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대화의 물꼬를 튼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중동 문제를 둘러싸고 곧바로 정면충돌하는 양상을 보였다.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은 현지시간으로 15일 중국 측이 미국이 전력으로 추진 중이던 호르무즈 해협 관련 안보리 결의안 채택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전했다.
푸충 주유엔 중국대사는 유엔 전문 온라인 매체인 패스블루와의 대담에서 미국의 결의안 추진 상황을 두고 "우리는 내용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시기도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지금 당장 집중해야 할 과제는 무력 충돌 당사자인 양측이 성실함과 선의를 바탕으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해법을 모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푸 대사는 현 단계에서 강제력을 가진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행동은 사태 진정에 아무런 실효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이와 같은 중국 외교부의 강경한 기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틀에 걸친 연쇄 정상회담 일정을 마무리한 직후에 전격적으로 표출됐다. 미 백악관이 발표한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회담 과정에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반드시 자유롭게 개방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거시적 원칙에는 뜻을 같이했다. 특히 시 주석은 해당 해협의 군사기지화 움직임이나 항로를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강제로 부과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피력했다고 백악관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회담장 밖에서 나타난 중국의 실제 외교적 행보는 미국의 계산과 상당한 거리감이 있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공식 발표문 등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전면 개방을 요구하는 구체적인 문구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 외교부는 공식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성명서에서 현재 중동 지역을 뒤흔들고 있는 이란 전쟁을 가리켜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라고 규정하며,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이 무리한 압박을 가한 미국 측에 있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앞서 미국은 중동 내 우방국인 바레인을 비롯한 걸프 지역 국가들과 연대하여 이달 5일 유엔 안보리에 이란을 겨냥한 강력한 경고성 결의안 초안을 공식 제출한 상태였다. 해당 문서에는 이란 군당국이 호르무즈 해협 내부에서 감행하는 무력 공격을 즉각 중단하고, 민간 선박의 안전을 위협하는 기뢰 부설 행위를 멈추어야 한다는 강도 높은 요구 사항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국제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와 손을 잡고 지난달에 이어 이번 안보리 표결에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확률이 대단히 높다는 분석을 지배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공들여 온 중동 평화 안보 체제 구축과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화 작전은 유엔 무대에서 다시 한번 강력한 제동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