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오성홍기[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랑스 당국의 끈질긴 사면 요청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마약 밀매 혐의로 장기 복역 중이던 프랑스 국적자에 대한 사형을 전격 집행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현지시간으로 4일 라오스 출신의 프랑스 국적자인 찬 타오 푸미가 광저우에서 처형되었다는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올해 62세인 찬 씨는 지난 2010년 메스암페타민 제조 및 밀수 등 마약 범죄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뒤 20년 이상 수감 생활을 해왔다. 프랑스 당국은 그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사면 결정을 끌어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왔으나, 중국 당국은 끝내 극형 집행을 선택했다.
이번 사형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외무부는 찬 씨의 변호인이 마지막 법원 심리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과 기본 권리를 명백히 침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프랑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사형제에 반대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재천명하는 한편, 전 세계적인 사형 폐지를 강력히 촉구하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프랑스는 1981년에 이미 사형제를 폐지하고 이를 헌법에 명시한 국가로서 중국의 이번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주프랑스 중국 대사관은 이튿날 성명을 통해 처형 사실을 공식 확인하며 정당한 법 집행임을 강조했다. 중국 측은 마약 범죄 척결이 국제 사회의 공동 책임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프랑스 측의 항의를 일축했다. 찬 씨는 과거 1999년부터 수년간 중국 현지에서 대규모 필로폰 생산 및 유통 조직의 핵심 일원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아왔다. 중국은 국가 기밀이라는 이유로 정확한 사형 집행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국제앰네스티는 중국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형이 이뤄지는 국가로 지목하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대기 중인 프랑스인은 찬 씨를 제외하고 3명이 더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07년 인도네시아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던 또 다른 프랑스 국적자가 양국 간 외교적 합의를 통해 본국으로 이송되어 감형받은 사례가 있는 만큼, 이번 중국의 강경한 태도는 향후 프랑스와 중국 간의 외교 관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매년 수천 명이 처형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폐쇄적인 사법 체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