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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기회 노린 '필사의 탈출', 호르무즈 해협 통과한 유조선들 - 외교 상황 급변 속 8시간의 사투 벌이며 봉쇄망 뚫고 항해 - 이란 일시 개방 선언에 해운업계 긴박한 이동과 희비 교차 - 상업 무역업체들 통항 한계 토로하며 정부 차원 조력 촉구
  • 기사등록 2026-04-24 05: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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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과 화물선 [AP=연합뉴스 ]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이란이 일시적으로 통항을 허용한 틈을 타 일부 유조선들이 극적으로 해협을 빠져나왔다.


지난 18일 새벽, 30만 배럴의 경유를 적재한 소형 유조선 아크티 A호가 바레인 인근 해역에서 수주간 대기한 끝에 호르무즈 해협 탈출에 성공했다.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가 운영하고 원자재 중개업체 비톨에 고용된 이 선박은 통과 직후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향해 기수를 돌렸다. 아크티 A호가 해협을 통과하자마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고속정을 재배치하며 통제권을 다시 강화했기에, 업계에서는 이를 매우 운이 좋은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군사적 충돌이 8주째 이어지면서 해운업계는 유례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협상과 휴전 논의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해협의 개방과 차단이 수시로 뒤바뀌는 롤러코스터 정국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협을 완전히 통과하는 데는 최대 8시간가량이 소요되는데, 이 짧은 시간 동안에도 국제 정세와 외교적 합의가 번복될 수 있어 선박들은 매 순간 나포나 공격의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17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레바논 휴전 상황에 따른 상선 통과 허용을 발표하자 시장은 급박하게 움직였다. 스위스 마린은 즉각 선박 이동을 명령했으나, 중국인 선주가 정부의 안전 확답을 기다리며 주춤하는 사이 반나절 만에 상황이 반전되어 통과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프랑스 해운사 CMA CGM 역시 여러 척의 배를 투입했으나, 선박 한 척이 발사체 공격을 받자 즉시 회항을 결정하며 탈출에 실패했다.


반면 치밀한 전략으로 봉쇄를 뚫은 기업들도 존재한다. 글로벌 원자재 업체 트라피구라는 오만 해안에 밀착해 항해하는 방식으로 지난 2일 유조선 달쿠트호를 무사히 인도했다. 머큐리아 역시 전쟁 초기 걸프 해역에 머물던 선박 3척을 모두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마르코 뒤낭 머큐리아 최고경영자는 최근 열린 콘퍼런스에서 구체적인 탈출 경로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있으나 공개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이들 업체는 이란 측에 별도의 통행료를 지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민간 상업 무역 업체들 사이에서는 자국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래리 존슨 머큐리아 화물 총괄은 공식적인 통항 조율 노력이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통과에 성공한 배들은 대부분 정부 소유이거나 군사적·외교적 채널을 확보한 경우라고 주장했다. 그는 순수 민간 업체들이 자력으로 이 위기를 타개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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