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단순한 이란 압박을 넘어, 중국을 지렛대 삼아 이란을 강제로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는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핵 개발 의지를 굽히지 않는 이란을 굴복시키기 위해 '중국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부분적으로 통제하며 최대 우방국인 중국의 유조선에 통행 우선권을 부여해 왔다. 하지만 미 해군의 전면 봉쇄가 시작되면 중국 역시 에너지 수급에 치명상을 입게 되므로, 결국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란에 해협 개방과 협상 복귀를 압박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이란의 경제적 심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특히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담당하는 하르그섬(Kharg Island)에 대한 군사적 타격 가능성이 전례 없이 높아졌다. WSJ은 해상 봉쇄의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하르그섬의 원유 수출 인프라를 파괴하는 강도 높은 군사 옵션을 실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란이 통행료를 지불한 유조선까지 나포하겠다고 밝힌 점 또한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러한 강경 노선은 미국 내부에서도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키스탄 종전 협상에서 미국의 요구를 거절한 이란의 허세를 간파하고 역공을 펼쳤다며 "실질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신의 한 수"라고 극찬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13일 새벽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현 정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봉쇄 조치의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통로인 만큼, 봉쇄가 지속될 경우 국제 유가 폭등은 불가피하다. 이는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들에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지울 수 있으며, 국제 공급망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현재 동맹국들과 함께 해협 내 기뢰 제거 작업을 추진하는 등 장기적인 해로 개방을 위한 명분 쌓기에도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란에 방공체계를 지원하며 갈등을 키울지, 아니면 미국의 의도대로 이란을 설득해 파국을 막을지가 향후 중동 정세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