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후 경찰서서 병원으로 이송되는 올리 전 네팔 총리(왼쪽 두번째) [로이터 연합뉴스]
네팔 경찰은 28일(현지시간) 올리 전 총리를 수도 카트만두 외곽 자택에서 연행했다. 체포 혐의는 지난해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적절한 대응을 취하지 않아 연이은 시위대 사망을 방관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날 시위대를 향해 발포를 명령한 것으로 알려진 라메시 레카크 당시 내무부 장관도 함께 체포했다. 두 사람은 카트만두 경찰서로 이송됐으며, 74세로 과거 신장 이식 수술을 두 차례 받은 올리 전 총리는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번 체포는 지난 27일 발렌드라 샤(35·일명 발렌) 신임 총리가 취임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단행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 시위를 이끈 시민단체 '하미 네팔(우리는 네팔이다)'의 창립자이기도 한 수단 구룽 내무부 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두 사람의 체포 사실을 직접 공개했다. 그는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며 "이는 누군가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정의의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올리 전 총리의 지지자들은 즉각 발렌 총리 관저 인근에 집결해 항의에 나섰다. 시위대는 새 정부를 성토하는 구호를 외치고 타이어에 불을 지르며 거세게 반발했고, 최루탄을 쏘며 곤봉을 휘두르는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1명이 다쳤고 7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올리 전 총리가 이끄는 통합마르크스레닌주의 네팔공산당(CPN-UML)은 이번 체포가 정치적 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변호인 측도 도주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체포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체포의 법적 근거는 최근 설치된 반정부 시위 조사위원회의 권고에서 비롯됐다. 조사위는 올리 전 총리가 시위 첫날 19명이 숨지는 결과를 낳은 발포 명령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올리 전 총리와 레카크 전 장관, 찬드라 쿠베르 카펑 당시 경찰청장에 대한 기소를 당국에 권고했다. 조사위는 또 "법과 질서 유지에 관한 전반적 책임을 지고 있던 레카크 내무부 장관도 추가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날 경찰은 디파크 카드카 전 에너지부 장관도 자금 세탁 혐의로 별도 체포했다. 구룽 장관에 따르면, 카드카 전 장관은 지난해 시위 기간 자택에서 발견된 자금과 관련해 수사를 받게 됐다. 당시 시위대가 그의 자택에 불을 지르면서 집 안에서 찾아낸 현금을 거리에 뿌리는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진 바 있다.
네팔 반정부 시위는 지난해 9월 정부가 유튜브·페이스북을 포함한 소셜미디어 26개 플랫폼 접속을 일방적으로 차단하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부패 척결과 경제 성장에 소극적인 정부에 등을 돌린 Z세대를 중심으로 시위가 급격히 확산됐고, 카트만두를 넘어 전국 주요 도시로 번졌다. 올리 전 총리를 비롯한 일부 장관들이 사임 의사를 밝혔음에도 시위대가 대통령 관저와 총리 자택 등에 방화하는 등 사태는 오히려 악화됐다. 시위 과정에서 모두 76명이 숨지고 2,300여 명이 부상했다. 사망자 중 30여 명은 실탄에 맞아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재산 피해는 5억 8,600만 달러(약 8,650억 원)에 달했다.
-국제전문기자