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지진 [AFP=연합뉴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현지시간 2026년 6월 24일 오후 6시 4분께 베네수엘라 북부 카리브해 연안의 모론 서쪽 지역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관측되었다고 전했다. 첫 지진이 땅을 뒤흔든 지 불과 39초가 지난 시점에 첫 진앙에서 남서쪽으로 약 45㎞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7.5의 두 번째 지진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번 지진의 중심지는 수도 카라카스에서 동쪽 방향으로 약 160㎞ 떨어진 곳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의하면 이번 사태는 해안가에서 규모 7.7의 지진이 관측되었던 1900년 10월 29일 사건 이후 베네수엘라 본토와 주변 해역을 통틀어 126년 만에 가장 강력한 규모의 지진으로 기록되었다.
과거 카라카스를 강타했던 1900년 당시에는 약 300채의 건물이 무너져 21명이 목숨을 잃고 50명이 다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통계 전문가들은 이번 피해 규모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지질조사국은 자체 예측 시스템을 가동한 결과 이번 재난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만 명에서 10만 명 사이에 이를 확률을 40%로 책정했으며, 10만 명을 넘어설 치명적인 시나리오의 가능성도 14%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 날 오전 기준으로 연쇄적인 진동과 파괴 행위로 인해 현재까지 최소 32명이 숨지고 700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공식 집계되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은 국영 베네수엘라TV(VTV)를 통해 대국민 연설을 진행하며 전 세계에 피해 현황을 보고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구조대가 붕괴한 건물을 수색함에 따라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며 심각한 인명 피해의 확산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연쇄 강진 이후 20여 차례 뒤따른 여진의 위험성을 고려해 전역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부 장관은 "치안 및 민간 지원 측면에서 동원 가능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 수습하고 있다"며 "소방대와 경찰이 모두 소집됐다"고 현장의 긴박한 대처 상황을 설명했다.
이번 대형 지진의 진동은 국토 전역으로 파급되며 엄청난 파괴 흔적을 남겼다. 미 CNN 방송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시된 현장 비디오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한 결과, 전국의 핵심 인프라와 주거용 구조물들이 무차별적으로 무너져 내린 것이 입증되었다. 특히 피해가 집중된 라과이라주에서는 수십 채의 건물이 순식간에 붕괴하는 최악의 타격을 입어 재난지역으로 긴급 지정되었다. 해안가 휴양지인 마쿠토에서는 대형 숙박시설인 '에두아르 호텔'이 흔적도 없이 주저앉아 입구의 기둥 외에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상태가 되었다.
수도권으로 진입하는 핵심 관문이자 라과이라주 마이케티아에 위치한 시몬 볼리바르 국제공항 역시 내부 시설물이 크게 부서지는 수난을 겪었다. 윌머 아수아헤 전 베네수엘라 의원이 직접 촬영해 세상에 알린 공항 내부 영상에는 땅이 요동치던 순간의 공포감과 도망치는 승객들, 자욱한 먼지와 잔해물로 난장판이 된 터미널 내부가 여과 없이 포착되었다. 카라카스 차카오 지구에서도 건물이 요동치며 대피 소동이 벌어졌고, 약 500명의 구조대원들이 투입되어 매몰자 수색에 돌입했다. 구스타보 두케 차카오 구청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재까지 최소 18명이 살아있는 상태로 구조됐다"며 "최소 두 채의 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고 참혹한 구조 일선을 전했다. 카리브해 연안에 발생한 파동으로 인해 한때 푸에르토리코와 버진아일랜드 일대에 쓰나미 경보가 발령되었다가 해제되기도 했다.
절망적인 상황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구호 움직임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미국은 기꺼이 베네수엘라를 도울 준비가 되어 있고, 그들을 도울 수 있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정부 기관에 신속히 움직일 준비를 하도록 지시했다"며 "우리는 우리의 새롭고 위대한 친구들을 위해 함께할 것이다. 초기 보고는 좋지 않다"고 덧붙이며 적극적인 개입을 약속했다. 미 국무부의 제레미 르윈 대외원조 차관 역시 긴급 대응팀과 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고 알리며 "자연재해 직후 가장 중요한 시기인 초기 며칠간 수색 구조팀 및 의료 물품, 기타 인도적 지원 물품을 베네수엘라로 보낼 것"이라고 엑스(X)를 통해 해외 원조 계획을 설명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엘살바도르를 포함해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라틴아메리카 이웃 국가들도 일제히 구호의 뜻을 밝히며 군사 및 물적 자원을 할당하기 시작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미국, 멕시코, 카타르 등의 정예 구조팀이 곧 현지에 도달해 힘을 보탤 예정이라고 밝히며, 중국과 카리브해 동맹국들의 원조 제안에도 감사를 표했다. 그는 "우리 함께 이 비극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 모든 국민이 침착하게 국가적 단결력으로 행동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눈물로 국민적 연대를 호소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