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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미중정상회담, 도대체 무슨 말이 오고갔나? - 194분간 제 할 말만 한 美中 정상, 결론은 없었다! - ‘하나의 중국’과 대만 문제로 격돌, "충돌은 피하자" 합의 - 바이든, 中 인권문제 제기로 시진핑 당혹스럽게 만들어
  • 기사등록 2021-11-17 15:41:07
  • 수정 2021-11-17 16: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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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미국시간 15일) 열린 미중정상간 화상회담


[194분간 제 할 말만 한 美中 정상]


미국과 중국의 충돌 양상이 날이 갈수록 격해지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화상을 통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의 의도하지 않은 충돌 가능성 완화 및 ‘게임의 룰’을 탐색하는 대화를 가졌다.


미중간 시차를 고려해 미국 시간으로는 15일 오후 7시 46분, 중국 시간으로는 16일 오전 8시 46분에 시작된 정상회담은 1시간 56분간 회담한 뒤 15분간 휴식 시간을 갖고, 다시 1시간 18분 동안 회담을 이어갔다. 축구 경기처럼 전후반으로 나누어 총 194분간 대화를 이어가 미국 시간으로는 밤 11시, 중국 시간으로는 낮 12시에 종료된 것이다.


이러한 회담 시간은 백악관의 당초 생각보다 더 길어진 것으로 이에 따라 백악관의 언론 브리핑도 밤 12시가 넘어서야 이루어질 정도로 강행군이었다.


백악관이 언론에 공개한 10분여 정도의 영상을 보면 화상 회담이 시작되자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스크린에서 서로의 얼굴을 보자마자 동시에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먼저 발언을 시작한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밤 솔직한 대화를 나누기를 바란다”고 했고, 순차 통역으로 약 6분간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의 모두 발언이 끝나자 시 주석이 이어 “우리가 영상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오랜 친구’를 만나 무척 기쁘다”고 말하면서 발언을 이어갔다.


시진핑 주석이 말한 ‘오랜 친구’라는 대목은 과거 자신이 부주석 시절,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과의 만남을 포함해 두 차례 만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의 넥타이는 서로를 배려해 바이든 대통령 넥타이는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붉은색이었고, 시 주석 넥타이는 미국 집권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이었다.


우호적 분위기에서 시작된 이날 회담은, 중국측은 베이징 인민대회당 1층 동대청(東大廳)에 마련된 회담장의 초대형 산수화 ‘유연금추도(幽燕金秋圖)’앞에 시 주석이 앉았다. 오른쪽에 딩쉐샹(丁薛祥) 당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楊潔篪) 중앙외사위원회판공실 주임, 셰펑(謝鋒) 미주·정책 담당 부부장(차관)이, 왼쪽엔 류허(劉鶴) 경제 부총리,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그리고 통역이 배석했다.


그러나 미국은 백악관 루스벨트룸의 편안한 원탁 테이블에서 블링컨 국무장관, 쟤닛 앨런 재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커트 캠벨(Kurt Campbell) 인도-태평양 NSC 조정관, 로라 로젠버거(Laura Rosenberger) NSC 특별보좌관들을 배석시켜 회담을 진행했다.


양 정상은 회담 내내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말은 거의 다 쏟아냈다. 그러나 회담이 끝난 후 공동성명도 없었고 각자 여는 기자회견도 없었다.


[이슈 1: ‘하나의 중국’과 대만 문제]


이날 양 정상간 대화에서 가장 주목을 끈 부분은 역시 ‘하나의 중국’ 문제와 대만 이슈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이 공식적으로 표방해 온 그대로 “‘하나의 중국’ 원칙은 견지를 하되 대만 해협에 걸쳐 현상을 변경하거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일방적 행동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최대한의 성의와 최선을 다해 평화통일의 비전을 이루려 하겠지만 만약 대만 독립·분열 세력이 도발하고 심지어 레드라인을 돌파하면 우리는 부득불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어 "대만 당국이 미국에 의지해 독립을 도모하고, 동시에 미국 일부 인사는 의도적으로 '대만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대만 해협 정세에 새로운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진핑 주석은 "이런 추세는 매우 위험하다"면서 "불장난을 하는 것이며,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불에 타 죽는다"는 격한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 표현은 ‘완화자필자분(玩火者必自焚)’이라는 관용어로 ‘자업자득’을 뜻한다. 관용어의 비유적 성격을 고려하더라도 군사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대만 상황을 감안하면 과격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의 이러한 발언은 정상회담에서는 보기 힘든 것으로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0월 21일의 타운홀 미팅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방어하겠느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Yes!"라고 답하면서 “그것이 미국의 당연한 책무”라고 설명까지 덧붙인 바 있는데 이 발언에 대한 항의성 표현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미중정상회담의 핵심은 대만 문제라는 점에서 이와 관련된 양 정상의 각기 방향이 다른 주장은 미중간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다시 입증해 주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미국의 입장은 대만관계법에 의거하여 중국이 결코 대만에 대해 털끝만큼이라도 손을 댄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한 반면 중국은 대만을 독립시키려는 어떠한 시도가 있다면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셈이어서 '강 대 강'의 충돌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대만 독립’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이냐 하는 점이다. 미국이 보는 대만 독립이란 대만을 정식 국가로 인정해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미국은 중국이 원래 국제사회에 약속한 일국양제로서 대만을 중국과는 별개의 주체로서 현재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곧 대만이 지금과 같은 현상 유지를 지속하도록 돕겠다는 것이고, 대만과는 정식 국교를 수립하지는 않겠지만 대만을 어떤 방식으로든 보호할 것이며, 대만이 국제사회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생각을 이미 행동으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미국의 상하원 의원들이 민간항공기도 아니고 군용기로 대만을 들락거리고 더불어 대만 보호용 뿐만 아니라 공격용 무기까지 판매하고 있다. 또한 미군이 대만에 주둔하면서 군사교육까지 시키고 있다는 것을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이 공개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은 대만이 중국의 지배권에 속하는 중국 영토의 일부이기 때문에 대만의 관할권 자체가 중국에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대만 문제를 국제사회가 논하는 것 자체가 내정간섭이라고 판단한다.


시 주석이 이날 “세계에는 단 하나의 중국만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강조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만을 중국의 승인없이 국제사회에 별도로 등장시킨다든지 대만이 중국을 향해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하는 등의 조치조차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의 양국이 생각하는 화이트라인과 레드라인이 그 색깔만큼 엄청난 괴리가 있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렇게 완전히 생각이 다른만큼 충돌이 불가피한데 미중 양국 정상은 결코 우발적 사건으로 정면 충돌로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상황 관리’를 하자고 논의한 것이다.


한편, 대만 문제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의 중요성을 논의했고, 이 지역의 번영에서 항행과 항공의 자유에 대해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강화에 계속 맞설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슈 2: 미중간 충돌 방지 문제]


미국과 중국간의 정면충돌은 결국 대만 문제가 핫포인트이고 그 다음이 남중국해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만 문제에 대해 워낙 인식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로 충돌을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확전이 불가피해 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은 충돌을 피하려는 안전장치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시 주석도 공존과 상생을 내세우는 등 최악의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인식도 드러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의 전략적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경쟁이 충돌로 옮겨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 위한 상식적 교통규칙과 가드레일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화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중국의 체제 전환을 추구하지 않으며, 동맹 관계 강화를 통해 중국을 반대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으며, 중국과 충돌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시진핑 주석도 “새로운 시기에 양국이 3가지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면서 “상호존중, 평화공존, 협력·상생”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충돌하지 않고 대항하지 않는 것은 양측이 반드시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과 미국은 바다를 항해하는 거선 2척"이라며 "풍랑 속에 같이 나아가기 위해 양국은 키를 꼭 잡고 항로 이탈이나 실속(속도 상실), 충돌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슈 3: 중국의 인권 문제]


이번 미중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의 얼굴을 굳어지게 만든 포인트 중의 하나가 바로 바이든 대통령의 인권 문제 제기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신장, 티베트, 홍콩에서 중국 정부의 인권 침해 우려를 제기했다. 미 백악관 당국자는 “이 문제를 여러 차례 거론하고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면서도 미·중이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며 시각차를 좁히지 못했음을 확인했다.


또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과 경제 관행으로부터 미국 노동자와 산업을 보호할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제기해온 인권 탄압 및 강제노동 현안은 물론이고 글로벌 규칙에 근거하지 않은 무역 관행에 대해 시진핑 주석에게 직접 경고한 셈이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상대방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존중하며, 각자의 발전 권리를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하며, 이견을 관리하며,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일치를 추구하되 다른 점을 인정하는 것) 해야 한다"며 "인권 문제를 빌미로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또한 시 주석은 "미국 측은 국가안보 개념의 남용과 확대, 중국 기업 때리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이슈4: 경제전쟁 문제]


이번 미중정상회담에서 경제문제도 다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합의한 1단계 무역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지적했지만, 미이행 시 후속 조치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무역문제와 관련해 “미·중 경제 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 윈윈으로, 비즈니스 장에서는 비즈니스를 말해야지 미·중 경제문제를 정치화해선 안 된다””며 “미국은 국가안보 개념의 남용과 확대, 그리고 중국 기업 때리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충돌하지 않고, 대항하지 않으며, 상호 존중하고, 협력 공영하자”면서 또다시 신형대국 관계 수용을 꺼내 들었다. ‘신형대국 관계’는 지난 2013년 미국 써니랜드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의 첫 정상회담에서 제기한 개념이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을 대등한 상대로 대할 수 없다며 수용을 거부한 바 있다.


[미중정상회담 평가]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회담을 3, 4, 2, 1 네 개의 숫자로 정리했다.


*3대 원칙: ①상호존중, ②평화공존, ③협력 공영

*4대 우선 사항: ①대국의 책임, ②평등 호혜 정신, ③갈등의 건설적 관리·통제, ④국제 핫이슈에 관한 협력 강화

*2가지 원칙적 컨센서스“ ① 미·중 관계의 극단적 중요성 ② ‘신냉전’ 반대. 이 대목에서 시 주석은 “미국이 밝힌 ‘신냉전’을 벌이지 않겠다는 표현을 현실화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1 :“불에 타죽을 것, 레드라인”을 거론한 대만에 대한 중국의 엄중한 입장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전하듯 호주ABC뉴스는 회담에 임한 양국 정상을 두고 “미중 갈등(이 초래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두 정상이 ‘책임 있는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기후변화 대응 등에서의 협력을 약속했지만 가장 중요하면서도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현안들을 놓고는 이견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결론은 이것이다. “미중정상간 일단 회담을 하기는 했지만 결론도 없고 자기 입장만 실컷 주장하다 말았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미국대로 중국에 대한 미국측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생각하고, 중국측은 반대로 “시진핑이 바이든을 압도한 회담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의 중국 압박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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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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