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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에 등 돌린 EU, "이미 루비콘강 건넜다!" - EU의 대 중국 압박, 중국 일대일로 뒤집는다 - EU의 또다른 중국 압박, '개도국 관세혜택' 폐지 - 독일 외무장관, 철저한 반중 전사 내정. EU의 탈중국 주도
  • 기사등록 2021-12-03 21:32:56
  • 수정 2021-12-05 08: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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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사진=EU]


[EU의 대 중국 압박, 중국 일대일로 뒤집는다]


중국에 완전히 등을 돌린 EU(유럽연합)의 압박이 거세다. 중국 입장에서는 입을 다물기 힘들 정도로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상상하기 싫을 정도의 엄청난 파도들이 연거푸 이어지면서 중국을 경악하게 만들고 있다.


우선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1일(현지시간), 시진핑 주석의 세계 패권 장악의 발판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사실상 무산시키기 위해 2027년까지 전 세계 사회기반시설, 디지털, 기후 사업에 최대 3천억 유로(약 400조9천5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라고 이름 지어진 이 계획은 EU와 세계 각국 사이에 연결된 산업 공급망을 강화하고, EU와 글로벌 국가간 무역을 촉진하며, 빈곤·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저개발국의 디지털화, 보건, 기후, 에너지, 교통 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교육, 연구 투자도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 유타 우르필라이넨(Jutta Urpilainen) EU 국제협력담당 집행위원은 “유럽과 전 세계 사이에 일방적 의존이 아닌, 지속 가능하고 강력한 연결 고리를 구축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 글로벌 게이트웨이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EU가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들여 ‘글로벌 게이트웨이’ 전략을 펼치는 이유는 중국이 지난 2014년부터 일대일로를 통해 유럽의 앞마당’인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SOC 개발 지원 등을 미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EU의 ‘글로벌 게이트웨이’ 전략에 소요되는 예산은 유럽투자은행 등 EU 산하 기구, 회원국 정부와 국책개발은행, 민간 금융기관 등에서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절반에 가까운 1350억 유로는 민간 투자로 진행하되, EU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유럽 펀드(EFSD)’가 보증을 서기로 했다.


이러한 자금 지원 방식은 중국의 일대일로 투자와는 확연하게 차별화된다. 중국은 우선 자금 지원 자체를 중국 주도의 금융기관이 다 맡아서 한다.


중국은 2013년부터 일대일로를 통해 세계 수십개국에서 철도·항만·고속도로 등을 비롯한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도 개발대상국에 아주 불리하기도 하고 투명하지도 않다. 더불어 2중 3중의 채무 상환 조건을 만들어 개발대상국이 제대로 이자를 갚지 못하면 그 국가의 SOC를 포함해 일부 영토 또는 외교권까지 약탈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사업 수주 방식 역시 지원을 받는 국가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철저하게 중국 기업 위주로 시행된다. 원자재부터 모든 것들이 중국으로부터 도입되고 현지에서는 단지 인력 일부만 투입된다. 이렇게 중국 기업에 모든 이익을 몰아주는 등의 불평등한 계약이 이뤄져 참가국 상당수가 중국의 ‘부채 함정’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중국이 의도적으로 개발대상국에 SOC 건설 등을 명분으로 그 국가가 중국에 의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그 국가의 정치와 외교를 중국이 의도하는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비판이 국제사회에서 연이어 터져 나왔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유럽이 “중국이 일대일로를 저개발 국가의 중국 경제 종속을 통한 자국의 글로벌 패권 추구에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관련국들이 부채로 곤경에 빠지는 위험을 제한하기 위해 EU는 공정하고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것이며, 다른 국가를 지원함으로써 EU도 자체 공급망을 강화하고 이익을 증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관점에서 글로벌 게이트웨이 계획은 단순한 경제성장만이 아닌, 민주주의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 실현을 위한 투자를 표방했다. 그러면서 “윤리적 접근을 통해 세계 각국의 경제 개발과 세계 시장 참여를 돕겠다”면서 “민주적 가치가 (세계인에게) 어떻게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혜택을 제공하는지 보여주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중국의 일대일로와는 확연하게 다른 지원을 개발도상국에 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은 “이 계획이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대응하는 것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글로벌 게이트웨이는 우선적으로 일대일로의 영향을 받고 있는 EU 역내 국가부터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보스니아와 알바니아, 터키를 잇는 유럽 횡단 교통망(TEN-T) 구축,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항만 개발 사업 등이 우선사업 대상이다. 이들 국가는 중국으로부터 지속적인 투자 제의를 받았고, 이탈리아는 이미 일대일로 참여를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EU의 이러한 움직임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6월 영국에서 열린 G7(주요 7국) 정상회담에서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World)’ 계획과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미 세네갈과 가나 등 아프리카 국가에 투자 가능성을 타진했고 현장 실사도 마쳤다. 독일 주간지 포쿠스는 “미국과 유럽이 연대해 중국의 경제 블록 형성에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U의 글로벌 게이트웨이 계획에 당황하는 중국]


EU가 미국과 연대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뒤집기에 본격적으로 나서자 중국은 당황하고 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건설을 돕고, 공동 발전을 추진하는 모든 제안을 환영한다"면서 "서로 다른 관련 제안에서 서로를 대체하고 배척할 게 아니라, 소통하고 조율하며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중국이 이미 진행하고 있는 일대일로 사업을 방해하지 말고 그 이외의 지역, 곧 중국이 사업에 착수하지 않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따로따로 개발을 지원하자는 뜻이다.


이는 사실 우르줄라 폰 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글로벌 게이트웨이 계획이 중국의 일대일로를 대치하고 또 경쟁하기 위한 것이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다”면서 “이미 여러나라에서 중국의 일대일로를 경험했는데 그들 국가들을 그대로 둘 수 없다”고 말한 것을 의식한 발언인 것으로 보인다.


[EU의 또다른 중국 압박, '개도국 관세혜택' 폐지]


EU는 회원국 27개국과 영국, 캐나다 등 32개국과 함께 12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적용하던 관세 감면 혜택(일반특혜관세제도·GSP)을 폐지하기로 했다. GSP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 제품에 부여한 보편적·비차별적·비호혜적인 관세 감면 제도다. 중국은 지난 1978년부터 이 혜택을 받아왔다.


중국에 대한 GSP 폐지는 중국 스스로 ‘세계 제2위 경제대국’이라고 자랑하는 판에 더 이상 개도국 지위를 부여하면서 혜택을 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번 중국에 대한 GSP 폐지는 중국의 수출업체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EU, 중국에 대한 외교적 압박도 강행]


EU는 또한 2일(현지시간) 미국과 고위급협의를 열고 “중국이 남·동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문제 많고 일방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며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스테파노 사니노 EU 대외관계청(EEAS) 사무총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제2차 미-EU 중국 대화'를 개최한 뒤 이러한 내용의 공동 언론발표문을 내놨다.


양측은 이 발표문에서 “남·동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이 같은 행위가 지역의 안보와 평화를 약화시키고 미·EU 모두의 안보와 번영에 직접적 영향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양측은 중국 신장과 티베트 등지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과 홍콩의 민주주의 및 자율성 약화도 논의했다.


[EU, 중국에 완전히 등 돌렸다]


EU가 이렇게 중국에 대해 무차별적인 공세를 펼치는 것은 이미 EU가 중국에 등을 돌렸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지난 11월 25일과 26일 화상으로 열린 1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에서도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보편적인 민주적 권리와 기본 자유를 바탕으로 협력을 심화하자”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일본 아사히신문은 27일 “EU가 중국의 패권 확대를 경계하며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아시아의 민주주의 국가들에 손을 내밀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니혼게이자이신문도 “홍콩 및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로 유럽과 중국의 외교관계가 급속히 악화됐으며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유럽에서 중국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EU는 지난 3월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에 연루된 중국 관리 4명과 단체 1곳을 제재한 바 있었는데 이에 대해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유럽·중국 관계가) 루비콘강(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건넜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9월에는 EU가 대만과의 관계 강화 내용 등을 담은 첫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고, 지난 10월 21일에는 EU의회가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표로 통과시켰다.


그리고 11월 3일에는 의회 대표단이 이례적으로 대만을 공식 방문하면서 EU와 중국간의 관계가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가를 또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여기에 독일에서의 메르켈 총리 퇴진과 새로운 반중 정부 구성은 중국과 EU간의 관계에 치명타를 안겼다. 그동안 EU의 친 중국화를 메르켈 총리가 이끌어 왔었는데 이젠 퇴진하게 된 것이고 특히 새로운 독일 정부의 외무장관에 안나레나 배어복 녹색당 공동대표가 내정되면서 독일과 중국 관계는 거의 막장에 이르렀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환경과 인권을 중시하는 독일 녹색당은 그동안 유럽의 주요 정당 중 중국에 가장 강경한 노선을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 녹색당은 메르켈의 대중국 정책이 너무 유약하다고 여겼으며, 신장 위구르나 홍콩에서의 인권 탄압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데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EU도 이러한 독일의 강경노선에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회에서 대중국 강경노선을 이끄는 라인하르트 뷔티코퍼 의원도 독일 녹색당 출신이다. 그는 지난해 6월 서방 8개국과 EU 의회 의원들이 중국 공산당에 대응하기 위해 결성한 '대중국 의회간 연합체'(IPAC) 공동 의장도 맡고 있다.


중국 전문가 노아 바킨은 "메르켈의 퇴임과 녹색당 출신 각료의 정부 입성에 대해 중국 외교관들은 많은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며 "그들은 독일 새연정이 강경노선을 선택하면 유럽도 뒤따를 것이란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영국·독일·프랑스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로의 회귀’를 서두르고 있고, 중국과 거리 두기에 나선 유럽 국가들은 일본⋅아세안⋅인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렇게 EU는 중국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 갈수록 고립화되어 가는 중국의 모습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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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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