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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반전에 반전, 참으로 괴이한 필리핀 대선 - 두테르테, 딸 부통령 도전 선언하자 당황, 상원의원 출마 - 두테르테 딸 사라, 지지율 2위인 마르코스와 연대, 반전 거듭 - 독재자 가문끼리의 연합, 파문 커지는 필리핀 대선
  • 기사등록 2021-11-16 15:01:51
  • 수정 2021-11-17 08: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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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에 반전 거듭하는 필리핀 대통령선거]


내년 5월 9일 치러지는 필리핀 대통령 선거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한 편의 막장드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이 무대의 주인공들은 현재 대통령인 로드리고 두테르테와 그의 딸 사라 두테르테 현 다바오 시장, 그리고 독재자로 악명을 날렸던 고(故)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Ferdinand Marcos Jr.; 애칭 BongBong 봉봉) 전 상원의원이다.


내년의 대선에 출마하기 위한 마지막 등록일은 15일, 그야말로 필리핀 사람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촌극들이 이어졌다.


우선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사라가 대통령직이 아닌 부통령직 도전을 선언했다. 이러한 사라의 선언은 지지자들에게도 충격이었지만 정작 아버지 두테르테도 당황하게 만들었다.


한때 지지율 80%를 넘었던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지율 추락을 거듭하고 더불어 두테르테와 맞서다가 투옥을 당하기까지 했던 마리아 레사 기자가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자 이에 충격을 받고 돌연 대통령 사임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일본의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는 지난 10월 17일, “전세(戰勢)는 두테르테와 그의 딸 사라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두테르테는 이제 침몰하는 배의 형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닛케이는 이어 “그러나 두테르테의 인기가 추락하고 그동안 두테르테의 정치적 동반자들까지 등을 돌리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면서 “여기에 두테르테 정부내의 부패스캔들까지 터지면서 두테르테는 날개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닛케이는 “두테르테의 딸 사라도 대통령 출마를 포기하게 된 배경에는 두테르테의 권력 장악력이 현저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라면서 “두테르테는 지난 9개월 동안 무려 21%나 지지율이 하락했으며 심지어 그의 고향 민다나오에서조차 두테르테의 부통령 출마 계획을 반대할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대통령 사임후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선언했던 것이다.


그랬던 두테르테 대통령이 또다시 마음을 바꿔 부통령에 출마하겠다고 한 것이다. 역시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가 ‘마약과의 전쟁’을 하면서 저지른 대규모 잔학행위에 대한 수사를 하는 것에 대해 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면책특권이 있는 부통령에 출마하려한 것이다.


그러면서 딸 사라가 대통령직에 도전할 것으로 믿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사라 시장이 3연임을 위한 시장직 후보 등록을 철회하자 두테르테의 믿음은 더욱 커졌고 이에 자신이 부통령직에 도전하겠다는 마음을 굳혔던 것이다.


사라는 자신이 창당한 지역 정당 ‘HNP’에서 라카스 기독교 무슬림 민주당(Lakas-CMD)으로 당적까지 옮겼다. 그러자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해왔던 만큼 대선 후보로 직군을 바꿔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아버지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권을 물려받을 준비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랬던 사라가 지난 13일, 대통령이 아닌 부통령 후보에 등록하면서 반전이 벌어졌다. 아버지 두테르테도 이러한 상황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필리핀 언론들에서는 사라 시장과 두테르테 대통령 사이에 균열이 생겼다는 해석이 흘러나왔다.


실제로 두테르테 대통령은 사라 시장의 발표 직후 자신이 이끄는 민주필리핀(PDP-Laban)당의 부통령 후보로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정계은퇴 선언을 뒤집고 자신의 딸과 부통령직을 놓고 다투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렇게 두테르테 부녀지간의 혼선은 필리핀 정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심지어 두테르테 대통령은 한 유튜버와의 인터뷰에서 딸의 부통령 출마에 대해 “전혀 몰랐던 일”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고 한다.


특히 그는 “딸 사라의 대통령직 지지율은 27%였던 반면 봉봉은 17%에 그쳤는데 사라가 갑자기 부통령 후보에 등록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까지 했다.


결국 두테르테는 딸과의 부통령직 대결을 포기하고 후보 등록일 마지막날인 15일, 상원의원에 도전하기로 했다.


또 한번의 반전은 현재 지지율 1위인 사라 두테르테가 지지율 2위인 봉봉 마르코스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다는 점이다. 문제는 봉봉 마르코스가 필리핀 역사를 아프게 만들었던 독재자 마르코스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봉봉 마르코스는 이미 지난 10월에 대선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였다.


결국 독재자의 아들 그리고 스트롱맨의 딸이 연합하는 셈인데, 두 가문의 정치적 결합은 '필승 카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필리핀내 여론조사 상으로는 마르코스-사라의 대통령과 부통령 조합이 당선에 아주 유력한 카드라고 예측들을 한다. 마르코스 가문은 두테르테 가문과는 동맹 관계다.


[1위 사라가 2위 마르코스와 연합하게 된 배경]


사실 지지율 1위의 사라와 2위의 마르코스가 대통령과 부통령이 아닌 정 반대의 조합으로 이어지게 된 것에 대해 필리핀 내에서도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사라 두테르테의 입장에서는 아버지 두테르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물론이고 아버지에 이어 연이어 딸이 대통령 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딸 사라가 대통령이 되고 아버지 두테르테가 부통령이 된다면 사실 모든 실권을 아버지 두테르테가 휘두르면서 딸 사라는 허수아비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버지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정치행보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또한 정치적 견해 차이도 컸던 것으로 여겨진다. 아버지 두테르테가 정치은퇴를 선언했다가 또다시 부통령직에 출마한다고 태도를 바꾼 것도 딸 사라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버지 두테르테가 부통령직에 더 이상 도전할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딸 사라가 대통령 선거가 아닌 부통령 선거에 나섰다는 견해도 있다. 만약 딸 사라가 대통령직 출마선언을 했다면 당연히 아버지 두테르테가 끝까지 부통령직 출마를 고집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딸 사라는 마르코스와 대통령-부통령으로 손을 잡으면서 6년의 대통령 임기를 사실상 반씩 나눠 3년씩 집권하는 밀약을 맺었다는 보도들이 나온다.


이렇게 마르코스와 사라 두테르테가 손을 잡으면서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높아졌으며 아버지 두테르테의 대권 도전도 막아버린 셈이다.


[독재자 가문끼리의 연합, 파문 커지는 필리핀 대선]


문제는 21년간 필리핀을 철권통치했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가 또다른 독재자요 스트롱맨인 두테르테의 딸 사라와 러닝메이트로 대선에 도전했고 또 현재 상황으로서는 당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점이다.


이렇게 독재자 2세들의 연합구도가 형성되자 당장 필리핀 내외에서 심각한 우려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필리핀 대선에서의 독재자 자녀들의 연합을 가리켜 “가장 기이한 대통령 선거”라고 평가했다.


당장 필리핀 내에서의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많은 인권 운동가들이 필리핀 상황이 또다시 독재시절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가하고 우려하면서 거리로 뛰쳐나왔다.


정치 분석가인 로만 카시플은 “마르코스 가문과 두테르테 가문이 뒤에서 손을 잡고 권력 나눠 먹기를 시도한다”면서 “결국 필리핀을 철권 통치한 정치 가문의 독재가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리핀 인권단체 카라파탄도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단히 심각한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필리핀 대선, 과연 요동칠 것인가?]


현재 필리핀 대선에는 봉봉 마르코스 외에도 복싱 영웅인 매니 파키아오 상원의원, 배우 출신인 프란시스코 도마고소 마닐라 시장, 두테르테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 판필로 락손 상원의원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SCMP의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대선 구도가 확정된 최근의 소셜 웨더 스테이션 여론조사 결과 봉봉 마르코스가 47%로 단연 앞서고 있고 2위는 현 부통령 레니 로브레도(Leni Robredo) 18%, 3위는 모레노 도마고소(Francisco ‘Isko Moreno’ Domagoso) 마닐라 시장 13%, 권투선수 출신의 매니 파퀴아오(Manny Pacquiao) 상원의원 9%, 로날드 바토 델라 로사(Ronald ‘Bato’ Dela Rosa)가 5%로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필리핀의 선거전문가들은 “그동안의 필리핀 대선 사례들을 비춰볼 때 지금의 여론조사는 얼마든지 뒤집혀질 수 있다”면서 “지금 결과가 결코 끝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 단정한다.


변수는 있다. 우선 두테르테 대통령이 딸 사라가 러닝메이트로 삼고 있는 봉봉 마르코스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점, 그리고 봉봉 마르코스-사라 두테르테의 독재자 집안간 연합이 앞으로 필리핀내 여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역시 관전 포인트다.


2022년 5월 9일의 필리핀 선거에서는 대통령과 부통령을 포함해 상원의원 정수 24명의 절반인 12석, 하원 300명, 그리고 18000명의 지자체 대표와 의원들을 선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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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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