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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6-12 05: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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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이 미국 거대 정보기술 기업과 기술력에 향한 과도한 종속 관계를 해소하고자 한국을 비롯한 주요 파트너국들과의 연대를 급격히 다각화하고 있다.

한-EU 정상회담 공동 성명 발표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오른쪽),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가운데)이 10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한국-EU 정상회담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유럽권 매체들은 유럽연합(EU)이 다국적 기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미국 세력을 견제하고 자국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고 집중 조명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대한민국과 유럽연합 간의 정상급 회담이 막을 내린 직후 발행한 분석 기사에서 양측이 이번 만남을 계기로 디지털무역협정(DTA)의 최종 날인을 마쳤으며, 인공지능과 반도체 제조 부문 등 차세대 산업 전반에서 공동 전선을 구축하기로 약속한 대목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양국 정상이 최종 서명한 디지털무역협정은 급변하는 첨단 산업 환경에 발맞추어 상호 간의 상거래 규범을 최신화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본 협정의 세부 조항은 국가 간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 보장을 비롯하여, 개인정보 보호 기준 확립, 전자적 방식의 계약 체결 등 기업들의 국외 비즈니스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적 제도들을 두루 망라한다.


유럽연합은 아시아와 북미 대륙을 아우르는 글로벌 기술 벨트 구축에도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이미 대한민국을 제외하고도 싱가포르, 일본, 캐나다 등 기술 선도국들과 연쇄적으로 디지털 파트너십을 체결해 온 유럽연합은 브라질과의 신규 협력 체계 가동을 목적으로 헤나 비르쿠넨 기술 주권 담당 집행위원을 현지로 급파하며 남미 지역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처럼 유럽연합이 특정 진영에 구애받지 않고 외교적 지평을 넓히는 배경에는 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유럽연합이 추진해 온 독과점 규제 법안들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며 규제 철회를 압박했고, 응하지 않을 경우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아왔다. 이러한 불협화음 속에서 유럽연합은 미국이 주도권을 쥔 인공지능 공급망 연합체 '팍스 실리카(Pax Silica)'의 합류 시점을 수개월간 늦추는 등 독자 노선을 모색해 왔다.


결국 기술 안보의 돌파구로 선택된 대한민국과의 회담에서는 인공지능 및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구체적 방법론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우르즐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공식 석상에서 "반도체 분야의 선도국인 한국은 EU의 핵심 파트너"라고 치켜세웠다. 아울러 양측이 탄소 중립 실현과 에너지 구조 전환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으며, 양자 기술과 인공지능 부문의 공동 연구 및 인적 교류를 전폭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은 물론 세계 무대에서도 유럽의 가장 가까운 파트너 가운데 하나"라며 "지금처럼 불확실한 세계에서 한-EU 관계와 같은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협력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유럽 현지 매체인 유로뉴스는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에서 양측 모두 시장 다변화의 절박함에 뜻을 같이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유럽연합의 당면 과제는 반도체 부품의 안정적인 수급선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한국 자본을 유럽 본토로 유치하는 일이다. 유로뉴스는 대한민국이 배터리와 전기차 등 핵심 전략 자산 분야에서 유럽 내 투자 비중을 빠르게 늘려가며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유럽연합은 역내 클라우드 인프라와 반도체 자급률을 전방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기술 주권 방안'을 공표하며 홀로서기 의지를 더욱 명확히 했다. 헤나 비르쿠넨 기술주권 담당 집행위원은 해당 정책의 지향점에 대해 "안전한 기술을 촉진하고, 규범에 기반한 디지털 세계에 전념하는 개방된 시장을 갖춘 나라들과 협력하길 원한다"고 피력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양대 축에 대한 의존도를 전방위적으로 낮추고 전 세계 기술 강국들과 상호 호혜적인 무역망을 촘촘히 짜겠다는 서방 진영의 장기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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