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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나포 위협 비웃는 러 ‘그림자 선단’, 군함 호위 속 영국 해협 유유히 통과 - 영국 총리의 제재 선박 나포 권한 부여에도 - 러시아 흑해함대 호위함 동원해 유조선 보호 - 실제 나포 사례 전무해 실효성 논란 및 비판 고조
  • 기사등록 2026-04-10 05: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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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그림자 선단으로 활동중인 유조선. 본 기사와 관련없음 [AFP 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자국 해역을 지나는 러시아 ‘그림자 선단’에 대한 강제 나포 위협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군함까지 동원해 제재 대상 유조선들을 호위하며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보도에 따르면 2026년 4월 8일 러시아 흑해함대 소속의 3,620t급 호위함 ‘아드미랄 그리고로비치호’가 영국 남부 해역에서 러시아 선박 두 척을 밀착 호위하며 항해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대함 및 순항 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로 무장한 이 호위함은 이날 오전 9시경 플리머스 인근 해상에서 유조선 ‘유니버설호’와 ‘에니그마호’ 사이를 지키며 서쪽으로 향했다. 당시 현장은 도버에서 약 116km 떨어진 지점으로, 영국 영해 인근에서 러시아 군함이 제재 대상 선박을 직접 보호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호위를 받은 유조선들은 모두 영국의 제재 명단에 오른 선박들이다. 러시아 선적인 유니버설호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석유를 수출한다는 혐의로 지난해 9월 이미 영국 해역 입항이 금지된 상태였다. 함께 이동한 카메룬 선적의 에니그마호 역시 러시아 정권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5월 제재 대상이 됐다. 이 선박들은 각각 러시아 비소츠크항과 프리모르스크항을 출발해 목적지로 향하던 중 영국 해협을 당당히 통과하며 제재망을 무력화했다.


앞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달 26일 영국 해군과 특수부대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한 바 있다. 영국 영해를 통과하는 러시아 제재 대상 유조선에 강제로 승선하거나 필요할 경우 선박을 나포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였다. 하지만 이러한 선언 이후에도 실제 나포된 선박은 단 한 척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텔레그래프는 스타머 총리의 발표 이후에도 수십 척의 러시아 선박이 아무런 제약 없이 영국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추정하며 정부의 대응 방식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앤드루 폭스 퇴역 소령은 "러시아는 지금 스타머 총리를 완전히 농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영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진정으로 진지한 태도를 보이고자 한다면, 이러한 그림자 선단을 강력히 단속함으로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분명하고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후에만 약 300여 척의 러시아 그림자 선단 소속 선박들이 영국 해역을 무사히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많은 선박을 일일이 나포하기에는 막대한 군사 및 행정 인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나포한 대형 유조선들을 안전하게 계류시킬 수 있는 항구 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영국의 나포 위협이 실질적인 억제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영국 국방부는 그림자 선단 나포 작전의 실행 여부와 관련된 논평 요청에 대해 "진행 중인 작전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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