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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혼돈속 이란핵협상, 美-이스라엘 ‘군사옵션’검토 - 이란, 핵무기 개발 시간 벌려 고의적 협상 지연 판단 - 美, 이란에 추가 제재 단행, 이스라엘은 군사옵션 준비 - 이란, 이스라엘 공격 대비 핵시설 방공훈련도 진행
  • 기사등록 2021-12-10 13:32:59
  • 수정 2021-12-11 09: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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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에 빠진 이란 핵복원 협상]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일대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협상 진전에 대한 회의감 때문에 미국이 “핵합의 협상이 실패한다면 다른 옵션을 구상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고 심지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파괴' 합동훈련까지 논의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협상에 나섰던 이란과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독일 대표단은 이날 7차 회의에도 불구하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특히 이란 측이 지난 2일 서방에 제시한 합의서 초안이 그동안 협상을 통해 70∼80%가량 조율됐던 내용을 완전히 바꾸자고 제안하자 협상장은 뒤집어졌다. 또 이란의 요구사항 중 일부는 협상 조건과 맞지 않거나 아예 그 범위를 넘어섰다.


그러자 당장 프랑스, 영국, 독일 관리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지난 5개월 동안 이란은 협상을 중단한 채 빠르게 핵 프로그램을 진전시켰다. 그런 이란이 합의 내용에 중대한 변경을 요구했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이어 "이번 회담에서 새로 생긴 틈을 실질적으로 남은 시간 안에 메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 고위 관리는 "이란이 지난 4∼6월 6차례 회담에서 자신들이 제안해 어느 정도 타협을 이룬 사항에 대한 입장을 모두 철회하고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면서 “이란의 이런 태도에 중국과 러시아도 당황해했다”고 덧붙였다.


[분노하는 미국, “다른 옵션을 택할 수 있다”]


이란이 돌연 그동안 진전되어 왔던 핵합의 복원 관련 내용을 뒤집자 미국은 즉각 협상 실패시 다른 옵션을 택할 수 있다며 이란 압박에 나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외교적 해결이 핵위기를 막는 데 최선이라고 본다"면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가 실패할 경우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어 "외교가 곧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계속 속도를 낼 경우 우리는 추가 조처를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이날 워싱턴DC에서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이 협상에 건설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어 깊이 우려한다”면서 “현재의 대이란 정책이 실패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다른 옵션을 취하는 데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 양국 국방장관이 9일 열리는 회담에서 이란 핵협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이란의 핵시설 파괴를 염두에 둔 군사훈련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로이터통신은 “미 국방부가 이미 10월 25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군사적 선택지를 브리핑하기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도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 "이란은 세계평화에 대한 위협이며 이스라엘에 대해 위협적 존재가 되고자 한다"며 "이번 회담에서 이란의 핵무장 시도를 멈추게 할 실현 가능한 일련의 행동을 논의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의가 이어지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핵합의 복원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서방의 우려를 분명히 반증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협상이 실패할 경우의 대안에 대해 이스라엘을 포함한 동맹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협상에서 유연성을 보일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며칠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군사적 옵션 검토와 함께 미국은 이란에 대해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란 내에서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인권을 유린한 고위 관리들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에는 하산 카라미 이란 경찰특공대 사령관, 골람레자 솔레이마니 바시지민병대장 등이 포함됐다. 이중 바시지민병대는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조직으로 2009년 이란 대통령선거 이후 촉발된 시위사태 당시 강경 진압으로 악명을 떨쳤다.


미 재무부는 이란 경찰특공대와 바시지민병대가 2019년 휘발윳값 인상으로 촉발된 대규모 시위도 시위대 300여명이 숨질 정도로 강경하게 진압했다고 설명했다.


재무부는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며 모든 금융 거래를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과 거래하는 외국인들은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대이란 추가 제재는 이란 핵협상 8차 회담을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 추가 제재와 관련해 사이드 하티브자데 외무부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빈 회담이 진행되는 중에도 미국은 제재를 가하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며 "제재는 협상에 (이란을 압박하는) 효과를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옵션 구체적 검토하는 이스라엘]


이렇게 이란핵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이 난항에 빠진 가운데 이란의 핵무장과 핵합의 복원을 반대하는 이스라엘에서는 좀 더 구체화한 계획을 내놓았다.


이스라엘군은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내년 봄 지중해에서 항공기 수십 대를 동원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타격하는 대규모 군사 훈련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아비브 코하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지난달 크네세트(의회) 외교국방위에 출석해 "이란과 (이란의) 군사적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작전 계획과 준비태세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이렇게 강경대응을 검토하는 것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1일 이란이 협상 중에 더욱 고도화된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우라늄 농축을 재개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란은 포르도 지하 핵 시설에서 개량형 원심분리기(IR-6)를 이용해 우라늄을 20% 농도로 농축하는 공정을 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서방 관리들은 이란이 협상에 불참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기술을 습득해 핵폭탄을 만들기로 결단했을 때 제조에 드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도 워싱턴포스트(WP)에 "(협상이 중단된) 5개월여 동안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면서 "이란 정부는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는데, 지난주 협상을 보면 '준비'는 도발적인 방식으로 핵프로그램에 계속 박차를 가하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를 통해 기존 핵합의 범위를 훨씬 벗어나는 지나친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지렛대를 확보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다시 재개된 이란핵복원 협상, 이란 대응은?]


지난달 29일 이란 핵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이 5개월 만에 재개됐지만, 참가국들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지난 3일 중단되었던 협상이 9일(현지시간) 다시 재개됐다.


핵합의 복원 실패시 미국과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이 예고된 가운데 재개된 이날 협상에 대해 협상 의장을 맡은 유럽연합(EU)의 엔리케 모라 대외관계청 사무차장은 "(핵합의) 복원이라는 동의를 끌어내는 데 대해 새로워진 목적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이란의 대응이다. 지난 5개월간의 공백기에 우라늄 농축 등 핵 프로그램을 진전시킨 이란의 강경한 새 정권은 초안에 선(先)제재 해제와 함께 기존 합의 이상의 조건을 요구한 바 있었다. 이로 인해 서방 당사국 사이에서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진전시키기 위해 시간을 벌려 한다는 의심과 함께 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커졌다.


그런데 9일 재개된 협상은 한 시간 만에 끝났으며, 이란 측은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이란 대표단을 이끄는 알리 바게리카니 외무부 차관은 기자들에게 "이란은 기존의 위치에 근거해 회담을 진지하게 이어가겠다는 뜻을 강조했다"며 "모든 당사국은 서로 간의 입장차를 좁히는 협상을 지속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란 외무부 고위 관리는 5일 관영 언론을 통해 "제재에 중독된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완전히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회담 진전에 있어서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 관리는 "미국 정부가 '최대 압박' 정책을 철회하고, 유럽 국가들이 정치적 의지만 보여준다면 즉각적인 협상 타결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시설 방공훈련도 진행한 이란]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이란핵합의 협상이 지지부준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군사옵션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오는 가운데 이란 방공부대가 4일(현지시간) 핵시설이 위치한 중부 나탄즈 타운 근처 상공에 갑작스럽게 방공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는 점이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시험 발사로 인한 폭발음은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에서 불과 20㎞ 거리인 바드루드 시(市) 하늘에서 들렸다”고 했고, 이란 국영TV는 “방공부대가 나탄즈 상공에서 신속 반응 무력을 시험하기 위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란 군 대변인인 샤힌 타기카니는 TV에 "이런 훈련은 완전히 안전한 환경에서 실시된다"면서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란 뉴스 통신사들은 앞서 나탄즈 하늘에 큰 폭발이 있었다고 하면서 당국으로부터 어떤 공식적 설명도 없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반관영 파르스통신도 자사 기자가 바드루드 근처에 있다가 짧은 폭발음과 함께 강렬한 섬광을 하늘에서 봤다고 전했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핵시설 공습에 대비하는 훈련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오인 발사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란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핵시설 공격을 대비하고 있으며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란, 다시 중동의 화약고가 될까?]


전체적인 국면을 조망해 본다면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이스라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파기했던 이란핵합의 복원협상을 다시 재개하면서 중동지역에서의 평화를 노려 왔다.


그러나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강경파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가 당선되면서 미국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이란 핵합의 복원협상은 다시 파국으로 흘러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시 강 대 강의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란핵합의 복원 협상은 일단 이스라엘과 미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도 되거니와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중동 정세가 평화롭게 흘러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과연 강경파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박에 어떻게 대응하게 될까? 아마도 북한 김정은도 이 협상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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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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