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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을 너무 의지한 탓, ‘차이나리스크’ 일파만파 - 중국발 인플레이션, 한국 경제 전반에 엄청난 주름살 - 중국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1850개 품목에 대한 대책 세워야 - 자원 빈국 대한민국, 물류 수입 다변화는 국가경제 살리는 길
  • 기사등록 2021-11-18 20:53:46
  • 수정 2021-11-19 08: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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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완벽하게 휘둘리는 한국]


대한민국을 온통 들쑤셔 놓았던 요소수 대란에 이어 중국발 인플레이션이 이젠 장바구니를 비롯해 우리들의 삶을 뒤흔들고 있다. 원인은 한마디로 중국을 지나치게 의존한 탓이다.


문제는 이러한 중국발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차이나 리스크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중국에 편중되어 있는 무역구조를 바꾸지 않는한 ‘제2의 요소수 대란’은 불보듯 뻔하고 중국의 경제왜곡에 대한민국 물가와 우리의 삶마저도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그저 싸다는 이유로 중국산 농산물을 거침없이 수입해 오던 우리나라는 이젠 중국산 없이는 식탁도 제대로 차리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우리 음식에 필수적인 마늘만 하더라도 중국 현지 도매 가격은 최근 1㎏당 8.08위안(약 1450원으로)으로 작년보다 20%넘게 뛰었다. 대파 가격도 작년 1㎏당 4.56위안(844원)에서 6.34위안(1173원)으로 무려 40%나 인상됐다.


이유는 주요 농산물 산지인 산둥 지역의 농작물들이 이상 기후로 작황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내 농산물 가격 인상은 곧바로 우리 식탁에 그대로 전가되고 있다.


중국 현지 도매가격이 1㎏당 1450원인 마늘은 한국에서 도매가로 2500원에 팔리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1㎏당 1173원이었던 대파는 도매가로 3400원에 팔리고 있다. 작년 대비 22%나 인상된 가격이다. 중국산 고추도 지난해에는 1㎏당 8500원이었으나 올해는 1만130원에 팔리고 있었다


문제는 도매가격이 이렇게 인상되면 곧바로 이곳으로부터 식자재를 공급받는 식당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농산물 뿐만 아니라 중국의 인플레이션은 공산품에까지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러한 중국발 가격 상승은 위드코로나로 경기회복을 노리던 꿈까지도 모두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또한 세계의 공장인 중국내 인건비가 급상승하면서 곧바로 부품이나 원자재의 가격까지 덩달아 상승하면서 이를 수입하여 완제품을 만드는 우리 기업들에게 심각한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문제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원자재가 너무 많다보니 한마디로 한국의 목숨 줄을 중국에 맡겨 놓았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정 국가에서 80% 이상 수입하는 품목이 3941개나 된다. 전체 수입 품목(1만2586개) 10개 중 3개꼴이다. 그 중 중국이 1850개로 가장 많다.


이번에 우리 경제 전반을 흔들었던 요소수(尿素水)도 이 중 하나이다. 요소수의 경우는 전체 수입 물량의 98%나 된다. 그러니 평소에는 값도 싸고 별로 비중도 없는 물품이라 관심 밖이었지만 중국이 수출을 틀어막자마자 온 나라가 온통 휘청인 것이다.


이뿐 아니다. 전기자동차를 포함해 우리나라 미래산업의 주축이 될 배터리 소재 업체들도 양극재 핵심 소재인 전구체의 원재료 중 9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극재 등 다른 핵심 소재의 원재료도 중국 의존도가 60%를 넘었다. 이대로 방치하다간 국내 배터리 생태계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국내 주요 제조업 상황은 또 어떨까? 마찬가지다. 산화막과 웨이퍼를 제조하는 데 들어가는 반도체 원재료의 중국 의존도는 60%를 넘는다. 철강, 자동차 분야에서도 저가 범용 제품 위주로 중국 의존도가 심각하다.


또한 자동차 생산에 소요되는 제동장치, 운전대, 에어백 등 부속부품의 중국 수입의존도도 60% 안팎에 이른다.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노동집약적 부품이기 때문에 중국산을 손쉽게 쓰고 있는 것이다. 이 분야는 이미 지난해 코로나팬데믹으로 중국의 공장들이 셧다운을 했을 때 엄청난 피해를 본 바 있다.


국내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2차전지 배터리의 제조에 필요한 탄화규소의 경우도 전체 수입 물령의 77%가량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그런데 만약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막히게 되면 당장 산업 생태계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


페인트, 잉크, LCD패널 접착제 등의 용제로 다양한 화학제품 공정에서 사용되는 핵심 소재인 공업용 에탄올에 초산을 첨가한 초산에틸 역시 2000년대 들어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가속화하면서 국내에서 초산에틸을 생산하는 업체는 한국알콜 한 곳만 남았다. 부족한 물량은 수입에 의존하는데 77.5%가 중국산이다.


초산에틸 역시 요소수와 마찬가지로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품목은 아니지만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차질이 생기게 되면 국내산업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다.


‘석유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역시 전체 수입 물량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 의존한다.


이 모든 원자재들이 중국이 우리나라를 향해 무기화할 수 있는 품목들이다. 이미 희토류 무기화도 검토했던 중국이다. 그런데 미중충돌의 사이에서 대한민국 만큼은 미국쪽에 서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중국의 방침이 확고해지면 이러한 물자들로 얼마든지 한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원 빈국 대한민국의 무대책 정부]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지만 자원 빈국(貧國)이기도 하다. 따라서 해외로부터 원자재 수입이 끊기면 우리는 당장 손을 빨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는 대한민국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그래서 산업전사들이 해외로부터 돈을 벌어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어야 한다. 그것이 외교이고 통상정책이다. 당연히 대한민국의 외교는 국익을 바탕으로 어떤 나라에도 휘둘리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어야 하고 그것이 정부의 가장 우선되는 책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책임자들은 국제 정세에 항상 깨어 있어야 하고, 특히 그러한 정세들이 대한민국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매의 눈’으로 눈여겨 봐야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결코 홀로 존재할 수 없는 나라이고, 이미 글로벌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은 우리의 핏줄이나 다름없다. 그 글로벌 공급망이 항상 쌩쌩하게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책무가 정부에게 주어진 사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고 더불어 코로나 팬데믹까지 덮쳐 있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엄중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말 중요한 것이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관리이다. 어느 한쪽에 편중되어 있으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 특히 미중충돌 상황에서 동맹국이 북한과 파키스탄, 아프리카 몇 국 정도만 있는 중국에 공급망이 편중되어 있다면 이는 위기 중의 위기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당연히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라는 생존 수칙을 지켰어야 했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플랜B를 만들어 놓았어야 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중국을 지나치게 신뢰했다. 중국이 설마 우리에게 문제를 일으키겠나 하는 안일함이 있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공급망 다변화로 괜히 중국의 심기를 거스를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나태함도 한몫했다. 그러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이 요소수 대란이다.


우리 정부는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의 무역보복을 겪고서도 고개를 숙일줄만 알았지 그것으로부터 교훈을 전혀 얻지 못했다. 그러한 무책임과 무능이 지금의 사태를 불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왜 요소수 대란이 유독 한국에서만 일어났을까 하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나라들은 그렇게 중국이라는 한 나라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요소수만 하더라도 이를 전략물자로 규정하고 주 원료인 암모니아의 77%를 일본내 4개회사들이 생산하도록 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암모니아를 수소와 함께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지정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떠했는가? 채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1년 국내기업이 생산을 중단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겼다면 정부가 반드시 자립해야 할 필수품목으로 지정하고 기업의 적자나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보조를 하면서 생산하도록 독려했어야 옳다. 그것이 바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고, 그런 일에 쓰라고 국민에게서 세금을 거둔 것 아니겠는가?


또 하나, 대한민국 정부는 상상력이 전무한 듯 보인다. 중국이 호주와 갈등을 겪으면서 석탄 수입이 중단되고 이로 인해 전력난을 겪을 때, 우리 정부는 이러한 사태가 우리 한국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지 상상했어야 한다. 한마디로 전략적 상상력을 통해 곧바로 다가올 위기상황을 대비했어야 옳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는 중국에 목숨 줄을 내맡겨 놓았으면서도 중국에 닥쳐오는 위기를 전혀 감지하지도 못했고, 더불어 그러한 플랜을 세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중국에서 요소수 수출 중단을 통보했음에도 주중대사관이나 정부의 관료들은 그러한 중국의 조치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아무런 계산도 하지 않았다.


어디 그뿐인가? 정부의 실핏줄 노릇을 하는 무역기관들도 중국 현지에 있으면서도 그런 위기감을 전혀 갖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요소수 대란이 터졌을 때 그저 요소비료 정도로만 생각하는 수준 이하의 발언들이 나오게 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신차려야 한다!]


청와대의 어공(어쩌다 공무원)는 5년마다 바뀌지만 정부의 늘공(늘 공무원)들은 본인이 퇴직하지 않는 한 계속 근무한다. 결국 정책 실패의 책임은 늘공에게 돌아간다.


아무리 어공들이 정치적 행위로 경제를 휘두르려 해도 어공들은 자신들의 직책에 대한 자부심과 국민들이 그들에게 맡겨준 사명감을 가지고 끝까지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판단하고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공무원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중국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요소수 파동에서도 봤지만 우리 대한민국을 길들이려 하고 있다. 2000년대에 이미 “서방의 마녀사냥이 절대 중국산 제품을 무너뜨릴 수 없다”고 호언장담했던 중국은 이제 한국을 상대로 “한국은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대놓고 위협까지 하고 있다.


이 시점에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서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면서 그렇게 만들어 준 세계 각국에 대해 감사해 하기는 커녕 이를 무기로 정치적-경제적-외교적-군사적 압박을 해 왔다. 그러면서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투자도, 수입도, 수출도 빗장을 걸면서 중국의 존재감을 드러내 왔다.


그런 중국의 본성 때문에 우리는 사드보복을 당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요소수 파동을 겪게 만들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한국을 뒤흔들기 위한 무기들, 곧 실리콘, 마그네슘, 염화칼슘 등등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도 언제든지 우리를 위협하고 협박할 것이다. 그렇게 제2의 요소수 사태가 덮치면 또다시 우리는 중국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사정할 것이다. 그렇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풀리게 된다면야 얼마든지 그럴 수 있겠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우리는 중국에 의해 이미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나라로 전락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의 무역구조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완전히 파헤쳐서 다시는 중국에게 휘둘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조금 싸다고 무조건 중국산에 의존하는 그러한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요소수 같이 별것 아니면서도 우리나라 산업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원자재라면 당장 전략물자로 지정하고 국내산업을 육성시키는 정책적 지원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당장 공급망 다변화 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절대 중국 눈치보지 말고 우리 국민의 안위만 생각하면서 하나 하나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그것이 안보요 국민경제를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번 요소수 사태는 우리가 어떠한 교훈을 받느냐에 따라 앞으로 한국 경제가 오히려 든든하게 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눈치나 보고 임기응변식으로 대충 때우려 했다간 앞으로 더한 고통들이 우리 국민들에게 덮쳐올지 모른다.


특히 미중 충돌 상황에서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시도에 우리 정부는 눈여겨 보면서 재빠른 대책들을 세워 나가야 할 것이다. 더불어 반도체, 배터리 등에서 중국 투자를 제한하고 핵심 설비에서 중국산을 제외하려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우리도 적극적인 동참을 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중국은 이미 전 세계의 민폐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글로벌 물류 공급망에서 배제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도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순풍을 타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마치 상전나라 대하듯 하면서 눈치나 보고 있다면 이는 대한민국을 역주행시키는 패착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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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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