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핵잠수함 기지인 스코틀랜드 클라이드 해군 기지 [AFP 연합뉴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더타임스는 이 날 소식통을 인용해 기혼자인 해군 함장이 집권 노동당 소속 조니 리드 하원의원과 부적절한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 조치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해군 당국은 지난해부터 두 사람의 관계가 적대 세력에 의한 '잠재적 협박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사를 벌여왔다. 두 사람은 청년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알려졌으며, 조사 과정에서 서로 '추파를 던지는' 듯한 내용의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사건의 파장은 리드 의원의 남편인 데이비드 테일러 전 노동당 고문이 지난달 초 중국 대외 정보기관을 도운 간첩 혐의로 경찰에 전격 체포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국방부는 즉각 추가 보안 점검에 착수했으며, 현재까지 실제적인 안보 위반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당 장교 역시 군 규정을 직접적으로 위반하지는 않아 별도의 징계 처분은 면했으나, 정보 유출 및 포섭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로 보직에서 해임됐다.
리드 의원을 둘러싼 군 내부의 잡음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국회의원 대상 군 연수 프로그램인 '군 의회 프로그램(AFPS)'의 일환으로 스코틀랜드 패슬레인 클라이드 해군 기지를 방문했다. 이 기지는 영국의 핵 억지력을 상징하는 핵심 시설로 리드 의원의 지역구와 불과 50km 거리에 위치한다.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리드 의원은 당시 기지 내 장교 식당에서 만취한 채 고위 장교와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프로그램에서 중도 하차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현장에 동석했던 다른 의원은 최근 리드 의원의 남편이 간첩 혐의로 구속되자 과거의 부적절한 행태를 의회 공식 채널에 신고했다. 이에 대해 리드 의원 측은 해당 장교와는 아무런 관계가 아니며 메시지 내용 또한 오해의 소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남편 테일러 역시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리드 의원은 본인과 자녀들이 남편의 의심스러운 행보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 해군 대변인은 핵 억지력 안보가 최우선 과제임을 강조하며 인력과 자산 보호를 위한 강력한 절차를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개별적인 인사 사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보직에서 물러난 함장은 국방부가 취재를 시작한 이후 개인적인 사유를 들어 직무를 내려놓았으나 군적은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이번 사건은 국가 기밀의 정점에 있는 핵잠수함 지휘관이 간첩 혐의 가계와 얽혔다는 점에서 영국 정계와 군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