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드론 공습을 받은 UAE 석유시설 [AP=연합뉴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이란이 서방의 촘촘한 경제 제재망을 우회해 군수 역량을 강화해 온 구체적인 경로가 드러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외부로 흘러나온 아랍에미리트(UAE)의 상업 계약서와 해상 물류 기록을 정밀 추적한 결과, 혁명수비대 산하 항공우주군이 지난 2025년 말 UAE 소재 기업을 징검다리 삼아 중국으로부터 첨단 위성 안테나 장비를 전격 반입했다고 보도했다. 이 조사는 2026년 5월 24일 외중에 공개되면서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비밀 거래의 핵심 거점은 UAE의 일곱 개 토후국 중 하나인 라스 알 카이마에 둥지를 튼 위성통신 전문업체 '텔레선(Telesun)'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출고된 총 1.8톤 무게의 군사용 위성 안테나 장비를 사들인 뒤, 중동 최대의 물류 허브인 두바이 제벨알리항을 경유지 삼아 이란 남부의 요충지인 반다르아바스항으로 빼돌렸다. 밀수된 화물 속에는 중국의 유명 방산 관련 기업인 '스타윈(StarWin)'이 특별 제작한 4.5m 크기의 대형 위성 안테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과정에서 국제 해상 감시망을 따돌리기 위한 조직적인 은폐 공작도 실행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해당 장비를 두바이에서 선적해 이란 영해로 실어 나른 이란 국적 화물선 '라마3'호가 오만 인근 해역을 통과할 당시, 실제 운항 위치와 전혀 다른 허위 GPS 신호를 대기에 송출하는 방식으로 항적을 조작한 뚜렷한 증거가 있다고 폭로했다. 이러한 기만전술은 국제사회의 제재 추적을 피하려는 밀수선들이 주로 사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번 밀수 스캔들은 UAE가 미국 및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이란의 직접적인 보복 표적으로 부상한 미묘한 시점과 맞물려 상당한 정치적 파장을 낳고 있다. 이란은 그동안 UAE 영토를 향해 2천800기가 넘는 자폭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정유시설을 비롯한 민간 핵심 인프라까지 무차별 타격한 바 있다. 자신들을 공격하는 적국의 군사 장비 조달을 도운 셈이어서 내부 안보 허점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실제로 UAE 내 자유무역지대는 과거부터 이란의 제재 회피와 무기 부품 조달의 단골 통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혁명수비대가 편법으로 손에 넣은 위성 통신 및 정찰 자산은 중동 전역에 배치된 미국 군사기지를 정밀 타격하는 데 고스란히 쓰였다. 이번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이란의 고도화된 미사일 공습으로 인해 미군 군인 13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 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로 이어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미국 국무부는 "미국은 이란을 지원한 중국 소재 기관·기업들에 계속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성명을 내며 독자적인 금융 제재 및 추가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