와 같은 중대 상품에 대한 공급망에 대해 더욱 중점을 두기로 했다는 점이다. 러몬도 장관은 "새 협정의 목표는 공급망과 관련해 장기적으로 건실한 협력을 맺는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러몬도 장관은 "미국은 반도체에 있어서 대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새 협정을 통해 민감한 상품이 중국과 다른 '독재 국가'로 향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수출 규제를 마련하는 데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또한 중국 견제에 대한 동맹국의 참여도 독려했다. 그는 "만약 미국이 홀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의 특정 부분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행한다면 중국은 우리 동맹국으로부터 부품을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 중국 핀셋제재 시행하는 미국]


특히 미국은 중국의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를 이유로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선언을 한 바 있는데, 이를 계기로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도 본격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 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 상무부가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센스타임’(중국명 상탕커지·商湯科技)을 ‘중국 군산 복합기업 명단’에 올릴 계획이다. 센스타임의 최첨단 안면 인식 기술이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을 감시하는 데 활용됐다는 것이 그 이유다.


‘중국 군산 복합기업 명단’에 오르게 되면 지난 6월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때문에 미국인의 투자가 금지된다.


FT는 “센스타임에 대한 블랙리스트 등재 결정은 공교롭게도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한) 민주주의 정상회의 소집 시기와 맞물린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 행정부는 (중국 등의) 감시 국가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기술의 수출 통제를 강화함으로써 ‘디지털 권위주의’와 싸우겠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미 의회도 대 중국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 하원은 8일 중국 신장 지역에서 생산되는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위구르족 강제노동 방지법’을 찬성 428 대 반대 1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민주·공화 소속 의원 111명이 공동 발의했다.


미 하원은 또한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을 상대로 ‘대량 학살(genocide) 및 반인륜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는 규탄과 함께 유엔(UN) 조사를 촉구하는 결의안도 통과시켰다.


[대중국 압박 몰아치는 미국]


미국은 대 중국 포위망 블록을 더욱 구체화하기 위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10∼12일 영국 리버풀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13일부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을 차례대로 방문한다.


이번 순방 일정은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동남아 지역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기자들에게 순방 중 장관 회담에 관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괴롭힘(bullying)에 대응해 지역 안보 인프라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면서 “메콩강에서의 일방적인 중국의 행동을 비롯해 항행의 자유와 비행의 자유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메콩강 상류에 댐을 건설, 하류에 있는 태국 등의 비난을 받고 있다. 메콩강 강변의 수위를 더 불규칙하게 만들고 어획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미국이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몰아치면서 압박을 하면 할수록 중국의 반발도 거세고 충돌 위험성도 점점 커진다. 그러나 중국은 ‘거친 입’으로 반격을 하지만 날이 갈수록 ‘거친 행동’을 통한 반격 기회는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반격 수단이 줄어들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가리켜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는 지난 7일 “아시아에서 미국의 세는 상승하는 반면 중국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구조적 약점이 중국이 대응할 힘을 잃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 로위연구소의 ‘2021년 아시아권력지수’


로위연구소의 ‘2021년 아시아권력지수’에서 중국의 지수가 처음으로 하락했고 반면 미국은 상승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포린어페어스는 “중국이 해양패권을 향해 미국에 도전하고 군사력을 통해 대만을 위협하며 국방력을 증강하는 것은 오히려 중국의 영향력을 퇴조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시장과 협력하지 않고 정복의 대상으로 삼는 중국의 전략이 결국 중국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는 무서운 경고를 중국이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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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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