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 주인도 미국대사(왼쪽)[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인도 방문 일정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주인도 미국 대사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인도 에너지 수출 확대 기조를 공식화했다.
세르지오 고르 주인도 미국 대사는 현지 시간으로 20일 진행된 블룸버그 통신과의 회견에서 인도가 미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에너지 자원을 수입하는 데 상당히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르 대사는 "우리는 매우 만족하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에 수출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언급하며, 현재 인도가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 이후 자원 공급망을 여러 갈래로 넓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이 같은 다각화 전략은 결과적으로 미국산 원자재를 한층 더 대량으로 사들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을 덧붙였다.
인도 정부가 이처럼 새로운 공급선 확보에 열을 올리는 배경에는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심각한 수급난이 자리 잡고 있다. 인도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연합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면전의 파장으로 인해 주요 해상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막히면서 연료를 들여오는 데 커다란 차질을 빚어왔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만 의존하지 않고 베네수엘라는 물론 이란까지 손을 뻗으며 활로를 모색했으며, 미국의 제재 조치로 거래가 끊겼던 이란산 원유를 7년 만에 다시 수입하는 고육지책을 쓰기도 했다.
이러한 이해관계 속에서 루비오 장관은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인도를 찾아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안보 협력체인 '쿼드' 외교장관 회의를 소화한다. 미국 국무부는 이번 순방 기간에 루비오 장관이 인도 지도부와 연쇄 회담을 갖고 에너지 공급망 안정을 비롯해 안보체계 구축, 교역 활성화, 국방 협력 등 다방면에 걸친 결속 방안을 조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고르 대사는 이번 고위급 인사의 안보 협의체 참석에 대해 "우리가 성장시키려고 하는 양국 협력 관계를 보여주는 신호"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함께 첨단 기술 분야의 상호 공유 체계와 근래 들어 눈에 띄게 늘어난 방산 물자 거래의 중요성도 함께 역설했다. 외신은 루비오 장관이 콜카타와 아그라, 자이푸르를 거쳐 뉴델리까지 총 4개 도시를 순회하는 빽빽한 나흘간의 일정을 두고, 평소 단기 체류를 선호하는 그의 행보를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고 밀도 높은 외교 스케줄이라고 평가했다.
양국의 밀착 기류는 향후 정상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르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첫 임기 당시였던 2020년 방문에 이어 재차 인도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게 초청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구체적인 방문 시기나 세부 동선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이 같은 연대 움직임은 지난해 양국이 무역 장벽을 두고 전례 없는 정면충돌을 벌였던 기억을 고려하면 극적인 반전으로 통한다. 미국은 지난해 4월 인도를 겨냥해 26%에 달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했고,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실무 협상을 이어갔으나 미국산 농산물 유입을 막는 인도의 관세 장벽과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지속적으로 사들이는 문제를 두고 팽팽한 평행선을 달렸다. 당시 미국은 인도가 사들이는 러시아산 원유 대금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속하는 자금줄로 흘러 들어간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양국의 무역 갈등은 작년 8월 말 미국이 기본 상호관세를 25%로 미세하게 조정하는 대신, 러시아와의 석유 거래를 징벌하기 위한 제재성 관세 25%를 추가로 얹어 징벌적 조치를 감행하면서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해를 넘겨 양측이 통상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었고, 마침내 양국은 올해 2월 접점을 찾아내며 1단계 무역 협정을 극적으로 타결시켰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