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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中 반도체 갈등 속 한국기업이 사는 길 - 백악관, “중국군 현대화 돕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 중단하라 -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공장 첨단화 시도는 중단해야 - 어차피 탈 중국의 길로 가야한다
  • 기사등록 2021-11-19 12:19:18
  • 수정 2021-11-19 15: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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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반도체 갈등속 SK하이닉스 中공장 첨단화 제동]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놓고 대대적 충돌을 하는 상황에서 핵심 어젠다이기도 한 반도체 분야의 한국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현실화되면서 앞으로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첨단 장비를 반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SK하이닉스가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갈등의 다음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고 보도해 충격을 주었다.


SK하이닉스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최신형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이다. 한 대에 무려 1500억원이나 되는 ASML의 EUV 장비는 극자외선을 이용해 5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이하의 회로를 새길 수 있는데 이렇게 미세한 공정을 소화할 수 있는 건 ASML 장비가 유일하다


이렇게 반도체 업계의 기술 우위가 EUV에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반도체 첨단화의 핵심장비이다 보니 미국은 ASML의 EUV가 절대 중국으로 넘어가서는 안된다면서 엄격하게 통제를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18년 네덜란드 정부가 ASML이 중국에 EUV 장비를 수출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주자 이를 저지하고자 본격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이 지난 2020년 1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9년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했을 당시 중국이 EUV 장비 제조 기술을 습득할 경우 빚어질 파장에 관한 기밀 문서까지 보여주며 설득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는 2019년 6월 만료된 ASML의 EUV 장비 대중 수출 허가를 지금껏 갱신해주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정부는 지난 2020년 12월에는 SMIC 등을 아예 상무부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추가하면서 중국이 반도체 관련 첨단기술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꽁꽁 묶어 버렸다.


ASML의 EUV 도입이 막히자 중국은 사실상 반도체의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해지면서 미중충돌의 돌파력 자체를 상실했다고 봐도 좋을 정도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중국의 반도체 공장에 ASML의 EUV 장비를 도입하려고 계획을 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판단착오라 아니할 수 없다. 어쩌면 중국으로 반입되는 것은 아니다 할지라도 중국의 기업이 아니고 한국의 기업이기 때문에 미국이 용인해 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순진한 생각을 했다면 이는 그야말로 국제정세를 잘 모르는 잘못된 판단이라 할 수 있다.


[백악관, “중국군 현대화 돕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 중단하라”]


이번에 SK하이닉스가 ASML의 EUV장비를 투입하려 했던 곳은 중국의 우시(無錫) D램 공장이다. 우시 공장은 SK하이닉스 D램 생산량의 50%, 전 세계 D램 생산량의 15%를 차지하는 핵심 시설이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미국정부의 허용 여부를 직접 밝히진 않으면서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자국의 군사 현대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첨단 반도체 개발에 미국과 동맹국의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사실 미국이 중국 현제로의 첨단 반도체 기술 및 장비 도입을 철저하게 막고 있는 것은 결국 중국에서 생산되는 첨단의 반도체들이 중국군의 현대화 첨단무기의 핵심 부품으로 쓰이게 되고 그렇게 하여 중국군의 현대화 및 최첨단화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곧바로 미국의 패권 도전과 함께 전 세계의 질서까지 중국이 흩트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군사굴기를 통해 전 세계의 패권 장악을 노리는 중국의 야욕을 저지하는 가장 효과적이고도 치명적인 방법이 바로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을 따라오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첨단 반도체 기술과 장비의 중국 유입을 철저하게 틀어막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미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으로의 첨단 반도체 장비 도입을 저지하게 되면 당장은 반도체 대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SK하이닉스만 하더라도 우시 공장 첨단화가 장비 도입 문제로 차질을 빚을 경우 SK하이닉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군사굴기를 막아야 하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결코 이 원칙을 버릴 수 없고 당연히 앞으로도 더욱 더 강력한 방법으로 중국으로의 첨단 반도체 장비나 기술의 진입을 막게 될 것이다.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공장 첨단화 시도는 중단해야]


중국으로의 첨단 반도체 장비 및 기술 도입을 미국이 철저하게 봉쇄한다는 조치는 이미 2년전부터 본격화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국의 정책적 방침을 우리 기업들은 미리 대응했어야 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는 첨단 장비를 중국에 도입하려는 SK하이닉스의 시도 자체가 중국 기업이 장비를 도입하려는 노력과 동일하게 생각한다”면서 “아무리 한국기업이라도 중국에 장비를 설치하면 중국은 언제든 그것을 차지할 수 있고 이는 곧바로 중국의 능력이 된다”고 했다.


결국 미국 정부는 아무리 한국기업이라 할지라도 일단 중국 내에 첨단 장비가 도입되는 것 자체가 미국에 대한 위협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EUV 공정은 올해 처음 D램을 양산할 정도로 초기 단계”라며 “당분간 우시 공장에 EUV 장비 설치 계획이 없다”면서 한발 물러섰지만 SK하이닉스의 대응에 여러 가지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경기도의 이천 공장에서 최신 D램 공정을 테스트한 뒤 양산을 시작하면, 통상 6개월에서 1년 뒤에 중국의 우시 공장에 새 공정을 순차적으로 적용해왔다. 이러한 관례대로라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1~2년 뒤에는 우시 공장에도 EUV 공정을 적용해야 한다. 이러한 SK하이닉스의 과정에 제동이 걸렸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중국으로의 반도체 첨단 장비 도입 문제는 비단 한국의 SK하이닉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3일(현지 시간) 중국 청두 공장에서의 실리콘 웨이퍼 생산 확대 계획을 세웠던 인텔도 바이든 행정부의 제동으로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인텔은 당시 “혁신과 경제에 필수적인 반도체에 대한 많은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다른 해법들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이러한 일련의 대응들은 삼성전자와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낸드플래시만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D램, 파운드리 공장에 비해 중단기적인 EUV 공정 도입 가능성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이미 중국 공장의 첨단화 확대에 SK하이닉스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뜻이다.


문제는 SK하이닉스의 잘못된 판단이 순식간에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올 3분기 기준 27.2% 점유율로 삼성전자(44.0%)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3위 마이크론(22.9%)과의 격차가 크지 않다.


그런데 중국의 우시 공장에 크게 의존했던 SK하이닉스는 중국으로의 첨단반도체 장비 도입이 막히게 되면서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은 중국에서 D램 공장을 운영하지 않고 있지 않기 때문에 거리낌없이 얼마든지 첨단 반도체 장비를 늘리면서 생산을 늘려갈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탈 중국의 길로 가야한다]


분명한 것은 미국의 중국 봉쇄 전략은 앞으로도 흔들릴 수 없는 불변의 정책이라는 점이다. 다시말해 2024년의 미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는 중국의 패권 야욕을 저지하기 위한 중국 압박 정책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중국 역할을 박탈하고 다시는 중국이 세계 패권을 넘보는 그러한 오만한 행동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당연히 글로벌 경제속의 한국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발을 맞추는 수밖에 없다. 이는 이념의 문제도 아니고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어차피 글로벌 경제 속에서 살아 숨쉬는 국가라면 어쩔 수 없이 세계적인 흐름속에서 순풍을 타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조류를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반도체만 하더라도 그렇다. 중국 시안(西安) 공장에서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낸드플래시가 D램보다는 구형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당장 미국의 대중 제재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결국은 몇 년 지나지 않아 낸드플래시 생산공정에서도 EUV 장비 도입이 불가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은 그러한 구형 장비의 중국 반입까지 금지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업들이 이러한 국제적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는 답이 뻔히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철저하게 동조화를 하고 있는 일본도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대 중국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4일 “일본 정부가 안전 보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외국 제품이나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도록 사전 심사하는 법안을 만들 방침”이라며 “중국 제품을 배제하려는 구상”이라고 했다. 미국의 대 중국 압박정책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도 자국산 반도체 소재와 화학약품, 장비 등의 중국 반입을 막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 경우 한국기업들이 받는 타격은 심각해질 수 있다. 일본의 이러한 정책 흐름에도 한국기업들은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탈중국’ 말고는 답이 없다는 의미다. 이렇게 미중간 테크경쟁은 기존 국제 산업의 질서를 통째로 바꿔놓고 있다. 첨단 장비 공급과 반도체 설계는 미국,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공급은 한국, 완제품 생산은 중국에서 이뤄지는 글로벌 공급망 체제 자체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제적인 도도한 흐름에서 끝까지 ’중국 공급망 체제‘를 유지하려 한다면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서 고사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끔찍한 종말의 가능성을 이번 SK하이닉스의 EUV 장비의 중국 도입 저지로 현실화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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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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