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 아파트 붕괴현장 지휘하는 젤렌스키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역이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공중 폭격에 노출되면서 심각한 민간인 인명 피해를 입었다. 로이터와 AF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 동안 이어진 러시아의 무차별적인 공세로 인해 최소 27명의 무고한 민간인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이 기간 동안 러시아 측에서 발사한 드론이 총 1천567대에 달한다고 상세히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방공망이 가동되어 대다수의 공중 무기를 요격하는 데 성공했으나, 일부 미사일과 드론이 방공망을 뚫고 도심 밀집 지역에 그대로 추락하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를 막지 못했다. 이번 공습은 양측의 전쟁이 시작된 이래 이틀간의 기간을 기준으로 역대 가장 거대한 규모의 공중 타격인 것으로 파악됐다.
집중적인 포격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국토 전역에서 총 180개에 달하는 각종 기반 시설이 처참하게 파괴됐다. 군 당국의 조사 결과 이 중 50개 시설은 일반 시민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비롯한 주거용 건물로 확인되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행정 중심지인 수도 키이우에 피해가 집중되었는데, 키이우에서만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총 21명이 숨졌고 9층 높이의 주거용 아파트 건물이 형체도 없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현장에서 수거된 미사일 잔해를 분석한 결과, 민간인 거주 구역을 타격한 무기는 올해 2분기에 갓 생산된 KH-101 순항미사일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촘촘한 경제 제재망을 교묘하게 우회하여 최신 무기 제조에 필요한 부품과 자원을 여전히 조달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공습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강력한 규탄의 메시지를 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침략자의 어떤 공격도 응징 없이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전쟁 범죄에 대응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향후 보복 조치의 직접적인 표적으로 러시아의 핵심 석유 산업 시설과 군수품 생산 기지, 그리고 이번 전쟁을 기획한 지휘부 책임자들을 직접 지목했다. 추가로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지원하며 전쟁의 늪으로 깊숙이 발을 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러시아가 군사 시설이 아닌 후방의 민간인 거주지를 집중 타격하자,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강요하기 위해 고의로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우크라이나 군사력을 뒷받침하는 에너지 기반 시설과 연계 군사 거점만을 정밀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서방의 시각을 대변하며 "러시아는 민간인을 폭격함으로써 강함보다 약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선에서 군사적 해결책을 찾지 못해 침략 전쟁의 종지부를 찍는 방법을 모르는 상태에 빠졌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군 역시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중부 지역에 위치한 랴잔의 대형 정유시설을 드론으로 타격하는 역습을 진행했다. 러시아 지방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보복 공습으로 인해 현지에서 3명이 사망하고 적어도 12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주요 외신들은 이틀간 몰아친 대규모 폭격이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인 전승절 연휴 휴전 기간이 종료된 직후에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최근 미국과 러시아의 최고 권력자들이 잇달아 종전 가능성을 시각화한 직후라는 점에서 충격을 더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9일 언론 회견에서 전쟁이 최종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2일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는 길에 전쟁 해결의 순간이 머지않았다고 발언했다. 다만 현재 미국이 물밑에서 추진하던 양측의 평화 종전 협상은 중동 지역의 급박한 정세 변화로 인해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다.
무력 충돌의 가열 속에서도 인도주의적 차원의 조치는 일부 이행됐다. 양국은 이 날 각각 205명씩의 전쟁 포로를 맞교환하는 데 합의해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와 함께 전장 등지에서 수습된 전사자 시신 인도 절차도 함께 진행되어 우크라이나는 526구의 시신을, 러시아는 41구의 시신을 각각 인계받았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