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시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 [AF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에 주재하는 자국 최고위 외교관인 대사대리를 부임 석 달 만에 교체하는 이례적인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뉴욕타임스(NYT)와 베네수엘라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15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로라 도구 대사대리의 후임으로 존 M. 바렛을 새롭게 임명했다고 전했다. 신임 바렛 대사대리는 2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중견 외교관으로, 직전까지 과테말라 대사대리를 지냈으며 페루와 브라질 등 남미 국가에서 폭넓게 근무한 경험이 있는 중남미 통으로 분류된다.
반면 지난 1월 말 의욕적으로 부임했던 로라 도구 대사대리는 임기를 90일도 채우지 못한 채 원래 보직이었던 합참의장 외교정책 고문으로 돌아가게 됐다. 외교가에서는 과거 온두라스와 니카라과 대사를 역임하며 굵직한 행보를 보였던 도구 대사대리가 이처럼 단기간에 물러나는 것을 두고, 베네수엘라 재건 과정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전격적인 인사는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축출 이후 미국이 공을 들여온 베네수엘라 재건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 궤를 같이한다.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미국의 요구대로 석유와 광업법을 개정하며 시장 개방의 물꼬를 텄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미국 자본의 유입은 기대치를 크게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거액의 현상금을 걸었던 디오스다도 카베요가 여전히 내무장관직을 유지하며 치안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점은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큰 위협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시민에 대한 비자 발급이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 등 고질적인 행정 장벽이 해소되지 않는 점도 도구 대사대리의 입지를 좁힌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미 재무부는 인사 개편과 동시에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을 포함한 4개 주요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유화책도 내놓았다. 이는 인적 쇄신을 통해 현지 외교 채널을 강화하는 동시에 금융 족쇄를 풀어 실질적인 투자 동력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다각적인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가 지지부진했던 베네수엘라 재건 사업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